“데자뷰(deja vu)”는 ‘처음 해 보는 일이나 처음 보는 대상, 장소 따위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로 ‘기시감(旣視感)’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과학적으로는 증명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와 반대의 개념이 “학습효과”일 겁니다. 학습효과는 ‘특정한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그 일에 익숙해지는 효과’입니다.
요즘 더민당의 공천을 두고 여러 말이 많습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가 데자뷰인지 학습효과인지 잘 판단이 서질 않아서일 겁니다.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겠지만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서 배운 학습효과가 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문재인 정권 때 사람들은 자신들이 했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어서 자신들이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돌고 도는 물레방아와 같다는 얘기는 이미 오래 전에 조영남이 번안해서 부른 「물레방아 인생」에서 노래했습니다. 그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얘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차은우보다 이재명”을 외친 민주당 안귀령 부대변인의 이른바 ‘아부 공천’엔 원조가 있다.
문재인 정권 3년 차이던 2019년, 박경미 당시 민주당 의원이 ‘박경미가 문재인 대통령께’란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그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피아노 연주하며 “호수에 비치는 달빛의 은은함” 어쩌고 하더니 “달빛 소나타가 문 대통령의 성정(性情)을 닮았다”고 했다.
“문 정부의 피날레는 월광 소나타의 화려한 3악장처럼 뜨거운 감동을 남길 것”이라고도 했다. 보는 사람 손발이 오그라들게 했다. 몇 달 뒤 그는 민주당 공천을 받아 서울 서초을에 출마했다. 선거엔 떨어졌지만 낙선의 아픔은 잠시뿐이었다. 그는 곧 청와대 교육비서관에 발탁됐고, 수석 대변인으로 영전해 정권 임기 말까지 자리를 지켰다.
비슷한 시기 박범계 의원이 대국민 사과를 한 문 대통령을 향해 “아 대통령님!”이라며 안타까워하는 글을 올린 뒤 닷새 만에 법무장관에 임명된 일도 있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그렇듯, 문 정부 시절에도 낯 뜨거운 충성 맹세가 비일비재했다. ‘문(文)비어천가’란 말이 유행할 지경이었다.
친명(親明)의 비주류 찍어내기가 논란을 부르고 있지만 이것의 원조도 친문이다. 2020년 총선 당시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공수처 설립에 반대하고 ‘조국 사태’를 비판하면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탓이었다.
친문 행동대원 김남국·정봉주가 금태섭을 잡겠다며 달려들고 ‘문빠’ 홍위병들이 집중포화를 퍼부은 끝에 그는 경선에서 졌다. 금태섭은 당 징계까지 얻어맞고 결국 탈당하고 말았다. 지금 벌어지는 비명(非明)의 연쇄 탈당과 스토리 구조가 다르지 않았다.
4년 전 총선 때도 사당화(私黨化) 논란이 있었다. 청와대 참모를 비롯한 친문 인사가 무더기로 공천 받아 민주당과 국회를 장악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윤건영, 소통수석 윤영찬, 대변인 고민정 등이 그때 금배지를 단 ‘문재인의 사람’들이다.
염치없게도 울산 선거 개입 사건에 연루된 황운하까지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친문들이 대거 단수 공천되거나 좋은 지역구를 차지하는 바람에 ‘친문 양지, 비문 험지’란 말이 나왔다. 당시 친문은 민주당뿐 아니라 국가 권력마저 사유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정 운영에서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고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같은 정파적 정책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당선시키려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하고, 대통령 심복이란 이유로 내로남불 조국을 법무장관에 기용했다.
친명이 독단적 당 운영으로 민주당을 분열시켰다면, 친문은 편 가르기 진영 정치로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자기 세력, 자기 진영의 이익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갈등을 조장한 점에서 두 파벌은 오십보백보다.
‘친문의 황태자’ 임종석이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반발했다. 문 정권 때 그는 권력 사유화를 주도하고 울산 선거 개입의 사령탑으로 지목받은 가해 세력의 핵심이었다.
고민정 의원은 공천 파행에 항의해 최고위원을 사퇴했지만 그 역시 문 정권의 국정 폭주에 앞장서고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우긴 장본인이었다. 공천 탈락 위기에 몰린 윤영찬 의원 또한 비우호적 기사를 올렸다는 이유로 “카카오, 들어오라고 해”라고 호통치며 비판 언론을 억압한 정권의 수비대장이었다.
탈당한 이원욱 의원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주인 무는 개”에 비유하며 공격했고, 김종민 의원은 조국의 비리를 방어해주는 호위 무사로 활약했다. 컷오프당한 홍영표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밀어붙였고, 설훈 의원은 김의겸의 재개발 투기와 윤미향의 위안부 할머니 돈 편취를 싸고돈 사람이다.
그렇게 세몰이 하며 5년간 권력을 휘두른 친문이 비주류로 전락해 이재명을 만났다. 계파 싸움엔 도가 튼 친문에게도 이 대표의 거친 폭주는 한 번도 경험 못 한 ‘독한 맛’일 것이다. 이 대표는 가는 곳마다 적을 만드는 난세(亂世)형 정치가다. 그는 친형 가족과 싸워 원수가 됐고 수많은 ‘이재명 저격수’를 출현시켰다.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유동규, 경기지사 비서실 7급 출신 조명현, 성남시장 수행비서 출신 김진성 등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잇따라 등을 돌려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측근 5명이 연달아 숨을 거둔 것도 예사롭지 않다. 계파 패권주의의 원조인 친문이 상상도 못 한 강적을 만나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지금 벌어지는 친명·친문의 전쟁에서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양쪽 다 파벌 이익에 목숨 건 비정상 집단이니 누굴 동정할 필요도 없다.
친문 패권이 저물자 한층 더 센 친명 패권이 등장했다. 대를 이어 계파 패권주의가 판치는 민주당은 더 이상 고쳐 쓰기 힘든 정당이 됐다.>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박정훈 칼럼] 패권 원조 친문이 맛본 ‘이재명의 맛’
서울 종로에 출마한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가 공천 불공정을 주장하고 있는 친문(친 문재인) 진영을 향해 "권력을 쥐고 있을 때는 똑같은 일을 벌였다"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금 후보는 2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민주당 공천 파동을 보는 심경’이라는 글에서 "민주당은 고쳐 쓸 수 있는 시기를 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재명은 분명히 문제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이 가진 문제의 전부 혹은 대부분은 아니다"라며 "이재명 이후에 또 다른 권력자가 민주당 내에 나타나면, 그 또한 친문, 친명의 뒤를 이어 공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익을 위한 공천을 할 것이 불을 보듯이 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금 후보는 "당을 사유화하고 아무런 원칙도 없이 충성심을 척도로 공천권을 전횡하는 이재명 대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하지만 그 반대 주장의 근거로 ‘명문정당’을 내세우며 자기들에게도 공천을 나눠 달라고 말하는 친문들의 주장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짚었습니다.
금 후보는 "친문이 권력을 잡고 있던 4년 전에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업체의 대표가 아예 경선과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됐다"면서 "바로 그 업체가 당시 민주당의 공식적인 총선 후보 적합도 조사 업체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후임으로 업체 대표가 된 사람은 민주당 경선에 나선 후보들을 자기 유튜브 채널에 불러서 선전을 해주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당이 어느 사이 개인의 사욕을 채우는 당으로 전락했는지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말로는 70년 전통의 명문 정당이라고 하지만 살펴보면 늘 특정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다는 생각이고 이젠 그게 남의 시선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1인 독재의 정당으로 바뀐지 오래 같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