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메르스 이후: 위기 극복, 커뮤니케이션에 답이 있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1회 조선이슈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은 "'법적으로만 문제없으면 된다'는 식의 위기 대응은 기업과 최고경영자(CEO) 모두를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업과 정부기관, 병원 등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와 경영전략 담당자 등 500명에 가까운 참석자는 전문가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회사를 대표하는 발언은 신중해야
연사들은 강연 후 패널 토론에서 '메르스 사태' '세월호 사건' '한화 회장 폭행 사건' 등 위기관리 실패 사례들을 짚어보고 "사과할 줄 모르고 사실 전달에 소홀히 해온 한국식 경영 문화는 정부와 기업의 평판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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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위기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열린 제1회 조선이슈포럼에서는 정부·기업의 홍보 실무자, 기업 경영 전략 관계자 등 약 500명이 참석해 질문 50여개를 던지는 등 위기 상황에서의 소통 방법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진 왼쪽부터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헬리오 프레드 가르시아 미 로고스컨설팅 대표, 허버트 코흐 국제 리스크·위기 커뮤니케이션 협회(IARCC) 회장, 존 베일리 케첨 싱가포르 지사장, 멀리사 아그네스 ‘아그네스 데이’ 대표. /성형주 기자
사회를 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올해 한국을 뒤흔든 메르스 사태를 예로 들었다. 김 대표가 "메르스 사태 때 확진자가 나온 삼성서울병원은 의사를 앞세워 '우리가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얘기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고 하자, 평판 관리 전문가 멀리사 아그네스(Agnes)가 "소셜미디어(SNS)의 발달로 이제 숨길 수 있는 말이나 사건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기에 회사를 대표하는 발언은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헬리오 프레드 가르시아(Garcia) 미 로고스컨설팅 대표는 "한국의 리더들에게 위기관리 DNA를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 "정부의 수장이든 기업의 CEO든 '사건 현장은 보스가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에선 에볼라 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대응팀 꾸려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조언도 쏟아졌다. PR컨설팅사 케첨의 존 베일리(Bailey) 싱가포르 지사장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나 정부는 15분 내에 성명을 내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우리가 계속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각인시켜야 한다"며 "2014년 탑승객 162명이 숨진 에어아시아 사건 때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토니 페르난데스 CEO가 좋은 예"라고 말했다. 기업에 위기가 터졌을 땐 홍보·커뮤니케이션 관련 부서가 주도권을 쥐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호 대표는 "우리 기업은 위기 발생 시 법무팀부터 찾아 비난 여론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미국에서 에볼라가 터졌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 전문가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대응팀을 꾸려 스킨십 소통에 나섰다"고 했다.
◇"리더를 설득하라"
존 베일리 지사장은 "위기에선 고객과 비즈니스 파트너들도 팀에 포함시켜 상황을 공유하고 협력하라"고 했다. 또 위기 대응에 주저하는 CEO와 리더들에게 "(참모들이) 주가 하락, 주주 이탈, 조직의 와해 가능성 등을 설명하며 정확한 상황 판단과 결단을 내리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의 대표적 위기 대응 사례 10가지를 소개한 허버트 코흐(Koch) 국제 리스크·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협회장은 "평소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위기 대응에 성공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