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현리
상면 임초리(林草里) 버스 정류장에서 남쪽으로 산비탈을 돌아가
면 두갈래 계곡이 나타나는데, 이곳 소지명을 돌머루라 부르며
여기서부터 행현리(杏峴里)가 시작된다. 이 부락에는 명산으로
이름난 해발 875m의 축령산(祝靈山)이 하늘을 찌르는 듯 웅장하
고 위엄있게 솟아 있는데, 이 산이 아름답고 신비하여 비령산(秘
靈山)이라고도 부른다. 산아래는 무성한 잣나무로 뒤덮여 있고,
봉우리는 뾰족하다. 비탈진 산허리마다 여기 저기 인가가 보이
고 안개마저 자욱하다.
한마디로 여기가 무릉도원(武陵桃園)인가 의심이 갈 정도로 한유
하여 이곳이 신령한 마을 비령이라는 사실이 실감나게 느껴진
다. 이곳이 신령하여 산천이 영험하다는 소문이 나자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모여들기도 하였으며, 조선조 7대 임금인 세조(世
祖)는 어린 단종(端宗)을 밀어내고 왕위에 올랐으나 못된 병에
걸려 가진 고생을 다하다가 이곳에 내려와 산천에 치성을 드린
후 병이 나았다는 사랑 방 이야기도 전한다. 세조가 어느해 겨울
에 이곳으로 돼지 사냥을 나섰는데, 산돼지들이 나타났다가 언덕
을 넘어 도망쳤는데, 산돼지들이 숨어 버린 곳을 은저막(隱猪幕)
이라 부른다고 한다.
현재 국회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경기도 향토사 자료 가운데서
가평군편 전설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신비한 내용이 기록되
어 있다. "상면 비령리(秘靈里) 부락과 남면 비러터(秘靈垈 금대
리) 주민들은 무슨 이유인지 분명치는 않으나 그 부락민이 타향
에 이사가서 살면 걸식(乞食)을 하게 되고, 타향에서 이 부락으
로 이사해 오면 반드시 부자가 된다. 그리하여 이때부터 이곳으
로 이사해 와서 사는 이들이 많아졌음은 물론이요, 모두 부자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각설하고, 행현(杏峴)이란 살구재(고개)라
고 하는 한문식 명칭이며, 항사리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이 살
구재이다. 1871년도에 편집 발행된 가평읍지(加平邑誌)에 이르
면 행현리에는 41호가 살았고, 축령리(기와집골)에는 18호가 살
았던 것으로 보아 많은 주민이 살지는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행현리에서 임초리로 넘는 고개를 "헐떡고개"라 하는데 이
고개가 가파르다는 뜻이 담겨져 있고, 고개 아래 조그만 마을을
장참마을 이참마을로 부르는 것은 이 마을에 장참봉(張參奉), 이
참봉(李參奉)이 살았던가 아니면 택호(宅號)가 참봉댁이었음이
분명하다.
이 부락에서 마을회관을 지나 하얀 물보라가 일렁거리는 계곡을
따라 오르면 무성하게 우거진 잣나무 숲 사이로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들이 목욕하며 노닐 것만 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끝없
이 이어진다. 하늘에서 쏟아져 나왔을 성싶은 새하얀 물이 바위
를 뚫고 쏟아져 내리고 이내 푸른 소(沼)를 이루다가 다시 찔레
나무 옆을 회돌아 몰아 떨어지는 장관은 이곳이 필시 무릉도원
(武陵桃園)의 계곡이 아닌가 의심나게 한다. 이 계곡을 독박골계
곡이라 부르는데 이 지역에는 돌밭(石田)이 많음으로 독박골이
란 변형어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독박골은 동쪽이 훤하게 트여서 해가 일찍 돋음으로 해 돋는 골
이라 하여 "햇골" 또는 "하야골"이라고도 부른다. 독박골로 모여
드는 계곡은 크게 둘이 있는데 큰골과 작은골이며, 이 계곡 물
은 물맛이 좋고 물이 맑아 여름철이면 독박골일대가 피서지로 각
광을 받았고, 현재는 계곡 전체가 인산인해로 뒤덮인다고 한다.
비령이에는 안동김씨 김조근(金祖根)의 묘가 있는데 김조근은 음
보(蔭補)로 광주부 판관(判官)을 거쳐 승지(承旨)가 되고 딸이
헌종(憲宗)의 비(妃)에 책봉되자 영흥부원군(永興府院君)에 봉해
졌으며, 다시 영돈령부사, 어영대장, 호위대장에 오른 무신(武
臣)이다.
그는 왕실의 외척으로서 철종(哲宗) 당시 안동김씨 세도의 기반
을 마련하였고 돌아간 후에 영의정에 추증(追贈) 되었다. 항사리
로 넘는 고개 살구재에는 최근에 인동장씨(仁同張氏)문중에서 사
당을 세우고 효충사(孝忠祠)라 이름지었는데 현액은 가평 출신으
로 일본 동경에서 서예에 대가(大家)로 활동중인 두남(斗南) 이
원영(李源永)선생이 쓴 것으로 길이 후세에 전할 만하리라 ~~
첫댓글 에구~~ 요사인 저리 긴 글을 대하면 우선 한숨이 나오니 원...ㅉㅉ 근데 다 읽어보니 좋은 고향이라 자랑할만 하네! 세조의 병에 얽힌 고사는 들어본듯한데 바로 그곳이구나? 부자가 많이 나왔다는 전설도 있다? 한번 가보고 싶네 그려~~ ㅎㅎ
세이..결론이 뭐야...후세에 전할거란말이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