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간호사관학교 2학년(56기) 이윤각 생도는 지난해 국군간호사관학교(이하 국간사)에 진학하면서 세 가지를 얻었다. 꿈꾸던 간호사가 되는 특급코스에 진입했고, 동경하던 사관생도가 됐다. 마지막으로 군 복무가 해결됐다. 국간사는 육/해/공 사관학교와 함께 4개 사관학교 가운데 하나다. 학비 면제는 물론 품위유지비 지급 등 혜택은 육/해/공사와 동일하면서도 의무복무 기간은 4년이나 짧은 6년에 불과하다. 간호장교로서의 리더십과 군 병원에서의 풍부한 임상 실습경력 덕분에 국간사 출신은 의무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나가서도 높은 대우를 받는다. 국간사는 지난 2012학년 드디어 남자생도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이 생도는 국간사 금남(禁男)의 벽을 허문 첫 번째 주인공 8명 가운데 한 명. 치열한 경쟁률 뚫고 사관생도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과 국간사 첫 남자생도로서의 생활에 관해 들어봤다.
간호사 어머니 보고 꿈 키워
[베리타스알파 = 이우희 기자] 이윤각 생도는 간호사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간호사라는 직업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밤 근무를 서고 오실 때면 힘들어하셨지만 밥을 먹을 때나 같이 대화할 기회가 있을 때면 주로 병원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사건이나 환자들에 관한 얘기를 해주셨다. 즐거운 얘기도 있었지만 정성을 다한 간호에도 끝내 숨을 거둔 안타까운 환자도 많았다. 어머니께선 그럴 때마다 한 생명을 살리지 못했던 기억으로 슬퍼하셨다. 어머니를 통해 환자들이 치료되는 과정에서 간호사와 환자가 끈끈한 정으로 맺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국간사 진학을 생각하게 된 것은 고교 때였다. 정복이 멋있어서 사관학교 입시를 생각하고 있다가 국간사를 알게 됐다. 이 생도는 “국간사에서 처음으로 남자생도를 선발한다는 공문을 봤을 때 처음이라는 의미도 좋았고 장교가 되어 군복무를 하는 것도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생도에게 국간사는 간호사와 사관생도의 꿈을 동시에 이룰 수 있고 군 복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였다.
충남 공주고 전교 8등
이 생도는 충남지역 명문 공주고에서 문과 8등을 차지한 실력자였다. 졸업할 당시 평균 내신 등급은 1.5 정도. 모의고사는 ‘올 1등급’도 여러 번 받았고 성적표에 연세대나 고려대가 적정대학으로 나온 적도 많았다. 이 생도는 “보통 사관학교 시험은 난이도가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다”며 “수능공부를 바탕으로 하면서 조금 더 심화된 공부를 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사관학교 문제집은 고3 4월 중순부터 풀기 시작했다. 시험 삼아서 실제와 똑같이 시간을 재면서 풀었고, 가장 점수가 낮게 나온 과목부터 차례대로 각개격파해 나갔다. 평일에는 틀린 문제를 복습하고 분석하면서 공부했고 주말에 새로운 문제를 풀어나갔다. 특별히 수학(당시 수리)문제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어려운 문제는 굳이 오랜 시간을 들여 풀기보다는 답안을 외우는 방법을 썼다. 이 생도는 “사관학교 수학 문제들을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어려워서 손도 대지 못했던 문제들이 있었다. 이럴 때 어려운 문제들은 솔직히 아무리 고민을 해도 풀리지 않는다. 풀더라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어려운 문제들을 만나면 우선 답안지를 보고 풀이를 베꼈다”고 전했다. 대신 답안지를 보고 난 후 앞으로는 어떻게 접근 해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지는 문제 옆에 적어두고 복습을 할 때마다 되새겼다.
점수 비중이 적지만 체력시험 대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장 신경 쓴 건 오래달리기. 이 생도는 “실제로 시간을 재면서 내가 얼만큼의 힘으로 달려야지 제 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얼마나 빨리 들어오는 것보다 제 시간 안에 들어와서 불합격을 면하는 것이 목표였다. 다른 종목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연습을 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면접에서 좋은 인상 남겨
가장 힘들었던 시험은 필기시험이었다. 수리문제에서는 세 문제를 ‘찍었다’. “세 문제 모두 어려워서 건드리지도 못했던 문제들이었는데 풀 수 있는 만큼 풀다가 대충 이 정도의 숫자가 답일 것 같다 하는 선택지를 골랐는데 모두 맞추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 날은 너무 기뻐서 친구들과 만나서 하루종일 놀았다.”
이 생도는 면접에서 분명한 지원 동기를 가진 덕분에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면접관은 왜 다른 사관학교에는 지원하지 않고 국간사에 지원했느냐고 물으면서 남자라면 다른 사관학교에 더 끌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생도는 간호사와 사관생도라는 어울리지 않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국간사를 알게 됐다고 대답했다. 이어 “총과 칼을 든 군인과 하얀 간호사복을 입은 간호사가 합쳐진 간호장교라는 이미지가 어떨지 감이 잡히지 않으면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국간사에 대한 정보를 알아갈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처음으로 뽑는 남자 생도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답변했다. 당황스러웠던 질문도 있었다. 국간사 면접에서는 당시 군사 지식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는데 NLL과 DMZ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DMZ가 비무장지대라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한 영어명칭(Demilitarized Zone)은 몰랐다. 이 생도는 “지금은 모르지만 이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될 때에는 알 수 있도록 사전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하며 위기를 넘겼다.
면접에 대비하는 후배들에게 이 생도는 자신감 있는 태도를 주문했다. “일단 자신감이 가득 차있는 모습은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답변을 할 때 모기 같은 소리로 의욕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의심이 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사관생도를 뽑는 면접이다.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뽑히기 싫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모르는 것은 당시에 모르는 것일 뿐 알아갈 수 있는 기회는 많다. 모른다고 기죽거나 소극적인 모습은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도움이 된다. 자신이 준비한 만큼 자신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면접에 가기 전에 자기소개서부터 정독하면서 철저하게 대비하라”고 강조했다.
후배 생각에 책임 다한 ‘모범병사’
국간사 평일 하루 일과는 굉장히 촘촘하다. 아침 6시에 기상해 점호를 받고 아침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8시부터 오전 학과수업이 시작된다. 학과수업은 오후 5시까지 이어지며, 이후 6시까지는 체력단련과 구보를 실시한다.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은 저녁식사 이후부터 저녁점호 9시30분전까지의 한두 시간 정도. 취침은 저녁 10시다. 대신 주말에는 여유가 생긴다. 생도들은 주말을 활용해 동아리활동을 하거나 자유롭게 휴식을 취한다.
지난해 이 생도는 56기 전체에서 2명을 선발하는 모범병사 표창을 받았다. 모범병사는 학과점수와 전반적인 생활태도를 평가하는 훈육점수를 모두 반영해 선발한다. 이 생도는 훈육점수에서는 1등을 차지했다. 국간사 첫 남자생도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남자생도끼리 모이면 ‘우리가 뒤에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서 잘 해보자’라는 얘기를 종종 한다고. 1학년 때는 운동보다는 대화로 친해지는 여생도들의 문화가 낯설기도 했지만 지금은 좋은 점이 더 많다. 이 생도는 “간호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국간사를 강력 추천한다”고 말했다. 국간사가 좋은 이유 첫 번째는 83명의 끈끈한 동기들. 이 생도는 “기초군사훈련 기간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들을 모두가 같이 버텨냈다는 뿌듯함에 56기 생도들이 가족처럼 소중하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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