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애버리면 편하다. 모든 걸 없던 일처럼. 그런건 나도 잘 안다. 그런데 아예 잘라내 버리는게 더 싫다. 남겨놔서 아픈 것도 싫지만, 그게 없어지는건 더 끔찍할 것 같지 않나? 짧지 않은 길지도 않은 그래도 내 인생의 부분이었던 시간들이 그냥 애초에 그런 건 없었던 것처럼 새까맣게 툭 끊어져서 사라지게 될것만 같다. 그게 너무 무섭고 싫고 아까운 거다. 그래서 아무리 거지같은 기억도, 옛날 일도, 난 그냥 달고 사는 거다. 그건 그것대로. 내가 보내온 시간이니까.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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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습이 막 시작되기 전에 도착한 그녀는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내가 아무리 막 생겨도 그렇지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엄청 피곤해 보이시네요. 동물원에서 탈주한 팬던줄 알았어요 ㅋㅋ"
이 아니라 다크서클이 죽 내려와 팬더처럼 보이긴 하겠구나. 예전에 이태원 클럽에서 만난 태국 아가씨에게 "우리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일" 이라는 말 이후로 상당히 산뜻한 견해였다.
워낙 남자 수강생이 많았던 기수라 한번 추고 한번 쉬고 절반 이상을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간간히 날 신경쓰는지 아니면 동물 구경을 하는건지 자주 눈을 마주쳤다.
모든 사랑은 응시에서 시작된다. 라는 문구를 마음속에 간직하던 나로선 마음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수업이 끝나자 마자 시작된 소셜에서 그녀는 나에게 제일 먼저 춤 신청을 했다.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몽환적이였던 어제의 별빛같이. 나이들면서 무뎌진 설렘이 다시 피어났다.
하지만 그녀의 춤은 이쁘장한 얼굴과는 다르게 엉망진창이였다. 어떻게 하면 이 거리에서 정강이를 차고 발을 밟을수가 있지? 어지간하면 아픈건 참고 추는데 마지막으로 밟힌 발가락은 치명적이였다. 억 소리가 절로 터져나왔다.
그렇게 춤이 중단되고 괜찮다고 나가서 춤추라고 해도 걱정스런 얼굴로 내 옆을 지키던 그녀가 정강이는 괜찮나 살펴보던 나를 한번 보고 정강이를 한번 보고 천장을 한번 보더니 급작스래 떠나갔다. 갑자기 너무 미안해졌나보다. 나중에 나는 괜찮다라고 말해줘야지.
그렇게 자연스래 그녀와 발꼬락님은 안녕하시다는 아침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발꼬락님은 안녕하신가요? 너무 쎄게 밟았죠?" '네. 발꼬락님은 안녕하십니다.' "신생아처럼 울부짖으시던데...걔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요. 그리고 그 윗집에 사는 정글님도 안부전해주세요. 시꺼먼게 화가 많이 난 모양이더라구요."
그날 자리를 급히 뜬게 내 무성한 다리털이 놀라웠나보다. 유일하게 내 신체부위중에 털이 밀집된 지역이긴 하지만.. 여장대회에서도 지켜온 내 다리털과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잠시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르며 눈물이 났지만 결국 나는 30년 가까이 지켜온 효심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곤..... 왁싱을 하다가 아부지한테 걸려서 브라질리언 킥을 맞고 호적에서 왁싱을 당할뻔 했다.
첫댓글 호적 왁싱ㅋㅋㅋㅋ재밋어용 ㅋㅋ
너무 짧아요. ^^/
호적에서 왁싱 왁싱 ㅋ
그래서 누구인데 !! ㅋㅋ
ㅋ.ㅋ
일간소설 쬐야 맛이징 ㅋㅋㅋ
궁금하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