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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임자도 유배자 조희룡과 전설의 용난굴 그리고 김령의 유배일기 소개
ㅡ. 조희룡 : 임자도가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임자도에서 문화의 정수를 꽃 피워냈던 우봉 조희룡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희룡은 조선 말기의 이름난 화가로, 시·글·그림에 모두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1851년 조정의 예송논쟁(禮訟論爭-조선 현종 때 복상(服喪)기간을 둘러싸고 서인과 남인 사이에 크게 논란이 벌어진 사건)이 있었는데 여기에 개입하다가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의 이흑암리(여서개의 바위가 조삼리의 재를 넘어가 육바구 진입로에 있어 유래된 육바구(바구는 바위돌)로 현재는 육암리라 부름) 유배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 63세였다. 그는 외딴섬 임자도 유배지 이흑암리 오두막집에‘만구음관(萬鷗音館-만 마리 갈매기가 우는 집)’이라는 편액을 붙이고, 그 속에서 칩거하면서 집필과 작품 활동을 계속하였다. 임자도에 머무는 3년 동 안, 묵죽법과 괴석도에서 완숙한 기량을 보이며 그의 예술을 정점으로 끌어 올렸다. 그래서 조희룡에게 임자도의 3년이 없었다면, 그의 예술세계가 완숙함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이처럼 조선시대 세도정치의 희생물로 임자도에 유배된 조희룡은 추사 김정희와 소치 허련의 남종 문인화를 집대성한 운림산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조선적 문인화를 개발하고 추사 김정희와 달리 이념보다 개인의 기량을 중시하는 "수예론"을 주장한 시서화의 영수이다. 그가 머물던 이흑암리와 은동마을은 임자도에 3년간 유배시 조희룡의 슬픔과 기쁨이 서린 곳이다. 마을 앞의 어머리해수욕장 오른쪽 산길을 한 굽이 돌아내려가면 또 하나의 아담한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숨을 은(隱) 자를 쓰는 은동 해수욕장이다. 조희룡은 유배시절 따르는 제자들과 주민들이 용이 승천했다는 말을 듣고 용난굴을 구경 갔지만, 용은 없고 용난굴만 구경하고 왔다는 기록이 전하고 있으며 은동 뒷산인 한동산에서 “평생 달구경 중에 가장 멋진 보름달”을 감상하며 시름을 잊기도 했다. 외로울 때 한동산과 용난굴이 친구였던 그가 고향을 그리던 시를 소개하면 :
“삿갓에 나막신 신고 바람 맞으며 산에 올라
푸른 바다 내려보니 바닷속 하늘 개었네
작년 서울의 1만채 집을 비추던 달이
지금은 어룡의 등 위를 가고 있네.”
그는 매화도와 난을 잘 그린 화가였으며 그의 유명 작품 중에서 반이 넘은 8덟개의 작품이 임자도에서 그린 것으로 남아 있고 홍매도대련은 그의 대표적 작품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용난굴은 폭이 7m 높이 8m에 물이 빠지면 길이가 100m나 되며 입구 측에 얼굴바위와 거북바위가 특이하다. 얼굴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고 거북바위 앞에서 건강과장수를 빌었다는 설화가 있다. 임자도의 초등시절 누구든 이곳으로 소풍을 안간 사람은 없고 보물찾기 하지 않은 학생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결국 그는 1853년도에 임자도 주민들의 후한 대접과 사랑에 감사하며 유배기간을 마치고 임자도를 기리며 13년 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흔적의 숨결을 임자도가 외면하지 않고 조희룡비를 이흑암리(육암리) 마을에 새웠으며 그의 적거지 복원과 그림 등을 수집 비치하고 체험 학습장을 추진 중 이다.
10) 임자도 진리 유배자인 김령의 ‘역대천자문’과 유배일기 간정일록 소개
1853년 조희룡이 3년간의 유배생활을 마친 9년 후 임자도 진리에 김령이 유배되었다.
그의 유배생활의 흔적인 ‘역대천자문’과 ‘유배일기 간정일록’이 2007년에야 밝혀져 큰 가 치는 물론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유배자와 유배문화를 알리기 위한 최근 연합뉴스의 조근영 기자의 글과 문화의 산물을 소개해 보면 :
ㅡ. 역대천자문
조선시대 천자문과 다른 '역대천자문'이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서 발견됐다.
신안군은 "조선후기인 1862년 임자도에 유배를 와 1863년 음력 2월 임자도 진리 박윤량의 초가에서 김령에 의해 완성된 역대천자문이 발견됐다"고 10일 밝혔다.
신안군은 이 역대천자문이 최근 신안군 임자도 성헌장 서초당 기념회에서 김령의 일기와 역대천자문 해제 작업을 하던 중 발견됐다며 그 일부의 기록과 고문서를 공개했다.
이번에 발견한 일기와 역대천자문의 해제가 완료되면 이야기로만 전해지던 유배 생활의 전모를 상세히 파악하고 유배인들이 신안군 내 각 섬들에 끼쳤던 문화 영향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령은 역대천자문을 완성한 1863년 2월 23일의 유배일기에 "뜻은 사기의 내용을 엮은 것이다. 주홍사가 지은 백수문에 나오는 자(字)는 한자도 사용하지 않았다. 들창문 아래 놓아두고 어린 학동들 공부에 작은 보조 자료가 되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해서로 써 후손들에게 물려준다. 천자문을 짓느라 깊이 생각하느라 몸과 마음이 고달파져 술을 따라 마시고 잠을 청했다"고 썼다.
이 문서는 현재 임자도 성헌장 서초당 기념회에서 소장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기존의 천자문이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 역대천자문은 유배인에 의하여 처음으로 우리의 시각에 맞춰 지역 향민들을 애틋하게 생각하며 기록한 최초의 우리식 천자문"이라면서 "조선 후기 고문서 전적류로 매우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안=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2007.10.12>
ㅡ. 유배일기 간정일록(1962년 음력 9/12월 분)
(九月)
九月初一日 朝 又尙廻 食後 訪宗人 乃集重海甲寅 家 厥弟 靈瑞雲海丙寅 致道大人
구월 초일일 조 우상회 식후 방종인 내집중해갑인 가 궐제 영서운해병인 치도대인
與乃允有海甲戌春五弟 里門內居 宗人士正址永癸未 俱在座 相與酌酒 情話移
여내윤유해갑술춘오제 리문내거 종인사정지영계미 구재좌 상여작주 정화이
時把別 發行 至十里店 遇旨酒洞 飮泥醉 止宿路傍殘店
시파별 발행 지십리점 우지주동 음이취 지숙로방잔점
/함께 구/옮길 이/때를 맞출 시/잡을 파, 웅큼 파/맛있을 지/
9월 1일
식사 후 일가붙이 김내집(중해, 갑인생)의 집을 방문했다. 그 동생 김여서(운해, 병인생, 김치도의 아버지)와 김내윤(유해, 갑술생, 김춘오의 동생), 마을 문안거주 일가 김사정(지영, 계미생)이 함께 있어 서로 술을 권하였다. 정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가 그들과 헤어져 길을 나섰다. 십리쯤 가니 가게가 있어 좋은 술을 사 마셔 크게 취하였다. 가던 발길을 멈추고 길옆 다 쓰러져가는 가게에서 잤다.
二日早發 至咸平校前店 雇得轎夫 朝食貿肉頓飽食後 發行至望雲市店午䭜 至勿衣巖店止宿
이일조발 지함평교전점 고득교부 조식무육돈포식후 발행지망운시점오료 지물의암점지숙
/살 무/끼니 돈 肉豚=고기 돼지/
2일
일찍이 출발하여 함평향교앞 가게에 이르러 가마꾼을 고용했다. 아침 식사로 고기를 사 배부르게 먹고 출발하였다. 망운 시점에 이르러 점심 요기를 하였다. 물의암점에 이르러 가던 발길을 멈추고 잤다.
三日食後發行 過兎墱陽干橋渡 江山津乃智島界也 午䭜 松項店 越一嶺 過鳳樹洞 金出串
삼일식후발행 과토등양간교도 강산진내지도계야 오료 송항점 월일령 과봉수동 금출곶
到點馬巖 船斷 渡不得 遂止宿
도점마암 선단 도부득 수지숙
3일
식사 후 길을 나서 토등을 지나 양간다리를 건너 강산나루에 이르니 지도땅이다. 송항점에서 점심 요기를 하고 산줄기 하나를 넘어 봉수동을 지나니 금출곶이다. 저마바구에 도착하였다. 배가 끊어져 건널 수가 없어 가던 길을 멈추고 그곳에서 잤다.
四日夕陽船通 到泊荏子島 得二律 撥閔
사일석양선통 도박임자도 득이율 발민
도박=항구에 배가 도착해 머무름/없앨 발/근심 민/撥閔=근심 걱정을 떨어 없애버림/
4일
석양 무렵 배가 통했다. 임자도에 닿았다. 율시 두 편을 지어 근심걱정을 덜었다.
荏子島浮海一方 孤舟來泊趂斜陽 天風送客鯨波裂 鎭法關人蟹屋荒
摠是君恩身不死 莫非王土處無傷 家兒何罪蒙艱險 慚愧人間未父良
임자도부해일방 고주래박진사양 천풍송객경파열 진법관인해옥황
총시군은신불사 막비왕토처무상 가아하죄몽간험 참괴인간부미량
/趂=趁 쫓을 진/닫을 관/모두 총/막비=아닌게 아니라/안타깝게 여길 상/무릅 쓸 몽/비통할 참/부끄러울 괴/
바다 한 귀퉁이 임자도 외로이 나룻배 닿았는데 석양이 기운다.
바람은 하늘에서 불어오고 고래등 같이 큰 파도 찢겨져 출렁인다.
사람들 진관에서 사는데 게딱지같은 집 거칠기 그지없다.
임금께서 은혜를 베풀어 이 몸 죽지 않았듯이
이 나라에 불쌍히 여기지 않는 땅 한조각도 없으리니.
아들은 무슨 죄가 있어 험난한 고초를 무릅쓰나.
세상에 부끄러운 것이 아비 바르지 못한 것이구나.
白首全瞢涉世方 無端猖蹶竟投荒 傷時感慕乘桴聖 避俗還羞擊磬襄
浮生自有窮通限 大地元無此爾疆 別界偸閒猶聖賜 從今永矣好潛藏
백수전몽섭세방 무단창궐경투황 상시감모승부성 피속환수격경양
부생자유궁통한 대지원무차이강 별계투한유성사 종금영의호잠장
/걸어서 돌아 다닐 섭/창궐=부정적인 세력이 세상을 날뛰다/마침내 경/마룻대 부/다할 궁/지경 강, 당의 가장자리/구차할 투/잠장=몰래 숨음
백수 늙은이 눈을 감고 온 세상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며 날뛰다가 거친 이곳에 내던져지게 되었다.
어려움을 만났으나 고맙게도 임금님의 은혜를 입었고
속됨을 피하려 편경을 두드리니 도리어 부끄럽다.
인생에는 궁하고 통함에는 끝이 있으나
큰 대지에는 가장자리 없구나.
임금님께서 외딴 이곳에서 구차하나마 한가로움을 갖게 해 주셨으니
지금부터는 영원히 깊이 숨어서 사는 삶을 즐기리라.
定 居停主人 于鎭門外朴允良家
정 거정주인 우진문외박윤량가
坐定 李友大允 顚捯趕來 握手相歡 篕橫罹於樵獄幾死艱生去七月 已泊于此
좌정 이우대윤 전도간래 악수상환 합횡이어초옥기사간생거칠월 이박우차
闕再從兄 以瀛州學士 搆陷於樵魁 放逐於江津古今島 彼何人斯其心孔艱 余與大允
궐재종형 이영주학사 구함어초괴 방축어강진고금도 피하인사기심공간 여여대윤
去六月同患難於晉犴
거유월동환난어진안
又此同淪落 於天涯 事非偶然實有緣業遂 與之日夜同處
우차동윤락 어천애 사비우연실유연업수 여지일야동처
又一人 來見 乃 晉州潮倉居 金道天也 以船主 負逋換 作國穀數千石
우일인 래견 내 진주조창거 김도천야 이선주 부포환 작국곡수천석
坐此去三月刺配於此云爾
좌차거삼월자배어차운이
/머무를 정/좌정=앉다/전도=이치가 거꾸로 됨, 넘어짐/쫓을 간/어찌 합/병이나 재앙에 걸릴이, 근심 이/바다 영/조선 후기 경연청 등에 속한 벼슬/이해못할 구/빠뜨릴 함/우무머리 괴/구함=터무니 없는 말로 남을 모함하여 죄에 빠지게 함/오랑캐 땅의 들개 안, 옥 안/방축=쫓아냄/이 사/매우 공/윤락=세력이나 살림이 보잘 것 없어져 다른 고장으로 떠돌아 다님/천애=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곳/漕倉=조선시대 세곡의 운반을 위하여 강가나 바닷가에 지어 놓은 집/포환=결손이 난 환곡/빚질 부/꾸짖을 자/
머물 곳을 임자도 진문 바깥 박윤량의 집으로 정했다. 앉아 있으니 먼저 와 있던 벗 이윤대가 찾아왔다. 악수를 하며 서로 기뻐하였다. 이윤대는 지난 칠월 감옥에서 거의 죽게 되었다가 겨우 살아나 여기에 와 머물고 있었다.
그의 6촌형은 제주도의 학사였는데 시골사람들의 우두머리로부터 모함을 받아 강진 고금도로 쫓겨났다. 사람의 마음이 어찌해 힘들지 않겠는가. 나와 이윤대는 지난 유월 진주 감옥에서 환난을 같이했고 또 이처럼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떠돌아다니며 같이 낮과 밤을 보내게 되니 우연이 아니라 실로 인연의 업보가 있다 하겠다.
또 한 사람이 찾아와 보았는데 진주조창에 거주하던 김도천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선주로서 나라곡식 수천석을 결손이 나게 해 지난 3월 이 곳으로 유배되어 있다고 하였다.
五日困于酒滯 氣甚不平 服蘇薑湯 次兒歸泉之日也 心緖尤作惡
오일곤우주체 기심불평 복소강탕 차아귀천지일야 심서우작오
鎭將去右水榮不還 未得受回移公文 官人姜正述留滯
진장거우수영불환 미득수회이공문 관인강정술유체
/더욱 우/회이=公移=관아 사이에 조회하는 것/강정술=죄인의 압송을 책임지던 삼가읍 관교/
5일
주체기가 있어 매우 좋지 않았다. 소강탕을 복용하였다. 둘째 아이가 죽은 날이다. 심회가 더욱 좋지 않았다. 진장이 우수영에 가 돌아오지 않아 관아 사이 조회공문을 받지 못하여 관인 강정술이 체류하였다.
七日 送宗客與轎夫尙三 及正述 付書于再從兄 及 士衡 且付權蔚齋龍成元兢朴章瑞書
칠일 송종객여교부상삼 급정술 부서우재종형 급 사형 차부권울재용성원긍박장서서
7일
집안 손님들과 가마꾼 상삼, 그리고 관인 강정술이를 송별했다. 6촌형과 김사형이에게 편지를 보냈다. 또 울재 권용성(원긍)이와 박장서에게 편지를 보냈다.
八日 正言不勝幽鬱 偕大允 道天 登高丘 望遠海而 買生魚 饋余
팔일 정언부승유울 해대윤 도천 등고구 망원해이 매생어 궤여
/깊을 유/답답할 울/보낼 궤/
8일
아들 정언 김인섭이 답답함을 이기지 못했다. 이대윤이와 김도천, 모두 함께 높은 언덕을 올라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살아 있는 물고기를 사 나에게 주었다.
九日 是日佳節也
구일 시일가절야.
心懷倍惡 欲登高敍暢而 罪累之身 新到之初 有所不安 遂停止而 謹以朱子九日時韻 搆一律
심회배악 욕등고서창이 죄루지신 신도지초 유소불안 수정지이 근이주자구일시운 구일율
/서창=여유있게 굶/운=韻의 동자/차릴 구
9일
오늘은 가절이다. 마음이 더욱 좋지않았다. 높은 곳에 올라 마음속의 것을 풀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죄에 연루된 몸이 이곳에 온 처음부터 그러기에는 불안하였다. 그래서 집에 머무르며 삼가 주자의 9일시 운으로써 시 한 수를 얽어 만들었다.
白頭流竄大瀛方 回顧鄕山隔杳茫 島嶼煢廻迷地軸 閭閻撲陋保天荒
疎리霜重寒葩傑 極浦風高落葉狂 楚澤千秋遐想寄 荷衣蕙襲餘香佩
백두류찬대영방 회고향산격묘망 도서경회미지축 여염박루보천황
소리상중한파걸 극포풍고낙엽광 초택천추하상기 하의혜습여향패
/류=流의 고자/내칠 찬/바다 영/유찬=유배/어두울 묘, 아득할 묘/아득할 망/외로울 경/돌 회/울타리 리/꽃 파/흐릿할 미/엎드러질 박/더럽다 좁다 누추할 누/천황=한 없이 넓고 먼 땅/뛰어날 걸/굽을 왕/고을 초/멀 하, 어찌 하/부칠 기/멜 하, 연꽃 하/풀이름 혜/들어갈 습, 엄습할 습/찰 패, 노리개 패/
흰머리 늙은이가 큰 바다에 유배되었다.
머리 돌려 고향 산을 보려하나 멀리 아득하기만 하여라.
섬에서 이리저리 돌아보아도 뭍은 멀리 흐릿하기만 하고
누추한 집들은 나지막하게 엎드려 멀고 거친 이 땅을 지키고 있구나.
성긴 울타리에 서리는 겹겹이 내려 추위꽃이 뛰어나고
멀리 떨어진 포구 바람 드세어 낙엽 미친 듯 흩날린다.
옛날 좋은 시절을 어이 생각하랴.
옷에 꽃을 꽃으니 향기로운 노리게 되었었지.
十日 正言欲歸 客懷無端凄絶 不堪定情 遂使姑止之
십일 정언욕귀 객회무단처절 불감정정 수사고지지
/불감=견디지 못함/잠시 고/
10일
아들 정언 김인섭이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객지의 회포가 괜히 처절해져 마음을 잡지 못하였다. 그래서 조금 더 머물게 했다.
十一日 正言言歸 不勝凄鬱 遂同舟往點化巖 大允兄與道天 主人朴允良 幷隨之 賖酒通飮蕩愁 秣馬䭜僕 日已昃矣 卽 送正言于浦上 付書章瑞
緣余猖狂 靑袍朝士 此何戹哉 馳驟京鄕 轉仆塗泥 漂泊于海島 江潭之險觸
冒于風霜 瘴霧之沴 人非鐵石 何以枝梧 余平日期待倚望之遠 愛重保護之意顧何如而 今乃 抛擲於拂亂危迫之地 辜負初心 吁点極矣 寧學彭咸而 不可得頑 甚甚遂矣 詩略 中情發而飴之
십일일 정언언귀 불승처울 수동주왕점화암 대윤형여도천 주인박윤량 병수지 사주통음탕수 말마료복 일이측의 즉 송정언우포상 부서장서
연여창광 청포조사 차하액재 치취경향 전부도니 표박우해도 강담지험촉
모우풍상 장무지려 인비철석 하이지오 여평일기대의망지원 애중보호지의고하여이 금내 포척어불란위박지지 고부초심 우점극의 영학팽함이 불가득완 심심수의 시략 중정발이이지
/쓸쓸할 처/쓸어버릴 탕/근심 수/말먹이 말, 먹일 말/기울 측/종 복, 마부 복/곧 즉/
/어떤 사실로 말미암을 인/창과=미친 것 같이 사납게 날 뜀/청포=푸른 빛의 도포/조사=조신=조정에서 벼슬하는 신하/재난 액/달릴 치/달릴 취/치취=썩 빠름/엎어질 부/더러울 도/물가 려/枝吾=맞서 겨우 버티어 나감/포척=내던짐/위박=위험이 눈앞에 닥침/떨칠 불/반드시, 막다, 찢어발길, 허물 고/탄식할 우/차라리 ,어찌 영/다 ,두루미칠 함/완고할, 둔할 완/경영할 략/중정=가슴속에 맺힌 감정이나 속마음/엿, 단 맛 이/
11일
정언 김인섭이 집에 가봐야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쓸쓸하고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였다. 같이 배를 타고 저마바구로 나갔다. 이대윤 형과 김도천, 주인 박윤량이 나란히 따라와 배웅했다. 까짓것 말먹이는 마부면 어떠하랴, 술을 통음해 근심을 쓸어버렸다. 해가 이미 기울었다. 곧 아들 정언 김인섭을 저마바구 포구위에서 송별하고 장서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의 미쳐 날뛰는 짓으로 말미암아 푸른 도포를 입고 관직에 종사하던 아들 정언 김인섭이 경향을 뛰어다니다가 더러운 진창길에 엎어져 바닷섬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으니 이것이 어인 재난인가. 사람이 쇠나 돌이 아닌 바에야 어찌 강과 연못의 험함과 풍상과 바닷가의 장기가 서린 안개를 무릅쓰고 맞서 버티어 나갈 수 있을까.
평소 자중자애하여 몸을 보전하려 했는데 지금 어지럽고 위험이 눈앞에 닥친 곳에 던져지게 되었다. 초심을 내찢어 발겨 버렸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뿐이다. 어찌 두루두루 배웠으면서도 이토록 아둔한게 심하고 심한가. 시를 지었다. 가슴속에 맺힌 것을 펼쳐내고 나니 시원하다.
殘年六十尙癲癡 胡不遄歸只積疵 幾死圓扉殃自俺 嚴勘大理禍延兒
古今何限遭流竄 天地難爲此別離 命矣夫誰尤且怨 慎旃冞勵歲寒姿
잔년육십상전치 호불천귀지적자 기사원비앙자엄 엄감대리화연아
고금하한조류찬 천지난위차별리 명의부수우차원 신전미여세한자
늙어죽기까지 얼마 남지않은 육십노인 미친 짓을 하였네. 어째서 빨리 저승에나 가지 않고 허물만 쌓아 가는가. 감옥에서 죽을 뻔한 재앙이 나에게 닥쳐왔고, 의금부에서 문초당하는 화가 아들에게까지 미쳤구나. 유배지에서 겪는 일, 이것 저것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없겠지만, 아들과 이별하는 일은 천지에 가장 어려운 일이로구나. 운명이구나! 누구를 탓하며 누구를 원망하리요. 삼가야지! 한 겨울의 추위를 무릅써야만 할지니.
/잔년=늙어서 죽기 까지 얼마남지 않은 나이/오히려, 꾸밀 상/미칠 전, 지랄 전/어리석을, 미칠 치/빠를 천,내왕이 잦고 빠른 모양/허물 자/어찌 호/원비=감옥/기사=거의 죽게 됨/재앙 앙/좇을 자/나 엄/헤아릴,문초할 감/엄감=엄중하게 처단함/대리=전옥서중국 고대의 관헌. 체포형벌 등을 맡아 보았음/끌어들일 연/만날 조/운수, 명령할 명/탓 우/삼갈 신/어조사 전/무릅쓸 미/힘쓸, 권면할 려/세한=몹시 추운 한겨울/모양 자/부끄러울 참/
深慚爲父不能慈 全蔽天明罪罟罹 九倒十顚叩有以 千辛万苦汝何斯
金門邃遠誠昭格 木道傾危力頀持 今日送歸無限冀 須從憂慽玉成之
심참위부불능자 전폐천명죄고이 구도십전고유이 천신만고여하사
김문수원성소격 목도경위역호지 금일송귀무한기 수종우척옥성지
아비가 부끄러운 짓을 하였으니 자식에게 자애로울 수가 없고
하늘의 밝음을 가렸으니 죄를 얻어 형벌을 불러들였다.
아홉 번 넘어지고 열 번을 뒤집어 질지라도 내가 머리를 조아려야 할 일인데 어찌하야 천신만고의 어려움을 너까지 겪어야 하겠느냐.
우리 상산 김씨 집안의 뿌리는 멀고도 깊지만 조상들을 모심에 온갖 정성을 다하였다. 집안이 기울어질 위태로움에 처해있으니 집안을 힘써 지켜나가거라. 오늘 너를 배웅하면서 한없이 바라노니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자나깨나 애를 써라.
/사랑 자/덮을 폐/그물질 고/어려움을 겪을 이/조아릴 고/뒤바뀔 전/깊을, 시간이 오래 될 수/신주 차례 소/자리 격/기울 경/바라건대 기/근심할 척/옥성=훌륭한 사람이 됨/
爲汝無疆遠大期 國人爭道席珍奇 靑春二十登臚搒 黃卷三千蘊腹笥
父也不良憂患始 兒乎何罪戹窮隨 冥頑應未居然去 莫以吾衰過慮爲
위여무강원대기 국인쟁도석진기 청춘이십등려방 황권삼천온복사
부야불량우환시 아호하죄액궁수 명완응미거연거 막이오쇠과려위
네가 탈이 없고 한없이 크게 되기를 바라리라. 나라사람들이 길과 자리를 다투어 비켜줌이 진기하다. 청춘 이십 네가 나룻배에 배에 올라 있지만 서책 삼천권이 가슴속에 쌓였구나. 아버지야 잘못해서 우환이 시작되었지만, 너야 무슨 죄로 어려움이 따르는가. 어둡고 완고한 이 늙은이 장차 슬그머니 죽고 말 것이니 내가 쇠약해진다고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거라.
/무강=한이 없음/바랄 기/대기=임신한 여자가 아이 낳을 달/배앞 려/방=배저을 방 방搒의 본자/ 황권=서책/쌓을 온/상자 사/궁=窮의 본자/명완=사리에 어둡고 완고함/응당 ~하여야 한다/장차 미/거연=슬그머니 쉽사리/과려=지나치게 염려함/끝 설/제설=몸에 지니어 가짐/가감=감당할만함/뱅골 보리수 용/베풀 장/우황=하물며/
天倫何事別天涯 白日無光碧嶼悲 提挈可堪榕葉편 分張又況菊花時
朝廷誰識祥麟重 天地無窮舐犢私 牛爺瞽父何曾累 念哉休負戾人祈
천륜하사별천애 백일무광벽서비 제설가감용엽편 분장우황국화시
조정수식상린중 천지무궁지독사 우야고부하증루 염재휴부려인기
부자가 무슨 일로 하늘 끝 멀리 떨어진 타향땅에서 이별을 해야 하는가.
해는 빛을 잃고 푸른 섬은 비통에 잠긴다.
용나무 잎 조각 몸에 지니고 다니다가 모든 것이 시들어버린 국화 피는 계절일지라도 나누어 주어야지. 조정의 누가 상서로운 기린의 소중함을 알리요. 어미소가 송아지 핥는 마음 천지에 한이 없다네.
늙은 소같은 눈먼 아비 어찌 더하여 누를 끼치랴. 기원하나니 마음의 짐을 부려놓고 편히 쉬어라.
/핥을 지, 지독=어미소가 송아지를 사랑하여 혀로 핥는 일, 바뀌어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일/총애할 사, 가족 사/아비, 늙은네 야/소경 고, 남의 기색을 잘 살피지 못할 고/더할 증/폐끼칠 루/이를 려/잠깐 염, 생각 염/죄 려/빌 기/
將 與大允道天允良 還于荏鎭 夕潮未生 留待酒店 余醉眠方濃 방人攪起 開戶視之
장 여대윤도천윤량 환우임진 석조미생 유대주점 여취면방농 방인교기 개호시지
月色滿地 水光接天 遂相與登舟 浩浩如憑虛 御風興致自生 渾忘離恨之苦 歸泊旅館
월색만지 수광접천 수상여등주 호호여빙허 어풍흥치자생 혼망이한지고 귀박여관
夜已央矣
야이앙의
/문득 장/곁 방/호호=호수 따위가 가없이 넓음/클 빙/거느릴 어/흥치=흥과운치/흐릴 혼/
문득 이대윤, 김도천, 박윤량과 더불어 임자도 진으로 돌아오려 하는데 저녁 물이 들어오지 않아 주점에 머물면서 물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나는 술에 취해 깊히 잠이 들었다. 곁에 있던 사람이 흔들어 깨워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보니 월색은 땅에 가득하고 물빛은 하늘에 잇닿아 있었다. 함께 배에 오르니 넓고 텅텅 비어 있는 바다가 가없이 넓었다. 바람을 다스리며 배를 모는데 흥과 운치가 절로 일어 이별의 고통을 잊었다. 여관에 돌아오니 이미 한 밤중이었다.
十二日 無聊不樂 收拾周易舊誦
십이일 무료불락 수습주역구송
12일
무료하고 즐겁지 않았다. 옛날 읽었던 주역 책을 수습하였다.
十三日 與大允 日夕相對 甚貴 其天眞爛漫 時與 謔浪忘憂
십삼일 여대윤 일석상대 심귀 기천진난만 시여 학랑망우
/심할 심/학랑=실없는 말로 희롱함/
13일
이대윤과 낮과 밤을 서로 상대하며 지냈다.
그 천진난만함이 매우 좋았다. 때때로 서로 실없이 웃음엣소리를 하면서 걱정을 잊었다.
十六日 鎭邸人 崔一壽 來見 見甚溫雅詳明 可與接話
십육일 진저인 최일수 래견 견심온아상명 가여접화
/맑을,우아할 아/
16일
진에 근무하는 최일수가 왔다. 사람이 매우 온화하고 맑았으며 꼼꼼하고 총명해 가히 만나 이야기할만한 사람이었다.
十七日 連晴溫 正言衣薄不足憂 且 量今明間 可抵家
십칠일 연청온 정언의박부족우 차 량금명간 가저가
/헤아릴 량, 추측할 량/
17일
연일 날씨가 개이고 따뜻하다. 정언 김인섭이 옷이 얇고 부족했음이 걱정되었다. 아마 금명간 집에 닿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十八日 修艱貞錄 乃 取明夷利 艱貞之義也
십팔일 수간정록 내 취명이리 간정지의야
/닦을 수/깎을 이/통할 리/
18일
간정록을 썼다. 간정이란 이름은‘어려움을 참고 정절을 지킴’에서 따온 것이다.
十九日 溫和如三月天氣 崔再訪 夜誦易一通
십구일 온화여삼월천기 최재방 야송역일통
/읽을 송/
19일
온화하기가 삼월 날씨와 같았다. 최일수가 다시 방문했다. 저녁에 주역을 한번 통째로 읽었다.
二十日 早朝 鎭將 遣知印致意夕陽訪 鎭將 南善厚 爲人頗不草草 能文雅善詩 眞衰世不易得之 奇才也 旨酒醑 余譚讌移時 足可以暢敍幽憂 夜誦易
이십일 조조 진장 견지인치의석양방 진장 남선후 위인파불초초 능문아선시 진쇠세불이득지 기재야 지주서 여담연이시 족가이창서유우 야송역
/지인=통인=수령(守令)의 잔심부름을 하던 구실아치. 이서(吏胥)나 공천(公賤) 출신이었다/보낼 치/치의=자신의 뜻을 남에게 알림/불초초=사람의 됨됨이가 초초하지 아니함, 초초=사람의 됨됨이가 간략하지 않음, 바빠서 거친 보양/능문=글짓기에 능함/잘할 선, 좋은 선/쇠세=쇠망한 세상/맛이 있는 음식, 아름다운 지/미주 서,거른 술 서/이야기
첫댓글 존경
시간 날 때 조용히 읽어 보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