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 시(豕) - 돼지의 옆 모습
돼지의 옆 모습을 90도 회전시켜놓은 것으로, 왼쪽이 4개의 다리, 오른쪽 아래가 꼬리를 본따 만든 글자이다. 돼지는 고대 중국인이 가축(家畜)으로 가장 많이 길렀고, 또한 중국요리에 빠지지 않는 것이 돼지 고기이다. 옛날에는 돼지를 집안에서 길렀고, 사람들의 분뇨와 음식 찌꺼기를 먹으며 자랐다.
돼지고기의 지방 중 불포화지방산은 폐에 쌓인 탄산가스 등의 공해물질을 중화시켜 주기 때문에, 먼지가 많은 탄광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먹는데. 황사나 황토 먼지가 많은 중국에서 예로부터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이유가 이러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돼지 돈(豚)자는 돼지 시(豕)자에 고기 육(肉→月)자를 더함으로서 뜻을 분명히 하였다. 돼지는 고기를 먹기 위해 기르기 때문이다. 양돈(養豚)은 돼지를 기른다는 의미이다.
집 가(家)자는 집(宀) 안에 돼지(豕)가 있는 형상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돼지는 가축(家畜)들 중에서 최초로 집안에서 길러서 생긴 글자이다.
쫓을 축(逐)자는 사람이 돼지(豕)를 쫓아가는(辶) 모습이다. 축출(逐出)은 쫓아낸다는 의미이다.
호저 호(豪)자는 뜻을 나타내는 돼지 시(豕)자에 [높을 고(高)→호]의 변형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호저(豪猪)는 고슴도치를 의미하고, 저(猪)는 돼지를 의미한다. 나증에 영웅 호걸(豪傑)을 의미하는 뜻이 생겼다.
심할 극(劇)자는 호랑이(虍)와 산돼지(豕)가 서로 칼(刂)을 들고 싸운다라는 의미로, 가면을 쓴 사람이 연극(演劇)을 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모습이 극적(劇的)이라고 해서 심하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이외에도 글자 내에 돼지 시(豕)자가 들어 있으나 돼지와 관련없는 글자도 있다.
어릴 몽(蒙)자는 원래 한약재로 쓰이는 풀의 일종을 지칭하여, 풀 초(艹)자가 들어갔다. 나중에 풀이 작다고 어리다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또 어린이들이 무지몽매(無知蒙昧)하다고 해서 어리석을 몽(蒙)자도 되었다. 돼지 시(豕)자가 들어 있으나 돼지와는 상관 없다.

무리 중(衆)자는 돼지 시(豕)자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상형문자를 보면 해(日) 아래에 사람 인(人)자가 3개 있는 모습이다. 아마도 햇볕 아래에서 무리를 지어 일하는 사람의 모습에서 무리라는 의미가 생겼다. 대중(大衆)이나 중생(衆生) 등에 사용된다.
코끼리 상(象)자는 부수가 돼지 시(豕) 부이지만 돼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코끼리의 옆 모습을 90도 회전시켜 놓은 모습이다. 글자 맨 위에 긴 코가 있고, 왼쪽에 4개의 다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