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에 대장장이가 살았다.
동네 사람들은 그의 고집과 허풍,
심한 술주정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대장장이가 딴 사람처럼 달라졌다.
쉴 새 없이 땀을 흘리며 일했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동네 사람들에게도 부드럽고 친절했다.
그런데 부지런함과 선행에도 그의 형편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은 점점 많아졌고 빚도 늘어만 갔다.
어느 날 친구가 그의 집을 방문했다.
"도대체 자네의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네!
자네가 이렇게 달라지고 태도를 바꾸었는데도
자네 처지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네.
인생이 점점 더 고달파지고 있지 않은가!"
대장장이는 잠자코 침묵했다.
그 역시 그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뒤 대장장이가 친구에게 말했다.
"자네. 이 작업실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 어떤지 아나?
울퉁불퉁 못생긴 강철을 쓸모 있는 연장으로 변화시키는 일말일세.
이 과정은 복잡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단계를 거친다네.
먼저 아주 높은 온도의 불로 강철을 시뻘겋게 달구지.
그리고 원하는 모양이 나올 때까지 강철을 망치로 사정없이 두들겨야 하지.
그런 다음 찬물에 푹 담가 식혀야 하네.
그 순간 수증기와 열기가 대장간을 꽉 채우지.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해.
그래야만 비로소 온전한 연장이 완성되기 때문이지.
단 한 번 만에 연장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네."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대장장이의 말이 이어졌다.
"숨 막히는 열기와 시끄러운 망치질, 찬물 담금질은 힘겹지만
연장을 완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네.
가끔은 이런 과정을 거부하는 철도 있는데,
그런 철은 좋은 연장이 되지 못하지.
변변치 않은 연장은 그냥 대장간 한구석에 밀어 놓게 된다네."
친구는 대장장이의 지혜가 새삼 놀라웠다.
대장장이가 말을 계속했다.
"삶이란 게 원래 그리 녹록치않네.
삶에서 일어나는 망치질 소리를 들어야 하고,
찬물을 뒤집어쓰는 담금질도 감내해야 하지.
내 유일한 바람은
연장이 온전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라네.
나 역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기는 싫으니까."
<참 소중한 이야기/다를레이 자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