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 살던 동네랑 참 많이 닮은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마루에 상이 놓여진다 그날 반찬은 김치 하나이다.
양푼냄비에 김이 펄펄 나는 백숙을 엄마가 갖고 온다.
우리앞에는 밥그릇옆에 양은 국그릇이 빈채로 놓여 있다.
닭한마리가 얌전이 들어있는 양푼냄비는 할머니 앞에 놓여진다.
그 옆에는 차거운 물이 담긴 대접이 있다..
할머니가 대접에 손을 넣어 찬물을 적시는것으로 부터 시작되는 백숙과 함께하는 저녁 만찬 ..
할머니는 연신 찬물에 손을 담그며 ..닭을 산산조각 분해 한다...
기억은 안난다 ..닭다리는 누구 차지 였는지..
누가 더 많이 할머니의 은총을 받아 많이 먹었는지..
그당시 우리식구는 할머니 아버지 엄마 그리고 초등 학생들이던 남동생하나 여동생 하나 .나 ...
닭한마리가 무슨 뻥튀기도 아닌데..
배불리 먹은 기억이 나는것을 보면 ...글쎄 그당시 닭은 아마 칠면조만 했나보다..
그 행복한 만찬은 할머니가 손가락 쪽쪽 빨아 대시던 기억으로 마무리 되어진다..
우리집은 북에서 피난온 아주 가난한 동네 살았다..
그러니 우리도 역시 가난했던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내가 가난했구나 생각 했던 기억이 없다
하긴 그동네는 다 가난해서 ...몰랐을수도 있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소위 서울 도심으로 통학하면서 우리집이 가난 한것 같다라는 생각이 얼핏 들긴 했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퇴근때 과일과 과자를 들고 오셨고..
한달에 한번 백숙 만찬도 했고...
그래서 난 ..부자인줄 알고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힘들게 살았던 나의 어린시절..
엄마가 돈버느라 바쁘셔서 초등 3학년부터 밥차리고 ..김장 배추도 씻고..설거지 찬물 호호 거리며 했지만 ..
아버지는 가끔 나를 데리고 영화관도 가셨고...
택시 타고 그당시 흔치 않던 주말 나들이도 식구들 데리고 해주셨고 ..
무엇보다 한번도 화낸모습을 보이거나 힘든 모습 보이지 않으시던 늘 기분좋게 퇴근하시던 아버지..
그래서 나는 어린시절 부자였다.....
결혼후 내가 아들에게 줄수 있는 것은
닭한마리로도 행복한 가정 ..그 기억을 물려주는것
초등 학교 까지 주말이면 놀러다니고 ..
피자를 시켜먹었으니 닭한마리 기억은 아니어도 반마리 행복은 되지 않았을까....
첫댓글 ㅎㅎ 닭이 큰게 아니고 언니배가 콩알만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닭다리는 아버지하나, 남동생하나....
언니 생각이 부자였다면 언니네집은 부자였던게야.
세상만사가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잖어?ㅎㅎㅎ?
저도 그래요.
가난했었는데.... 가난하다 느낀 기억은 없어요.
엄마는 지금도 못 믹이고 못 입혀 키웠다고 미안해 하시지만
저는 제가 엄마만큼 내 자식들을 키울 수 있는지 걱정이랍니다.
마음이 넉넉한 부모님 덕에 지금의 초우님이 있는 것 같네요. 사진도 음악도 감사합니다. 참, 글이 더 좋아요.
우리 집도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기억이 참 많아요. 엄마가 강으로 빨래하러 갈 때 따라가서 강 건너 모래밭에서 놀던 일, 비 오는 날 엄마가 볶아 주신 콩 먹으면서 내리는 비 보며 빗물 소리 듣던 기억 등...
나는 니가 농속에서 잠자던 일, 버스따라 서창까지 갔던 일이 기억난다 ㅎㅎㅎ...
누구나 마음이 부자길 바라니까 초우 님은 부자여~~~~ㅎㅎㅎ
보고싶네?
참 행복해지는 글..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예요...노래가 참 좋네요
화목한 가족풍경이 그려지는,,, 충분히 부자였던 것 같아요....
아버지 손잡고 영화관 가던 기억...정말 엄청 부자입니다...
따듯한 가정에서 자란 초우님은 이 세상 어떤 부자보다 더~부자였네요...ㅎㅎ
가난!!! ??? 참 행복한 마음 !! 참 좋습니다 !! 마음이겠지요^^* 늘~~부자 이시길 빕니다^^*
그냥 그런것이 전부이고 최고인줄 알고 살았었는데.........
우리의 어린시절은 비교할데도 없었고 그냥 고만고만하게 사이좋게 가난했을테니까..........
어린시절~~~ 화목한 집안풍경이네.....
닭한마리로 많은식구들이 행복할수 있다면 어른들의 덕스러움이 가득해서일겝니다.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셨으니 최고의 부자라 여깁니다.
논농사 지어서 밥 먹었고 닭은 집에서 키워 보신했고 밭에 있는 상추와 고추장 하나로도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웠으니 그것으로 저의 유년시절은 참 행복했습니다. ㅎ ㅎ ㅎ
그런데 쇠고기는 돈으로 사야해서 많이 못 먹었지만 그 시절엔 돼지기름 넣은 김치찌개 하나로도 만사 "오케이" 였습니다. ㅎ ㅎ ㅎ
초우님 덕분에 유년시절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지어지고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감사합니다. *^^*
맞다. 진짜 그렇게 살았는데...
우리엄마는 가끔 라면에 국수 섞어서 끓여주셔서 얼마 안되는 라면발 5남매가 둘러앉아
서로 골라먹느라고 전쟁하던 생각도 나네 ㅎㅎ
함께 가난한 시절에는 불만이 적었는데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빈곤이 더 불만을 고조시키는 현실입니다. 닭이야기가 가슴찡하게 옛날을 회상하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