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장,
약혼식은 이양희를 생각하는 호텔 측에서 최대한의 서비스로 생각보다도 더욱 성대하고 화려하게 준비가 되었다.
양가의 친지들은 생전 처음으로 호강을 해 본다며 모두들 기뻐하고 좋아한다.
승재 역시 이렇게 최대한이 서비스로 이루어지는 약혼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아무리 재벌그룹하고 상관없이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내는 그룹의 일원임을 보여주는 아내의 핏줄들의 성의와 정성이다.
“용훈아!
이거 먹어!
정말 맛있어!“
승인이는 음식을 집어 들고 용훈이의 입으로 가져간다.
용훈은 그런 승인이의 모습이 반갑고 좋은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이라서 쑥스러움으로 어쩔 줄을 모른다.
“괜찮다.
어서 승인이가 주는 대로 받아먹어라!“
유자경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아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자신과 가장 밀접하고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지 맛있는 것을 골라서 아들의 입에 넣어주는 승인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티 없이 맑고 고운 승인이의 모습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눈이 부시다.
용훈이의 휠체어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것은 이제 아들의 신체의 일부다.
이양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승인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행여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떤 실수라도 할까 싶어 신경을 세우고 있지만 승인이는 좀처럼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있다.
그저 이런 자리가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듯 맛있는 것을 집어 용훈이를 먹이려고 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그런 모습을 대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유자경의 모습도 이양희를 편안한 마음이 되게 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한다.
그들이 살집은 이미 용훈이 설계를 해 놓은 대로 새로 짓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승인이를 위해 이천 여 평의 넓은 대지를 구입해 놓은 용훈이다.
그곳에 삼층 건물을 짓겠다는 설계도를 완성해 놓고 이미 청사진까지도 구비해 놓았다.
일단 약혼식이 끝나고 나서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용훈은 설계도와 청사진을 승재와 이양희에게 맡겨 놓고 수정할 부분들을 지적해 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대지는 서울 도심을 벗어난 일산에 마련이 되어 있다.
아파트나 주택단지를 벗어난 비교적 한적하고 공기 좋고 경치가 수려한 곳이다.
삼층 건물이지만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용훈이의 거동을 위해 각층마다 문턱이 없고 승강기가 설치가 되어 있는 설계도다.
승재와 이양희는 세밀하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몇 군데 수정할 부분들을 체크해 나간다.
그들의 약혼기간을 일 년 정도로 예상을 하고 있는 이양희다.
그 정도의 기간이면 건물도 완성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약혼식은 모든 사람들이 만족해하고 흡족해하는 가운데 무사히 끝이 난다.
“김서방!
이제는 그렇게 부를 것이네!“
“네, 어머니!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이 저도 편안하고 너무 좋습니다.“
김용훈의 얼굴은 행복이 가득 퍼져 있다.
“내일 시간을 맞춰서 공항으로 바로 나오시게!
여행 가방도 이미 준비가 다 되었으니 따로 챙길 것이 없네!“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이젠 자네도 내 자식이나 다름이 없네!
자식들을 챙기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 아닌가?“
“고맙습니다.
결코 실망시켜드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김용훈은 만날 때마다 훈훈함과 세심함을 보여주는 장모님의 성품에 매료가 된다.
자신은 낳아 길러주신 어머니와는 또 다른 정겨움과 진한 사랑이 묻어나는 장모님의 깊은 사랑에 늘 감동을 받곤 하는 김용훈이다.
이런 어머니가 계시기에 승인이의 모습이 참으로 편안해 보이고 맑고 곱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도착한 유자경은 아들의 여행 가방을 챙기려 한다.
“엄마!
여행 가방을 챙기지 않아도 됩니다.“
“왜?
아침에 떠날 것이 아니었니?“
”네!
예정대로 출발을 합니다.
허지만 이미 장모님께서 모두 준비를 해 놓으셨다고 편안하게 몸만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랬니?
참으로 자상하고 생각이 깊으신 분이시구나!
그러고 보니 오늘 그 호텔이 친정에서 하시는 호텔이라고 하는데 정말이냐?“
“네!
그래서 모든 것들이 최상의 서비스로 참으로 즐겁고 평생을 잊지 못한 약혼식이었습니다.“
“그래!
나도 정말 많이 놀랐다.
네가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승인이도 그렇지만 처가에서 너를 얼마나 극진하게 대접을 하고 인정을 해 주는지 이제 이 어미는 아무런 걱정도 여한도 없다.
어디를 가든 제대로 사람대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내 아들의 모습이 장하고 고맙다.“
유자경은 이제 더 이상 아들에 대해서 신경을 쓸 일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다음날 용훈은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으려 서둘러 출발한다.
처음으로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꿈에 부푼다.
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것이다.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될 건물이다.
오랜 꿈과 숙원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임을 생각하며 행복이 가슴 가득 퍼진다.
그들은 저마다의 희망과 꿈을 안고 비행기에 오른다.
“우리 여행가는 거야?”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 보는 승인이가 신기하다는 듯 묻고 또 묻는다.
여행이라고는 처음으로 해 보는 승인이다.
“응!
승인이 좋아?“
”응, 근데 여행가서 뭐하는 거야?“
”음,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편안하게 즐기고 놀기도 하고 그러는 거야!“
“뭐 하면서 놀아?”
“글쎄?
우리 뭐하고 놀까?
참! 바다가 있으니까 수영도 하고 모래를 밟기도 하고 그럴까?“
“수영?
나 수영 잘해!“
승인이는 어려서부터 건강을 위해서 승재가 수영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수영을 가르쳐 왔기에 수영이란 말에 호기심을 나타낸다.
“그럼 잘 됐다.
승인이가 수영을 하면 난 구경하고 그러면 되겠다.“
“넌 수영 못해?”
“그래, 난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서 수영을 못해.”
“그렇구나!
난 수영을 잘 하는데 그럼 나 하는 거 구경해!“
승재와 이양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웃음이 번진다.
비행기는 제 시간에 제주 공항에 도착한다.
이미 연락을 받은 농장에서 나와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곧장 농장으로 향한다.
숙소가 호텔이 아닌 농장 안에 있는 별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곳에서 보낼 계획이다.
손수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한 집에서 함께 그렇게 보내다 올 계획이다.
별장은 이층으로 되어 있지만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고 시설 또한 오래전의 건물이라서 볼품도 없고 손 댈 곳도 많은 건물이지만 이양희는 바다가 있고 곧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별장이 이번 여행에서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제주도의 농장과 별장은 어머니가 친정에서부터 상속을 받은 재산이다.
이 농장에서 나는 수익금 전액을 어머닌 고아원과 양로원에 해마다 기증을 하신 것이다.
이제 이 농장에서는 거의 수익금이 나오는 것이 없다.
감귤은 이미 사양 상품이고 더 이상의 수익성도 없어 그대로 방치를 하고 있으며 이 농장에 딸린 넓은 대지와 함께 그대로 관리만을 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어머니 박여사는 자신의 개인 재산을 그룹으로 환속시키지 않고 그대로 딸에게 양도를 해 놓으신 것이다.
그들은 별장에 도착을 한다.
이미 미리 연락을 해 놓은 터여서 깨끗하게 손을 봐두고 모든 준비를 해 놓았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많이 낡은 모습의 건물이다.
“여보!
숙소를 이곳으로 정한 것이 잘못된 것인가 싶네요.“
이양희는 생각보다 많이 낡아 있는 건물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괜찮소.
참으로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오.
호텔보다는 이곳이 우리 가족들이 쉬었다 가기에 아주 좋다고 생각하오.“
“어머니!
정말 너무 좋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바로 바다로 풍덩 뛰어들어도 좋을 것만 같은 마음입니다.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고 가슴속이 시원해져 옵니다.“
”모두 그렇게 좋다고 하니 안심이네!
그럼 우리 모두 안으로 들어가 보자.“
이미 그들의 짐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관리인이 그들의 모든 편리를 위해 세심한 것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도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안이 넓고 시원하다.
승인이는 이층으로 올라가 테라스로 나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처음으로 이런 탁 트인 공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승인이다.
승인이는 말없이 오랜 시간을 바다를 응시한다.
“승인아!
바다가 그렇게 좋으니?“
이층이 계단으로 되었기에 승재는 이층을 바라보기만 하는 용훈이를 안아서 이층으로 올려다 준 것이다.
용훈이 그렇게 올라와 승인이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아도 승인이는 바다만 응시한다.
용훈이의 말에 승인은 아무런 대꾸가 없다.
“승인아!
정말 좋은 곳이지?“
그러나 승인은 또 말이 없다.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 승인이다.
한 번 자신의 세계 속에 침몰이 되면 모든 것을 잊고 마는 승인이다.
자신의 내면세계에 그 어떤 것이 들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바다가 승인이 앞에 놓여 있는 것인지 승인이가 바다 앞에 놓여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승인이의 영혼 깊숙이 바다와 긴 대화를 나눈다.
이양희는 그런 승인이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천사의 모습이 저처럼 맑고 아름다울 수가 있을 것인가?
갓 태어난 태아의 모습보다도 더욱 순수해 보이고 맑고 고와보이는 승인이의 모습이다.
사랑하지 않을래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양희는 승재와 의논을 해서 식탁을 이층 테라스에 준비를 한다.
그대로 바다 한 가운데서 음식을 나누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점심이다.
관리인 부부가 정성껏 준비를 해 놓았다.
싱싱한 회를 시작해서 바다의 조개류와 얼큰하고 시원한 매운탕이다.
식탁이 다 차려지도록 승인이는 바다만을 응시하고 있다.
“승인아!
배고프지 않니?“
승재가 낮은 음성으로 승인이에게 말을 한다.
“아빠!
나 여기서 살면 안 될까?
마음이 너무나 편안하고 내 모든 것이 저 바다와 함께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래?
우리 승인이가 바다가 정말 좋은 모양이구나?
그래도 지금은 배가 고프니까 밥을 먹자 응?“
그제야 승인이는 몸을 돌린다.
식탁에 둘러 앉아 음식을 먹는다.
참으로 생선회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다.
“엄마!
우리 여기서 살아요.“
”승인이가 이곳에서 살고 싶어?“
”네!
여기서 우리 살아요.“
용훈이는 먹던 것을 멈추고 승인이를 바라본다.
“우리 집을 지을 건데 그것은 어떻게 하고 여기서 살아?”
“난 그곳으로 안가!
나 여기서 살 거야!“
용훈은 어이없어 하는 얼굴로 승재와 양희를 바라본다.
“그래, 승인이가 좋다면 생각해 보자.”
“엄마!
나 여기서 살아도 돼지?“
”되고말고.
그러나 지금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시간도 만들어야 하는 거야!
이번에 우리는 여행을 온 것이니까 여행을 즐기고 승인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네!”
승인이는 언제나 양희의 말에 순순히 수긍을 한다.
그러나 승인이의 눈동자는 다시 바다로 향하고 있다.
식사를 하는 내내 승인이는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응시한다.
승재와 양희 그리고 용훈이 마저도 그런 바다를 바라보면서 음식 맛을 즐기기보다는 바다의 파도와 바다의 비릿한 냄새와 함께 어우러져 들어가는 모습이 되어간다.
그곳에 있는 사박오일 동안 승인이는 잠시도 바다와 떨어지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언제나 바다를 향해서 바라보고 있는 승인이의 눈빛이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