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의 변신이 계속됩니다. 지난주 광안리 모임에 이어 이번주는 시간을 바꾸었습니다.
수달 날이 다른 날과 달라 평상시대로 하면 알맞지 않아 이런 이유로 어리석은 주달꾼들이 달리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그 뜻을 쉽게 실행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지기님께서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모임 시간을 묑가노니 여린 주달꾼들은 편한 시간에 시작해 달리고 모이는 시간을 편안하게 할 따름이다. |
오전에 출근을 해도 마음은 고추밭에 가 있습니다.
요놈들이 그런 눈치를 챘는지 고3이라도 학교 오는 놈이 별로 없습니다.
<독서실에서 열심히 하겠지요.
학원에서 열심히 하겠지요.
친구들 하고 모여서 그룹 스타디 하겠지요.
집에서 부모님 감시하에 열심히 하겠지요.>
일년에 한두번 부산 상수도권을 벗어날까 말까하는 아내의 오늘 여행용 모자 쇼핑에 좀 따라다니면서 시계만 계속 봅니다.
3시 반쯤 시작할 요량으로...고모집에 가방을 맡겨 놓고 뛸 생각이었지요.
3시 40분 금정산악종주를 하고 사흘만에 시동을 걸어보니 좀 무겁습니다. 한글날 오후의 주로 풍광이 차~~암 좋습니다.
걷는 이, 뛰는 이, 타는 이, 앉은 이, 메달린 이, 시끄러운 이, 생각하는 이,,,
거기에
갈대며 물억새며 갈풀과 달뿌리풀까지.
아무도 생각이 안나고 지기 만날 생각에만 쌓여 동래역으로 갑니다.
곱고 가지런~하게 핀 억새꽃 마냥 단아한 우리 지기얼굴이 자꾸 떠오릅니다.
<아아~! 올 가을에 내게 사랑이 오나 봅니다.>
근데...이기 멉니까.
세병교 근처에 왠 무리가 뛰어 오는데
갈대처럼 어지럽고 생각 많은 FM
갈풀처럼 작지만 줏대 있는 행복한 원장
달뿔리풀처럼 질긴 뿌리로 절대 쓰러지지 않을 동일 이사.
이런 가을들이 청룡 백호 현무가 되어 오고 있습니다...<그럼 난 주작인가? 주책인가?>
어째든 님(들)을 만나니 한글날 25층 아파트에 우리 라인 전체가 일렬로 태극기를 모두 단 것 마냥 기분이 좋습니다.
강물은 흐르고 자전거는 구르고 우리는 달립니다.
뛰는 시간만큼 술자리의 시간도 모아져 갑니다. 두시간 달리면 두 시간 마실 수 있습니다.
수영강을 내려갑니다.
이런 날씨를 집에서 혼자 보낸다면 참 을씨년스런 날씨입니다만 뛰는 우리에겐 더 없이 좋습니다.
영화의 전당 건너편 데크에서 자전거 복면속의 여인(하명숙씨)으로부터 물잔에 버드나무
띄우고 1녀4남은 수영대교를 건넙니다.
BIFF 참여를 달리기로 하고 가을을 향해 계속 달립니다. 관성의 법칙 처럼.
썹3의 고장 반여동 성지를 통과 하면서도 다들 아무런 감흥이 없나 봅니다. 젠장...
갈대는 앞서가고 달뿌리풀은 뒷서오고 인제서야 가을사랑은 내 차지입니디.
반여에서 동래까지 약 5km.
5분 30초대로 페이스를 좀 올립니다. 잘 달립니다. 숨소리도 안납니다.
4주 동안 매주 먼천달을 한 힘이 붙은 것 같습니다.
여유가 있는지 온천천 들어서자마자..
“선배님 후기 써세요”합니다.
안그래도 써야할 것 같았는데...“요 페이스대로 동래까지 가면...”
그러면서 또 제빨리 머리를 굴려봅니다.
“춘천에서 -4 ???? 그럴려면 적어도 이페스로 끝까지...그건 쫌...”
6시 5분 동래역 도착.
공지대로라면 아직 30여분을 더 뛰어야하는데...
집이란 그런 모양입니다. 나갔다가 집에 오니 또 나가기 싫습니다.
자연스레 수달스럽게 각자 스트레칭을 합니다.
3시부터, 3시 40분부터, 4시부터 적어도 다들 2시간 이상은 뛰었네요.
행복한 원장은 댓글대로 저녁 약속으로 수영교에서 귀가하고(정수야~뒤에서 자네 뛰는 폼을 보니 예전보다 좀 거시기해보이는 건 왜그럴까)
물건너 갔다가 물건 되어 온 호진씨가 막판 열을 땡기고 오고
주달꾼의 쾌남아 LA 3선발도 열심히 땀 흘리고 옵니다.
마~악 찌짐이 익어갈 무렵 풋꼬치와 함께 가을을 듬뿍 가지고 그분이 옵니다. 선배의 평상복은 여전히 여~엉 낯설어요.인제 처음으로 지기-부지기-훈련부장-재정위원1,2 가 다 모인 것 같습니다. 제만 정신차리면 되는데...
상근선배가 가져온 와인 두병이 금방 동이 나고
밀양송전탑도 뛰어서 합류합니다. 그러고 보니 딱 한사람만 안뛰고 앉아있습니다. 그래도 수달에는 그 사람이 없으면 안됩니다. 수달의 역사입니다.
딱 두시간 20분, 6시 10분부터 8시 반까지만 마십니다.(그랬는지 아닌지는 상상만 하시라)
그 많은 풋꼬치가 맛있는 된장과 함께 다 없어질 무렵 우리는 일어납니다.
내일을 위해 다음을 위해...
한글날 나의 달리기는 행복했습니다.
수능을 기다리는 고3처럼 춘천이 기다려집니다. 그리고 설악엘 가고 싶습니다.
참여하신분 : 함진홍, 김상근, 강정수, 하덕식, 이강희, 김도훈, 박만교, 하명숙, 박현진, 김호진, 윤정미, 박세규.
첫댓글 모름지기 후기가 길어도 눈이 가야하는데
수달에서는 박선배 글은 길어도 눈이 갑니다.
양식 느낌도 없고 자연산 느낌으로다가!!
역시 수달은 여성이 지기를 맡아야!!
수컷은 돈을 써도 여자가 있어야....
재정위원 면면을 봐도ㅎㅎ
수달! 힘~~~~~~~~
그래도 올 사람들은 다 왔네. 박선생의 후기를 보고 있으면 당췌 기가 죽어서 글쓸 엄두가 안난다.
박선생 말에 자극 받아 앞으로는 더 이상 늦게 달리기도 힘들지만
속도를 포기하더라도 폼에 신경을 더 쓰야겠네요(특히 뒤테).ㅎㅎ
인타발 8개 했는데... 다리에 쥐가 날라고 하데예. 조금뛰고 많이 마셔서 아직도 맹하네요. 큼지막한 고추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아 와인도 자알 마셨습니다.
오전 제끼고, 온천 담그고, 복국 묵고 인자 해운대역에서 지하철 탑니다. 2시간 달리고,5시간 더 달리니....
하루 바쁘게,알차게 잘 보내었습니다.
이제 11윌의 설악을 기다려 봅니다.
한글날이라 세종대왕님을 기리기위해(?) 청소하느라 참석도 못하고...
곱고 가지런하게 핀 억새꽃마냥 단아한^^부지기님의 지기어천가~~(지기님 한잔 사야할듯ㅎ)
부지기님과 저는 한번 조우하기가 어려우이......
술잔 앞에서만 단아한데..ㅎㅎ
역쉬..문장가 박선배님! "아파트 라인 전체에 일렬로 태극기를 단거마냥.."우찌 이런 묘사가 가능한지..
선배님들 덕분에 빡시게 훈련 잘하고 언제나처럼 기쁨으로 충만한 찰진 시간보냈습니다..^^
참 맛깔나네
조정래씨의 태백산맥도 생각나고 박경리씨의 토지도 생각나고
우찌 생긴것과 사맞지 아니하게 절묘하게 상황 묘사를 국문학적으로 하시는지
한 30키로 먼천달 하다가 폐인되겠다싶네요 넘 힘들어
강선배 얘기대로 인자 10키로만 열시미 뛰다가 춘천가야겠다.
개인적인 일로 온천장에서 밤이 이슥하도록 거닐다가 들어갔더니
수달 뒷풀이가 눈에 밟혀 잠이 너무 (안)오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