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S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울타리가 필요없을 정도로, 하나의 상징으로 우뚝 섰다. 두번의 세대 교체를 겪으면서 CLS는 정체성을 더욱 견고하게 다졌다. 2세대 CLS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을 따른 개성없는 모델이었다면, 3세대 CLS는 다시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을 이끄는 선도자가 됐다.
몸은 한결 늘씬해졌다. 길이도 늘었고, 휠베이스도 길어졌다. 그런데 더 작아보인다. 2세대 CLS가 넓고 긴 직사각형이었다면, 3세대 CLS는 길고 넓은 타원처럼 생겼다. 군살이 빠졌다. 이제 제몸이 보인다. 코에서 시작된 근육은 한껏 팽창했다가 다시 수축되며 꽁지로 모여든다. 굳이 주름을 굵게 잡지 않아도, 단단하고 강인해 보인다. 모나게 다듬어진 앞뒤의 눈매도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큰 요소다. 이 세부적인 디자인은 앞으로 나올 메르세데스-벤츠의 신차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안쪽에는 좋은 것을 잔뜩 집어넣었다. E클래스와 대부분을 공유하지만, 그보다 더 아름답고 호사스럽게 만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이름 끝에 ’S'가 붙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 가장 큰 변화는 뒷좌석에 있다. 지금까지 메르세데스-벤츠는 CLS에게 다섯개의 시트를 허락하지 않았다. 쿠페는 결핍이 존재해야 마땅해서다. 그러나 3세대 CLS는 뒷좌석의 중앙 콘솔이 없어졌고, 세명이 앉을 수 있게 했다. 쿠페가 패밀리카의 임무까지 담당하게 된 셈이다. 다만 공간에 대한 개선은 크지 않다. 트렁크가 열리는 방식도 세단과 같다. 유리까지 통째로 열리는 최신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조금은 아쉽다.
비율의 변화는 그저 겉모습에 국한되지 않는다. 더 당당하게 도로를 달린다. S클래스와 같은 부드러움도 안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호전적이다. 긴 몸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날쌔다.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아주 평평하게 옆으로 돈다. 어질리티 컨트롤에 따른 에어 서스펜션의 변화는 크다. 디자인 만큼이나 CLS를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CLS는 단 하나의 성격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각각의 주행모드에 따라 완벽에 가깝게 성격을 바꾼다.
직렬 6기통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여러 파워트레인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궁합이 좋다. V6 엔진에서 직렬 엔진으로 바뀌면서 들을 만한 핀잔에 미리미리 대비한 것 같다. 힘, 정숙성, 효율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별다른 수식없는 ‘400d’란 이름이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로 새로운 파워트레인은 훌륭했다. CLS는 계속해서 앞서 가고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모든 것이 통제되고,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위험성을 느끼기도 하고 호기심을 갖으며, 보고 또 보게 된다. 2004년 메르세데스-벤츠 CLS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편안하고 안락해야 하는 세단이 왜 쿠페의 모습을 취해야 하는지 많은 이들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멋있었다. 그 과감한 시도는 오늘날까지 자동차 디자인을 뒤흔들고 있고,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그 발자국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