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 이 지난 6월 5일(월) 열린 폐막행사 ‘DIMF 어워즈’를 끝으로 18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Be the 1, No.1! 뮤지컬로 하나 되는 DIMF!’ 라는 슬로건과 함께 5월 19일(금) 개막한 제17회 DIMF는 11개 대구 주요 공연장과 도심 곳곳에서 6개국 19작품, 92회의 공연을 포함한 총 138회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DIMF 역대 가장 화려한 개막작인 ‘나인 투 파이브’ 와 폐막작 ‘로자 바글라노바’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작품과 뮤지컬로 즐길 수 있는 모든 재미가 가득했던 DIMF의 열일곱 번째 축제를 돌아본다.
글로벌 오프라인 뮤지컬의 성대한 귀환! 6개국과 함께한 제17회 DIMF! |
올해 DIMF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초청이 어려웠던 해외 작품을 대폭 늘려 영국, 카자흐스탄, 프랑스, 독일, 태국, 그리고 한국까지 총 6개국 19개 뮤지컬 작품을 선보였다.
제17회 DIMF의 개막작이자 미국, 영국을 거쳐 DIMF기간 한국 최초로 공개된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는 화려한 무대와 조명, 그리고 영국 현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들의 압도적인 스킬이 더해져 종합 엔터테인먼트인 뮤지컬만의 매력을 아낌없이 선사했다.
무대를 가득 메운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인 폐막작 카자흐스탄 <로자 바글라노바>는 전쟁 아픔 속 예술의 힘으로 일어선 위대한 가수의 이야기로 국경을 넘어 깊은 울림을 남겼고, 특히 커튼콜로 카자흐어와 한국어로 각각 아리랑을 불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주인공 ‘로자 바글라노바’를 연기한 자리나 마키나(Zarina Makina)는 마치 그녀가 환생해 돌아온 듯한 노래 실력으로 여우주연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DIMF에서 세계 초연한 프랑스 뮤지컬 <바벨-오>는 프랑스의 우화에 한국 국악을 접목해 만든 현대판 판소리 뮤지컬로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독일 문학의 거장 ‘테오도르 폰타네’의 소설을 각색한 독일 뮤지컬 <에피 브리스트> 는 짜임새 있는 무대 구성과 ‘베를린’을 ‘대구’로 각색한 넘버로 즐거움을 더했다.
한국 작품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재)국립정동극장이 만든 수작 <비밀의 화원>은 위로와 희망 가득한 스토리와 세련된 음악으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큰 사랑을 받았고, ‘제16회 DIMF 창작뮤지컬 상’ 수상작으로 1년간 업그레이드를 거쳐 돌아온 <메리 애닝>은 더욱 탄탄해진 서사와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호평 받았다. 특히, 6월 2일(금) 드디어 베일을 벗은 DIMF 11년 만의 신작 <애프터 라이프>도 중독성 가득한 멜로디와 뮤지컬 신예들의 열연으로 성공적인 초연무대를 올렸다.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 ! 다채로운 뮤지컬 콘텐츠로 풍성함 더해 |
본격적으로 마스크에서 자유로운 축제를 개최함에 따라 제17회 DIMF를 즐긴 참여객은 오프라인 22만여 명, 온라인 5만여 명으로 지난해 오프라인 15만여 명, 온라인 12만여 명과 비교했을 때 축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즐기는 양상이 뚜렷했다.
제17회 DIMF의 개막 일주일 전에는 DIMF와 대구시 수성구가 힘을 모아 만든 뮤지컬 거리공연 축제인 ‘2023수성못뮤지컬프린지페스티벌’이 4일간 수성못 일대에서 열려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2만 8천여 명의 시민과 함께한 개막축하공연으로 성대하게 출발한 제17회 DIMF는 다채로운 공연과 프로그램으로 뮤지컬도시 대구를 가득 채웠으며, 16개 부문 23명(작) 시상이 이루어진 DIMF 어워즈로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DIMF는 18일간 매일 프로그램이 열리도록 구성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평일 낮시간을 이용한 ‘마티네’ 공연도 진행해 학생 단체관람, 주부 등 저녁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이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했다.
DIMF의 전작품을 1만 원에 관람 할 수 있는 이벤트티켓 ’만원의행복’은 서울 등 전국에서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온 젊은 청년들로 북적였고 숱한 매진을 기록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뮤지컬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부대행사인 ‘열린뮤지컬특강’은 영국 ‘나인 투 파이브’의 안무캡틴 시에라 브루어튼(Sierra Brewerton)에게 직접 공연 속 안무를 배우는 체험형 프로그램과,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전문가인 김문정 음악감독에게 생생한 뮤지컬 현장 이야기를 듣는 ‘All that musical’ 강연으로 관객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사전신청 오픈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뮤지컬배우 신영숙과 함께하는 ‘스타데이트’와 작품에 대한 이해와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열린 ‘M.Talk’, 뮤지컬 배우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하이터치회’&‘팬사인회’, 화려한 무대 뒤 미지의 세계를 투어하는 ‘백스테이지 투어’, 따스한 봄날씨와 함께한 야외 뮤지컬 상영회 ‘뮤지컬이 빛나는 밤에’,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거리공연 ‘딤프린지’와 뮤지컬 대중화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 ‘찾아가는 DIMF’까지 다양한 부대행사를 선보였다.
축제의 열기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6건의 생중계 콘텐츠로 글로벌 관객을 비롯한 현장 방문이 힘든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적극 유도했다. 1만 5천여 명의 온라인 관객과 함께한 '개막축하공연'과 DIMF에서 처음 공개되는 창작지원작 4편과 공식초청작 1편을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송출하며 랜선 관객 5만여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특히 가장 큰 인기를 모았던 ‘개막축하공연’은 향후 글로벌 공연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인 메타씨어터를 통해 전세계 154개국에 방영해 축제를 향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새로운 뮤지컬 콘텐츠 8편 발굴 & DIMF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결실 돋보인 축제 |
세계 각국의 기성 뮤지컬 작품은 물론, DIMF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 새로운 K-뮤지컬의 활약도 돋보였다.
먼저 지난 12월 공모를 통해 선정되어 초연을 펼친 창작지원작 <왕자대전>, <일기 쓰는 남자>, <Town of 해방>, <The Tempest> 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소재로 주목받았고, 그중에서도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왕자대전>은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9월 3일(일)까지 계속되는 장기 공연으로 그 무대를 옮겨 공연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다.
또한 DIMF의 개최지인 대구 창작진들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마련한 ‘DIMF 뮤지컬 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을 연계행사로 개최해 <더 마스크>, <이브>, <갱디>, <넬리 블라이>까지 총 4개의 뮤지컬 콘텐츠를 새롭게 선보이며 지역의 예술가들이 활약할 기회를 열었다.
DIMF가 활발하게 운영 중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결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뮤지컬 전공 대학생만을 위한 경연축제인 ‘제17회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한 8개 대학(한국 7, 태국 1)은 프로 뮤지컬팀 못지않은 끼와 실력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뮤지컬의 매력을 널리 알렸다. 그 가운데 홍익대학교(베어 더 뮤지컬)와 청강문화산업대학교(넥스트 투 노멀)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놀라운 무대를 펼쳐 공동 대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뮤지컬 신예 발굴 프로젝트인 ‘DIMF 뮤지컬스타’에서 탄생한 예비 스타들과 뮤지컬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DIMF 뮤지컬아카데미’ 출신들이 축제의 다양한 프로그램 속 주축으로 참여했다.
‘DIMF 뮤지컬스타’에서 발굴된 스타로 공식초청작 <애프터 라이프>에는 ‘제17회 DIMF 어워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김태윤(2회)을 비롯해 이유리(2회), 손광혁(7회)이, <리딩공연>에는 노용원(3회), 나현진(6회)이 참여했다. ‘DIMF 뮤지컬아카데미’ 출신으로 공식초청작 <메리 애닝>에는 작가 이가은(6기), 작곡가 정예영(5기), 공식초청작 <애프터 라이프>의 배우 전소형(8기) 창작지원작 <The Tempest>의 작곡, 음악감독 구지영(1기), DIMF 뮤지컬 인큐베이팅사업 선정작 <더 마스크>의 작가 손수민(4기) 및 작곡가 진주백(4기), <넬리 블라이> 작가 김민성(9기) 등이 활약했다.
더욱 세밀해진 창작뮤지컬 개발 지원의 성과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멘토링을 통해 작품의 초기 단계 개발을 지원하는 2022년 DIMF 뮤지컬 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에서 처음 소개 된 ‘The Tempest’는 이후 6개월간의 업그레이드로 2023년 ‘제17회 DIMF 창작지원사업’에 당당히 선정되었고, 다시 6개월간 무대화 작업을 거쳐 완성도 높은 초연 무대로 호평받았다. DIMF는 해당 사례와 성과를 바탕으로 단계별 창작뮤지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국내·외 인사들이 한 자리에! 글로벌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한 DIMF |
축제를 즐긴 건 뮤지컬팬과 시민들 뿐만이 아니었다. 국내·외 인사들도 3년여 만에 왕래가 자유로워진 만큼 모처럼 축제를 방문해 DIMF의 다양한 뮤지컬을 관람하며 축제를 만끽했다.
세계 최대의 박물관 그룹인 스미소니언(Smithsonian) 재단의 폴 테일러 박사(Paul Michael Taylor)가 제17회 DIMF 기간 대구를 방문해 축제 현장을 둘러봤다. DIMF는 스미소니언 재단과 합력해 2026년 DIMF 20 주년 기념책자를 발간하고, DIMF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창작뮤지컬 제작 및 미국 워싱턴 D.C의 케네디센터에서 공연을 추진하는 등 다각도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중국 Mahua Fun Age(开心麻花娱乐文化传媒股份有限公司) 프로듀서진과 대만 QAF(Quanta Arts Foundation) 프로듀서진은 DIMF가 제작한 창작뮤지컬 ‘애프터 라이프’를 관람하고 저작권 구매 제안을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DIMF는 이들과 오는 2024년 해외 라이선스 버전의 ‘애프터 라이프’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의 연구 지원금을 받아 DIMF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쓰기 위해 방문한 대만 작곡가 장심자(張芯慈)는 축제 전 일정에 참여하며 창작지원 및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문영호 대표, (재)국립정동극장 정성숙 대표, 블루스테이지 정회진 대표 등 국내 유수의 기관과 제작사도 해외 공식초청작을 관람하며 해외 프로듀서와 만남을 가졌다.
뮤지컬 산업 발전과 한국 유일의 글로벌 뮤지컬 축제인 DIMF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도 열렸다. 제17회 DIMF의 연계행사로 한국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엔터테인먼트학회가 주최하고 DIMF와 (사)한국뮤지컬협회가 공동 주최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축제 그리고 도시브랜드’에서는 (사)한국뮤지컬협회 이종규 이사장, 단국대학교 전종우 교수, 동국대학교 홍정민 교수 등 뮤지컬 관계자 및 학회원들이 참여해 축제가 펼쳐지는 현장을 돌아보며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대구의 도시브랜드 창출과 공연문화산업의 활성화를 주제로 활발한 토의를 이어갔다.
올해 DIMF는 글로벌 아티스트를 위한 교류의 장의 역할도 했다. 개막작인 영국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 영국 오리지널 오케스트라팀에 5명의 대구 출신 연주자가 함께하도록 해 교류의 폭을 넓혔다. 공식초청작 프랑스 뮤지컬 ‘바벨-오’는 3명의 프랑스배우와 1명의 한국배우가 함께 공연을 펼치지도 했다. DIMF는 앞으로도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협업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다양하게 열고자 한다.
이처럼 관객과 국내·외 공연팀, 그리고 뮤지컬관계자까지 모두를 아우른 제17회 DIMF가 지난 18일간의 뜨거웠던 여정을 마무리하며 내년을 기약했다.
DIMF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제17회 DIMF가 성황리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뮤지컬 팬과 시민, 관계자 분들 그리고 최상의 공연을 위해 열정을 쏟아낸 국내·외 공연팀 및 스태프, 축제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딤프지기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라며 “DIMF가 모두에게 행복한 추억이 되었기를 기원하며 올해 시기상 다소 아쉬웠던 부분들을 보완해 제18회 DIMF는 보다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 뵙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DIMF는 오는 6월 25일(일)까지 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문화예술전용극장CT에서 DIMF가 직접제작한 웰메이드 창작뮤지컬 ‘애프터 라이프’의 공연을 이어간다. (문의 053-622-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