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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국에서 전문상담교사로서는 처음으로 장학사 시험을 볼 수 있었고, 합격을 하여 현재 교육전문직 임용 대기 중이다. 아직 발령전이지만 강원도교육청에 작년 10월부터 ‘파견교사’, ‘인턴 장학사’로 불리며 근무를 하고 있으며 업무는 ‘Wee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내가 이번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강원 Wee 스쿨 탄생의 비밀’이다. 전국에서 5번째로 오는 5월이면 강원 Wee 스쿨이 설립된다. 하지만 그 역사는 201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초대 민선 교육감 시대 원년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화되기 전이었다. 강원도도 새로 바뀐 민선 교육감의 철학과 뜻에 따라 여러 조직이 개편이 되었고, 이전까지 ‘강원학생교육원’이라는 학생회장 중심의 리더십 교육기관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상담치유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대안교육기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개편 프로젝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나를 비롯한 4명의 전문상담교사들이 파견 되었다. 우리는 기숙형으로 이루어지는 한 달 동안의 치유적 상담프로그램과 대안교육 과정을 짜고, 나는 사감을 자원하여 아이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왔던 학생들 대부분은 학교에서 말썽꾸러기였고 지금으로 치면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아픔과 상처, 분노감은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이었다. 한창 프로그램이 무르익던 어느 날 학생들과 체험활동을 위해 인제에 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던 인제의 번지점프를 타보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이 원했다. 한명씩 번지점프대 앞에 섰고 어느새 모든 아이들이 뛰어내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번지점프 사장님이 우리 교사들을 보고 한마디 하였다. “어디서 오셨어요?”, “보통 서울에서도 체험활동을 하러 우리 점프대를 찾지만 대부분 반나절을 넘어 한나절이 걸리는데, 어디서 오셨길래 이 아이들이 뒤도 안보고 슝슝 뛰어내리나요?”, “단시간에 이 아이들이 모두 뛰어내리다니 놀라서 물어봅니다.” 사장님의 이야기에 우리 교사들은 할 말을 잃고, 뭐라 얘기해야 할지 몰라 답을 못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날 밤 공감소통시간에 아이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애들아 사장님이 그러시던데 너희들 겁 안 났니?, 너희들이 뒤도 안보고 슝슝 뛰어내리니까...”, “뭐 겁은 나도, 이전에도 몇 번 죽으려고 했었는데 까짓 거 그냥 뛰어내린 거죠...”, “뭐 (삶의) 미련이 없으니까요...”
나는 아이들의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메어지고 아프다. 좌절스럽고 슬펐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았던 나,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할 거란 생각에 홀로 외롭게 보냈던 나의 어린 시절과 연결이 되어 그랬다. 그 때의 나의 행동은 거칠고 공격적이었지만 내면은 불안하고 약했다. 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교사들은 공감소통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고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한 달씩 거치면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며 ‘상담의 힘’을 확신할 수 있었다. 교육원에서 한 달의 상담치유과정을 마치고 돌아간 학생들을 통해 교육원이 입소문이 나면서 교육원 개편이 성공을 하였다. “야, 거기는 뭔가가 달라, 학교 그만두고 싶거나 힘들 때 한번 가봐... 우리를 바라보는 느낌이 따뜻해”
이러한 시기와 맞물려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교육할 것인가’가 대두되었다. 교과부에서 우수사례를 찾던 중 강원학생교육원이 발탁이 되었다. 결국 작년 6월 교과부 장관이 우리 교육원에 직접 방문을 하였다. 그리고 학생교육원을 거쳐 간 학생들과 학부모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공감소통’ 시간을 일선학교에서도 진행할 수 있도록 전국에 전파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학교폭력 문제가 터지기 전부터 발 빠르게 교육원을 개편해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들을 위해 치유하고 애써준 것에 감사드린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장관님과 함께 한 자리에서 좀 더 체계를 갖춘 중장기 기숙형 치유기관인 Wee 스쿨로 진화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이러한 건의가 곧바로 받아들여져 신속한 예산지원과 함께 Wee 스쿨을 준비 할 수 있었다. 오는 5월이면 공간 치유 요소를 갖춘 강원 Wee 스쿨이 탄생한다. 외롭고 힘든 학생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글을 읽는 상담자들과 나누고 싶은 말이 있다. 명의는 간암수술을 한 번 성공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난치병에 도전하고 실수와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때 비로서 진정한 명의로 성장하는 것이다. 상담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들 눈에는 위기 청소년들이 성장하고 치유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상담가는 청소년 마음속에 숨어 있는 ‘불쌍한 영혼’을 바로 볼 수 있고, 떨고 있는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면서 치유의 길에 도전하고,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나는 성인이 되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수많은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경험하며 수련을 하였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성장하고 치유될 수 있다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내가 청소년 시절 나도 모르는 불안을 겪을 당시에 ‘너와 같은 불안은 청소년 시절에 많은 아이들이 겪는 일’이라며 그것을 이해하고 헤쳐 나가는 방법을 알려준 상담가가 있었다면 지금 보다 훨씬 일찍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위기 청소년들에게 성장과 치유의 경험을 선물할 상담가들에게 축복을 빌며 나와 같이 떨고 있을 아이들에게 따뜻한 봄을 가져다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 ‘공감소통’ 시간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계급장 떼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솔직히 나누는 시간으로 ‘소그룹 감정치료’의 핵심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이 시간을 통해 교사와 학생, 교사와 교사, 학생과 학생간의 갈등과 사건 등을 ‘느낌말’을 통해 나눈다. 교사, 학생 모두의 성장을 위하여 솔직한 피드백을 나누며 꾸준히 의사소통을 매일같이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