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페이커, 이상혁 선수이다. '리그오브레전드', 흔히 '롤'이라고 불리는 게임의 프로게이머로 국내 리그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 게임에서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1월 게임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되려 싫어하던 내가 팬이 되었다. 응원한 지 2년밖에 안 되었지만 알면 알수록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넘어 사람 이상혁이 가진 마음가짐과 자세가 날 더 열렬한 팬으로 만들었다. 자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라 자식 자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롤은 몰라도 페이커는 들어본 적 있는 사람이 많다. 올해 세계대회에서 우승 거머쥐고 그동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처음 데뷔한 2013년부터 훌륭한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으며 10년차인 현재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업적으로 전설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프로게이머 특성상 선수 생활을 오래하는 것은 힘들다. '에이징커브'라고 흔히 말하는 능력 저하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롤은 5:5 게임이면서 각 라인에서의 1:1또는 2:2도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내 앞에서 겨루는 맞라이너와의 대결과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기습 공격, 맵 내 소환되는 몬스터 처치, 다른 라인과의 상호작용,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 5:5 싸움 등 세밀하게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또한 스킬 명중률과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한 플레이로 킬을 따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작은 변화에도 '반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연차가 싸이며 노련해지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능력저하가 발생한다. 따라서 과거 페이커와 함께 선수생활을 하던 선수들은 대부분 은퇴하여 방송을 하거나 경력을 살려 프로게임팀에서 코치를 하기도 하며 해외리그로 나가기도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10년차 프로게이머로 세계대회 우승을 거머쥔 것은 정말 전설 그 자체이다. 13년도부터 지금까지 굵직한 업적만 보더라고 총 10번의 국내리그 우승, 3번의 MSI(여름에 진행하는 세계대회로 겨울에 진행하는 세계대회보다 규모가 작다.) 우승, 4번의 세계대회 우승을 했을뿐 아니라 2022 아시안게임에서도 국가대표로 출전해 당당히 금메달을 따내어 돌아왔다. 하지만 10년의 선수생활 내내 영광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우승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좌절한 적도 많으며 세계대회 출전권을 따내지 못 한 적도 있다. 올해 여름엔 손목 부상으로 경기에 참여하지 못해 팀이 연패의 늪에 빠졌었다. 도를 넘은 악플들은 수도 없이 많으며 생각만큼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 때도 많았다. 계속해서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견뎌냈으며 자신을 더욱 갈고 닦았다. 2013, 2015, 2016 총 세 번의 세계대회 우승 후 오랜 시간 세계대회 우승의 공백이 이어졌지만 마침내 올해 한국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스토리로 우승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묵묵히 해왔기에 우승의 기회가 내려왔을 때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항상 언행에도 조심하며 다른 선수들을 존중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페이커의 상징 포즈는 '따봉'이라고 불리는 엄지를 치켜세운 포즈이다. 경기 승리 후 사진촬영을 하던 중 카메라맨이 엄지를 아래로 내린 포즈를 요청했으나 페이커는 정중히 거절하였다. 이외에도 이스포츠 기자나 여러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무수히 많은 미담들이 쏟아져 나온다.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절대 자만하거나 거만해지지 않고 항상 겸손한 태도로 임하니 주변에서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인터뷰들을 살펴보면 데뷔 초반엔 돈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다음은 우승을 위해서 경기에 임했고 지금은 경기를 하는 것에 감사하며 즐기기 위해 경기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의 진중한 모습, 깊은 생각들을 알 수 있는 인터뷰가 많다. 팬들 사이에선 그가 책을 매우 좋아하는 것이 유명할 정도로 이동시간 등 틈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분야나 분량에 상관없이 읽고 싶은 책들을 읽으며 그의 독서 리스트를 따라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 내 얘기다. 이미 내 책장엔 페이커가 읽었던 책들이 여러 권 꽂혀있다. 두껍거나 어려운 책들도 많아서 아직 다 읽진 못 했지만 기필코 다 읽을 것이다. 기부도 많이 하는 선수를 따라서 팬들도 함께 돈을 모아 기부하거나 헌혈증을 기부하는 등 앞다투어 선행을 이어간다. 특히 이 선행은 올해 세계대회에서 재밌는 역할을 했다. 경기 전 액땜을 하고 선행스택을 쌓기 위해 매일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등의 여러 선행을 한 것이다. 이것도 물론 내 얘기이다. 매일 쓰레기를 한 보따리 주워서 분리수거장에 가져가 버렸다. 강의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도, 화단에 버려진 쓰레기도, 도로에 버려진 밟힌 음료컵도.. 줍지 않으면 우승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정말 매일 열심히 땅바닥만 보며 다녔다. 이렇게 길게 썼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커의 성공 스토리와 훌륭한 모습들을 다 담을 수 없다는 사실에 통탄스럽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추가하자면 프로게이머들은 다년 계약을 잘 하지 않는다. 매년 떠오르는 선수들이 있고 그로 인해 다른 팀에서 오퍼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해외, 특히 중국에서 오퍼가 많이 들어오며 이미 중국리그엔 한국인 선수들이 많다. 이렇게 변동되는 선수 구성과 기타 요인들로 인해 선수들도 1년 단위로 계약하는 편이다. 중국에 많이 넘어가는 이유는 쉽게 예상되겠지만 자본력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큰 판이지만 국내팀들이 중국의 자본을 이기는 것은 그냥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자본도 페이커의 마음을 살 수는 없었다. 페이커는 중국으로부터 2-300억대의 오퍼를 받았으며 심지어는 백지수표를 받았더라는 이야기까지 돈다. 그만큼 그의 실력과 상징성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하지만 페이커는 한국에 남았으며 10년을 한 팀에서 선수생활을 해왔다. 그는 팀의 상징이며 리그의 상징이다. 모두가 페이커가 은퇴하는 것을 걱정할 만큼 그가 차지하고 지탱하는 지분이 정말 상당하다. 10년차이며 이제 11년을 앞둔 선수인 만큼 주변에서 은퇴 얘기를 물어올 때도 있지만 페이커는 언제나 확고하다. 그는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선수생활을 하고 싶으며 아직은 은퇴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를 더 오래 응원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싫어하던 것을 싫어하지 않게 되는 것을 넘어 열렬히 응원하게 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손바닥 뒤집는 것도 아니고 취향이 순식간에 바뀌기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걸 가능하게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시켰으며 불가능으로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는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작은 것들에도 감사하며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수많은 팬들이 그런 그를 존경한다. 그런 그를 응원하고 부끄러운 팬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들의 우상과 닮아가려 노력한다. 나 또한 그의 좋은 습관들을 따라하며 더 나은 팬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의 성공과 행복을 기원하며 나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첫댓글 이서윤 학생 고생했어요^^ 수업 시간에 글 발표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