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페셜 (마음) 1편 :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
오이를 못 먹는 이은해씨는 오이 먹기에 도전해 본다. 하지만
오이 냄새의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오이 먹기를 포기한다.
간질에 시달리는 또 한 여자는 손이 경직되어 오기 시작한다.
그녀는 진성 간질환자가 아니다. MRI를 통해 뇌를 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내가 아프면 저 사람도 아프네" 그녀는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게
더 아프다고 말한다. 뇌파도 정상인데 그녀는 간질발작을 일으킨다.
이런 가성간질은 진성 간질과는 다르다. 주변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애정결핍에서 오기도 한다. 그로 인해 심리적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
가성간질 증상으로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녀를 초등학교
때부터 발작하게 만들었을까. 그녀의 어머니는 말한다.
"얘가 어려서부터 말을 안 하는 성격에다 쾌활하지 않아 병이 된 것 같아요."
발작은 그녀의 불행에 대응하는 그녀만의 방식이 된 것이다.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사람이다. 이렇듯 애정이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을 상대로 실험할 수 없는 것들은 토끼를 상대로 애정결핍의 실험을 한다.
충북대학교 연구실에서는 토끼를 상대로 토끼에게 계란 열개, 삼겹살 4킬로그램 등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지닌 먹이를 주면서, 한 쪽엔 먹이와 함께 쓰다듬어주는
애정을 주고 다른 한 쪽의 실험군에는 맹수소리를 녹음해 들려주면서 먹이를 줄
때마다 몸을 때리기도 하고 우리에 가두고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 결과 맹수
울음소리를 들려준 토끼는 신체에 이상이 왔다. 같은 먹이를 주었음에도
각막혼탁의 안구 이상이 온 것이다. 동맥에 지방이 침착돼 더 빨리 막혔던 것이다.
스트레스군은 곧 녹내장이 왔고 이대로 가면 안구파열까지 간다는 것이다.
반면 애정을 받고 자란 토끼들은 식욕이 왕성할 뿐만 아니라 몸 안에도 지방이
침착되지 않은 건강한 혈관 상태였다. 실험은 애정이 물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강남 성모병원에서 박이슬이란 젊은
여자가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엑스레이 같은 화면을 통해 보인다. 그녀의 목으로
넘어가는 바나나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행로의 모양이 뚜렷하다.
등뼈와 내장의 모습이 보인다. 먹고 마시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사람의 뼈대가
섬뜩하다. 사람이 생명유지를 해나가는 모습은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은땀이 나고 속이 더부룩한 느낌을 갖는다.
이렇듯 몸은 늘 마음의 영향을 받고 산다.
[마음은 몸을 지배한다]
특히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건강관련 정보들이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건강염려증
환자들도 많아진다. 건강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 김영민이란
사람은 건강염려증을 체험한 당사자다. 그는 만성간염으로 간수치가 정상인의
열 배 정도나 높았었다. 이혼 후유증과 친한 후배의 간경화를 보고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그래서 자신도 죽으면 어떡하나 다리가 붓는다거나 무언가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곧 죽을 것처럼 삶과 죽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불면증과
우울증,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던 외로운 경험을 했던 사람이다.
뱀 사진을 못 쳐다보는 여자는 사진만 봐도 기겁을 한다.
"어려서 만화를 보다 뱀을 그려놓은 걸 봤는데 그 때부터 뱀만 봐도 징그러워
볼 수가 없게 된 거예요." 그녀의 기억 속에 뱀은 좋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다. 매일 일상에서 보는 것들과 듣는 것 등 지각하는 것들이 뇌에 저장돼
마음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뇌는 이렇듯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고등기능을
담당한다. 마음이란 이렇듯 뇌를 통해 저장된 기억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마음을 만들까. 그건 신경망에서 시작된다. 신경세포는
수상돌기와 세포체 그리고 축색돌기로 이루어져 있다. 외부의 지각정보를 수집하는
뇌는 100억개 이상의 뉴런으로 되어 있다. 다른 신경세포와 교환하면서 말단
시냅스에 신경전달물질을 전달한다. 시냅스는 신경세포 말단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마음을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인 셈이다. 생각하고 문제를 푸는 지능과 함께 언어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의식을 모두 합한 것이 마음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 것을 알기고 하고 또 자아개념을 갖게도 한다. 자신과 남과의
관계를 인지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다 이 시냅스 작용의 결과물이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인식할 수 있는 특유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살갗이나 머리를
꼬집으면 아파 비명을 지르는 것도 다 시냅스처리의 결과다. 그런데 이 과정에
작용하는 것이 도파민과 같은 물질이다. 공부, 사랑, 운동도 다 이 시냅스 작용을
통해 가능하다. 엄청나게 빠른 시냅스의 작동을 통해 박주영의 반 박자 빠른
순간 결정력이 나온다. 우리의 정신활동 또한 모두 시냅스 작용의 결과다.
세포엔 이렇듯 틈이 있는데 그 틈에 회로가 있고 또 신경세포의 조직을 만들어
시스템으로 상호 연관되어 단계 단계별로 일을 이루어간다. 표정은 이런 감정을
담아 보여주는 창 역할을 한다. 감정이란 것도 시냅스 작용의 결과다.
신경전달물질은 전기신호를 화학신호로 바꿔준다. 세로토늄과 도파민은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거나 혹은 적게 분비되어 문제가 된다.
뉴욕의 존리먼은 뮤지컬 작곡가인데 이전 도파민 부족 때문에 담배나 알코올
혹은 마약과 같은 것들로 극치감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그렇게 극치감을
경험하지만 그 이후에 갑자기 수치가 떨어지면 심한 불쾌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것이 습관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을 찾게 만드는 중독의 원인이 된다. 쇼핑 중독,
성형중독도 마찬가지다. 그건 뇌의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코 두 번, 보톡스를
맞고 쌍커플에 가슴 성형까지도 한 예쁜 여자가 또 성형을 할 거란다.
그녀는 왜 성형을 하느냐는 물음에 대답한다.
"뭐 하나 할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잖아요. 또 하고 나면 잊어버리고
또 하고 싶고, 부럽고 예쁘니까." 좀 더 완벽했으면 아쉬운데... 심지어 할 곳이
없으면 자신이 한 번 수술을 한 걸 또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억지로 자신을 합리화 할 핑계거리를 찾는다.
미국판 선풍기 아줌마로 불리우는 여자는 성형수술이 필요한 외모가 아니었을
정도로 미인이었는데 그녀는 성형수술을 무려 49번이나 했다고 한다.
"저는 불안감과 경쟁이 심한 비브리힐즈에서 자랐어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자들을 볼 때, 또 부모님이 절 보고 뚱뚱하고 못 생겼다고 놀릴 때마다 수술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하고 말했다. 그녀는 여섯 번 결혼했고 더 예쁜
남자를 얻으려고 했다. 그래 이혼할 때마다 한 가지씩 수술을 하곤 했다.
그녀는 마흔 아홉 번 수술을 하고 이제는 쉰 번째 수술을 준비중이란다. 새로운
수술법이 나오기라도 하면 그녀는 첫 번째 환자가 되고 싶어 하는 성형중독증 환자다.
그녀는 항시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고 더 완벽해지려고 한다.
중독은 뇌의 작용이다. 뇌간은 호흡과 혈압 등 생명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감당하고
편도체는 두려움과 공포감, 해마는 기억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상은 후각을
제외한 모든 정보, 소뇌는 몸 각 곳이 상호 협조하도록 만들어준다. 좌반구는
언어와 논리 사고를 맡고 뇌량은 좌우뇌를 연결해 준다. 우측뇌는 비정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며 대뇌피질엔 생각을 계획하고 판단하게 하는 전두엽을 비롯해 후두엽,
두정엽, 감각피질, 운동피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뇌가 없으면 마음도 없다고 말한다. 시냅스 연결을 바꾸면
마음도 바뀔 수 있을까, 머리에 무엇인가를 붙인 모습의 사람들이 보인다.
예일대의 한 교수는 두개골 밑에 전자기파 발생장치를 만들어 1950년부터
뇌 자극을 통해 마음을 바꾸려고 한 주인공이다. 외부에서 리모트 컨트롤을 통해
통제할 수 있을 정도다. 황소의 행동통제 연구로 유명해진 교수다. 성난 황소를
마취해 뇌에 전극을 넣었다. 성난 황소는 투우사의 발 앞에서 멈추어 섰다. 화난
원숭이의 공격성도 통제해 조용하게 만들었다. 뇌의 각 부분이 어떻게 연결되어
생각과 행동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했다. 그는 원숭이, 개도 연구했다.
인간의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동물의 뇌로 실험을 한 것이었다. 운동영역
(모터 에어리어)과 사람과 증오를 일으키는 감정영역, 호세델로기 박사는 사람의 뇌에
칩을 넣은 전자식 칩 이식 수술로 미식축구를 하다 전신마비가 된 남자가 생각만으로
텔레비전을 켜고 채널을 바꿀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의 뇌에서 생각을 하면 그것이
전자제품과 연결된 컴퓨터로 연결돼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 채널을 바꿀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인조손을 통해 생각만으로도 물건을 쥘 수 있다고 했다.
스크린을 보고 마우스를 조정하고 마우스를 통해 어디든 갈 수가 있다. 뇌의 표면은
신호를 포착해 무슨 뜻인지 읽게 만든다. 뇌의 전기신호가 곧 마음이다.
MIT대학의 마빈 마스키 박사는 로봇 전채과학자로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오년 후면 사람들이 뇌와 외부부품을 사서 머리에 끼우고 다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어 프로그램이 들어 있는 소형 컴퓨터를 머리에 부착하고
다닐 때가 온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이 바로 뇌 작용의 결과란 것을 알았는데,
그렇다면 마음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일까. 개와 같은 동물에게도 마음은 있을까.
일본의 교토대 영장류 연구소에선 1960년대부터 침팬지를 오십 년 동안이나 연구해
오고 있다. 침팬지의 수명이 오십 년이라고 한다. 그는 침팬지를 학습시켜 먹이를
주는 식으로 학습을 시켰는데, 숫자를 사람보다 더 빠르게 기억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숫자의 위치가 바뀌거나 0.2초 후에 숫자가 지워져도
침팬지는 정확하게 그 숫자를 알아 순서대로 숫자를 짚어낸다. 담당 PD가 38%
정도의 성공률을 보이는데 비해 침팬지는 무려 65%의 성공률을 보인다.
"침팬지는 본래 기억력이 아주 좋습니다. 짧은 시간에 본 것도
빠르게 기억하는 아이들처럼 말입니다."
그는 침팬지에게도 인간의 지성과 감성, 그리고 의지와 같은 것이 있다고 말한다.
색깔을 보고 한자를 맞추는 능력도 있을 정도로 지능이 있고 거울을 보고
자신을 알아볼 정도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침팬지에겐 인간처럼 마음이 마음을 반영하는 능력은 없다고 했다.
사람만이 자신의 마음이 다른 사람의 마음과 다르다는 걸 알고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걸 생각하는 힘이 사람에겐 있다는 것이다.
뇌를 보더라도 침팬지와 인간의 뇌가 크기에서 차이가 많이 나지만,
구조나 작동원리는 비슷한 면이 많다. 마음이 마음을 반영하는 능력이
인간의 마음만이 지닌 특성이란 것이다.
오이 냄새 때문에 오이를 못 먹었던 이은해씨는 최면술사의 요구에 따라
오이를 청양고추를 떠올리면서 마음을 바꾼 후 아무런 문제없이 오이를 먹을 수
있었다. 오이가 고추야. 매운 맛, 톡 쏘는 맛이 느껴지지. 손가락은 마음의 리모콘,
청양고추의 매운 맛을 떠올리면서 오이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서 오이를 먹은
그녀는 칼칼한 된장찌개의 맛을 보는 것처럼 그렇게 오이를 먹어치웠다.
그녀는 마음이 바뀐 것이다. 향기가 역겹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녀의 습관이
허물어진 것이다. 좋아하는 청양고추의 좋은 맛을 버무려 마음이 바뀐 것이다.
맛도 향기도 달라진 것이다. 이건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뇌가 만들어내는 우리의 마음이다.
다음 시간에는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주제로 마음을 이용해 큰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음악
Ralf Bach [Moon Cycles]
Dance of the Moon
Goddess | | |
첫댓글 음. 마음을 바꾼다. 뇌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