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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쓰레기량과 맞바꾼 편리한 물품들
사람들은 이 같은 대중 음식문화의 혁명에 도달하기 위해 쏟은 국가적인 엄청난 노력을 생각하며 감동한다. 농업 지원금, 관개수로공사, 고속도로 건설 프로그램…. 미국이 지난 80년 동안 자랑하던 이 모든 대규모 공사들이 결국 음식 거리인 힐스버러와 전 대륙을 잇는 도로 건설에 쓰였단 말인가? 이런 집단적 도약이 누군 뼈 빠지게 일해 박봉을 받게 하고, 누군 떼돈을 벌게 한단 말인가?
지난여름, 더럼시의 한 특별한 사건이 패스트푸드업계를 뒤흔들었다. 파업이 일어난 것이다. 노조에 적대적인 지역으로 유명한 데다 하디스, 보쟁글, 크리스피 크림 등이 이곳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일종의 패스트푸드의 요람으로 자부심이 강한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일어난 것이어서 전혀 예상치 못한 파업이었다. 시위는 버거킹에서 시작됐다. 교차로 한 중앙에 위치한 버거킹 건물은 식당보다는 타타르 사막의 작은 요새를 연상시킨다. 아침 6시에 일부 직원들이 건물 앞에 일렬로 늘어서서 외쳤다. “노동자의 권리도 인권에 속한다!” 너무 이른 아침 시각이라 사람들의 호응이 적자, 이들은 구호를 바꿔 이 점포에서 받는 최저 임금을 암시하는 구호를 외쳤다. “7달러 25센트론 못살겠다!” 금세 현지 뉴스 채널의 기자들과 순찰차 두 대가 당도했다. 매장 안에 혼자 앉아 있던 고객 한 명이 버거킹 창문을 통해 밖을 구경했다. 러시아워와 함께, 운전자들이 이들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경적을 울렸다.
자녀부양도 못하는 잘못된 노동의 대가
아침시간이 끝날 무렵, 시위대는 시위를 확산시키기 위해 더럼시 중심가에 있는 맥도날드와 롤리시의 8차로에 위치한 리틀 시저 앞에 모였다. 한눈에 봐도 시위대의 수가 불었다. 시위대가 인도 가에 모여서 플래카드를 휘두르는 동안, 이들의 자녀들은 도시 외각의 나무 밑에서 놀고 있다. 트럭 운전자들이 시위대와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 경적을 울린다. 그 앞을 지나는 픽업트럭 운전자들의 욕설도 간간이 들린다. 이날 시위대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롤리시에 있는 KFC였다. 여름날 오후 4시의 더위도 시위대의 열기를 식히진 못했다. 이들의 수는 이제 150명으로 늘었다.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현지 회장인 목사 윌리엄 바버 2세도 이들과 합류했다. 그는 2013년 1월 주지사에 취임한 이후, 1000명의 시위자들에 대한 체포를 주도한 노스캐롤라이나의 공화당 소속의 새 주지사 패트릭 맥크로리의 탄압정책을 규탄하는 시위를 매주 개최하고 있다.
관절염 때문에 약간 구부정한 거대한 몸매, 도시의 소음을 잠재우는 강력한 저음 소유자인 바버 목사가 KFC 앞에 운집한 군중에 열변을 토한다. “패스트푸드의 종업원은 아무리 많은 시간을 근무해도 수입이 넉넉지 못하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시위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누릴” 권리이다. 그는 이 말을 그냥 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이 말이 노예제도가 종식된 이후 미국 남부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한 말 중 하나였기에 사용한 것이었다. 연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며 이 표현의 의미를 좀 더 구체화했다. “난 노동의 대가가 부패했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말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여러분이 KFC에서 일할 때 그리고 여러분이 KFC에서 판매하는 닭을 겨우 사먹을 수 있을 때 노동의 대가는 잘못됐다. 여러분의 노동이 다른 사람들을 먹여 살리지만 정작 여러분의 자녀들을 먹여 살리지 못할 때 노동의 대가는 잘못됐다.”
1년이 넘게 미국을 휩쓸었던 패스트푸드업계 시위에 대해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시위는 펜실베이니아에서 뉴욕 주로, 로드아일랜드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번진 데 이어, 2013년 12월 5일엔 미국의 100개 도시 이상에서 시위가 일어나며 전국 파업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목격한 것은 전통적인 의미의 파업이 아니었다. 다른 주들에선 서비스직원국제연합(SEIU)이 파업을 지지하며, 파업에 동참한 인원수가 많아 다수의 매장들이 문을 닫았지만, 더럼시와 롤리에선 산발적인 집단시위에 그쳤다. 이곳에선 소수의 직원들만 파업을 했다. 그 어떤 노조도 이들을 돕지 않았다. 이들을 도우러 온 단체는 주민보호단체인 액션 노스캐롤라이나(Action NC)가 고작이었다.
그 어떤 노조도 그들을 돕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만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노조의 관행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던 셈이다. 하이힐을 신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한 여성 시위대원이 자신들에게 닥친 갈등을 예상치 못했다고 인정한다. 피켓 시위 때 있을 수 있는 물리적인 충돌에 대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소비자들의 매장 출입을 진지하게 만류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숨 막히는 더위에, 일부 시위대는 자신들이 일하는 매장에 들려 음료를 주문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행동, 문제가 되는 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업주들로부터 분노를 사리라 한순간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노조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주에서는 (파업에 대한 업주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다. 실제로 노스캐롤라이나의 노조 가입률은 미국에서 가장 미비하다.
이와 반대로, (직원들의) 불만은 확고했다. 검은 원피스에 십자가 목걸이를 한 윌리에타 듀크스는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의 싸구려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정성을 다하며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한다고 했다. 하지만 16년 동안 식용유에 빠져 살며 아이 둘을 키웠지만 여전히 집을 장만할 형편이 못된다고 했다. 그녀는 큰아들네 손님방에 머물고 있다. 그러는 동안 업주들은 자신들이 받는 보너스에 환호한다. 어느 날, 그녀가 근무하는 매장의 매니저는 저녁에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며 자신의 기술을 전수했다. 하지만 그녀는 “난 집이 없다!”며 한숨을 쉰다. 최근에 회사는 노조의 유해성에 대해 그녀에게 경고하기 위해 페덱스를 통해 그녀에게 우편물을 하나 배송했다.
딸 보기가 부끄러워 슬프다
루시아 가르시아는 버거킹의 피켓 시위에 여섯 살 난 아들을 대동했다. 그녀는 최저 임금보다 70센트가 더 많은 시간당 7.95달러를 받고 교외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다. 이 같은 혜택(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남편도 일을 하는데도, 그녀와 그녀 가족은 교회에서 주는 식량 배급 덕분에 허기를 달래는 실정이다. 온종일 햄버거를 팔고 있는 사람이 이러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녀는 “딸 보기가 부끄러워 슬프다”고 했다. 시행되고 있는 패스트푸드의 급여정책이 미국에서 130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또한 이런 정책을 정당화하는 논거도 모두가 알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학위도 없고, 책임져야 할 가족도 없다. 이들은 이 첫 직장을 추후에 좀 더 돈 되는 직장을 구하기 위한 기회로 여기며 산다. 요컨대 패스트푸드에서 일하는 것은 일종의 국가를 위한 봉사활동, 즉 과거 선조들이 이행한 현대판 병역의무인 셈이다.
그러나 노스캐롤라이나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이런 논거들은 다 부질없는 것이 된다. 이들은 주로 중년인 데다 한 가정의 아버지나 어머니이다. 적어도 롤리에서 인터뷰한 파업 가담자 중 한 명은 대학 졸업장도 있었다. 직업은 직업인 셈이다. 그리고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많은 사람들한테는 품질은 형편없지만 가격 부담이 없는 음식을 제공하며 위용을 자랑하는 패스트푸드들이 연령이나 자격여부와 무관하게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연령과 자격을 안 따지는 유일한 밥벌이 수단
패스트푸드 업주의 논거를 손보려는 사람들은 업주가 이처럼 낮은 급여를 제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상상도 못하는 것이다. 사실,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급여 조건을 확립하는 데 들인 공은 햄버거 조리법이나 종이컵 뚜껑을 만드는 데 들인 공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산업프로젝트의 산물인 (패스트푸드 매장의) 급여조건은 노동자를 마요네즈 병처럼 교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에릭 쉴로서 기자는 자신의 저서 <패스트푸드의 제국>(1)에서, (패스트푸드의) 경쟁적인 표준화를 묘사했다. 냉동상태로 식당에 당도한 식품들은 특별한 자격이 없어도 작동시킬 수 있는 완전히 자동화된 기계가 요리를 한다. 기자는 이렇게 썼다. “저렴한 비용으로 일손을 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문성이 없는’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다. 남녀 직원을 쉽게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의존도도 크게 완화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패스트푸드에 ‘레스토랑’이란 칭호가 어울리지 않는다. 산업가들(패스트푸드 업주들) 스스로도 레스토랑보다는 ‘음식시스템’을 선호한다.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이 같은 시스템 속에서는 노조가 환영받지 못한다. 쉴로서에 의하면, 1960~1970년대 맥도날드는 미국 전 지역의 매장을 돌아다니며 모든 노조 가입 의사를 차단하는 역할을 맡은 간부, 이른바 ‘비행 특공대’란 감시 책임자를 두었다고 했다. 최근에(2009년) 미국 레스토랑 협회(NRA)는 기업의 노조 결성을 용이하게 하는 법안추진을 반대하는 요란한 캠페인을 주도했다. 햄버거업계 업주들은 또한 무시무시한 로비스트로 구성된 군대도 거느리고 있다. 로비에 가장 앞장 서는 인물은 ‘소비자의 자유를 위한 연구소’의 설립자인 리처드 버먼이다. 그는 반노조 논조를 옹호하고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잔뜩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내세우는 수많은 글들을 미디어에 게재하고 있다.
음식의 표준화를 꿈꾸는 집단적인 상상력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음식을 표준화하는 기업인들을 좋아한다. 15센트짜리 햄버거를 만든 햄버거의 선구자, 가짜 멕시코 요리법의 창시자, 30초 만에 구워지는 피자를 개발한 천재, 4단짜리 샌드위치를 고안한자 등…. 이들의 집단적인 상상력은 음식을 포맷해 표준화하겠다는 대단한 애국심으로 고취되어 있다. 언론은 이들을 조국의 은인이라 칭송하고, 이들의 회고록은 서점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대선 후보들 또한 이들에 대한 경의를 결코 빼 놓지 않았다. 게다가 이들 중 일부는 스스로 백악관 주인이 되기 위해 대선에 뛰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 덜 영웅적인 소형매장 업주, 즉 자신들의 야망을 다른 이들이 고안한 브랜드와 시스템을 위해 바치는 이른바 프랜차이즈 가맹업주들이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업주는 KFC 제국의 설립자 할랜드 샌더스가 경험한 영광을 절대 갖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개별적으로 독창적인 시도를 통해 빛을 발하며 끊임없이 에스키모 스타일의 피자나 하와이 취향의 달콤한 얼음사탕 등과 같은 새로운 상품을 고안해 내는 데 전념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업가적 노력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윌러드 미트 롬니는 2012년 대선 때, 이 무기를 이용했다. 백악관을 향해 달리던 이 공화당 후보는 시카고 연설 때 ‘지미 존의 미식가 샌드위치’ 체인의 창업자인 제임스 존 리오토의 ‘기업가 정신’을 소개하며 열광했다. 이어 그는 “리오토와 같이 강인함을 자랑하는 위인들은 국가한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을 의지하며, ‘내가 더 나아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나 자신과 내 가족을 위해 내가 세운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고 자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음식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을 헌신하게 하는 전문가들(패스트푸드 창시자들)은 “국가한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반해 국가는 이들에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다. (패스트푸드가 들어서기 용이한) 도로 건설과 (패스트푸드에서 나오는) 쓰레기 수거 그리고 이들에게 부여되는 대출 특혜가 이를 방증한다.
패스트푸드업계에 대출과 국가보조금 특혜
게다가 국가보조금으로 속여 (패스트푸드 업계에) 지급되는 예기치 않은 보조금까지.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처럼 노스캐롤라이나의 많은 패스트푸드 종사자들은 대중으로부터 음식 티켓이나 현물 기부 형태의 지원을 받고 있다. 노동자들이 시간당 7.25달러의 임금으론 못살겠다고 하는데, 탁상공론이나 벌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최저임금으론 입에 풀칠도 힘들고, 어떤 계획을 실현시키는 데는 더더욱 힘이 든다. 결론적으로 미 행정부는 이들이 굶주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들의 고용주들이 한껏 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납세자의 세금을 이용하는 셈이다. 사람들은 대형 패스트푸드점들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체인점들은 엄청난 이득을 축적하며 질 낮은 음식을 제공하고, 자신들의 점주에게는 풍성한 보너스를 지급한다. 더군다나 연기금 위기 등 끝없는 경제위기를 유발시켜 많은 노동자를 현재 튀김집 말고는 일할 자리도 없게 만든 장본인인 투기자본들이 대형 패스트푸드점까지 잠식하고 있다.
버거킹의 경우가 이 같은 메커니즘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때 미국 햄버거 업계의 2위였던 버거킹은 현재 금융자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장난감으로 전락했다. 1997년, 영국의 다국적 주류회사 디아지오에 인수되었던 버거킹은 2002년 골드만 삭스와 롬니가 창설한 베인 캐피탈이 포함된 금융 컨소시엄에 되팔렸다. 2010년, 버거킹은 다시 미국과 브라질 펀드로 운용되는 3G 캐피탈에 인수된 후 급격히 쇠락으로 길을 걸으며 여전히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들과의 길고 고통스러운 충돌이 버거킹에겐 교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비슷한 예들이 넘친다. 닭튀김 체인 보쟁글은 먼저 팔푸리아스 캐피탈 파트너의 관심을 촉발시켰다가 어드벤트 인터내셔널의 투자펀드에 의해 먹잇감이 됐다. 선 캐피탈 파트너는 프렌들리스, 캡틴디스, 쟈니로켓, 보스턴 마켓 등을 소유하고 있다. 포그 커터 캐피탈 그룹과 컨슈머 캐피탈 파트너는 각각 팻버거와 스매쉬버거를 인수했다. 한편 로크 캐피털은 알비스, 시나본, 카벨, 모르스 사우스 웨스트 그릴의 소유주이다. 패스트푸드 업계에 대한 이 회사의 열정은 회사로 하여금 당연히 폐기물 수집회사인 웨이스트 프로까지 추가로 인수하게 만들었다. 비록 길모퉁이에 그럴 듯한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업주들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온전한 ‘이웃’은 아니다.
이들 또한 월스트리트의 경제위기에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버거킹의 가장 큰 프랜차이즈 가맹업주는 566개 정도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뉴욕주 시라큐스에 위치한 무역회사이다. 이 회사 회장은 스톡옵션을 포함해 대략 20억 달러를 챙겼다. 버거킹의 또 다른 파트너 스트래티직 레스토랑은 투자를 통해 대략 300여 개의 기업을 세계 전역에서 수집한 서버러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투자 펀드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한편, 피자헛은 자신의 주요 프랜차이즈 본사를 메릴린치에 양도했는데, 메릴린치는 이를 올림푸스 성장펀드 5호에 되팔았다. 그러는 동안 발로어 에쿼티는 자신들의 자회사 시즐링 플래터를 통해 리틀시저와 던킨도너츠의 일부 지분을 챙겼다.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된 패스트푸드 업체들
노스캐롤라이나의 패스트푸드의 사장들은 브랜드 차원에서건 자신들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차원에서건 지난여름의 파업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의 인력에 대한 불만을 알리면 가족의 행복의 장인처럼 행세하고자 애쓰는 패스트푸드의 이미지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난 여종원이 가게 문 앞에서 서서 월급을 받지 못해 6개월 난 자신의 아이에게 예방접종도 못 해주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것만큼 가게의 명성에 치명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시위엔 침묵으로 일관하던 패스트푸드 업계가 시위 현장엔 방범견들(끄나풀들)을 보내는 것은 잊지 않았다. 파업 시작과 함께 버먼이 이끄는 압력단체 중 하나인 고용정책연구소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여기에 파업자의 행위는 “경영과의 전쟁이 아니라 기술과의 전쟁”임을 알리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노동자들은 이 문구가 지닌 의미를 알아차렸다. 만약 자신들이 고집을 부리면, 패스트푸드 업계가 미국 전역의 패스트푸드점들을 자동화해 자신들이 필요 없게 된다는 뜻이란 것을 말이다. 버먼은 틀리지 않았다. 기자들은 블로거들로, 노동자들은 로봇으로, 대학교수들은 조교들로, 수업은 인터넷 강의로 대체되었는데, 왜 효율성의 신(패스트푸드 업계)이 이런 과정을 마다하겠는가? 사람들은 기꺼이 정치지도자들도 이 목록(자동화 목록)에 올리자고 제안하고 싶을 것이다.
경영과의 전쟁이 아니라 기술과의 전쟁?
노스캐롤라이나의 패스트푸드는 전설적인 일화를 낳았다. 보디노엘은 맥도날드의 햄버거를 본뜬 값싼 햄버거 소매 체인, 하디스 개장에 투자한 첫 번째 기업이다. 해가 거듭되면서 이 체인은 미국에서 가장 거대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되었다. 이상하게도, 이 체인은 연기금에 팔리지도 않았고, 결코 직원들을 로봇으로 대체하겠다고 위협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사람을 믿는다”라는 모토가 말해주듯 이 체인은 가족 사업인 것이다. 이 체인의 자랑거리는 “개인적 혹은 직업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돕는” 역할을 도맡아 하는 사제관 설치이다. 하지만 얼핏 보기엔 이 체인의 직원들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이들도 버거킹 피켓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보디노엘은 또한 농장도 소유하고 있다. 내쉬빌(테네시) 부근에 위치한 로즈 힐 농장엔 보디 가문의 조상들이 18세기 말에 건축한 주인의 저택이 있다. 과거 흥망성쇠를 경험한 이 농장은 미국 자본주의의 변천사를 알려준다. 보디 가문은 상위 1% 갑부도 피하지 못한 1930년대 대공황 때 로즈 힐을 매각했다가, 하디스가 벌어들인 돈으로 1979년에 매각했던 자신들의 재산을 다시 매입했다. 따라서 보디 가문의 후손들은 패스트푸드에 손을 대며 잃어버린 파라다이스를 기적적으로 되찾은 셈이다. 현재 농장의 저택은 회의장으로 쓰이고 있다. 이 저택에선 남부 민속의상을 즐기는 팬들의 결혼식도 열리고 있다.
꽃이 만발한 블루베리 오솔길이 방문객을 보디 왕국의 문장이 새겨진 철제 대문으로 인도한다. 좀 더 나아가자, 순백의 벽과 장엄한 4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파란색의 극치를 보여주는 현관을 갖춘 동화 속의 저택이 나온다. 우리는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다. 로즈 힐엔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파업이 한창인 요즘 이렇게 웅장한 텅 빈 저택을 보노라니 또 다른 이미지, 노동자들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세상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노동자들은 기업 소개 책자 속에서 계속 웃고 있겠지만, 기술과 시장은 결국 이들을 호환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글·토마스 프랭크 Thomas Frank
언론인이며 역사학자다. 1965년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나 캔자스 주 미션힐스에서 자랐다. 시카고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시장 만능주의를 비판한 <하늘 아래 유일한 시장(One Market under God)>, 보수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분석한 <난파선의 선원들>(The Wrecking Crew)과 같은 베스트셀러를 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왜 가난한 자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는 2004년 출판되자마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물론 지난 8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올바른 선거를 치르는 데 정치인과 언론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유권자는 어떻게 정당과 정치인을 평가해야 하는지 새로이 각성하게 하는 참고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를 통해 보수 우파의 교묘하고도 변화무쌍한 집권전략을 폭로하였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원흉임에도 그 책임을 지기는커녕 버젓이 재기하는 보수 우파의 모습, 또 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무능을 그려내기도 했다.
번역•조은섭 chosub@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로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강의 중. 주요 역서로 <착각>(2004) 등이 있다.
(1) Eric Schlosser, <Fast Food Nation, The Dark Side of the All-American Meal>, Houghton Mifflin, Boston,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