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주거지는 물론이고, 공공장소는 더 심각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차량 보유 대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원으로 근무하던 ‘80년대 후반부에는 고참부장이 르망 정도, 과장이 차가 없거나 프라이드, 엑셀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오죽했으면 금성사 구미공장 최고경영자인 사업부장 차가 소나타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의 노동운동, 특히 금성사 노사분규 이후 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조금씩 여가생활에 대한 욕구가 생기면서 ‘80년대 말부터는 사원도 차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 증거는 통계청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우리나라 차량 보유 대수는 '60년 11천대, '70년 60천대, '80년 206천대, '90년 1,193천대, 20년 2,441천대로, 인구 10만 명 당 차량 수는 '60년 5대에서 '20년 235대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22년 말 기준 보유 대수가 28,000천대로, 성인 인구가 약 4,790만명 정도이니 1.7명당 차량 1대 씩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어디건 주차난이 심각합니다.
퇴근 후 아침 출근 때까지, 8시간~12시간 주차가 필요한 아파트는 그나마 양호한 실정입니다. 그도 부익부 빈익빈이긴 하지만요. 임대아파트 세대당 0.79대, 분양아파트는 1.1대로 나와 있는 통계가 그걸 증명합니다. 주거지는 그렇다 치고, 업무 상, 생활 편의를 위해, 문화생활을 위해 몇 분에서 몇 시간 찾게 되는 많은 곳, 그 중 대형 마트, 고급 호텔/카페/식당 일부를 제외하고는 어디든 주차는 전쟁 수준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차시비가 끊이지 않습니다. 주차난에 이기주의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주차 빌런이 경쟁하듯, 비상식적인, 몰염치한 주차 행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폭력사태로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주차공간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극도의, 개인주의를 넘어선 이기주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지난 주말, 딸이 뮤지컬 티켓을 사 주어서 오랜만에 공연을 보았습니다. 구미문화예술회관. 주차공간이 꽤 너르지만, 공연 등 행사가 있을 때는 주차난이 심각한 걸 알고 있기에 발권 1시간 반 전에 가서 몇 안 남은 자리에 주차를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가 있는데 낯 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XXXX번 올란도 차주분 되시죠?”, 여자분 목소리였습니다. “예. 그렇습니다만.”했더니, 몇 시에 차를 뺄 예정이냐고, 제 차 뒤에 차를 대려고 하는데, 출차 시간을 알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뮤지컬 공연 끝나고 난 뒤니 4시 40분 정도 될 거라 했더니 자기들도 공연을 보니 제 차 뒤에 차를 좀 대겠다고 양해를 구하더군요. 바로 뒤에 댄 검은색 카니발이 자기네 차이고 당연히 연락처도 있다고 하면서요. 주차장이 제 것도 아니고, 같이 공연 보고 나오면 기다릴 일도 없는데 제가 양해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화를 받고 나서 기분이 참으로 좋아졌습니다. 뮤지컬 ‘맘마미아’를 감상하면서 경쾌한 아바의 곡들을 더욱 신명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사는 구미가 더 좋아졌습니다. 주차난, 어쩔 수 없이 극복해야 할 일이지만, 서로가 조금만 마음 쓰고 성심을 다하면 기분 좋게 ‘주차’의‘난’을 피하거나 극복 또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기심’을 버리고 ‘배려심’을 갖는다면 말입니다. ‘결’ 따라 사는 이들이 많음에, 아직은 살만한 세상임을 새삼 느끼며 미소 짓습니다.
추석연휴의 후반부, 가족들과 함께 초가을의 경주, 포항을 느꼈습니다. 가을이 이제 지척입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226915448
자연의 순리에 따른 계절 변화는 늘 삶의 에너지원이 됩니다. 가까이 지산샛강생태공원이 있음 또한 행복한 일입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225472412
결(모셔온 글)===========
모든 것에는 결이 있다.
나무에는 나뭇결, 물에는 물결, 사람의 살에는 살결이 있다.
머리에도 머릿결이 있고 눈에도 눈결이 있고 마음에도 마음결이 있다.
종이를 찢을 때 결대로 찢지 않으면 찢기지 않듯이
옥을 갈 때에도 결을 거스르면 흔한 돌과 다름없이 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자의 리(理)는 옥돌의 결을 뜻한 것.
이치(理致)를 밝히고
순리(順理)를 따르고
사리(事理)를 따지고 분별하는 말에는 모두
옥돌의 결을 따라가는 리(理)자가 붙어있다.
모든 일에서 그 결을 찾아보라.
마음의 결, 삶의 결을 찾아 따라가 보라.
거스를 때보다 더 쉽고 편하게 창조의 힘을 얻을 수 있잖아요.
-----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