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겨울산입니다. 일단 저와는 다른 관점에서 글을 쓰셨지만 소제목까지 부여하면서 글을 작성하신 점에 대해 존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프님께서 이른바 선수를 사랑하시는 분들에 대해 본문에서 직접 언급하면서 글을 쓰셨기에, 님이 언급해주신 팬에 속하는 제가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프님께서는 크게 3가지 정도를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1. 김성근 감독이 50년이나 야구에 매진한 전문가인만큼 비전문가인 팬들이 나서서 비판하기보다는 좀더 존중해주자. 단연코 올해 투구 여파로 내년에 허덕이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2. 올시즌 이글스에게 어울리는 키워드는 독재와 혹사가 아니다. 희생과 팀웍이다.
3. 선수를 사랑하자는 이들이 정작 팀을 위해 열심히 뛰고 공헌해준 권용관을 결정적인 실책 2개를 했다고 비난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선수를 존중하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간다.
이제 하나씩 대응해보겠습니다.
1. 김성근 감독에 대한 인격적인 존중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다만 비전문가인 팬들이 감독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자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무수한 예들을 열거할 수 있지만 단적으로 투수 혹사 문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올해 한화처럼 투수들이 무리하고 아프거나 전력에서 이탈한 팀이 있나요? 부상당한 투수가 한두 명이면 이해하겠지만 지금 그렇지가 않습니다. 박정진, 안영명, 김민우, 안영명이 아프다고 알려져 있고 김기현도 아픈 것으로 보입니다. 팬들 입장에서는 이들이 내년에 문제가 단연코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야구 50년 경력이 존중받고 투수에 대한 관리 능력이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이렇게 많은 투수가 아파서 이탈하는 사태는 애초에 없었어야죠.
2. 지프님이 말씀하시는 희생과 팀웍의 팀이 한화라는 것에 저도 적극적으로 동의가 됩니다. 그런 취지의 말씀을 선수들의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해주신 것에 대해 팬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저도 뿌듯합니다. 저 또한 그런 관점에서 경기 후 글을 작성한 적도 있었고 김성근 야구의 미학에 대해 글을 쓴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2015 한화에서 희생과 팀웍이라는 가치가 빛났다는 얘기에 100% 동의합니다.
그러나 제가 얘기하려는 것은 그런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올시즌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독재와 혹사이면서 희생과 팀웍이라는 두 얼굴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양자택일할 수 있는 면이 아니라는 것이고요. 부정적인 얼굴도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본인이 직접 선택한 모건을 포용하지 못했습니다. 쓰지 않을 것이면 뽑지 말았어야죠. 그가 장난기 많고 과장된 세레모니를 하는 선수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를 포용하지 못했다는 거죠. 여기서 포용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느냐면 결국 자기 자신의 가치를 내세우고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에게 적응하지 못한 선수가 모건 하나면 제가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냥 그 친구가 문제아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김광수도 떠났습니다. 김광수는 기아에서 잘하고 있죠. 그래요. 김광수도 감독 성향상 못마땅한 면이 있었다고 해봅시다.
저는 임준섭과 양훈이라는 두 선수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양훈은 한화를 떠나서 자기 스타일을 존중받으면서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임준섭은 한화에 와서 폼 교정을 겪으면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야만 했습니다. 양훈은 승리 투수가 된 후 한화에서는 폼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야 했지만 넥센에서는 편하게 던지라고 하고 충분히 시간을 주어서 잘 던질 수 있었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습니다. 반면에 임준섭은 본인의 폼을 버리고 새로운 폼에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했죠.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실 것입니다. 바로 주입식 교육과 자기주도형 학습의 차이죠. 임준섭에게 하나의 모범적인 폼을 제시하고 적응을 주문하는 것은 획일적이고 단방향적 학습입니다. 하지만 양훈의 경우에는 정반대였죠. 양훈은 스스로 편한 폼을 찾으려고 했고 넥센은 그가 자기가 만든 폼으로 잘 던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임준섭과 양훈에서 김성근 감독의 일방적인 주입식 지도의 단점을 봅니다. 그리고 그런 지도방식이 지금과 같이 다원화된 시대에 통용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로저스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당한 오심으로 강판된 선수가 분노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글러브를 던지자 규율과 벌금을 통보해서 덕아웃에서 싸웠다는 사건입니다. 이것 역시 상대의 입장과 처지를 존중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가치만을 내세우는 김성근 감독의 일면입니다. 이것뿐인가요? 연투가 어렵다고 하는 박정진에게는 그럴거면 선수 생활을 그만하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한숨만 나올 뿐이죠.
저는요. 인정할 것은 서로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어제 김성근 감독이 잘한 점으로 쉽게 지지 않는 팀을 만든 것과 수비를 개선시킨 점과 일부 야수들의 실력 향상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성근 감독의 어두운 얼굴이 가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3. 권용관에 대한 비판은 선수의 존중 여부와는 별로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올시즌 권용관의 쓰임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던 분은 권용관이라는 선수보다는 조정원이라는 선수의 가치를 좀더 높게 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들도 권용관보다는 한상훈이라는 선수의 가치를 높게 본 것 같고요. 권용관 쓰지 말고 한상훈이나 조정원을 쓰자고 해서 그것이 선수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엘지전 1루수 위치에서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권용관에 대한 비난은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아전에서 땅볼 타구를 잡지 못해서 결국 권혁이 역전을 허용하는 사태가 일어났을 때는 본래 자기 위치인 유격수 수비에서의 결정적인 실책이었기 때문에, 그보다 앞선 경기에서의 실책과 묶어서 비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것은 그가 수비 전문 베테랑 선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튼 권용관의 예를 들면서 선수를 사랑하는 분들이 정작 선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얘기하신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권용관 선수를 비판한 것은 이른바 선수를 많이 사랑한다고 알려진 사람들만의 목소리도 아니었습니다. 감독의 열성적인 팬들도 거의 같은 목소리였던 것으로 압니다.
아무튼 이것이 지프님의 글에 대한 저의 답신입니다. 한화이글스를 응원하면서 많이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김성근 감독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일방적이고 권위적이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지도 방식이 성적에 대한 그의 조바심과 결합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매우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올시즌을 돌아보면서 그런 점을 결코 간과할 수 없고요. 그래서 계속 비판적인 주장을 전개할 생각입니다. 그렇더라도 지프님과의 추가적인 논의에 대해서는 환영의 입장입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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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바쁜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겠네요. 좋은 저녁 시간 보내시길.
아...겨울산님...비판많이하셔서 김감독스타일이 싫어서인줄 알았는데...이렇게 명확히 분석하시는 눈이 있으셨군요...
저는 잘한 점 칭찬하고 잘못한 점 비판하는 하나의 팬일 뿐입니다. 잘못이 고쳐지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고 확장되는 상황이 되면서 비판의 수위가 계속 올라간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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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야구를 하려면 선수들이 마음껏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잘 안되죠. 선수가 소화하기 어려운 작전을 주문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제가 김성근 감독에게 아쉬운 것은 오직 자신만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박정진, 권혁이 이탈하자 비판 여론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목소리는 무시하고 송창식 김민우를 무리시켰죠. 여기서 화가 나는 겁니다.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거죠. 김민우 팔꿈치 통증!
제가 이글이글에 큰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기에 겨울산님이 어떤 분이신지 잘 모릅니다.
다만 이렇듯 제 글에 관심을 갖아주시니 그 점은 고맙습니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나와 다른 누군가를 한 평생 수도없이 많나는 삶의 연속이기에 의미 있고 배울 수 있고 그 속에서 희노애락을 느끼며 산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야구 보면서 그 정도하면 되는거 아닐까요?
굳히 논쟁한다한들 같은 팀을 응원하는 동료로써 남는 것은 무얼까 합니다.
끝으로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입니다. 김성근의 한화이글스가 아니고요. 그 사람이 아니라 생각되고 그게 절대다수의 생각이라면 곧 갈리겠죠. 좀 더 릴렉스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
결국 가치의 문제입니다. 저는 김성근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글스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님과 논쟁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비판을 멈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지프님은 지프님대로 이글스의 야구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겨울산 저도 겨울산님의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또 존중합니다. 고맙습니다.
@jeep1 훈훈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정말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바와 똑같습니다. 겨울산 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비판이 필요없어질 날이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님의 생각에 공감하고요
오랜만에 시원한글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런논쟁은 지지합니다 그런데2번에나온 얘기들은 사실확인이 된것인지 루머인지 그럴것이다라는 예상인지 궁금하네요~김광수 양훈 유창식과 임준섭 박성호는 좀더 지켜봐야 손익을알수있지 않을까요? 로저스도 감독님과 사이 좋아보이구요
덕아웃 싸움은 사실로 보고 있습니다. 감독과 로저스가 나눈 대화까지 인용부호를 써가면서 구체적으로 보도했는데, 기자가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사건 자체를 허구적으로 지어내서 쓰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본문에서 트레이드의 손익에 대해 쓴 것이 아닙니다. 야구는 순간의 스포츠입니다. 한순간의 판단과 결정이 시즌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줄 때가 많죠. 그런 점에서 로저스와 감독이 지금 사이가 좋아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우나 그렇다고 과거에 갈등했던 [그 순간]이 없었던 것이 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겨울산 그갈등이 내년시즌을위한 길들이기정도면 좋겠네요ㅎㅎ올해만쓸거같았음 무조건 한게임이라도 더 돌렸을테니..테임즈 재계약기사보고 로저스생각 많이나더라구요~
@천안꽃돼지 저도 로저스 재계약 무척이나 바랍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길들인다는 말은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어휘입니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 누가 누구를 길들이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생각하고 있네요. 아무튼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