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초등학교 동창 모임인 밴드에 올린 글입니다. 친구들에게 말하는 어투라 존칭이 아닙니다. 이 점 양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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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정초부터 좀 짜증나는 소식 전해서 미안하다.
방금 전 <근무종료 예고 통보서>를 받았다. 일종의 해고 통보서인데, 사유는 "감원"이다.
올해부터 감단직(=감시 및 단속적 근로자, 아파트 경비 및 보안대원, 주차감시원 등) 임금이 그동안 법정 최저 시급의 90%까지 못 받아왔던 것을 100% 다 보장받게 법이 통과되었다. 그런데 올해 최저 시급이 이와는 별도로 올라서, 이걸 감안하면 감단직 임금은 작년보다 제법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

며칠 전 내가 근무하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기존 근무자들의 감원을 최종 결정했다. 이 곳은 입주자 회의가 최종 권한을 가지고 있는 터라 하청업체인 내 소속 회사는 그 결정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근무자 8명 중 3명을 해고하게 됐고 내가 그 3명 중 1명으로 결정났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동료들이라도 오른 임금의 혜택을 받으면 좋은데 이게 그게 또 아니다. 새로 작성하게 될 고용계약서는 그동안 2시간 휴식시간이었던 것을 4시간(혹은 5시간?)으로 늘려 전체 급여가 안 올라가게끔 만들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야 급여와는 별개로 주식운용으로 내 연봉의 몇 배는 버는 사람이라 타격이 적지만 다른 동료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돼버려서 경제적 타격이 심한 편이다.
오랜동안 사용자 입장에서 사회생활을 했었고 몇 해 전부터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회사와 고용, 임금 등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졌었는데, 막상 근로자의 입장에서 이런 일을 겪게되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게 된다. 그동안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들의 심정이 얼마나 아릴까 하는 깊은 고뇌도 하게 되고....
이래서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 성숙해진다고 하나보다.
이제 새로운 도전이 찾아왔다. 기쁜 마음으로 받아드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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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 예고"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데, 막상 당사자의 입장이 되보니 한편으론 어떨떨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마음이 싸~하기도 합니다. 전국 아파트 감단직 근로자들의 대량 해고가 이어지는 광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안타까운 우리 한국의 자화상이 기분을 씁쓸하게 합니다.
첫댓글 앞으로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막상 당사자가 아니면 느끼지 못할 부분입니다. 이러한 부분이 점점 개선되야할텐데 점점 악화되고 있군요, 저는 해고의 터널을 빠져나오는데 2년가까이 걸렸는데 배운것도 많았고 세상을 보는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게 되더군요. 지금 이 작은 바람이 알빠치노님의 인생에 커다란 밑거름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매스컴에서 읽었는데 가까운 분께서 겪으시니 남일이 아니군요. 고쳐져야할 법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결과가 그러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누구의 아버지고 ,누구의 친구며, 누구의 할아버지이고 동료였을텐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물건취급하듯이 필요없다 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기운내시기를 바랍니다.
어느 날 해고통고는 너무나 가슴아픈 충격일거라 생각됩니다. 작년 내내 금융권에서 들려오던 말이 대량 해고,또는 감원이었는데 여기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네요. 고용유연성이란 미명하에 사회적으로 이런 일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물론,알빠치노님이야 다른 소득이 있어서 그다지 충격이 크지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보통 한 직장만을 바라보고 살아오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고용 유연성도 좋지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그들이 아픔이 얼마나 클지도 헤아려주는 아량있고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인위적인 최저임금제는 노동의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나 해고를 피할 수 없죠.
안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