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위기라도 전체를 위해 개인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주의 가치를 희생하는 것이 무조건 옳고 당연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적 가치,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언론 및 집회결사의 자유는 뒤로 밀린다. 국민은 원전 폐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임대차보호법, 차별금지법, 기본소득제도, 기본자산제도 등과 같은 중차대한 정책과 입법이 국민 개인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대가와 희생을 요구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논쟁이나 설득, 타협의 과정은 생략된 채 이끌려 간다.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주의 의사결정 방식 중 하나다. 의사결정의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전원일치이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한다. 다수결의 원칙은 소수의 판단보다는 다수의 판단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집단지성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것이지 다수결이 항상 옳다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경우에 중우정치로 몰락하는 사례를 우리는 역사에서 많이 보아왔다. 다수의 횡포로 전락할 우려가 있으므로 소수로 몰린 사람들이 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소수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와 타협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하는 데는 많은 본질적인 제약 조건이 있다. 예를 들어 개인적인 신념이나 사상, 이데올로기와 같은 가치 체계에는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할 수가 없다. 과학적인 지식이나 인식에 관한 사항 역시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또한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려면 구성원들의 자유 의사에 따른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다수결의 원칙이 쉽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다수결이 선이고 옳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애당초 다수결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것을 선거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내세워 소수의 극렬한 반대를 묵살하고 다수결로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면 이는 다수결의 원칙을 악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됐다 하더라도 그것을 반대했던 소수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의 생각이 다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는 다양한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다수결의 함정을 극복할 시스템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출처) 조희진 변호사, “다수결의 함정”, <아시아 경제 칼럼>, 2020.10.20
[時論]다수결의 함정 - 아시아경제 (asiae.co.kr)
개인 의견 : 입법을 할 때는 해당 법이 국민의 정서 및 전체의 입장을 고려하고 모두가 수용 할 수 있는 내용인지가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특정한 사건이 일어나면 감정과 분위기에 바탕을 두고 문제를 너무 신속하게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다수결의 원칙이 합리적인 측면이 있지만 순간적인 감정과 분위기에 이끌릴 수 있다는 부작용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다수결의 입장을 반대하는 소수의견은 소중한 역할을 합니다. 감정이 배경이 되어 다수결의 이름하에 만들어지는 정책, 법 등은 국민의 전체적인 정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합니다. 물론 취지가 좋지 못한 법과 정책은 없습니다. 그러나 법과 정책은 강제할 수 있지만 사람의 근본적인 마음과 양심은 강제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좀 더 신중하고 사회의 전체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법과 정책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2013헌다1, 소수정당 해산 헌법재판소 판결 중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소수의견 일부를 공유하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 속에서 형성된 무수한 생각들 중에는, 무의미하고 허황된 것이라는 초기의 일축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흘러 보편적으로 수용되기에 이른 것이 적지 않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수라는 수적 우위와 보편적 정서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주류적 사고로 인해 소수의 생각이 주눅 들어 사멸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출처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214p>
첫댓글 균형적 판단과 의견수렴 등 보완해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