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최진실의 유골 도난 사건
지난 15일 경기도 양평 갑산공원 묘역측에서는 고최진실의 유골이 도난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이 뉴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혀를 끌끌 차며 도굴범을 비난했고, 한편으로는 죽어서도 편치 못하는 고 최진실이 불쌍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유골함이 도굴당한 정확한 시점은 지난 4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 범인이 범행 22일만이 지난 8월 26일 자정쯤 붙잡혔다.
서울에 거주하는 정모씨는 자신이 유골함을 갖고 있다며 1억원늘 내놓으라는 협박전화를 갑산공원 묘역 측에 4차례나 걸었다가 붙잡혔다. 그러나 정모씨는 유골함 없이 돈을 노린 단순 협박범이었고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 범인에게는 3,300만원의 현상금이 걸렸다. 26일 시민의 제보로 체포된 유골함 도난 진짜 범인은 대구에 사는 박모씨(41세). 그는 [최진실이 꿈에 나타나 묘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했다. 최진실 영혼이 내 몸속에 들어와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에 유골함이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 작품은 얼마전 개봉한 전수일 감독의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이란 작품이다. 주인공 최로 캐스팅 된 최민식은 동생의 공장에서 네팔 청년 도로지의 장례식을 목격한다. 그는 도로지의 유골을 고향에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의 고향인 히말라야로 가지만, 그 가족들을 만나 막상 도로지가 죽어서 유골이 되어 돌아왔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나카시마 데츠야 감독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도쿄에서 2년째 백수생활을 하는 쇼(에이타)에게 조그맣고 흰 상자를 든 아버지가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흰 상자 안에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고모 마츠코(나카타니 미키)의 유골이 들어 있다.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20대에 집을 나가 53살에 강변에서 시체로 발견된 마츠코의 일대기를 파편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실한 고교 음악교사였던 20대의 마츠코가 왜 혐오스런 마츠코로 불리우며 일생을 마감하게 되었을까. 마츠코의 유품을 정리하는 쇼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는 전개된다.
고최진실 유골을 훔쳐간 범인이 왜 그랬는지 정확한 조사가 뒤따르겠지만, 유골 속에 망자의 넋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승과 저승이 강 하나 사이라고 해도, 살아있는 우리에게는 실감나지 않는다. 고김대중 대통령의 말처럼,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죽은 자들의 흔적은 여전히 세계 내에 존재하고 유골은 그 구체적 대상이다. 원시인이 돌이나 나무를 숭배했다면 현대인들은 스타를 숭배한다. 만약 유골함 도굴 범인이 고최진실의 광팬이었다면, 그 스타가 죽은 뒤에도 이어지는 스타 사랑의 잘못된 기록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