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기예보
김애숙
짝꿍과 싸운 우주 마음은
구름 끼어 흐림이구요
친한 친구 전학 간
초롱이 마음은
온종일 비내림이에요
은별이와 사이좋게
도시락 나눠 먹은
상구 마음은
해가 쨍쨍 맑음이지요
그런데 낮에는 언제나 해가 떠있대요
일기와 마음을 하나로 연결 지은 재미난 동시다. 밝은 해가 떠 있는 훤한 대낮인데도 아이들의 마음은 구름 낀 날일 수도 있고, 비가 내리는 날일 수도 있다. 그게 아이들, 아니 사람의 마음이요 기분이다. 시인은 짝꿍과 싸운 우주의 마음, 친구를 전학 보낸 초롱이 마음, 은별이와 도시락을 나눠 먹은 상구 마음을 통해서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 사람은 기분에 따라서 밖의 일기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다. 고교 시절 얘기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다 늦은 저녁에 H가 헐레벌떡, 그것도 비를 흠뻑 맞은 채로 찾아왔다. 깜짝 놀라 물었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한테서 마침내 답장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한테 이 기쁜 소식을 빨리 알리려고 우산도 쓰지 않고 달려왔다는 것. 물에 빠진 생쥐의 모습을 한 친구는 더없이 행복한 얼굴이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종종 그 친구 생각이 나곤 한다. 사람의 기분은 그런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아동문학을 흔히 어린이문학이라고 한다. 이는 어린이의 마음 곧 동심이 없이는 쓸 수 없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성인시를 쓰는 사람들도 동시를 얕잡아 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경기일보 생각하며 읽는 동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