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세계는 아직도 신비 속에 있습니다. 그 유명한 ‘꿈의 해석’이라는 책도 있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물론 획기적인 시작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종종 이야기는 있었지만 그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잠을 잡니다. 그리고 때때로 꿈을 꿉니다. 그것에 의미를 담아서 해석을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일입니다. 많이 이야기하는 것 중에 태몽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거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보통은 그냥 잊어버립니다. 무엇인가 꿈을 꾼 것 같은데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꿈이 아니라 그 꿈속을 헤매는 병이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몽유병’이라는 것입니다. 본인에게는 현실일 수 있지만 혹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아무리 봐도 이상행동으로 보입니다. 깜짝 놀라겠지요. 잠 속에 있는데 일상의 생활 행동처럼 움직입니다. 잠에서 깨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답니다. 그러니 일어난 후 설명을 해도 알아듣지 못 할 수 있습니다. 나타난 현상을 보면서도 갸우뚱하기 십상입니다. 어쩌다 몇 번 일어난 현상이라면 혹 스트레스가 심했던 모양인가 보다 생각하면서 넘어갑니다. 실제 그럴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만약 뇌의 이상이 생겨 발생한 것이라면 원인 규명을 하고 질병으로 인식하여 치료해야겠지요.
가장 가까운 사람, 더구나 사랑하는 배우자가 그런 현상을 보인다면 어떨까요? 단순한 이상행동을 넘어 좀 엽기적인 행동까지 보인다면 그 충격은 매우 클 것입니다. 일단 알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버릴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일이니 고쳐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협의해서 치료하거나 고칠 방법을 찾습니다. 두 사람의 힘으로 벅차다면 전문의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형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방법을 의논하여 결정합니다. 약 처방도 받습니다. 어느 정도 기간을 가지고 필요한 조처를 행합니다. 기대를 가지고 참으며 하루하루 버텨나갑니다. 참으로 더딥니다. 보통의 육체적 질병도 아니기에 금방 뚜렷하게 호전되는 것도 아닙니다.
시간은 가는데 바라던 대로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실망합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뭔가 다른 방법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머니에게 사실을 알렸더니 민간요법을 생각해냅니다. 그 시대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던 사고대로 작동한 것입니다. 육체의 질병이 아니라면 영혼에 관한 문제이겠다 싶었겠지요. 그래서 주술사를 부릅니다. 남편 ‘현수’를 보더니 아내인 ‘수진’에게 대뜸 하는 말입니다. 두 남자를 모시고 있군 그래. 남편은 하나인데, 그리고 지금 그 방에 엄마와 자기를 빼면 주술사와 남편뿐인데 주술사도 여자입니다. 그런데 두 남자라고? 어떻게? 남편 안에 또 다른 남자가 들어있답니다. 거참!
얼마 전 아래층 아줌마가 먹을 것을 챙겨서 인사 차 찾아왔습니다. 그러더니 새벽에 자꾸 쿵쾅거려서 잠을 자기 힘들다고 개선해주기를 부탁하는 것입니다. 벌써 꼭 한 주가 되었답니다. 아니 그렇다면 내가 모르는 사이 한 주 동안이나 남편이 이상행동을 했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이제 치료를 시작하여 또 한 동안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으니 주술사의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아래층 여자와 알게 되어 대화하는 기회도 가집니다. 그리고 안 사실입니다. 아래층에 까다로운 어르신이 살다가 얼마 전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 딸이 이사 온 것입니다. 사람이 죽어 열흘 안에 구천에 들어가지 못하면 이승에서 다른 사람에게 들어간답니다.
남편 자신은 나아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다리다 지친 아내가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 사이 낳은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할지 걱정입니다. 아내가 무슨 짓을 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단 장모님에게 맡기고 아내를 달래려 합니다. 그 사이 아내는 아래층 살던 어르신의 사망 시점부터 지나온 시간들을 따져서 자기 집에 미칠 악영향(?)을 대비합니다. 어느 날 거실에 남편을 붙잡아 앉히고는 자기가 조사한 내력을 화면에 올립니다. 그 어르신의 혼이 남편에게 들어가 있기에 이제 낳아서 자라고 있는 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쫓아내야 합니다. 그 힘을 어르신의 딸, 아래층 아줌마가 쥐고 있답니다.
처음에는 남편 현수의 몽유병이 좀 심하여 아내가 고생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자다가 일어나서 이상행동을 하는 남편은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어떻게 나란히 잘 수 있겠습니까? 치료하다 안 되니 주술사를 의지합니다. 그리고 상황은 바뀝니다. 이제는 남편 현수가 아내로 인하여 공포를 느낍니다. 결국 주술사의 말을 따라갑니다. 아래층 여자를 붙잡아 귀신에 대한 강제 추방령을 내리도록 강권합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이렇게 흘러가지? 싶었습니다. 마치 한국판 ‘엑소시스트’를 보는 듯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 자체가 어두워 관람 후에도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뭔가 마음에 감동이나 어떤 즐거움이라도 남아있기를 바라고 영화를 보는 건데 기대와는 전혀 다릅니다. 영화 ‘잠’(Sleep)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