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이상 “직무급제, 양극화 해소 도움 안 될 것”
한국노총 임금체계 개편 여론조사 … “무임금체계 2차 노동시장 정상화가 더 긴급”
▲ 한국노총과 한국산업노동학회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임금체계 대안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직무급제에 대해 국민 2명 중 1명 이상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근속연수와 경력 등을 반영한 연공급 임금체계를 찬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노총은 임금체계 개편 관련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25·26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아직은 연공급체계 … 국민 42.8% ‘연공급 찬성’
조사 결과 국민의 과반(50.7%)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성과급을 반대했다. 직무성과급이 실제 도입되더라도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58.6%나 됐다.
연공급 임금체계를 찬성하는 의견은 42.8%, 반대한다는 의견은 28.4%로 나타났다. 한국노총은 “생활비 중 식료품비·주거비·교육비·의료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아직은 생애주기별 임금이 반영되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 조사에서 가구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을 물었더니 식료품비(31.2%), 주거비(26.0%), 교육비(9.1%), 의료비(8.5%) 순으로 나타났다. 네 개 항목 지출이 가구 전체 지출의 74.8%나 됐다.
조사 대상 중 임금노동자(466명)만의 응답 결과를 살펴봤더니 직무성과급 개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일반 국민보다 더 높았다. 58.4%가 직무성과급 도입에 반대했고, 65.9%는 직무성과급제가 임금격차에 해소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국노총은 조사 결과를 자료 삼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임금체계 대안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산업노동학회(회장 조성재)가 함께 주최했다.
2차 노동시장 공정한 임금체계 수립 급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할 산별연대임금 필요”
발제를 맡은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임금체계가 아예 없는 2차 노동시장 노동자가 공정한 임금을 받을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무급제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임금체계는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지만 다수 노동자는 적용 가능한 임금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공정하게 지속가능한 임금체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1차 노동시장의 주류인 연공급 임금체계를 인위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2차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임금체계를 모색해 보자는 취지다. 이를테면 1차 노동시장은 연공성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임금구조 개선을 점차 추진하고, 2차 노동시장 사업장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치를 실현할 산별연대임금을 추진하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 초기업교섭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별교섭과 산별협약 체계가 정착한 나라로 꼽히는 독일 사례를 근거로 2차 노동시장의 산별임금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차 노동시장에서부터 각 직종을 포괄하는 산별임금체계를 구축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를 해소해 나가는 전략에 있어서 매우 선도적인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표준임금 가이드라인이나 표준노동조건 가이드라인을 구축한 뒤 사회협약을 통해 현실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토론회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가 사회를 보고 두 발제자 외에 이종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화평)·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과)·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과)·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권창준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매일노동뉴스] 202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