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플러그드' 라는 음악용어가 있다.
언플러그드(Unplugged)는 말 그대로 ‘플러그를 꼽지 않았다’는 뜻이다.
가공된 전자음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어쿠스틱한 면을 살려 ‘날 것’의 느낌을 전달한다는 게 특징이다.
언플러그드라는 용어에 익숙하게 된데는 기타의 신이라 불리우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큰 몫을 했다.
클랩튼은 ‘MTV 언플러그드’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만든 불후의 명곡인 ‘Tears in Heaven’을 비롯한 자신의 노래를 전자음을 배제한 언플러그드 형식으로 공연했는데 이것이 ‘대박’을 쳤다.
클랩튼의 언플러그드 앨범은 전세계적으로 1800만장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팝계에 언플러그드 공연과 앨범의 열풍을 몰고왔다.
언플러그드 대열에는 대중성과 실력을 겸비한 수많은 스타들이 동참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내공’을 선보이는데 언플러그드 공연이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폴 매카트니, 스팅, 브루스 스프링스턴, 머라이어 캐리 등은 물론 ‘호텔 캘리포니아’의 노장그룹 이글스(Eagles) 등도 언플러그드 공연을 통해 팬들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커트 코베인으로 유명한 ‘그런지 록’의 기수 너바나(Nirvana)도 강렬하고 파괴적인 사운드 대신 언플러그드를 통해 색다른 음악을 선보였다.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나 아이스 월드컵대회 등에서 화려한 몸동작과 퍼포먼스로 관중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클라이머들은 전자음을 가미한 화려한 음악연주자로, 그리고 요세미티 엘캡 등의 거벽을 자유등반한 토미 콜드웰이나 루팔벽 신루트를 알파인 스타일로 오른 스티브 하우스, 그리고 발레리 바바노프, 토마즈 휴마, 야마노이 야스시 같은 클라이머들은 언플러그드 형식의 음악가라고 표현한다면 맞을까,
위의 열거된 음악가들처럼 한국에도 내공 즉 출중한 등반실력을 가지고 강호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각 파(派)의 장문인들이나 일대종사들이 있다.
어떤 클라이머는 피켈을 주무기로 혹은 어떤 이는 프렌드라는 캠을 주무기로, 어떤 이는 고산에서, 또 어떤 이는 망치와 피톤을 무기로 삼는다.
그런데 이런 무기들을 두루 잘 다루어 각 파의 장문인들과 능히 어깨를 견줄만 하면 우리는 그런 클라이머를 '토탈 클라이머'(Total Clibmer)라고 부른다.
80년대 중반 언플러그드 형태의 클라이밍 대회가 인수봉 코끼리 크랙에서 열렸는데, 선인봉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정승권, 이기범(재미산악인) 두 맹장이 출전하여 '선인파'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도봉산장 아래에 있는 ‘김경균바위’ 보울더의 초등자와 재등자 이기도 하다.
(정승권 – Sea of Dream 등반기- 참조 )
90년대에 들어서 이러한 형태의 암벽대회가 이어졌는데, 인수봉에서보다 좀 더 발전된 무대가 준비된다.
그 곳은 다름아닌 선운산의 속살바위였는데, 5.12급 루트에서 경기가 벌어졌었다.
당시에 5.14 클라이머는 물론이거니와 5.13 클라이머도 손에 꼽을 만큼 소수였다.
내가 기억하기로 당시 남녀부 우승은 정승권과 고미영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언플러그드 클라이머들도 있다.
맏언니 김점숙을 비롯 한미선 채미선 이명희 등 이다.
김점숙은 언플러그드 연주가로 전환한 후 발표한 대표적인 연주가 "1995년 토왕폭 단독등반"이었고, 그 이후 신디사이저를 가미한 대표적인 연주곡을 발표했는데 그것은 바로 "1999년 동계X게임 은메달" 이다.
김점숙은 한국 언플러그드 등반계의 대표주자 정승권의 제자이기도 하며, 정승권등산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 음악적 색채와 뿌리가 같을 수 밖에…
김점숙의 계보(정승권 등산학교 강사/교무)를 이은 채미선은 토왕폭 빙벽대회 3연패를 비롯 많은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서 우승하였고 인수봉과 선인봉, 그리고 많은 해외 거벽등반을 다녀왔다.
한미선은 이들과 함께 해외거벽등반을 다녀왔으며, 선운산, 간현암 등지의 5.13급 루트들은 거의 다 등반했다.
이명희는 남편이자 평생의 자일파트너 최석문과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왕성한 등반과 해외등반을 행하고 있다.
여성 언플러그드 클라이머들의 계보는 이들을 끝으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무협소설에 나오는 '무공'과 스포츠는 어느 면에서 보면 비슷한 점이 있다.
남들보다 강해지기 위해서 뼈를 깍는 노력과 수련을 하고 세계대회나 올림픽에서 입상을 하기 위해 , 또는 큰 돈을 벌기 위해 긴 세월동안 투쟁을 한다.
그런데 뛰어난 기록, 챔피언의 영예, 금전적인 수입, 명예 등등 때문에 반칙과 변칙이 성행하는 분야가 스포츠이기도 하다.
바로 스테로이드로 대변되는 약물이 그것이다.
우리에게 소설‘영웅문’으로 유명한 신필(神筆)‘김용’의 또 다른 유명 무협소설 '소오강호'를 보면 '규화보전'이라는 무공비급이 나온다.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비급서인지라 이것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무림인들이 앞다투어 경쟁한다.
규화보전만 익히면 천하를 차지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화보전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뒤따랐다.
무공 자체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으나 해당 비급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여성화가 진행되어야 했다.
결국 남성성을 버려야 익힐 수 있었던 무공이었다.
천하제패의 야욕이 컸던 ‘동방불패’라는 캐릭터는 고심 끝에 규화보전을 익히기는 했지만 외모는 물론 성향까지도 여성화되어 가는 부작용을 막을 수 없어 뜨게질을 하며 지냈고 바늘을 가지고 공격하는 무공을 선보였다.
이렇듯 이른바 ‘금지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때론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동방불패가 천하제일의 무공을 얻기 위해 성(性)을 포기했듯이 현대 스포츠에서는 약물이 그것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무협소설 속의 주인공은 단기간의 성취를 위해 만년설삼이나 천년하수오, 공청석유 같은 희대의 영약을 기연을 만나거나 거액을 지불하고 구입하여 복용하지만, 현대의 스포츠인들은 약간의 비용만 있으면 구입이 가능하다.
일생을 걸고 설산, 미지의 산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이 바로 섭취가능한 유혹에 노출되는 것이다.
즐겨보는 스포츠경기가 있는데 종합격투기, 그 중에서도 UFC 경기를 좋아한다.
그 중 뛰어난 선수가 많았던 체급인 라이트 헤비급을 뛰어난 경기력과 압도적인 피지컬로 통합해버린 최강의 챔피언이 있었다.
최장수 챔피언으로 군림할 줄 알았던 ‘존 존스’ 역시 스테로이드 계통 약물복용 적발로 챔피언 벨트를 박탈당했었다.
미국인의 스포츠 프로야구에서 뛰어난 기록에도 불구하고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한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도 많다.
전무후무한 400-400클럽의 주인공 ‘베리 본즈’도 아직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현대 스포츠에서 약물은 치명적인 오점으로 작동한다.
사이클의 황제이자 전 세계 스포츠계의 우상이었던‘랜스 암스트롱’은 약물 적발 이후모든 기록이 말소되었고 그의 명예와 곁들인 모든 것들도 한순간에 날아갔다.
그의 약물과 싸이클경기 스토리를 영화로 만든 것이 ‘챔피언 프로그램(The Program)’이다.
전세계 날고 긴다 하는 초일류 싸이클 선수들이 일생에 한 번 우승하는 것이 소원인 ‘뚜르 드 프랑스’ (le Tour de France)대회에서 랜스 암스트롱은 무려 7연속 우승을 했는데, 스테로이드 약물의 힘, 소위 ‘약빨’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종목이 싸이클종목이라고 한다.
고산등반이 등산의 모든 것을 대변하던 시대가 지나고 지금은 등반이 ‘스포츠화’되기에 이르렀다.
무상의 행위라던 등산, 그 중에서 클라이밍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최근 무서울 정도로 문을 여는 실내암장(Gym)의 숫자만 봐도 그렇다.
오름짓이 스포츠로 정착되면서 체계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해지고 강한 무브와 근력을 대체하거나 보충할 식품과 보조식품을 찾게 된다.
아직 스포츠클라이밍이 다른 경기 스포츠처럼 약물을 접한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으나 다른 스포츠가 걸어간 길, 트렌드를 무시할 수는 없으리라.




















첫댓글 깊고 폭넓은 글 잘 읽었읍니다
1999 윈터 xgame 여성우승자가 킴 치즈마지아였죠
https://youtu.be/YKpaXKZtdls
그때 남여 우승자가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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