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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 맘
◎ 기획의도
작년 초 전국 대형마트를 돌며 고가 분유에 싼 바코드 스티커를 붙여 대량 구입 후 인터넷으로 판매해 차익을 가로챈 부부사기단이 검거됐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육아에 드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풍토 속에 800g 1통 당 3만원에서 6만원까지 값비싼 분유가 수두룩하게 나온다는 시장 상황도 범행을 저지르는 선택기준이 됐을 것이다.
대형마트 비정규직 계산원들의 최대 업무수칙은 ‘신속’이다.
실제 대부분의 대형마트 비정규직 계산원들의 처리속도에 따라 성과 관리에 가점을 주고 있기도 하다. 과거 일일이 계산원들이 가격표를 입력하던 슈퍼마켓들까지도 요즘은 신속한 계산과 재고관리의 편의성 때문에 바코드리더를 사용하고 있다.
신속 정확하다는 바코드 계산도 결국 인간의 조작에 의해 오류를 범한다.
단순히 제품뿐만이 아니라 존재하는 무엇이든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 가치란 것이 평가 절하도 되고, 평가 절상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인생에는 수많은 오류들이 있고, 잘 못된 선택들도 있다.
바코드의 일 처리 능력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바코드를 찍으며 살아가야 했던 성미와 가짜 바코드를 붙여야 했던 혜영...
두 젊은 엄마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한 부분을 그려보고자 했다.
비정한 현실이지만, 우울하지만은 않은 리얼함으로 그리고 싶다.
‘우리는 얼마짜리 세상에 얼마의 인생을 살까...’라는 의문에 바코드를 찍어본다.
어떤 답이 나올까...
신속하고 정확하게? !
‘ 삑! ’
바코드 맘(가제)
김용완
kyww015@naver.com
010-9183-2065
1. 마트 분유진열대. 오전.
카트에 타고 있는 아기의 시점으로 보이는 대형마트의 풍경들.
아기 시점으로 카트를 밀던 엄마 성미(29. 여)의 놀란 얼굴이 보인다.
야구 모자를 쓰고 있는 그녀는 아직 20대지만 외모는 30대 중반은 되어 보인다.
성미가 보고 있던 것은 임신 7개월의 혜영(33. 여)이 5만원대 고가 분유가 가지런히 진열된 분유코너 앞에 서있는 모습. 성미와는 반대로 혜영은 나이에 비해 분명 동안이다.
혜영이 뭔가 이상한 기분에 주위를 둘러보자, 성미가 시선을 피하며 옆에 진열된 물건을 카트에 담고 코너를 돌아 사라진다.
혜영은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분유를 하나 집는다.
성미가 코너에서 고개를 슬쩍 내밀고 혜영을 훔쳐보기 시작한다.
혜영은 주머니에서 몰래 꺼낸 바코드 스티커를 조심스럽게 분유의 바코드 위에 덧붙여 자신의 카트에 싣는다.
훔쳐보던 성미의 눈빛이 동요한다.
또 다시 몇 개의 분유에 같은 작업을 하는 혜영.
성미가 급하게 핸드백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찾다가 디지털 카메라를 꺼낸다.
혜영을 몰래 찍는 성미.
‘번쩍' 카메라 플래시기 터진다.
놀라서 돌아보는 혜영.
당황한 성미가 재빠르게 숨고, 혜영이 뭔가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2. 마트 계산대 앞. 오전.
계산대 위 밀러에 분유 한통을 올려놓는 혜영의 손.
밀러가 스르륵~ 자동으로 이동하며 멀어져가고 포커스 아웃된다.
암전 상태에서 ‘삑 삑’ 바코드 찍는 사운드와 함께 타이틀이 뜬다.
Title in 바코드 맘 (가제)
3. 마트 주차장. 오전.
암전에서 차 트렁크 열리는 사운드와 함께 화면 밝아지면, 차 트렁크 안의 시점.
혜영이 트렁크에 방금 구매한 분유를 넣고 있다.
성미는 주차장 구석에서 아기띠에 아기를 안고, 혜영을 훔쳐보고 있다.
분유를 다 넣은 혜영이 차에 타자, 훔쳐보던 성미가 당황한다.
혜영의 차가 출발하자, 성미가 뭔가를 결심한 듯 한 얼굴로 어딘가 이동하며 캡 모자 위에 헬멧을 덮어 쓴다.
한 쪽에 주차되어 있던 스쿠터를 타는 성미.
그녀의 스쿠터는 혜영이 탄 차를 뒤쫓기 시작한다.
4. 성미의 혜영 미행 몽타쥬. 오전.
도로. 이동하고 있는 혜영의 차 안에 무료한 듯한 얼굴의 혜영.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혜영의 차가 멈춰 선다.
창문 반사로 스쿠터에 타고 있는 성미가 얼핏 보인다.
다시 신호가 바뀌고 혜영의 차가 출발하면 성미의 스쿠터가 이제야 제대로 보인다.
성미의 스쿠터가 다시 추격을 한다.
마트 앞 길가에서 마트 주차장 입구.
혜영의 차 뒤에 근접하게 따라 붙었던 성미의 시선에 혜영 차 뒤 유리에 붙은 ‘임산부가 타고 있어요~’문구가 보인다.
혜영차가 마트 안으로 들어가고, 성미의 스쿠터가 따라 들어간다.
마트 안. 분유코너 쪽으로 가고 있는 혜영을 헬멧을 쓴 채로 뒤쫓고 있는 성미.
아까와는 달리 카트도 끌지 않은 채 혜영을 미행하는 성미의 표정만은 진지하다.
마트 분유 진열대.
멀리서 그 모습을 훔쳐보고 있는 성미가 또 디카로 사진을 찍으려다가,
‘아차 플래시!’ 플래시 꺼짐 버튼을 누르고, ‘찰칵’ 디카의 셔터 소리.
‘삑’ 분유에 바코드를 찍자 2만 2천원이란 가격이 뜨고.
카트 안에 분유를 세어보는 캐셔의 손.
혜영의 차 트렁크에 조금씩 쌓여가는 분유.
운전을 하고 있는 혜영과 뒤쫓는 성미의 모습.
‘삑’ ‘삑’ 바코드 찍는 소리들과,
액정에 뜨는 가격, 카트의 바퀴, 카트에 실리는 분유들의 이미지가 뒤섞인다.
‘땡 땡 땡’ 전철이 지나가고, 안전대가 올라가면 혜영의 차가 철길 건너편으로 건너 꺾어지고, 그 뒤를 따라 가는 성미의 스쿠터.
5. 아파트 단지 놀이터 앞 길가. 오후.
아파트가 즐비한 동네 전경.
혜영의 차가 아파트 놀이터 앞에 차 세울 곳을 찾아보지만 1차선이라 애매하다.
뒤에서 다른 차가 클락션을 울리자, 혜영이 입을 삐쭉 내밀고 그대로 앞으로 향한다.
클락션 울린 차 뒤에서 슬쩍 고개를 내밀고 혜영차를 바라보는 성미.
그녀의 스쿠터가 거리를 두고 미행을 이어간다.
6. 한적한 길가. 오후.
혜영이 앞덮개로 가려진 유모차를 끌고 놀이터 쪽으로 걸어가며 뒤에 자신의 차를 리모컨으로 ‘삑’ 잠근다.
이촌역 뒷 편의 한적한 길가에 주차를 한 혜영.
성미는 혜영 차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뒤편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아기와 함께 혜영을 뒤쫓다가, 혜영 차 앞 유리에 부착된 전화번호를 디카로 찍는다.
7. 아파트 단지 놀이터. 오후.
늦가을의 제법 쌀쌀해 진 날씨가 한 눈에 느껴지는 작은 놀이터.
혜영은 공원 안쪽 벤치에 앉아 시계를 한번 보고 가방에서 MP3를 꺼내 음악을 듣는다.
그녀 시점으로 보이는 놀이터풍경.
운동하는 몇 몇 아줌마들과 노인 몇 명이 쓸쓸히 놀이터를 채우고 있다.
혜영에게 시선을 주며, 굉장히 어색한 발걸음으로 놀이터 중앙 쪽으로 걸어가는 성미.
혜영이 문득 성미 쪽을 돌아본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놀라서 시선을 피하며 근처에 있는 그네에 아무렇게 앉는 성미.
혜영이 그네를 타고 있는 성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성미는 뒤 쪽에 혜영이 신경 쓰여 슬쩍 돌아보는데,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당황한 성미와 달리, 혜영은 눈이 마주치자 아예 목례로 인사 한다.
성미도 어색하게 목례를 하고 아기를 안은 채 그네를 더욱 힘차게 밀며 딴청이다.
그녀는 ‘이렇게만 있으면 내가 관찰당하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혜영 쪽으로 돌아서는데, 어느새 유모차를 끌고 성미 뒤에 서 있었던 혜영.
화들짝 놀란 성미. 순간 다리가 후들거린다.
혜영 저기...언니?
성미 (언니? 경계심 가득한 시선) ...
혜영 오늘 3시에...
성미 ....?
혜영 (눈치를 보며) 여기서 분유 받기로 하신 분 아니세요?
성미가 대답 없이 서 있자, 혜영이 아닌가 싶어 돌아서려는데,
성미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네...
혜영 맞죠? (환하게 웃으며) 그런 거 같더라.
혜영이 주위 눈치를 보다가, 자신의 유모차 앞덮개를 열자 분유 여섯 통이 들어있다.
성미는 막상 분유를 보자 당황한 모습.
혜영은 멍하니 분유만 바라보는 성미를 보고 ‘왜 쳐다만 보나...’싶다가,
혜영 (뭔가 알아챈 듯) 아...지금 열어보고 확인해도 되요.
성미 네?
얼떨결에 혜영이 건네 준 분유 한통을 받아, 뚜껑을 열어보는 성미.
분명 새 분유다.
마치 마약 검사를 하듯, 손으로 찍어 맛을 보는 성미를 보고 피식 웃는 혜영.
성미는 분유통을 혜영 모르게 슬쩍 돌려 바코드 있는 곳을 보는데, 아까 혜영이 붙였던 바코드는 어느새 띄어져 있고, 원래의 바코드가 있을 뿐이다.
혜영 꼼꼼히 보세요.
물건이 믿을 만하다는 듯 성미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혜영이 성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성미는 왜 자신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나 싶은 얼굴인데,
혜영 (당연하다는 말투로) 계산이요.
성미 (아차!) 아...(어색하게) 얼마죠?
혜영 네?
성미 (아차차!!!) 다 해서 얼마...
혜영 (뭔가 의심쩍은 얼굴로) 전화로 말씀 드렸잖아요. 18만 6천원.
머뭇거리던 성미가 변명하며,
성미사실은 제가 언니 심부름으로 온 거라... 얘는 조카...
혜영 (말 끊으며) 어째 아까부터 좀 이상하더라...
그럼 아직 결혼 못한 거예요?
‘못한 것?’ 빈정 상하는 성미 얼굴.
유모차에서 큰 봉투를 꺼내 분유를 담으며 툭 툭 말을 던지는 혜영.
혜영 그래도 좋겠다. 언니. 요즘은 노처녀가 창피한 게 아니에요.
누릴 꺼 다 누리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게 최고지. 맞죠?
‘빠직! 노처녀?’ 또 빈정 상한 성미.
성미 근데, 이건 왜 이렇게 싸요?
혜영 아...그냥...뭐 아는 분... 통하고 통해서 하는 거죠. 뭐.
혜영이 나머지 분유를 성미에게 주자, 지갑을 꺼내던 성미가 ‘아차! 현금...’
약간 머뭇거리는 성미를 수상하게 바라보는 혜영.
성미 아...제가 현금을 아직 못 뽑았어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혜영 (황당한 얼굴로) 에?
성미 (이미 몸을 틀고) 잠깐만요. 요 앞에 편의점에서 뽑으면 되니까...
혜영이 난처한 얼굴을 하며 시계를 보는데, 성미는 아기를 안고 뒤뚱뒤뚱 빠른 걸음으로 놀이터를 나선다.
8. 편의점 안. 오후.
편의점 한 쪽 구석에 배치된 현금 입출금기 앞에 서 있는 성미.
잔액이 60만 원 정도 남아있는 액정 화면.
한 숨을 쉬며 돈을 뽑으려다가 멈칫. ‘내가 다시 갈 필요가 있나...’ 고민하는 성미.
그녀의 눈에 벽에 붙은 각종 사기사건, 간첩, 불법영업 등의 신고포상금 관련 포스터가 보인다.
편의점에서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오늘의 날씨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라고 말하고 있는 여자 앵커의 목소리가 들린다.
9. 아파트 단지 놀이터. 오후.
임신한 몸인데도 혜영은 꽤 힘차게 그네를 타고 있다.
흔들흔들 그네가 왔다 갔다 하며, 어느새 그녀 뒤에 성미가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혜영이 ‘폴짝~’ 그네에서 사뿐히 뛰어 내린다.
그녀는 어떻게 성미가 뒤에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돌아보며,
혜영 돈 뽑았어요?
성미가 고개를 끄덕이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는데, 갑자기 ‘뿌지직’ 대변 나오는 소리.
혜영과 성미가 놀라서 눈이 마주친다.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성미가 안고 있는 아기로 향한다.
성미는 혜영을 돌아보고 당황하지만, 혜영은 그녀를 보고 여유 있는 얼굴이다.
혜영 (씩 웃으며) 이런 거 안 해봤겠네?
<CUT TO>
벤치.
성미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는 누군가의 손.
성미 (목소리)제가 해도 되는데...
성미는 어색하게 서서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는 혜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혜영 아이구 됐어요. 기저귀 잘 못 갈아주면 땀띠 나는 거 금방이에요. 이것도 다 해 본 사람이 해야지...
성미를 슬쩍 올려다보며 가르치듯,
혜영 여기하고 여기가 살이 무르니까 찝히지 않게 좀 해주고...
성미 아...네...(비꼬듯) 잘 하시네요...
혜영 맨날 하는 게 이건데요. 뭐. 얘 한 15개월 정도 됐죠?
우리 첫째가 딱 요 정도 되거든요.
혜영이 이러쿵저러쿵 자기 첫째 아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건성으로 듣는 성미.
그녀의 시선에 혜영 뒤편으로 놀이터 입구 쪽에서 유모차 한 대를 끌고 들어오는 할머니(65. 여)가 보인다. 할머니가 멈춰 서서 유모차 앞덮개를 열자 귀엽게 옷을 차려입은 강아지 미미(4세)가 타고 있다.
할머니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던 성미와 눈이 마주치는데,
기저귀 교체를 끝낸 혜영이 아기 볼 따귀를 만지작거리며,
혜영 얘... 못생겼는데 귀엽다.
‘못생겨?’ 발끈하며 혜영을 내려다보는 성미.
혼잣말이 너무 컸다고 생각한 혜영이 아차 싶은지 씩 웃으며 성미를 올려보다가,
혜영 근데, 언니! 우리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요?
성미 ....?
혜영 아니...낯이 좀 익어서...
성미 (당황하며) 아...제가 좀 흔하게 생긴 얼굴이라...
혜영 고향이 어디에요?
성미 (눈치 보며) 인천...
혜영 어! 맞죠! 학익고 안 나왔어요?
성미 (역시 당황하며) 학익동 살기는 했는데, 거긴 아니구요...
혜영 아...그럼, 중학교는요?
성미 ...용현중이요...
혜영 (아쉬운 듯) 어디지? 그냥 동네에서 봤나....
성미 (지나가는 말로) 대학 어디 나왔어요?
혜영 (툭 던지듯) 대학 안 나왔는데?
성미 (당황하며) 아...미안해요.
혜영 뭐가요?
성미 네?
혜영은 성미의 사과에는 관심 없다는 듯 계속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운 성미가 말을 돌린다.
성미 근데, 그쪽은 나이가 어떻게 돼요?
혜영 왜요?
성미 아니...어려 보이는데 둘째도 가지시고...
혜영 (장난스럽게 웃으며) 몇 살 같은데요?
성미가 혜영을 유심히 보는데,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는 듯,
성미 20대인 거 같은데...스물...여덟? 아홉?
혜영 (자부심 가득한 미소) 역시 내가 어려 보여...
성미 .....?
혜영 서른셋.
성미 (깜짝 놀라며) 서른셋이요? 동안이다...
혜영 어려보이는 거 안 좋아요. 남자들이 원래 예쁜 애들은 몰라도,
지보다 좀만 어려보이거나 못생기면 무시하니까...
성미가 그 말에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멀리 할머니에게로 시선이 간다.
미미를 바닥에 내려놓은 할머니는 뭔가를 훈련시키듯 지시를 내리지만, 미미는 할머니를 개무시(?)하고 딴청이다.
혜영 (짐을 챙겨 일어나며) 언니, 이제 갈게요.
일어난 혜영을 보던 성미가 멍~~하니 있다가, ‘아차~ 돈!!...’
성미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또 깜박할 뻔 했네...
성미가 지갑에서 꺼낸 돈을 세어보고 있는데, 갑자기 할머니 있는 쪽에서,
할머니 (큰 목소리로) 미미!!
혜영과 성미가 할머니 쪽을 돌아본다.
강아지 미미가 끈을 풀고 어딘가로 달려가자, 할머니가 다급하게 미미를 부르고 있다.
왠지 쓸쓸해 보이는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녀들.
성미가 혜영에게 분유값 18만 6천원을 건네자, 이번에는 혜영이 액수를 확인하는데,
성미근데 ...(조심스럽게) 남편은 뭐해요?
혜영 (여전히 돈을 세며 성의 없이 툭 뱉듯) 남편 없는데...지금은...성미(또 당황하며) 아..미안해요.
혜영 (성미를 돌아보며) 뭐가요?
성미 (당황하며) 네?
혜영 언니는 미안하다고 하는 게 버릇인가 보다.
(피식 웃으며) 아직도 이혼하면 좀... 안 돼 보이나봐...
성미 ...
혜영 (손에 쥔 돈을 보며) 아...말 걸어가지고 까먹었다.
혜영이 다시 돈을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핸드백을 꺼낸다.
혜영 (핸드백에 돈을 넣으며) 근데...난 그 빌어먹을 남편은...
(혜영을 보며) 사는데 별로 필요 없는 거 같아요.
미미가 도망간 쪽으로 걸어가려던 할머니가 혜영과 성미 쪽을 돌아본다.
혜영 갈게요. 물건 괜찮은 거 봤으니까, 다음엔 언니한테 택배로 하자로 말해줘요. (빈 유모차를 끌며) 서로 고생하지 말고...
떠나려는 혜영을 보고 할머니가 급히 그녀들 쪽으로 걸어온다.
성미 (혼잣말 읊조리듯) 빌어먹을 남편....
할머니가 성미를 지나쳐 혜영에게,
할머니 새댁!
혜영과 성미가 각자 할머니를 돌아본다.
할머니 나도...(성미가 들고 있는 분유를 가리키며) 저거...
혜영이 뭔 소린가 싶어 할머니를 본다.
성미는 할머니와 혜영을 바라보지 않고, 뭔가 생각에 빠진 듯 무표정 하다.
할머니 아니...우리 며느리가 급하게 회사에 갔어...그래서 그거 나보고
대신 받아오라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돈을 줘서...
아직도 뭐가 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듯한 얼굴의 혜영.
성미가 갑자기 할머니에게 다가가 혜영에게서 받은 분유를 할머니에게 건네며,
성미 18만 6천원이요.
할머니 둘이 친군가?
성미 친구 아니에요.
혜영은 불안한 시선으로 성미를 돌아본다.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돈을 성미에게 건네는데, 어디선가 멀리 경찰차 사이렌 비슷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다가 사라진다.
짧은 정적이 흐르던 순간 성미를 바라보던 혜영의 눈빛이 변한다.
갑자기 혜영이 자신의 유모차도 놔둔 채 놀이터 밖으로 뛰기 시작한다.
성미가 너무나 갑작스러운 혜영의 행동에 잠시 어리둥절하다.
할머니 역시 ‘쟤 뭐야’라는 얼굴로 멀어져 가는 혜영의 뒷 모습을 바라본다.
성미의 손에는 할머니한테 받은 18만 6천원이 그대로 들려있다.
이제야 정신 차린 성미가, 아기를 안고 혜영을 뒤쫓는다.
10. 거리. 오후.
혜영이 급하게 도망치고 있고, 멀리 성미가 그녀를 뒤 쫓는다.
혜영은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뛰고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뒤쫓고 있는 성미는 아기를 안고 뛰느라, 힘이 드는지 벌써 땀이 난다.
도망치는 혜영의 얼굴.
insert> 과거 마트에서 혜영이 계산대 쪽으로 오는 모습.
현재 뒤쫓고 있는 성미의 얼굴.
insert> 과거 마트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고 있는 성미의 모습.
다시 현재의 혜영과 성미의 얼굴이 빠르게 교차된다.
11. 성미와 혜영의 과거 회상. 마트 계산대. 오전.
주위 눈치를 보며 계산대로 다가오는 임신 8개월의 혜영과, 무료한 표정으로 바코드를 찍고 있는 임신 7개월의 캐셔 성미의 얼굴이 교차된다.
혜영이 계산대 위에 분유 한통을 올려놓는다.
(타이틀 시퀀스에서 밀러 위에 올려놓는 분유와 동일 장면)
계산대 위 밀러가 스르륵 옆으로 이동하면 그 위에 올려져있던 분유를 집는 캐셔의 손.
임신해서 살짝 배가 부른 상태의 성미가 분유에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한다.
혜영은 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성미와 눈이 마주친다.
성미는 친절하게 웃어 보이지만, 혜영은 불안한 듯 계산을 하고 급히 돌아선다.
혜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성미.
위~잉, 윙~ 하는 기압 차이에서 오는 ‘멍~’한 느낌의 사운드가 흐른다.
12. 성미의 과거 회상. 마트 지점장실. 저녁.
<1씬 1컷. 무언극을 하듯 대사 없이 성미의 기억이 압축된다. >
전 씬의 ‘멍~’한 느낌의 사운드가 이어지며 마트를 빠져 나가던 혜영의 뒷모습이 CCTV에서 뽑아낸 흑백의 정지사진으로 보인다.
사진을 쥐고 있던 형사의 손이 내려가면, 소파에 앉아있는 당혹스러운 성미의 얼굴.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젓고 있는 성미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카메라가 시선을 따라 창문을 비춘다.
창문에 반사된 형태로 이곳의 공간과 상황이 한 눈에 보인다.
성미 옆에 지점장과, 그녀 앞에 형사 두 명이 보인다.
임신 7개월의 불룩한 배를 안고 성미가 앉아있는 이곳은 마트 지점장실이다.
형사들이 지점정과 악수를 하고 퇴장하자, 주임으로 보이는 남자가 불안한 얼굴로 등장한다. 성미를 앞에 두고, 지점장은 주임에게 인상을 쓰며 뭔가 욕을 한다.
지점장이 사라지자, 난처한 얼굴로 성미 옆에 앉는 주임.
영수증과 그래프가 그려진 차트 포함 된 장부를 보이며 뭔가를 이야기를 한다.
멍한 사운드가 이어질 뿐 여전히 남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죄 지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성미.
지금까지 창문의 반사를 통해 상황을 보여주다가, 카메라가 다시 성미 쪽으로 이동하면,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었던 유니폼 앞치마를 그 자리에 벗어 놓고 밖으로 나간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카메라.
13. 성미의 과거 회상. 지점장실 앞 복도. 저녁.
밖으로 나온 성미가 복도를 걸어가다가 문득 멈춰 선다.
어느새 임신 7개월에 불룩했던 배는 사라지고 성미는 아기띠에 아기를 안고 있다.
14. 한적한 길가. 오후.
차문이 확 열리고, 운전석에 앉은 혜영.
‘헉 헉’ 숨을 고르다가 성미가 쫓아왔는지 뒤를 돌아보자마자, 보조석 문이 열리고 아기를 안은 성미가 탄다.
혜영 (당황한 얼굴로) 헉~헉~ 누구...헉~ 누구세요?
성미 헉~ 헉~ 왜..~ 헉~ 왜...도망가는데요? 헉~
성미도 지친 듯 땀이 흥건한 모자를 벗는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하다가, 숨이 너무 차서 말을 잇지 못한다.
차 밖 시점.
어색하게 두 사람이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
혜영이 눈치를 보다가,
혜영 (조심스럽게) 언니! 경찰이에요?
성미 (냉소적으로) 경찰? 요즘 경찰은 이러고 다녀요?
혜영은 성미가 누구인지 자세히 살펴보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성미 이거 언제부터 한 거예요?
혜영 ....
성미 아니...뭐 그건 안 중요하고...이거 해서 돈 좀 모았어요?
혜영 .....
성미 (차갑게 돌아보며) 안 들려요?
혜영 언니!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혜영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성미가 혜영의 손목을 확 잡으며,
성미 아직은....
성미의 돌출행동에 놀란 혜영은 자신의 불룩한 배를 본능적으로 감싼다.
성미 나도 몰라요.
성미는 스스로 생각해도 여기까지 온 게 좀 신기한 듯 피식 웃는다.
성미 (혼잣말 하듯)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
혜영은 성미가 꽉 잡고 있는 손목이 불편한지 떼어내려고 한다.
꽤 힘을 주며 혜영의 손목을 잡고 있던 성미가 그녀의 손목을 놓으며,
성미 아! 그리고...나, 스물아홉이니까 자꾸 언니라고 부르지 말아요.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짜증나...어려 보이는 것도...
‘스물아홉? 그 얼굴이?’ 라고 생각하는 혜영.
성미 좀 억울한 거 같아. 그 쪽이랑 비교하면...여러 가지로...
나는 뭐 바보라서 이렇게 사나?
혜영 지금...나 협박하는 거야?
성미 (피식 웃으며) 협박?
혜영 아님 뭐야? 나한테 원하게 뭔데? 그냥 나 신고하겠다고?
성미 ...(고개를 끄덕끄덕)
혜영 니가 무슨 정의의 사도야?
성미 (당연하다는 듯) 신고하면...그래도 당당하게 돈 받을 수 있잖아요.
혜영 (분노에 떨며) 그럼...그냥 신고하지 나 붙잡고 뭐 하는 거야?
성미 .....
혜영 나 협박하는 거 맞잖아. 당신!
성미 협박 한 적 없거든요. 아직은...
혜영 (어처구니없다는 듯) 아직?
성미 솔직히 그런 거 생각도 안했었는데,
조금 고민이 되긴 하네...돈 벌기 쉽구나. 정말...
농담 반 진담 반 말하던 성미가 물끄러미 창밖을 본다.
차 밖.
성미와 혜영이 아무 말 없이 어색하게 앉아있다.
혜영이 뭔가 생각하다가 갑자기 성미를 돌아보며,
혜영 나...좀 봐주면 안 돼요?
성미 (돌아보며)....?
혜영 솔직히 그 쪽이나 나나...우리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성미 그래서요?
혜영 그냥...모른 척 하고.... 내가 돈을 좀 챙겨줄게...
(문득) 아! 차라리 우리 같이 할까? 훨씬 효율적일거야. 나 어차피 (임신한 배를 만지며) 얘 때문에 몇 개월은 못한단 말야.
동생하고 같이 하면 나도 편하고, (성미를 가리키며) 돈도 벌고...
성미 (동생?)....
혜영 (스스로 기특해 하며) 그래...둘이 같이 하는 거야. 둘이....
성미 (혼잣말 하듯) 둘이서....
성미가 약간 고민하는 듯한 얼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제안이다.
차 밖.
혜영은 자신의 제안에 고민하는 성미를 보고, 약간 들떠서 뭔가를 이야기를 이어간다.
성미 역시 진지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에 빠진다.
그 때 앞 쪽에서 경찰차 한 대가 다가온다.
슬쩍 긴장한 듯한 혜영.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경찰차와 성미를 번갈아 본다.
성미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경찰차를 보고 움츠려든다.
경찰차 안에 경찰 두 명이 뭔가 얘기를 하다가 슬쩍 혜영 차 안에 두 사람을 돌아본다.
경찰의 시선은 그저 일상적이지만, 차 안에 혜영과 성미는 긴장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경찰차가 혜영의 차를 스쳐지나간다.
혜영이 사이드미러로 멀어져 가는 경찰차를 바라보다가 성미를 돌아본다.
그런데, 아까처럼 고민하던 성미의 얼굴이 아니다.
성미는 뭔가 자조적으로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혜영은 성미가 자신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을 눈치 챈다.
그녀는 허탈하다는 얼굴로 한숨을 쉬다가, 서랍을 열고 작은 손가방을 꺼내 밖으로 나가 버린다.
차 밖.
멀리 전철이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는 혜영의 얼굴.
차에 기대서 한 숨을 쉰다.
차 안.
성미는 차 안에서 어색하게 앉아있다.
차 밖.
밖에 있던 혜영이 차 안에 있는 성미와 아기를 슬쩍 보다가, 답답한 듯 손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불을 붙이려다가 살짝 망설이는 듯 한 혜영.
차 안.
성미가 ‘이제 어떻게 하나’ 싶은 얼굴로 있는데, 핸드폰 벨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자신의 핸드폰인줄 알고 가방을 뒤지다가, 운전석 좌석에 떨어진 혜영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성미.
액정에 ‘가하보육원’ 이라고 뜬다.
차 밖의 혜영은 전화가 오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
성미가 전화를 받을지 고민하는데, 운전석 옆에 붙어있는 혜영의 아이 사진이 보인다.
이제야 차 내부를 둘러보는 성미.
뒷좌석에 널려있는 아기 용품들. 옷가지, 기저귀 박스, 우산 등의 일상적 소품들.
성미가 전화를 받으려고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는데, 더 이상 벨이 울리지 않는다.
창문에 톡 톡 빗방울이 떨어진다.
성미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느새 먹구름이 살짝 몰려오고 빗방울이 점 점 굵어지려 한다. 그런데 혜영은 여전히 차에 타지 않고 밖에 있다.
성미가 신경이 쓰이는지 창문을 두드리며,
성미 비와요!!
혜영 ......
성미 비 온다니까~ 안타요?
혜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오히려 지금까지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인다.
마치 성미가 보라는 듯.
성미는 임신한 혜영이 담배를 입에 물자 놀란 얼굴.
빗방울이 꾀 굵어졌고, 혜영은 될 대로 되라는 듯 그냥 비를 맞고 있다.
성미는 자신의 아기는 그대로 보조석에 둔 채 문을 열고 나간다.
뒷문을 열려고 하는데, 잠겨있자 다시 앞문을 열고 잠금 해지버튼을 누른다.
그 사이 비를 꽤 맞은 성미가 뒷좌석에 우산을 꺼내 쓰고 혜영에게 다가온다.
성미가 우산을 혜영에게 받친다.
그리고 이미 비 때문에 젖어버린 혜영이 물고 있는 담배를 뺏어 바닥에 버린다.
성미 미쳤어요?
혜영 뭔 상관이야~
성미 (흥분 해서) 지금 시위해요? 유치하게?
담배피우고..어? 비 맞고...어? 그러다가...
혜영 (말 끊으며) 그러다가 뭐?
성미 ....
혜영 (피식 웃으며) 지금 니가...나 걱정하니?
성미 .......
피식 웃던 혜영이 시험이라도 하듯, 우산 밖으로 슬쩍 나가 비를 맞는다.
성미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다시 우산을 받치는데, 혜영이 우산을 피하고 비를 맞는다.
자신을 시험하는 혜영의 도발에 성미는 짜증이 나서 억지로 그녀의 손을 잡고 차에 태우려 한다.
혜영이 성미의 손을 뿌리친다.
혜영(비웃으며) 상관하지 말라고~~
하지만 성미는 다시 혜영의 손을 잡는다.
꽤 힘이 있는 성미의 손을 혜영이 이번에는 뿌리치지 못한다.
멀리서 보면, 우산을 쓰고 있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어 마치 친구 같다.
성미가 억지로 문을 열고 혜영을 밀어 넣고 ‘쾅’ 문을 닫는다.
운전석에 다시 앉은 혜영이 문 밖에 성미를 보며 인상을 쓰다가, 그녀가 보조석 방향으로 걸어오는데, 갑자기 문을 잠근다.
문이 안 열리자 성미가 놀라서 창문을 두드린다.
보조석에 누워있는 성미 아기를 힐끗 보는 혜영.
잠들어 있던 아기가, 창 밖 성미의 소란에 놀라 울음을 터트린다.
혜영이 성미와 아기를 돌아보다가, 갑자기 시동을 켠다.
시동소리에 더욱 놀란 성미가 문을 더욱 세게 두드린다.
성미 문 열어!! 뭐 하는 거야!!
빗물에 젖은 혜영의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그녀의 불룩한 배 위에 떨어진다.
묵묵히 히터를 켜는 혜영의 손.
차 밖.
성미가 문을 두드리다가, 주위를 둘러보고 안절부절 못한다.
차 앞에 붙은 혜영의 전화번호를 보고, 자신의 핸드폰에 번호를 누르는데,
혜영이 번호 적힌 부착물을 떼어버린다.
황당한 듯 차 안에 혜영을 바라보는 성미.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디카를 꺼내, 아까 찍어뒀던 번호를 보고 전화를 건다.
차 안.
벨이 다시 울린다.
혜영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차 밖.
성미가 전화를 끊고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가만히 서서 차를 바라보는 성미.
정적.
차 안.
혜영 역시 무표정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다.
차 밖.
어디서 나타났는지 성미가 나무막대를 가지고 혜영의 차 앞 유리를 세게 내리친다.
순간 깜짝 놀란 혜영의 얼굴.
성미가 몇 번 앞 유리를 내려치니 금이 간다.
차 안.
그래도 혜영은 문을 열지 않는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차 앞에 성미가 서 있는 듯 한데, 비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혜영이 와이퍼를 켜면, 우산도 쓰지 않은 성미가 꽤 커다란 돌멩이를 들고 서 있다.
차 밖.
꼼짝도 하지 않는 혜영의 차와 큰 돌을 들고 서 있는 성미의 대치상황.
비를 흠뻑 맞으며 차 안의 혜영을 노려보는 성미.
덜컥~ 보조석 문이 열린다.
성미가 돌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차에 탄다.
성미는 보조석에 아기를 안더니, 자신의 머리에서 빗방울이 떨어지자 가방에서 순면 손수건을 꺼내 얼굴과 머리를 닦아낸다.
두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차 안에 앉아있다.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 얘기 한 마디 없는 두 사람.
둘 다 간 얼빠진 듯한 얼굴이다.
어느새 비방울이 잦아든다.
차 안.
혜영이 차에 붙어 있는 시계를 보다가 문득,
혜영 나 가야해.
성미 .....
혜영 뭐...어디까지 쫓아올려고?
혜영은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한 성미의 얼굴에서 뭔가를 읽었는지,
혜영 (더욱 차갑게) 신고를 하던 뭘 하던... 당신 마음대로 해.
성미 ....
혜영 내리라고!!
차 문을 열고 아기를 안고 나오는 성미.
혜영이 혼잣말 하듯,
혜영 나...진짜로 이거 안하면.... 애들 못 키워.
혜영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냥 문을 닫는 성미.
성미 (혼잣말 하듯 속삭이며) 나도 이거 안 하면 애 못 키워...
혜영 역시 성미의 그 말이 들렸는지...아니 분명히 못 들을 수밖에 없는 공간이지만 무슨 말을 했을지 알고 있다는 듯 표정이 일그러진다.
혜영의 차가 출발한다.
남겨진 성미와 아기.
혜영의 차.
차 와이퍼가 한번 왔다갔다하면서 빗물이 닦기고, 혜영의 얼굴이 보인다.
금 간 유리 때문에 그녀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는다.
여전히 무료한 듯한 얼굴의 혜영.
거리.
어느새 성미는 핸드폰을 쥐고, 의미 없이 버튼을 만지작거린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성미의 얼굴.
암전.
‘삑’ ‘삑’ 바코드 찍는 소리인지... 핸드폰 번호를 누르는 소리인지... 알 수 없다.
‘삑’ ‘삑’ 감정 없는 기계음이 계속되며 그에 맞춰 엔딩 타이틀이 떴다가 사라진다.
놀이터에 남겨진 혜영의 유모차.
비에 젖은 유모차에서 빗방울이 뚝 뚝 떨어진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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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어 보았다.......잘은 모르겠다만 ,..............비겁하게 사는사람의 최후가..........중요할 것 같다.
시대심리극이로구먼;;;;;;;프럴러그안보면(그냥 아 엄마들의생활고내지는 생활의방편 범죄는거창하고 범법심리학????)아 뭐그러네요
흠......화면으로 만들어지면 어떨지 모르겠으나...혜영의 행동에 대한 목적의식과 성미의 심리상태등의 묘사가 불확실한듯 보여 공감대가 좀 부족한듯....촬영한 것을 보고 다시 생각해 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