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월 10일 있을 총선의 대진표가 확정됐습니다. 지난했던 공천과정이 일단 종료됐습니다. 친윤 비윤 친한 비한 친명 비명 등으로 갈려 총선 본선보다 더 험하고 힘들었던 예선전은 마감된 것입니다. 각 당의 내부사정을 미주알 고주알 언급할 필요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각당의 이번 총선 예선전에서는 보일 것, 안보일 것, 보여서는 안되는 것들이 마구 등장했습니다. 공천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 뒤 새로 당을 만드는 것은 예전 선거때도 봐온 것이어서 새롭지도 신선하지도 않았습니다.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도 선거때는 다반사입니다. 이번 총선 예선전에서 독특한 것은 서로 비슷한 것이 전혀 없는, 오히려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당으로 옮겨가는 경우입니다. 아무리 공천과 관련해 불만이 있더라도 무소속으로 나가든 성향이 비슷한 곳으로 가든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혀 비슷할 것이 없는 당으로 옮겨가는 인물들을 보면서 정치가 참으로 허접한 것이구나 느끼게 합니다. 당은 그냥 내건 이름표일 뿐입니다. 오로지 당선만이 정치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신이 몇번 당선된 곳이 오로지 자신의 인물됨때문에 된 것으로 착각하는데서 출발한다고 보여집니다. 조금 젊은 시절 이른바 객기로 SNS에 올렸거나 언급한 것까지 이제는 모두 드러나는 세상입니다. 인공지능까지 가세하고 있습니다. 정말 평소에도 입조심하고 행동조심하지 않을 경우 결정적인 순간에 다 드러나고 맙니다. 무서운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되돌아 보면 이번 예선전에서 이 나라 정치판이 보여줄 것은 일단 다 보여준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말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분명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버라이티한 일종의 대 이벤트였습니다. 아마도 공연티켓을 팔았다면 흥행에는 꽤 성공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각설하고 이제 본격적인 본선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공식적인 선거전이 벌어지면 전국 곳곳에 확성기에 마이크소리가 요란할 것입니다. 중소형 트럭들의 품귀현상까지 빚어질 것입니다. 봄꽃들이 요란한 소리에 놀라 개화를 늦추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긴 겨울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꽃 놀이가 4월 10일까지는 정치적 요란함과 상춘 인파가 혼합돼 대단한 혼란을 빚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정해진 총선은 잘 치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정치적 중립자입니다. 특정 정당을 위한 이야기는 삼가하는 것은 물론 금기시합니다. 그런 중립자적 입장에서 이번 총선을 바라보는 마음을 적습니다.
이제 제발 막말 유세는 그만합시다. 막말은 그냥 후보자 가족이나 친구들과 밀실에서 떠드시고 제발 공공연한 유세장에서는 자신의 당이 앞으로 어떻게 이 나라의 정치를 이끌 것인가와 지역구 주민들을 위해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할 것인가만 말하시길 바랍니다. 막말은 누워 침뱉기와 마찬가집니다. 다른 후보와 다른 당의 흉을 보다가는 그 흉이 바로 자신의 얼굴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 후진성은 여나 야나 혼자서 만든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이 나라 정치인들이 합심해 만든 것 아닙니까. 이제라도 제발 막말을 중단하고 미래지향적인 발언에 주력하시길 바랍니다. 자칫 막말 하나가 선거판을 뒤엎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지지율 그것이 선거당일 아니 선거가 끝날 때까지 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뒤집어질 수도 더욱 공고화될 수도 있습니다. 오로지 유세장에 나가는 후보자와 각당의 핵심 리더들의 언행에서 결정됩니다. 그리고 제발 즉흥 연설보다는 종이에 적어 읽으세요. 아무리 유세의 달인이라도 말이 많다보면 실수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모습을 상대당이나 선관위나 기레기 그리고 유튜버들이 가만히 두겠습니까. 조금 덜 멋지더라도 안전하게 돌다리를 두드리면서 개울을 건너기 바랍니다.
총선은 이제 이주일 남짓 남았습니다. 새로운 선거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수능시험을 한달 앞두고 새로운 참고서를 사지 말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지금껏 해온 것을 복습하고 실수를 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 잡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괜히 요상한 전략을 동원하다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많습니다. 대체적으로 막판 꼼수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봐왔던 각당의 전략가운데 막판 꼼수가 통한 경우가 그다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정도가 아닌 꼼수는 현대 정치판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 극약처방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당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당의 요상한 꼼수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선거가 끝날때까지 방심하면 필패입니다. 선거는 전쟁이라고도 하는데 어떻게 해서라도 이기고 싶은 것이 후보자들의 심리일 것입니다. 각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선거는 현정권이 집권 2년동안 괄목할 일들을 했기에 지지하는냐와 현정권 2년 내내 국민들이 피곤하고 민생이 어려우니 심판하느냐의 의미가 강한 선거로 판단됩니다. 그런 선거인 만큼 요상한 전략이 도처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우의 수를 잘 판단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상대의 수에 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모두 현명하지 않습니다. 별별 유권자들이 다 있는 법이지요. 원래 유권자들이 그렇습니다. 그러니 요상한 꼼수에 휩쓸려 판단이 바뀔 유권자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보자들 몸조심 하시길 바랍니다. 대선의 경우에는 각 당 후보자들에게 경호인력이 배치돼 신변보호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총선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방비 상태입니다. 언제 어디서 이상한 세력이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뭔가 새로운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이지요. 선거 판세가 박빙일 경우 특히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엉뚱하게 특정 후보에 대한 불만 세력이 일으킨 것이다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각 당 후보들은 스스로 신변보호를 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정치는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자칫 조금만 잘못해도 엄청난 화를 입는 것이 바로 정치판입니다. 요즘은 언론에 기레기에 유튜버들까지 온 나라 국민들이 모두 기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그냥 넘어갈 것도 요즘은 침소봉대되어 알려지게 됩니다. 정치인들은 선거로 결정되고 그 선거는 표의 결과입니다.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들 찾아가는 것이 바로 유세전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모든 자리가 다 그렇지만 특히 정치를 하려는 인물들은 자기 스스로 자신뿐 아니라 자신의 주변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젊었을때부터 언행을 조심하지 않으면 정말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그런 일이나 말을 한 것도 잊은 상황에서 결정타를 맞게 됩니다. 어린 시절 멋모르고 한 행위라고 강변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한번 음주운전 사고로 인생을 망치는 것과 아주 흡사합니다. 남들은 모르겠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인생 그가운데 정치판은 살얼음판임이 분명합니다. 그런 살얼음판위를 지금 이시간에도 수많은 후보자들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후보자 모두 제발 살얼음판 아래로 빠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2024년 3월 2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