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황광우님의 글을 비롯해서 무수히 많이 올라오는 글들을 '다' 읽어보지 못했습니
다. 제가 제기하는 문제는 저의 <독자적인 문제제기>임을 밝히며 논점은 <反조선노동
당>이라는 사회당의 핵심 슬로건에 일단 제한하고자 합니다. 이 논쟁은 진보진영 내부
에서 양쪽의 극단적 편향을 보이면서 그간 충분히 정리되지 못했던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화두를 제기하는 것이기에 의미있는 논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회당에서는 가급적 실명으로 응답하여 앞으로의 논쟁이 의미있고 발전적인 논쟁이
되었으면 하고, 앞으로의 논쟁을 통해서 사회당과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을 비롯하여 본
인 역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하 평어체로 작성하겠습니
다. )
2. <한반도 억압체제 분쇄>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 - 국가연합 방안.
필자는 사회당 토론게시판에 올려진 정성훈 동지의 「통일운동의 문제설정을 넘어 -
좌파의 통일관」이라는 글을 참 유익하게 보았다. 그것은 단어의 사용과 용어의 뉘앙
스의 차이는 있지만 필자가 독해하기에는 통일문제에 대한 필자의 입장정리와 거의 같
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8월 「노동문제는 전략이요, 통일문제는 전술이다」라는 글을 통해서 현
시기 통일운동의 핵심은 <평화운동으로서의 전술적 통일운동>이라고 규정하였다. (이
글은 민주노동당 자유게시판에서 '천이'로 검색하거나 실명게시판의 <이전 게시판>에
서 '최병천'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다음을 클릭)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향후 5~20여년 정도의 <현 단계> 필요한 것은 분단 그 자체
의 극복이 아니라 '적대적'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으며, 이는 다시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을 의미하며, 구체적인 방식에 있어서는 <국가연합>을 지지한다고 밝
혔다. (물론, 국가연합은 최종 통일방안이 아니다. )
정성훈 동지는 <한반도 억압체제>라는 개념을 도입했으나 필자가 독해하기에는 그 내
용적 핵심에 있어서 필자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3.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과 북한에 대한 남한 진보진영의 올바른 관점.
필자는 북한을,
(1) <객관적 실체로서 하나의 국가>로 인정해야 하며,
(2) 동시에 냉전극복의 측면을 중심으로 볼 때 <화해와 평화의 상대방>이라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이러한 정리는 아주 중요한 현실적 의미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북한을 <객관적 실체로서 하나의 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은,
북한을 <미수복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논리적 근거를 완전히 무력화
시키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조선일보의 조갑제같은 극우똘마니들이 북한을
<수복>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주장할 때 그 논리의 헌법적 근거 역시도 완전
히 해체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은 남한과 <별도의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홍기표 동지의 <조국은 둘이다!>라는 슬로건에 동의한다.) 그렇기에 남한에서 <별도
의 국가>의 정당인 중국공산당에 대해서 反중국공산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면 그것은
해괴망측한 구호이듯이 사회당의 反조선노동당이라는 구호가 해괴망측한 구호라고 생
각된다.
사회당의 反조선노동당이라는 슬로건은 해괴망측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수
립>이라는 의미에서 봤을 때도 "틀린" 슬로건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반북 냉전
이데올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의 <평화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며, 무엇보다도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은 그 핵심내용으로 <평
화협정의 체결>과 <군비축소의 실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위의 글에서 북한에 대해 정리했던 두 번째 측면인 (2) <평화와 대화의 상대방>이
라는 점이 여기에서 부각된다. 북한 및 조선노동당은 평화협정과 군비축소의 실현을
위한 <상대방>이자 동시에 <일 주체>로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행여나, 反민주노동당이라는 슬로건을 말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민주노동당을 <대화
의 상대방>이라고 주장하면 그것이야말로 "기만의 극치"인 것과 마찬가지로 反조선노
동당이라는 슬로건을 채택하면서 남한민중과 북한민중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과 <
군비축소>를 "같이"하자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해괴망측함을 넘어서 냉전 극우세력의
주장과 하나도 다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위의 주장을 질문의 형태로 정리해보자.
(1) 사회당은 북한을 (사회주의 혁명 이전이건 이후이건) <수복되어야 할 지역>이라고
생각하는가?
(2) 사회당은 남한에서의 (님들이 말하는) 사회주의 혁명 이/전/까/지/는/ <평화협정
체결>과 <남북 군비축소>가 이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 전에 이루어지는
평화협정체결과 남북 군비축소 및 남북 평화분위기의 고조는 반대하는가?
(3) 사회당은 만일 남한의 집/권/세/력/과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평화협정 체결>
을 한다고 하면 반대하는 실천의 조직 또는 논평을 채택할 것인가? (평화협정체결 반
대투쟁?? )
(4) 아니면, 사회당은 남과 북의 <국가연합> 또는 남과 북의 <평화협정 체결>은 찬성
하면서도 그 상대방의 일주체인 <反조선노동당>을 정부에게 요구하는 투쟁을 할 것인
가? 행여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는 과연 앞뒤가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5) 사회당의 反조선노동당은 (反자본주의 측면 말고) <평화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봤
을 때 도대체 어떤 지점에서 조갑제 같은 극우똘마니들의 주장과 논리적 변별점을 확
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도대체 어떻게 실천적 변별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
는가? (자본주의라고 해서 평화협정을 실현하지 못할 까닭은 없다. 그래서 평화협정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는데 反자본주의 지점에서 논리적으로 방어해보려는 시도는 부적
절한 '논리적 오독'이라는 생각을 미리 전해준다. )
4. 위 질문들에 대한 필자의 답변을 미리 밝힌다.
(1) <북한은 수복되어야 할 지역인가? > ==> 필자는 북한을 수복되어야 할 지역이라
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자는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남의 국가의 정당을 반대하니 마니 강령으로 채택하는 것 자체가 해괴망측
하고 우끼는 코메디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미국 공화당의 <군사패권적 정
책>들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해서 당의 강령에 反미국공화당이라고 표기하면 그것은
"내정간섭"일 것이다. 행여나 어떤 이들은 反美 슬로건을 내세울지도 모르겠다. 그러
나, 민주노동당의 강령 그 어디에도 '자주'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있어도 反美 슬로건을
채택하는 경우는 없다.
(2)+(3) 필자는 사회주의 훨씬 이전일지라도 그리고 그것이 설령 남한 집권세력과 북
한 조선노동당에 의한 것일지언정 <평화협정 체결>과 <군비축소>를 필자는 열.렬.하.
게. 환영한다. => 우리가 민주당과 한나라당, 그리고 조선노동당을 비판해야 할 때는
평화협정 체결이나 군비축소를 하지 않을 때이지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평화협정체결이나 군비축소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
라 <다른 측면에서의 한계>를 비판하는 것이지 <잘한 일도>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남한 민중의 존엄과 복지를 담보로 이념투쟁이나 벌여보겠다는 <얼치기
근본주의>에 불과할 것이다.
(4) 필자는 그것이 한나라당에 의해서이건 민주당에 의해서 제출되건 <국가연합>안을
열렬히 환영하며, 그것을 북한의 조선노동당과 함께 실현한다면 '짝짝짝' 박수를 세 번
쳐줄 것이다. 그리고 그때 反조선노동당을 주장하는 이들이 행여나 있으면 나는 그들
을 <반북 이데올로기에 찌들대로 찌든 냉전세력>과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도무
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5) 나는 솔직히 사회당의 反조선노동당 슬로건이 조선일보 및 조갑제의 反조선노동당
슬로건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내가 멍청해서인지는 몰라도 솔직한 심정이 그렇다. 사
회당 동지들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가르쳐 주었으면 한다.
4. 사회당의 反조선노동당 슬로건 ; <냉전적 발상>이거나 혹은 <종파적 발상>이거나.
이제 솔직히 말해보자. 나는 세계 진보정당 운동 역사상 다른 나라의 <정당>을 반대
하는 것을 당의 핵심적인 슬로건으로 했다는 말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사회
당은 조선일보가 하는 구호와 변별하기 힘든 反조선노동당이라는 슬로건을 과감하게
걸고 나왔다.
가끔 사회당의 과감함에 깜짝 깜짝 놀라곤 하는데, 8.15 방북 '해프닝' 당시에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속되었는데 <한국은 더 이상 '남조선'이 아니다>라는 논평을 채택했
던 것도 아마 당의 핵심적인 슬로건으로부터 도출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회당의
당시 논평이 얼마나 종파적이고 한심한지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 (이전) 자유게시판에
쓴 다음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 ==> [사회당 논쟁? / 답글] 노민건, redpress 님
께......... )
http://web.kdlp.org/~kdlp/technote/main.cgi?board=freeboard&ryal=&view=2&back=&s
earch=%C3%B5%C0%CC&where=1&how=1
필자는 위에서 질문과 '미리' 답변하는 것을 통해서 밝혔듯이 사회당의 反조선노동당
슬로건이 <반북 이데올로기에 찌든 냉전적 발상>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행여
나 그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사회당의 反조선노동당이라는 슬로건은 反 NL 또는 反 민
주노동당의 슬로건의 '위장구호'가 아닌가하는 역시나 <의심>을 가지고 있다.
혹시 몰라 NL동지들에 대한 나의 입장을 미리 말하자면, NL 동지들이 가지고 있는
'친북성'의 측면이 '일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마
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건 말건 간에 그들의 <주된 투쟁의 내용>이 미국의 <
군사패권과 경제패권>에 저항하는 것인 한에서 그들은 <가장 선도적인 평화투쟁>을
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된다. 그리고 NL 동지들이 지금까지도 진보적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남아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주한미군 철수 투쟁을 비롯하여
미국에 대한 '무분별한' 경제개방 반대 투쟁 등에 대해서 나는 분명한 지지의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자유무역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재는 <무게중심>에 있어서 지나치게 친미사대주의적이며, 자본편향적 개
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즉, 행여나 사회당의 反조선노동당 슬로건이 38선 너머 북한의 조선노동당을 반대하는
조선일보처럼 <반북 이데올로기에 찌들대로 찌든 논평>이나 내는 것이라면, 그것은
명백하게 "냉전적 발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고 "행여나" 실질적으로는
꿍꿍이속으로 NL동지들에 대한 반대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명백하게 "종
파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NL 동지들이 일부에서 오류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보진
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미국의 명백하게 패권적인
정책들에 맞서는 측면에서 그러하며 특히나 미국의 군사패권에 맞선다는 의미에서 <
가장 선도적인 평화투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NL 동지들의 일부 오류
가 있을지언정 그것을 당의 슬로건으로 내거는 것이야말로 실로 <종파주의의 극치>라
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제기의 핵심을 벗어나지 않는 사회당 동지들의 정직하고
발전적인 논쟁을 기대해보며 글을 맺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