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 적에는 동양도 서양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날 알파벳으로 기록된 영어 aqua kw ; 물, 액체는 서구문명에서 비롯되고, '液액'은 동방문명에서 비롯된 서로 전혀 다른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본래 동일한 말의 음을 다른 소리문자로 표기한 것일 뿐인 aqua와 액(液)은 결코 분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영어 어근 aqua를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하면, 아쿠아· 아콰· 애쿠아· 애쿠어· 애쿼· 애콰식으로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aqua의 정확한 발음가를 알기 위해서는 국제음운기호 kw 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영어의 이와 같은 발음의 모호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음과 알파벳 표기가 서로 정확히 일치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우리말의 경우는 발음과 한글의 표기가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로 써놓으면 충청도·강원도·경기도·함경도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가'로 읽지 정신이상자 빼놓고는 '거'로 읽지 않는다. 그런데 앞에서와 같이 영어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영어의 커다란 취약점과 단점이 된다.
aqua에서의 어근은 aq이며 그것의 어원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의 정확한 음가를 알아야 한다. 물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I.P.A.(International Phonetic Alphabet; 국제음운기호 또는 만국음표)를 보지 않고서도 aqua의 발음을 정확히 알고 있겠지만, 외국인의 경우는 다르다. 외국인들은 aqua의 정확한 음가를 알기 위해 I.P.A.를 참조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aqua의 어근 aq에 대한 발음은 액이다. 그런데 그 음가는 동방문자 '液액'의 자음과 완전히 일치한다.
液(액) : 한국음 aek, 중국음 yè, 일본음eki
※周法高가 재구한 中古漢音은 *iæk
aq 뒤에 붙은 모음 ua는 '液액'의 일본음 애키(eki)에서의 i처럼 원음(ek)의 늘어진 음으로, 그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 보다시피, 영어 aqua는 동방문자 '液'의 영어식 자음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연유에 의해 이러한 일(동방문자의 자음이 영어 속에 들어있는 일)이 발생된 것일까? 물론, 이와 같은 영어와 동방문자간의 일치성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동방문자 '液액'은 자음, 자형, 자의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정리가 가능하다.
液 ① 자음: 한국음 æk, 영어음 æk-, 중고한음 *iæk, 일본음 eki
液 ② 자형: 水(물 수) + 夜(=腋; 겨드랑이 액)
液 ③ 자의: 즙, 액체[유동체의 총칭]
보충설명하자면, '液'에서의 '夜'는 밤이 아닌 겨드랑이를 의미한다. 즉, '液액' 속에 들어있는 '夜'는 '腋액'의 생략형이다. 따라서 '液'은 겨드랑이[腋]에서 스며 나오는 액체[땀; 水]를 형용한 글자로, 물체에서 배어 나오거나 짜낸 액체(liquid) 및 즙의 뜻을 나타낸다.
'液액'의 영어식 자음인 aqua는 '액체'의 뜻에서 나아가 물[水]의 뜻을 주로 나타내며, 맨 뒤의 모음 a는 e 또는 i로 바뀌기도 한다. 그 뒤에 나오는 음에 따라 융통성 있게 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