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시교육청 소속 6년차 공무원입니다..
아고라에 공무원에 대한 철밥통 인원감축 급여 감축 등에 대한 의견이 많이 올라오는 걸 보고 저도 공무원에 입장에서 한자 씁니다..^^ 객관적으로 쓰려 노력하나 아무래도 제가 공무원이다 보니 치우친 의견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국어 국사 영어 사회 교육학 5과목을 보고 100대의 경쟁률을 뚧고서 합격하였습니다.
처음 발령지는 학교였고 6년간 4년 이상을 학교에서 근무했습니다..
발령받기 전에는 학교 까잇거 머 할 일 있겠어~심심하고 지루해서 어떻게 근무하나..저 높은 경쟁률을 뚧으려 열심히 공부한거 쓰일 일이나 있겠어..생각도 했지요..하지만 근무 1주일만에 저의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었답니다..
보통 중학교 행정실의 경우 실장 1명(일반직 6급 공무원), 차석1명(일반직 7,8,9급 공무원), 기능직1명, 학교회계직1명 이렇게 근무합니다..
기능직과 학교회계직이 급여와 수납을 각각 담당하구요..행정실장은 보통경력 20년 이상의 연세가 드신분으로 중간 관리자입니다..(실장은 놀고 먹는다 생각하지만 전체적인 행정실 업무의 총괄과 교장과 교무실의 중간 역할 큰 공사등의 관리등 서류일만 안할 뿐이지 일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면 저의 일은 무엇이냐..교육 및 급여와 수납을 제외한 모든 학교 관련 업무가 제 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학교회계의 예결산 및 지출, 계약업무, 시설관리, 재산관리, 물품관리, 학교운영위원회업무, 학교환경위생관리, 정수기 관리, 공문서 보고, 발전기금회계 처리, 세무업무,정보공개업무, 민원처리, 민방위 업무 등등..
즉 작게는 교실 열쇠 하나 부터, 크게는 시설공사까지 교사들의 교육 및 급여 수납을 제외한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살림 및 업무를 꾸려나가는 거지요..
자 그러면 여기서 저의 일반적인 하루 일상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AM 7:40 출근(8시 출근이지만 어느 회사인들처럼 공무원 사회도 정시 출근하면 눈치보입니다..^^:)
커피 한잔 뽑아 들고 자리에 앉아 현재 시급히 해야 할일을 정리합니다..
음..오늘 급한 지출 10건정도 보고문서 2건정도, 1학년 수학여행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준비, 2학년 수련활동 계약서류 검토, 방학 시작과 동시에 시작될 체육관 공사 입찰 서류 작성, 2차추가경정예산도 짜야하고, 매달 있는 학교유운영위원회 공문발송 및 지난회 회의록 작성, 정보공개 청구 들어온 민원 관련 법규 검토, 저번 방학에 공사한 건물 재산 등록 등을 해야 하는 군요.. 그동안 구입한 물품등록도 밀렸지만 이건 방학으로 미룹니다..
AM 8:00 전자문서에 들어가 교육청에 들어온 공문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담당자를 지정해 줍니다..이런 젠장 국정감사 요구자료가 오늘 12시까지 인게 3건이나 왔네요 ㅡㅡ 오전에 수학여행 서류 보려 했는데 쩝..내용도 간단치 않습니다..시설관련 보고 자료는 현장가서 측량해야 하는것도 있군요
AM 8:20 보고문서 작성 시작합니다..관련서류 찾아 뒤지고 건당 1시간은 기본 걸릴것 같은데..
AM 9:00 보고문서 한건 끝나니 행정실 회의입니다..부장회의를 끝낸 실장님이 전달사항을 전달하네요..오늘은 어느교사가 행정실에 나이 많은 교사가 들어갈 때 직원들이 일어나서 인사안한다고 머라 했답니다..서류처다보느라 정신없어 누가왔는지도 모르는게 태반이고 눈마주치면 가볍게 안사하는데 꼭 일어나 인사해야 하나..교사들이 상전도 아니고 쩝(속으로 욕나옵니다.)
AM 9:30 마저 공문을 작성하려는데 교무실에서 전화 부리나케 옵니다..물품요구서 올렸는데 급한거니 빨리 사달라..우리반 열쇠 잃어버렸는데 다시 복사해달라..등등 수도없이 올리죠.. 열쇠는 2천원짜리 기사님 나가게 하기 인력낭비라 좀 모아서 할려하면 독촉전화 옵니다.. 왜 빨리 안해주냐..하루에 10건도 넘는 물품요구서 업체 찾아 주문하고.. 정신없이 오전이 갑니다..
AM 11:00 다시 공문서좀 작성할라는데 교사 한명이 와서 무리한 요구를 합니다..무리한 요구란 법의 테두리를 살짝 벗어나거나 아직 절차가 진행안됬는데 먼저 해달라고 하는 것들이 주입니다..그러면 친절히 웃으며 안되는 이율 설명하죠..30분을 설명했는데 반응이 영 시원찮습니다..보통 두가지 반응이죠.. 첫번째 반응 니 말은 이해하나 일하는데 그렇게 유도리 없어 일을 어찌 하냐..감사에 걸린다 하면 걱정마라 다 내가 책임진다..(감사떄 가면 100% 난모르는 일이고 행정실서 한일입니다..라고 하죠 ㅡㅡ;) 두번째 반응은 니말 이해가 안간다.. 두번째 반응이 더 안좋습니다..이 경우 다시 찾아오거든요 ㅡㅡ; 오늘은 두번째 반응입니다.. 쩝..
AM 11:30 교사 겨우 돌려보내고 두번째 공문 작성해야 하는데 점심시간이네요..(행정실과 교사들 점심시간피해 2교대로 일찍 식사합니다..) 부리나케 식당으로 가서 밥먹고 20분만에 도착합니다.. 수납 급여 선생님 식사보내고 나니 외부 민원인들 옵니다..요구 서류들 띠어주고 나니 이번엔 점심시간 맞은 학생들 와서 영수증 떼달라하죠..(이런 민원업무는 수납선생님 업무지만 식사중이니 제가 띠어줍니다..) 학생들 가고나면 선생님들 와서 이것저것 사달라 이 예산 돈쓸라면 어떻게 해야하냐 등등 물어보고 갑니다..
PM 1:00 교육청에서 전화옵니다..12시까지 보고공문 왜 안보내냐고..바빠서 그랬다고 죄송하다고 빨리보내겠다고 합니다.. 공문 내용의 정확도는 떨어집니다..빨리보내야 하니까 ㅡㅡ; 30분만에 두개공문 대강 처리해서 전자문서로 발송합니다. 발송완료 했는데 기사님 오셔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니 가서 보잡니다.. 가보니 물이 뚝뚝 떨어지네요..자리로 돌아와 공사업체에 전화해서 상황 설명하고 빨리 와서 수리해달라고 독촉합니다..
PM 2:00 아 오늘 꼭해야 하는 지출 있는데..ㅡㅡ; 지출서류 눈썹이 날리도록 30분만에 10개 작성해서 행정실장님 결재..교장실 들어가려니 교사들과 회의중 ㅡㅡ; 회의 동안 살짝 숨돌리고 결재들어가니 왜이리 늦게 갖고 왔냐고 핀잔 한소리 듣고 결재 ㅡㅡ;
PM 3:00 지출건 인터넷 뱅킹에 올리는데 이넘의 농협 싸이트는 8비트 컴퓨터를 쓰는지 매일 기어가고 20분이 넘어서야 겨우 올리고 실장님께 승인부탁드립니다..
PM 3:30 이제 오전에 계획한 내업무좀 볼려는데 아까 교사와서 다시 따짐 ㅡㅡ; 다시 30분간 설명했는데도 이해 못한다하니 저도모르게 살짝 목소리톤 높아집니다.. 그러니 자기를 무시했다며 열 펄펄 내며 사라집니다..(아 X됐네..)
PM 4:00 교감 호출..ㅡㅡ가보니 그 교사 팔짱끼고 옆에 앉아 있고 교감 나한테 머라 머라 합니다..거의 욕과 다름없는 소리를 들었지만 다시 열심히 그리고 친절히 설명하고 설득하고 옵니다..
PM 5:00 교장 호출 한숨쉬고 가보니 교장 교감 그 교사 앉아 있고 교장 웃으며 그냥 해주라 함..교장까지 해주라 하면 더 이상 버틸 수도 없습니다..(에효 감사때 걸리면 머라하나)
PM 5:30 자리 돌아오니 퇴근시간은 30분이나 지났는데 오늘 해야할 업무는 하나도 못했습니다..그래도 이젠 교사고 학생이고 다 퇴근했으니 아무도 귀찮게 안합니다(그래서 전 야근을 좋아합니다..ㅡㅡ;)..지출서류 마무리 하고 전산입력하고 하고자 하던 업무 시작합니다.
PM 6:00 배달온 짜장면 대강 먹고 다시 일 시작
PM 10:30 업무 반도 다 못 끝냈지만 너무 피곤하여 내일을 기약하며 퇴근합니다.. 퇴근길에 정보공개 관련 법령 8cm넘는 출력물 들고 가 집에서 읽다 잠듭니다..
보통 저의 일과지요..머 뻥이라 생각하시는 분도 있지만 이 정도는 평균이고 더 심한날도 많답니다..학운위라도 있어 2-3시간 잡아먹거나 외부민원인이 와서 억지라도 쓰시는 날이면 더 바쁘지요..방학 때 교사들은 다 쉬어도 저희 행정실은 나와서 학기중 못한 시설공사, 예산짜기, 밀어놓은 물품 업무등으로 학기중보다 더 바쁘답니다..
워낙 많은 분야(회계,일반사무,시설,재산,세무,정보공개,위원회,보건 등등)의 일을 하다보니 틈틈히 법제처 들어가서 수시로 바뀌는 해당 법규 찾아 공부해야하고요,,(바빠서 못확인해 실수했다는건 감사때 핑계가 안되거든요) 수시로 바뀌는 회계시스템 교육받고 익히는건 필수지요..올해도 회계시스템이 전체적으로 싹바뀌어(NEIS에서 행재정으로) 각학교가 난감해하고 있답니다..어쩔땐 화장실도 못가고 참아가며 일할때도 많아요..
이렇게 일하고 받는 제 월급은 소득세, 건강보험, 연금때고나면 초과근무수당 다 포함해야 170만원이 조금 넘는 답니다..^^
이 글을 읽은 아고라의 여러분 이래도 공무원수 반으로 줄이고 월급 1/3으로 줄여야 할까요? 물론 한가한 곳도 있다합니다..(제주변엔 못봤지만 다른 지자체는 그럴수도 있겠지요ㅡㅡ;) 하지만 그런 곳은 일부이고 사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공무원세계도 요즘은 대부분 사기업처럼 그리고 저처럼 바쁘게 일한답니다..일부만으로 모든 공무원을 싸잡아 매도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두서없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
참..근무중에 글이나 쓰고 한가하다 말씀하진 말아주십시오..^^: 오늘은 정말 간만에 갖는 연가니까요^^;;
첫댓글 그렇데 바쁘게 일하시는줄몰랐네요 .수고하심니다.힘내시고 건강하세요 평화를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