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애국
오늘 농협카드사에서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OOO님, 7월 교통카드 이용금액 23,500원입니다."
문자를 읽는 순간 고개가 갸웃해졌다.
'이게 웬일이지?'
나는 지공대사가 된 지도 벌써 십수 년이 지났다. 외출할 때면 부산은행에서 만든 지공카드를 스마트폰 속에 넣어 다닌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농협카드도 함께 넣어 두는 것이 오래된 습관이다. 버스를 탈 때는 지공카드에 미리 충전한 금액
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하철이다.
가끔 개찰구에서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지공카드 대신 농협카드가 먼저 인식되는 모양이다. 개찰구를 통과한 뒤에야 '아차!'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무료로 탈 수 있는데도 요금이 결제된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도 없으니 그저 웃으며
넘길 수밖에.
이번 달에도 그렇게 빠져나간 돈이 23,500원이었다.
요즘 부산 지하철도 무임승차 이용객이 많아 적자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령화가 계속되는 만큼 그 부담도 점점
커질 것이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실수로 요금을 내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또 내 나이가 되었는데도 일부러 요금을 내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이유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지하철 운영에 작은 힘을 보태는 셈이다.
자의든 타의든, 나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23,500원. 큰돈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적은 돈도 아니다. 처음에는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돈이
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는 지하철 운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어떤 실수는 후회만 남기지만, 어떤 실수는 뜻밖의 선행이 되기도 한다.
이번 달 농협카드 결제 내역은 내게 작은 교훈 하나를 남겼다.
애국이란 거창한 구호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개찰구 앞에서의 작은 실수 속에도 숨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번에는 결제 문자를 보고도 웃음이 먼저 나왔다.
'그래, 이번 달도 나도 모르게 애국 한 번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