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유니폼을 입고 90년대부터 한국축구 희비의 쌍곡선에 언제나 자리하던 터줏대감 ‘H-H 라인’은 대표팀에서 더이상 만나볼 수 없다. 거스 히딩크라는 ‘영웅’이 떠나간 자리에 움베르투 코엘류라는 또다른 명장이 와 새판을 짜며 여전히 뜨거운 축구의 열기를 전하고 있지만 그들이 떠나간 자리는 웬지 휑하기만 하다. 대신 코엘류호에는 새로운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황선홍 홍명보의 화려하기만 했던 행적을 뒤쫓을 이들이 과연 누구일지 축구팬들도 촉수를 드리대고 대표팀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2006년 월드컵도 이젠 3년 앞으로 다가왔다. 멀게만 느껴지지만 어찌보면 4강에 버금가는 성적을 기대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과연 코엘류호는 4년마다 새 판을 짜는 ‘월드컵 주기’에 맞춰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
●‘세대교체’는 지구촌 축구계 화두
2002월드컵에서 스페인의 국가대표 수비수로 나섰던 레알 마드리드의 이에로는 2002~2003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전 이탈리아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며 그저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를 원죄로 뒤집어 썼다. 잉글랜드의 사령탑 에릭손 감독은 벌써부터 18세 소년 루니를 중용하며 오언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2002월드컵때 한국에 일격을 당했던 포르투갈도 올초 브라질 출신의 귀화 선수 데코의 국가대표팀 발탁을 놓고 설왕설래를 이어가더니 지난 3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그가 2-1 결승골을 터뜨리자 벌써부터 그를 영웅시하고 있다.데코는 소속팀 포르투를 올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으로 이끌며 또 한번 그 진가를 발휘했다.가깝게는 일본도 한국과의 지난 달 대결에서 오쿠보 등 신예들을 잇달아 시험기용하며 ‘새 피’ 수혈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최근 월드컵 1주년을 기념해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의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4강과 관련해 “2006월드컵에서 또다시 4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멀리 보고 세대교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새로운 선수로 물갈이하고 독일월드컵에서 16강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세대교체’는 월드컵의 추억을 반추하는 요즘에 가장 필요한 축구계 화두이기도 하다.
●‘새 피’ 수혈로 새 틀 짜기에 나선 코엘류호
지난 3월 대표팀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100일이 지난 코엘류 감독은 아직 자신이 원하는 축구의 색깔을 완벽하게 한국 대표팀에 덧칠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K-리그의 빡빡한 일정 중 틈을 내 두세번 3~4일간의 짧은 훈련을 거치며 지난 달 한·일전에서 첫 승리를 거뒀지만 그가 내세운 4-2-3-1시스템의 틀을 갖추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가 K-리그 경기를 돌며 발탁한 선수를 보면 수비수 조병국(22),미드필더 김두현(21·이상 수원삼성) 최성국(20·울산현대),스트라이커 조재진(22·광주상무) 정도로 가닥이 잡힌다.모두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어서 세대교체와 맥을 같이 하는 측면이 있어 긍정적이다. 수치상으로 따져봐도,지난 달 한·일전을 위해 가동한 선수들 22명의 평균 나이도 26.1세로 지난 해 월드컵(27.1세)때보다 한 살이 적다.
코엘류 감독은 일단 새로운 자리에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줘 세대교체의 터를 닦고 있다. 다만 그의 단기 목표가 계약 만료 시점인 2004년 8월,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맞춰져 있는 게 세대교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월드컵 4강팀이기에 아시안컵에서 우승까지 챙겨야 한다는 압박감도 적잖은 상황이다. 아시안컵은 멀리 2006월드컵을 겨냥한 장기적인 청사진을 꾸리기 위한 세대교체의 징검다리 구실을 해야 바람직하다.
●세대교체의 ‘보이지 않는 힘’-선수 발굴 시스템
대표팀의 한 코치는 “현재 대표팀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수비진은 젊은 선수들을 주전으로 세우기에는 뭔가 부족한 게 있다. 포백에 대한 적응력 차원에서 김태영 최진철 등 서른이 넘은 선수를 당분간 끌고 갈 수 밖에 없고 당장 세대 교체를 한다면 미드필더나 스트라이커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세대교체라는 이름으로 대신할 좋은 선수들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우리의 현실은 국가대표팀의 인프라 구조로 프로 12개팀이 그 근간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코칭 스태프는 프로리그를 순회하며 쓸만한 선수를 발굴하고 있다.
이런 현실속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운영하고 있는 ‘5개 권역 유소년 상비군 제도’는 아직 결실을 맺을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축구의 미래를 봤을 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서울,경기,강원·충청,제주·호남,영남권으로 권역화한 지역에서 각기 연령별 유소년 대표를 운용하며 선수들을 발굴하는 시스템이다.1년에 1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협회에서 파견된 유소년 지도자들이 12~16세 사이의 유망주들을 지역별로 뽑아 정기적으로 훈련시키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열고 있다.현재 각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17세 이하 대표팀은 전원 이같은 발굴시스템을 통해 옥석이 가려진 첫 결실이기도 하다. 협회는 이같은 발굴 시스템의 확충을 위해 2002월드컵 잉여금 중 일부를 지원받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협회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소년 축구유학의 경우,지난 달 양동현 강진욱 어경준 이용래 김동민 등 1기멤버가 프랑스 메츠에서 8개월간의 교육을 받고 유럽 유수의 클럽 유소년팀과 계약을 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협회는 9월중에 2기 멤버를 골라 프랑스 독일 브라질 중 한 곳에 유학을 보낼 예정이어서 향후 세대교체라는 큰 틀에서 바라봤을 때 튼실한 기반이 되고 있다.
-스포츠서울
첫댓글 네덜란드는 무엇인가????ㅡㅡ세대교체좀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