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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을 이기려 약초를 캐먹다
"내가 약초에 대해서 알게 된 게 16~17살부터일 거야.
산에 가면 배가 고프니까 풀뿌리를 깨물어볼 거 아냐?
그러면 이게 독한지. 단지, 순 한지, 쓴지를 알게 되지.
그런데 쓰거나 독해서 밸더라도 물이 없으면 입 을 행구지 못해.
나중에는 혀가 아프고 혈기도 하지.
이렇게 약초를 한3 천 가지 연구했어.
신농씨가 따로 없는데,
왜 그 짓을 어릴 때부터 했냐 하면 할 일이 없고 직업이 없어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무슨 일거리가 있 없겠어?
전부 일본 놈들이나 혹은 친일파 놈들이 다 차지하고 있지.
우리 같은 못 배운 젊은이들한테는 일이 없었어.
기껏 한다고 해야 남의 논이나 발에다 소작 부쳐 먹는데.
그것도 양반들에게 통사정해야 겨우 얻어 내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산에서 나무를 해다 장에 파는 게 고작이었지.
그래서 생각다 못해 약초를 캐보기로 결심한 거야
노상 산에서 들에서 풀뿌리를 씹고 다니는 거지.
산에 가면 도라지 캐서 먹어보고 도라지가 제일 만만하죠
그다음에 창출을, 그다음에는 물밤이라는 것도 먹어보고
그러다 보니까 약초를 하나둘씩 알게 된 거야.
창출을 캐서 먹으면 속이 쓰려. 빈속에 먹으면 독해.
그러니까 그놈을 시냇물에 씻어 널고
돌로 눌러놓으면 아무도 그게 약재인지 몰라.
촌놈들이 뭐 알아?
밥이 없어 배가 고플 때
창출 껍질을 벗겨 먹으면 배가 안 고픔니다.
그리고 도라지 탁주라고 도라지 풀하고
똑같이 생긴 것이 있는데 그것을 먹으면 속이 안 아파.
그래서 또 그것만 캐먹으러 다니는 거 야.
그것도 없을 때는 창출을 캐서 또 먹고.
이렇게 먹어보고 독이 아니다, 맞다,
많이 먹으면 안 되는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됐지.
어떤 것들은 개를 먹여가면서 실험을 했어. 죽나 안 죽나.
물론 동네사람들이 모르게 했지.
저놈이 일은 하지 않고
약초 캐다가 개나 짐승에게 먹인다고
소문이 나면
미친 짓 한다고 다들 조롱하지 않겠어?
그런데 개에게 먹일 때는 그
냥 먹이지 않고 누릉지에다 조금 섞어서 주었어.
그러면 개라는 놈은 우선 냄새를 알아봐.
왜 냄새 잘 맡는 놈을 개코라고 하잖아?
냄새를 맡아보고 사람 먹는 것은 다 먹어.
어떤때는 개가 먹다가 핑하고 쓰러지는 놈들도 있지.
그러면
---'아. 이 약초는 사
람이 먹을 때도 핑하고 돌겠구나' 하고 알게 되지.
이렇게 낫 놓고기억자도 모르는 나 같은 놈도,
머리를 쓰니까 약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얻게 된 거야
누룽지가 아니면
찢은 명태에다 돌돌 말아서 실로 꿔매가지고 줘.
개들도 배가 고프면
먹는 것에 환장해서 덜커덕 깨물지만,
죽을 거면 귀신 같이 안 먹어.
깨물었다 억 하고 내버려.
한번은 부자를 명태에 싸서 개에다 먹였는데
한참을 먹더니 개가 캑캑하며 다 토하는 거야.
그래서
--- '아, 부자가 아주 독한 것이구나' 하고 깨달은 거지.
그런데 얼마나 독한 것인지
나도 한 번 알아봐야겠다 해서
부자를 입에 넘어 질겅질겅 씹어 봤지.
부자는 혀에만 대도 으르르하니 독성이 아주 강해.
그래서 절대로 삼키지는 않고
뱉었는데도 헛바닥이 얼얼하지.
이렇게 하나하나 배우다가 정 모르겠으면
약초꾼들이나 돌팔이 의원들에게 물어봤어.
실지로 이런 사람들에게 1원만 주면,
아주 신이 나서 자 기가
아는 약초는 다 알려주지. 자기 자랑한다고.
동네사람이 --'그것 먹으면 개나 사람이나 다 죽는다'
그러면 실제로 먹여서 죽나 안 죽나 보기도 했어.
개하고 뱀하고,
구렁이를 수없이 죽여가면서 실험했어.
왜냐하면 내가 쓰는 약은 일반 약이 아니라
사람이나 짐승이 먹으면 즉사하는 독약 들이야.
그런데 이독치독이라 안 쓸 수가 없거든.
사람이 병드는 것은 독이 몸에 가득 차서 그래.
이걸 독으로 치료해야 해.
공연히 보한다고 보약을 쓰면,
처음에는 낫고 기운이 뻗치는 것 같아도 몇 년 못 가요.'
할아버지가 쓰는 약은
기존의 한의학에서 쓰는 약과 전혀 다르다.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기존 기록과 처방에는 없는 것을
순전히 홀로 연구해서 창안해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옛날 한약 가지고는
절대 지금의 병을 고칠 수 없다고 말한다.
공해, 석유, 휘발유, 아스팔트, 시멘트 가공식품, 항암제,
사람의 입냄새 등으로
주변 환경이 심각하계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합쳐서 약성을 죽여버리니
기존의 약으로는 열에 하나도 고치기가 어렵다.
"석유, 휘발유 냄새는 세균 냄새와 똑같아.
사람 죽은 송장 냄새와 같은 거지.
그것들은 생명이 썩은 것이기 때문에 생명과는 상극이야.
석유 나 휘발유 냄새에
닿으면 풀이나 나무가 다 죽어버려.
애들 먹는 과자에도 양잿물이 들어간다잖아.
안 들어가면 맛이 없어 못 먹는대.
그러니 그걸 먹는 아이들의 몸은 어떻게 되겠어?
이런 독소 때문에
아이들에게 알 수 없는 병들이 생기는 거야.
병원에서는 암환자한테 항암제를 쓰는데,
그 항암제가 바로 독으로 만들어진 것이거든.
근데 서양사람들은
독으로 치료를 하는데도 법제를 하지 않아.
그러니 그 독이
정상적인 세포도 공격하여 몸 전체를 파괴해.
항암제로 암을
치료하려고 하다 항암제의 독으로 죽게 돼.
그래서 암이 현대의학으로는 잘 낫지 않는 거지.
암환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 려야 해.
항암제가 독약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할아버지는 스스로
법제하여 만든 식약으로 열에 아홉을 고친다.
국내에 나지 않는 약세는
북경에 가서도 구하고 러시아에 가서도 구한다.
특허 동물들에게서 나오는
약재는 제한이 많아지면서 귀하고 비싸졌다.
용담 하나 사려면
5백만 원 내지 6백만 원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그래도 그것 하나를 사오면 열 명을 고친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약이 아마 앞으로
천 년까지는 새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약이 좋아도 죽고 사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환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좋은 약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야. 들을 때가 좋은 것이지.
어떤 사람에게는 치료약이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독약이 되기도 하니까 그 이 치를 알아야지.
부자라는 약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잘못 쓰이면 사람이 죽어.
그러기 때문에 실력이 없는 사람은
고질병이나 난치병 환자를 잘 못 고쳐.
약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약을
어느 환자의 어떤 증상에 써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지.
그러니 사람을 잘 관찰해야 해.
하지만 죽고 사는 것은 결국 환자의 마음에 달렸어.
죽음 앞에서 벌벌 떨며
병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은 죽게 되어 있어.
그리고 명이 다해서
죽음이 눈앞까지 온 사람은 살리지 못해.
내 약은 '여기'까지는 살릴 수 있다고 선을 그어주는 거지."
이치를 통찰하고 그 이치대로
사는 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바른 말이다.
이치도 모르고,
병의 원인도 모르고, 고칠 줄도 모르면서,
헛된 자만심과 돈벌이 욕심에
함부로 약을 먹이고 수습을 해대는
오늘날의 수두룩한
사이비 의자醫者들이 새겨들어야 할 가르침이다.
할아버지는 미국 위주의 서양의술에 일침을 가한다.
"미국 놈들은 세계를
좌지우지할지는 발라도 앞으로 창궐합 병은 못고쳐.
그네들이 걸린 병은
물질이 만들어내고, 공해가 만들어내고,
독이 만들어낸 것인데 그들에게는 비방이 없어.
그런 병에는 자연히 독약을 써야 하지.
그런데 서양의학에서는
독악하면 자지러지게 놀라잖아.
이치를 몰라서 그래. 독은 독약으로 다스리면 돼.
그러나 독약을 직접 쓰면 다죽어.
독약의 독을 없애려면
독을 불로 달여서 죽여야 하지.
제일로 독한 독약이 수은이야
훌륭한 의원은 독약을 잘 써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제일이 바로 수은을 죽일 줄 아는 사람이지."
누구나 다 알듯이, 수은은
유리에다 가루로 풀칠해
거울을 만드는 재 료로 많이 쓰이는데,
곳곳에서 수은중독이라는
병을 일으키는 무서운 물질이기도 하다.
1956년 일본의 미나마타 시에서는
메틸수은이 포함된 조개 및 어류를 먹은 주민들에게서
사지, 혀, 입술의 떨림, 혼돈, 그리고 진행성 보행 실조,
발음장애 등이 나타나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미나마타 병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이렇게
치명적인 수은을 옛날부터 약으로 써왔다.
치명적인 독으로 오히려 불치병을 없애는 고차원의 지혜.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수은의 독을 없애는 작업은 정말 지극한 정성을 필요로 한다.
"그게 독이 있어서 아홉 번 이상을 쩌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도 안 되 면 열두 번까지도 입니다.
산에 가서 단지를 파묻고 수은은 한 손가락 넣어요
그리고 단지 주둥이를 종이로 바르고
그 위에 진흙을 또 덮어 저녁내 열두 시간 불을 땝니다.
그러면 밑에 있는 수은이 전부 종이에 가서 늘어붙어요.
그것을 굵어가지고 또 불을 땝니다.
그놈이 다 타면 또 올라붙고.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아홉 번을 찝니다.
그런데 보통 약재들은 아홉 번 불로 찌면
독성이 사라지고 약성이 배가 되는데,
이 수은만은 그렇지 않아요.
아홉 번을 쪄도 독성이 죽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수은의 독성이 남아 있는지 아닌지는
인삼에 넣어보면 확실히 알수 있어요.
인삼이 그냥 까매지면 독성이 죽은 것이고
인삼이 파래지면 독성이 안죽은 겁니다.
이것을 말로만 설명하면 잘 몰라.
끓이면서 보여주면 팔증한 것,
구증한 것, 십증한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
그렇게 알려줘야 알지,
그냥 얘기만 듣는 것으로는 모릅니다.
그러니까 구증을 해보려는 사람이라면 이걸 제대로 배워야지,
가짜로 해서 어디 될 일인가요? 이건 해봐야 해요.
이렇게 수은의 독을 없애려면 40일을 고생해야 합니다.
지리산 같은 데 가서 바위 밑에다 굴을 뚫어놓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40일을 인내하며
독성을 없애 최고의 약을 만들면 정말 기가 막힙니다
내가 준 약이
무슨 병이든 고친다고 소문이 자자하지요?
그 비결은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지는 진짜 약을 쓰기 때문입니다
산에서 딴 열매나 들에서
캐낸 약초를 가지고 약을 쓰는 것이 아니에요.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화학약이나 주사약을 쓰는 것도 아니고.
하늘과 땅만이 내 인고의 노력을 압니다.
약을 먹는 사람들은 효과가 좋으니 고맙다고들 하지만,
사실 그 고생과 노력까지는 모르지요.
그런데 요즘은 구증을 할 즐 아는 사람이 다 죽고 없으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법제한 수은은 갑상선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갑상선 기능의 항진이나 저하는
물론 갑상선암까지 수은 한 방이면 끝난다.
양약은 갑상선 기능항진이나 저하를
완치하지 못하고 증상을 조금씩 가라앉힐 뿐이다.
의사들도 갑상선 약의 부작용은 잘 설명해주지 않고
그저 평생 팔자려니 하고 약을 먹으라고만 권한다.
"갑상선암을 수술로 떼어버리고 마니 그게 어디 치료입니까?
고장 나고 아픈 데를 다시 살려내야 치료지,
떼어버리면 사람을 두 번 잡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왜냐. 치료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수은 법제 한 것 한방이면 끝납니다.
십이지창, 등창, 연두창 등의
창증에도 수은을 사용 하지 않으면 못 고칩니다.
또한 법제한 수은을 인삼에 넣고 녹용과 함께 달이면
각기병, 토질병, 수질 병에 특효가 있습니다.
인삼에 수은을 넣을 때는
반드시 구증해서 독성을 빼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사람도 죽습니다.
나는 구증을 한 후에 그것을
쥐를 잡아다 먹여보면서 독성의 세기를 가능해요.
어떻계 하냐면, 쌀을 불려 물을 따른 다음에
그 물에다 독물을 넣고
다시 불린 쌀을 넣으면 쥐가 아주 잘 먹어요.
쥐가 그 쌀을 먹고도 아무 이상 이 없으면
이것은 병만 치료하고
사람에게는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약이 된 거예요.
만일 쥐가 죽으면
이 약은 아주 조심해서 소량만 쓰도록 기억 해둡니다.
요즘은 다들 쥐 실험을 많이 한다는데,
나는 벌써 80년 전부터 쥐를 가지고 독성을 실험해왔어요.
쥐로 실험을 해야 시비가 없잖아요."
할아버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얼마나
약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고 실험을 했는지를 털어놓으며,
자신에게 족쇄를 채운 의료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지금 내가 약을 썼다 해서 재판한 것 아닙니까?
내 죄명이 됩니까?
내가 독약을 써서 사람을 더 아프게 하거나
죽였으면 벌을 받아도 아무 말 못합니다.
그러나 나는 숱한 실험으로 완성한 약만 써요.
어느 누구도 쓰지 못한 독약을 치료약으로 개발했으니
나라에서는 오히려 상을 주어야 해요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수백억 원씩 투자한다고 하는데
내게는 고질병을 고치는 비방이 이미 수백 개 있습니다.
내가 지은 약은 미국약 도 아니고,
일본 약도 아니고, 또 우리나라 전래의 약도 아닙니다.
직접 수십 년간 자연의 이치를
관찰하고 공부해서 터득한 원리로 만든 약입니다.
약대를 나오지 않았으면
자연의 이치를 관찰하거나 공부하지도 말라는 건가요?
지금 우리 약사법이 그렇게 되어 있어요.
병든 아버지가 병원에서 치료되지 않으면
자식은 다른 방도를 찾아봐야 하고,
약이 없으면 직접 만들어 연구하고
실험해서라도 아버지의 병을 고쳐야 효자입니다.
그렇게 한 사람을 고치면 그것이
소문이 나서 여러 이웃의 병도 함께 고치는 것입니다.
내가 그렇습니다. 약을 팔아먹으려고 배운 것이 아니라,
이웃의 병든 사람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치료하려고 배운 것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느 누구 밑에서 배운 적이 없습니다.
나 혼자서 배운 것이지요.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을 내고,
자기 집에 치료약이 있으면 아까워 말고 갖다주어야지요.
더러운 소똥이라도
악으로 쓰일 수만 있다면 모아서 전해주어야지요.
그것이 인정이고 인술입니다.
근데 요즘에는 사람 고치는 일이 인술이 아니라 상술입니다
병을가지고 장난 치고 위협해서 돈을 벌어먹는 세상입니다.
의료계든 법조계든,
환자부터 보호하려는 마음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우리 국민은 그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당하고 나서 아무리 울어도 소용없습니다.
이미 의료법이 그렇게 되어서, 문제가 생겨도
의사들은 다 빠져 나가고 환자들이 전부 물어내게 되어 있어요.
병이라도 고쳐놓고
돈을 달라는 거면 이렇게 화가 나지도 않지요.
어떤 사람은 할아버지가 일
제강점기에 침구사 면허라도 따났으면
지금의 재판에서 선처가 되지 않았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하나에 능통하기도 어려우니
한 우물만을 팠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한번은 김제에서 서울까지 걸어가다가 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도 돈이 없는 빈털터리라.
둘이 주린 배를 참으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는데,
이 친구가 '길 가다가 다리 접질린 놈을 만나면
배부르게 실컷 얻어먹을 수 있는데' 한단 말이야.
그래 나도 그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며
어느 마을이 되었든 다리 못 쓰는 놈을 하나 찾아보자 그랬지.
본래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사람 고치는 의원은 배를 곯지 않아요.
아픈 사람을 고쳐주면 곡식이라도 가져다주거든.
그런데 마침 마을 어귀에 도착해서 보니까
개울 저편에 한 사람이 발을 붙잡고 쭈그리고 있는 거야.
개울을 건너다가 발을 삔 모양이구나, 옳다구나 하고
그 친구가 징검 다리틀 부리나케 건너간단 말이야.
나도 잽싸게 뒤따라갔지.
보니까 발이 접질려서 퉁퉁 부었어.
요즘 같으면 구급차를 부르고
호들갑을 떨면서 병원에 실려 갔겠지만,
그때 그런 것이 어디 있어?
침쟁이에게 가서 침을 . 한 방 맞는 게 전부지.
근데 그 친구가 자신을
침쟁이라고 소개한 후에 고쳐주겠다고 하니까,
물에 빠진 놈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고쳐만 주면 톡톡히 사례하겠다고 그러는 거야.
그 친구는 나를 쳐다 보며 씩 웃고 눈을 끔적였어.
우리가 바라던 대로 실컷 얻어먹게 되었다는 신호였지.
그러더니 침통에서
장침을 하나 꺼내서 발등 부은 곳을 푹 찔러.
그리고 그걸 발바닥까지 밀어 넣어 뽑아내는 거야.
다른 침으로도 역시 새끼 발가락과 넷째 발가락사이를
푹 찌르더니 다시 발바닥까지 밀어 넣고는,
'이제 됐소. 수분 내에 통증이 가라앉고
부기가 빠져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더란 말이야.
나는 본래 약쟁이라 침을 못 놔. 남 찌르는 것이 무 서워.
그러데 그 친구는 천연덕스럽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삔 발을 쉽게 찔러.
얼마 후에 삔 발을 놀려보더니 통증이 없어진 모양이야.
정말 발이 아프지 않다고 하는 거야. 그러고 한 10분이나 됐을까,
이번에는 퉁퉁 부었던 발에 부기가 싹 가셨지. 그
제야 내 친구는 장침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빼고 걸어보세요' 하는 거야.
약간 절룩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잘 걸어.
발 삔 사람이 고맙다며 자기 집으로 가자고 하여
우리는 그날 정말 오랜 만에 배가 부르게 얻어먹을 수가 있었어.
근데 그 침쟁이 친구가 나에게 침을 배워보겠냐고 하기에
나는 고개 를 저으며 싫다고 했어.
한 가지 원리에 능통하면
사람 고치는 것은 매한 가지라 생각한 거지.
침으로 고치든, 약으로 고치든, 사람을 만져서 고치든,
사람만 잘 고치면 그게 의원 아닌가."
할아버지는 그래서 침술을 배우지 않았다.
그 예지와 감각이면
침쟁이로서도 충분히 명성을 날릴 수 있었을 텐데,
한 우물만을 파도 충분하다는 신념으로 끝까지
신약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외길을 걸어온 것이다.
본래 일침, 이뜸, 삼약이라는 말이 있지.
병을 고치는 데는 침이 최고,
뜸이 둘째,
약이 셋째라는 뜻으로들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
어느 것 하나 없어서는 안 될 우리의 문화유산이지.
일침이라는 말은 급한 상황이거나,
아직 병이 깊게 들어가지 않았을 때,
그리고 팔이나 다리에
일시적인 통증이 있을 때 우선 처방하라는 뜻 이야.
이뜸은 병이 좀더 깊이 들어갔을 때
뜸을 들이듯이 장기간 치료하 라는 뜻이고,
삼약은 병이 깊숙이 내장 속까지 들어갔으니
이때는 약을 먹어서 확실히 빼내야 한다는 말이지.
어느 것이 더 홀륭한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병을 치료하는 순서를 말하는 것이야.
다들 저 잘났다고 하는 세상이니
침쟁이는 자기 침이 제일,
뜸쟁이는 자기 뜸이 제일,
약쟁이들이 꼭 자기 약을 먹어야 듣는다고 하지.
옛 선조의 속뜻을 모르는 의원들이야.
나는 침이나 뜸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는 절대 약을 쓰질 않아.
그리고 약을 먹어 독이 오장육부에서 다 빠졌으면
밥으로 잘 보양하라고 하면서 더 이상 약을 주지 않아요
그러니 병증이 평범한 사람들은 나에게 오지 않고,
내장이 상해서 어디서도 못 고치는 사람들이 주로 오는 거야."
할아버지의 말대로, 그에게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거의가 오장육부가 상하여
법제한 약으로 그 독을 제거해야 하는 상태였다.
암세포가 같비며 밑을 비집고 나올 정도로 커진 간암 환자나
음식을 삼키자마자 토하는 췌장암 환자들은
반드시 약을 써서
암세포를 더 중식시키지 않고 터트려내 야한다.
할아버지는 면허가 없다며
무시당하는 것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고 한다.
스스로 사람을 고치는 능력이 있음을 잘 아니
떳떳하고, 또한 정신수련을 하여 마음이 수양되었기에
아무리 남들이
자신을 고발하고 욕을 해도 마음이 혼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약초를 공부하던 어린 시절에
천대받았던 기억은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저리다.
"정말 가슴 아프죠. 나보고
'저 자식은 할 일이 없으니까 저런 짓하고 있다.
저런 자식은 밥 줄 것 없다' 그래요.
배는 고픈데 밥 줄 것 없다고 하는
소리를 눈앞에서 들을 때는 정말 기가 막힙니다.
그놈을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나 그놈이 뭘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하겠지 하고 참습니다.
그렇게 해도 화가 가시지 않으면 그 사람을 소로 생각합니다.
소가 알고서 나를 발로 찻겠냐,
제게 피해가 올까봐서 발로 찬 거지.
그렇게 포기를 해버립니다.
그렇게 하면 가슴 아픈 것이 뼈에 사무치지 않아요.
그러면 원수가 되지 않습니다.
먹을 것이 없으니
어린 나이에 이런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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