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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만화는 98년 4월 26일자 일요판 만화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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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이렇다. 찰리 브라운이 라이너스와 함께 점심 먹으러 벤치로 가서 보니 빨강머리 여자애가 근처 벤치에 앉아 있다. "하고많은 벤치 중에 왜 하필 저기에 앉아 있는 것일까" 하고 괴로운 표정으로 찰리가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라이너스에게 음악을 연주해 달라고 한다. "그녀가 견딜 수 있으면 나도 그럴 수 있어." 라고 말하면서. 그러니까 빨강머리 여자애가 떠나고 찰리는 그녀를 향해 잔(술잔이 아니라 물잔이지만)을 든다. 라이너스가 점심 도시락이 없어졌다고 하니까 찰리는 무표정하게 "평소에 용의선상에 올라있던 자들을 잡아봐." 라고 말하며 빈 물통에 물을 채우러 걸어가 버린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 . . . . . . . . . . 이것은 영화 '카사블랑카'를 찰리 브라운과 빨강머리 여자애의 상황에 빗대어 패러디한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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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배경은 1941년 12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다. 당시 모로코는 원래 프랑스의 식민지였지만 프랑스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게 항복하고 독일의 허수아비 정권인 비씨 정권이 프랑스에 들어섬으로써 독일의 영향력이 모로코에도 미치게 된다. 체코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독일 제3제국에 합병되었다. 이 합병에는 영국과 러시아 등 서강 열강이 동의를 했는데, 그것은 체코가 이전에 수백년 동안 신성로마제국(독일의 전신)의 제후국이었기 때문에 체코 때문에 독일과 전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Of all the gin joints in all the towns in all the world, she walks into mine." (세상의 하고많은 도시의 하고많은 술집 중에 그녀는 내 술집으로 들어왔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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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샘에게 '그 노래'(As Time Goes By)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며 말한다. "If she can stand it, I can. Play it." (만일 그녀가 그 노래를 견딜 수 있다면 나도 그럴 수 있어. 연주해 줘.) 위스키에 취하면서 파노라마처럼 파리에서의 옛 추억이 떠오른다.
"Here's looking at you, kid." (당신의 모습에 건배, 꼬마 아가씨.)
Ric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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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는 파리에서의 상황을 털어놓는다. 릭과 같이 떠나기로 한 전날 밤 죽은 줄만 알았던 남편 라즐로가 탈옥해 자기를 찾아온 것이었다. 일자는 자기밖에 의지할 데가 없는 라즐로를 버릴 수가 없었다. 릭은 술을 마시며 그 사연을 듣고 드디어 그들을 돕기로 결심한다. 릭과 일자는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릭은 라즐로에게 일자가 꼭 필요함을 깨닫고 일자에게 라즐로와 함께 떠나라고 말한다. 일자가 '그럼 우린 어떻게 해요?' 하고 슬픈 얼굴로 묻자 릭이 대답한다. "We'll always have Paris." (우리는 언제나 파리의 추억을 간직할 거야.) 눈물 가득한 일자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대고 릭은 술잔을 든다. "Here's looking at you, 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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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은 경찰서장 레놀을 설득하여 라즐로와 일자를 무사히 비행기에 태워보내고 비행기를 저지하려는 독일군 스트라세 소령을 레놀이 지켜보는 앞에서 죽인다. 레놀의 부하들이 뒤에 와서 스트라세 소령이 죽은 것을 발견하자 레놀은 릭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감추며 "Round up the usual suspects." (평소에 용의선상에 올라있던 자들을 검거해.) 라고 말한다. 레놀과 릭은 함께 자유 프랑스 레지스탕스들을 찾아 떠날 것을 암시하는 말을 나누며 공항을 나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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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험프리 보가트는 옛 연인에 대한 미련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릭의 역할을, 잉그리드 버그만은 부부 관계의 의무-이것은 이 영화에서는 동지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여진다-와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해 내고 있다. 카사블랑카는 이국 풍경과 전쟁이라는 스케일 큰 무대가 재즈 음악과 어우러지며, 가슴에 아픈 상처를 주었지만 여전히 커다랗게 남아있는 애정이 결국 부부의 책임과 애국심을 지켜준 승화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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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이니까 너무 구체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 중 하나는 라이너스가 연주하는(실제는 튼) 곡이 어떤 곡일까 하는 것이다. 그 곡은 찰리와 빨강머리 여자애가 함께 추억을 쌓은 곡이어야 한다. 하지만 찰리 혼자서의 짝사랑의 추억은 추야장장 무궁무진할지라도 실제로 그 둘이 추억을 만든 적은 없다. 그저 둘 간에 추억은 없을지라도 그 여자애도 알고 있는 '카사블랑카'의 'As Time Goes By'를 연주해서 여자애가 찰리의 짝사랑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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