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냉기 가신 바람이나 영상의 기온 때문에 봄이 가까
이 왔음을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밖으로만 달리는 제 마음이 싱숭생숭 해졌기 때문이죠.
1월 중순 남편과 동행 때는 어두컴컴한 밤이라서 사위
분간이 어려웠기에 어제는 친구를 졸라 서해의 간월암에
다시 다녀 왔습니다.
아기 살결 처럼 보드러운 바람, 알맞게 따스한 햇볕을
고맙게 받으면서.
마침 썰물 때라 간월암으로 향하는 자자분한 자갈밭 위
에는 방생 나온 스님과 신도 들이 조촐한 다과를 차려 놓
고 예불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타 종교인들에겐 낯선 풍경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겁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지었다는 간월
암은 1914년 수덕사 주지였던 만공스님이 현재의 건물을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민숭민숭한 바다 위에 암자 세울 생각을 어찌 했을지..
암자 조그만 마당의 사철나무나 대나무가 풍성한 여름에
는 간월암이 떠 있는 모습이 마치 연꽃 형상 같다며 기와
불사 돕는 젊은 거사가 한 말씀 거듭니다.
작은 불상을 모신 법당에서 삼배를 올린 후 공양주가 주시
는 따끈한 백설기(떡) 두 덩어리를 얻었습니다.
넷이 모두 시장했던 차라 게 눈 감추듯 맛있게 먹으며 열
린 바닷길을 걸었습니다.
저만큼 쯤에는 곱사등 처럼 구부러져 조개 캐는 아낙들 모
습이 그림처럼 보입니다.
그 위로 파란 하늘을 가르며 오종종해 보이는 흰 새 떼 무
리들이 열 맞춰 떠오릅니다.
텅텅 비워 맑은 마음으로 바라보면 별스럽지 않은것도 특
별하게 보이는가 봅니다.
바다에 물이 차면 고무통이나 작은배를 타고 밧줄을 이용
해서 부두로 오고 간답니다.
장대비 쏟아지는 여름 날 비 흠뻑 맞으며 빨간 고무통을
타고 간월암으로 향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놀이동산 놀이기구 보다 더 재밌겠지요?
간월도의 볼거리는 일출과 일몰 무렵 철새 무리의 고공쇼
를 비롯 바다에 쏟아지는 낙조랍니다.
제 친구들 역시 가정에 매인 주부이기에 어제처럼 기회 좋
은 날씨임에도 아쉬움은 뒤로 남겼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지난번 남편이랑 찾았던 식당에 다
시 갔습니다. 바다에 가장 가까이 인접한 식당이었거든요.
각종 야채가 담긴 끓는 육수에 풍덩 넣었다 꺼내 먹는 새
조개며 그 국물에 끓여먹는 라면 맛!!.... 또 군침 돕니다.
소문대로 굴밥과 어리굴젓이 꿀맛 보다 더 달았다면 허풍
이 너무 심한가요?
사진작가들이 격찬했다는 간월암과 낙조.
아름답지 않은 노을은 없겠지만 심심한 바다보다 간월
암 같은 형체가 있으니 사진이 살아날 수 밖에요.
그 주홍빛 낙조에 물들고 싶어질 때 , 또 한번 제 속에 바
람이 빵빵하게 차 오르면 가야지요.
두 번째 방문이고 보니 낯 익은 간월도에 다다르면 우선
한 껏 부어오른 오장육부를 꺼내 바다에 풍덩 던집니다.
몽땅 비운 내 속 만큼 많이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후 일상으로 돌아오면 모든 사물은 저마다 제게
반가이 안부를 묻는 듯 합니다.
이제서야 안정을 찾은거지요.
봄 맞이 할 마음의 준비가 된 것입니다.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쉬 갈 수 있는 거리임에도
날짜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간월도까지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 홍성 IC로 빠
집니다.
넉넉히 편도 1시간 30분 정도 소요 됨으로 충분히 하
루코스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목화.
첫댓글 좋은 나들이를 했군요... 날씨도 한몫 거들었겠구,삼세번으로 우리와 한번 또 뛰어 볼까요???
다음 번 가실 때는 저도 업혀가볼랍니다...
잔잔한 암자의 풍경이 그려집니다. 샘의 글 역시 암자의 풍경 소리같이 들려 오네요.
"텅텅 비워 맑은 마음으로 바라보면 별스럽지 않은것도 특별하게 보이는가 봅니다." 맞네요^^ 비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별스럽지요...글..그림..너무 좋네요. 저도 가보고싶습니다.
저도 따라 갈래요...ㅋㅋ 바다 보고 싶당...
드뎌 샘께서 시동을 걸었군요. 그럼 운전은 제가 하죠. 다음 주쯤이면 날씨도 화창해 진다고 하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