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그덕삐그덕철컹. 요란한 소리를 내는 증기기관차 타고 단데농 숲 속으로 떠나는 동심여행, 19세기 호주 금광 채굴지 소버린 힐에서의 한 나절 사금 채취 체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의 만남… 멜버른은 사람을 참 피곤하게(?) 하는 도시다. 가만히 있기엔 구경해야 할 것, 즐길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관광객이 부쩍 늘고 있는 멜버른 투어에 나섰다.
호주에서 시드니 다음으로 큰 도시인 멜버른은 발 편한 캔버스화와 지도 한 장,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나선다면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물 받기에 충분한 곳이다. ‘세계에서 거주 여건이 가장 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시티투어를 즐기기에도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멜버른과 연계한 호주의 남동쪽 빅토리아주 관광이다.
빅토리아주에는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비롯해 발라랏이나 소버린 힐, 야라밸리, 단데농, 필립섬 등 호주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관광 명소들이 숨어있다. 자유여행객이라면 한 지역을 골라 하루 일정으로 둘러보는 ‘원데이 투어’ 상품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멜버른 시내 페더레이션 광장 관광객 정보센터에 가면 관광 안내책자와 ‘원데이 투어’ 상품 자료들을 얻을 수 있다.
남극의 바람을 담고 오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214km에 달하는 드라마틱한 해안도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로 가보기로 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멜버른 여행자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0순위 관광지다. 하지만 가는 길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멜버른에서 왕복 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소도시 토키(Torquay)부터 시작해 피크닉 명소인 론(Lorne)과 아폴로베이(Apollo Bay)를 지나 포트캠벨(Port Campbell)까지 이어진다. 길은 바다와 평원을 양 옆으로 두고 끊임없이 이어져있다. 변화무쌍한 길 때문에 여행객 중에는 간혹 멀미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워낙 길이 길다 보니 기후도 그때그때 달라진다. 햇볕 쨍쨍한 길을 달리다 갑자기 여우비가 내린다거나 우중충한 하늘이었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맑고 쾌청해진다. 서핑명소이자 영화 ‘폭풍 속으로’의 촬영지 벨스 비치도 지났다. 점심 식사는 아폴로베이(Apollo Bay)에 있는 아폴로베이호텔 레스토랑에서 했다.
스테이크를 주문하니 어른 손바닥 두 개를 합친 크기의 스테이크가 나왔다. 두께도 무서울 정도로 두꺼웠다. 육류가 풍부한 나라임을 새삼 느끼는 순간. 아폴로베이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아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가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곤 한다. 다시 몇 시간을 내달려 오후 늦게야 포트캠벨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 헬기에서 내려다본 호주의 가장자리. 멀리 12사도상이 보인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12사도상, 로크 아드 협곡, 런던 브리지 등을 한 눈에 내려다 보고 싶어 헬기 투어(10분에 7만원)를 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눈이 휘둥그래질 만큼 장관이었다. 하지만 ‘와~’하고 감탄하려는 순간 헬기는 어느 새 땅으로 내려와 있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무언가를 느끼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인 건 확실하다.
장엄한 해안절벽을 제대로 감상해보기 위해 전망대로 갔다. 코발트 블루 바다와 그 위로 12개의 바위 대신 8개의 바위만 우뚝 솟아 있었다(현재 12사도상은 8개만 남아있다). 파도와 바람이 조각해 놓은 거대한 해안절벽과 마주하니 감탄사도 목에 걸렸다. 두 팔 벌려 남극의 바람으로 온 몸의 기를 ‘리필’하고 있는데 함께 갔던 제주도 출신 친구가 씁쓸해 하며 내뱉은 한 마디. “제주도 성산 일출봉은 비할 게 아니군!”
증기기관차 ‘퍼핑 빌리’ 타고 단데농 숲 속으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단데농은 호주의 자연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단데농 산림지대를 통과하는 증기기관차 퍼핑 빌리(Puffing Billy)를 타고 가면 더욱 즐겁다. 1900년 첫 구간이 개통된 이래 줄곧 인기 코스로 꼽히고 있다. ‘칙칙폭폭’ 소리와 함께 하얀 증기를 뿜으며 달리는 퍼핑 빌리는 그 옛날 만화 ‘은하철도 999’ 속 그것과 똑같이 생겼다.
멜빵 바지를 입고 검정색 모자를 납작하게 눌린 쓴 기관사들의 모습도 만화 속 그대로다. 일반 객실 창가에 걸터앉아 난간에 팔, 다리를 내놓고 타야 제 맛이다. 창 밖으로는 단데농 풍경이 20km의 느린 속도로 천천히 지나갔다. 오후 12시 20분 벨그레이브(Belgrave)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1시간 20분 뒤 레이크사이드(Lakeside)역에 도착했다. 점심식사를 겸하려면 기차의 런치트레인을 이용해보자.
19세기 골드 러시 시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
소버린 힐(Sovereign Hill)은 호주의 민속촌. 1850년대 호주 최초의 금광 채굴지인 발라랏(Ballarat)에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19세기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비포장길 양 옆으로 우체국, 사진관, 양초공장, 대장간, 식료품점, 볼링장 등 19세기 목재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소버린 힐이 여느 민속촌보다 즐거운 점은 전시만 해놓는 게 아니라 실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대장간에서는 실제로 말굽에 박을 징을 담금질하고 양초공장에선 천연비누와 양초를 직접 만들어 기념품으로 판매한다. 우체국에선 여행객들이 직접 엽서를 써 자국으로 보낼 수도 있다. 의상도, 머리 모양도 모두 당시 그대로다. 대장장이, 우체부원, 군인 역할 등을 하는 맡은 사람들은 모두 마을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들의 연기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소버린 힐에 갔다면 사금채취 체험은 꼭 해볼 것! 사금을 채취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인내심을 요구했다. 대야에 개울의 모래자갈을 퍼 담은 후 흔들면서 비중이 큰 것부터 골라내는 식. 몇 번이고 돌과 흙을 골라내니 좁쌀보다 작은 사금 가루 하나가 햇살에 반짝거렸다. “심봤다”고 외치는 순간, 콧바람에 가루가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혼자 떠나는 멜버른 시티투어
▲ 빅토리아풍의 플린더스 역. 멜버른 여행의 기점이 되는 곳이다.
멜버른은 ‘길치’(길을 잘 못 찾는 사람), ‘방향치’(방향을 잘 못 잡는 사람)라 하더라도 부담 없이 시티투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길이 잘 짜여 있다는 얘기. 시티투어의 시작은 대부분 플린더스역(Flinders Station)을 기점으로 한다. 찾기 쉽고 시 외곽으로 나가는 기차와 도시를 순회하는 트램이 모두 이곳을 거치기 때문이다. 관광객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붉은색 시티 서클 트램(City Circle Trem)을 타자. 시티 서클 트램은 10분 간격으로 운행, 도심 한 바퀴를 도는 데는 약 30~40분이 걸린다.
조용하고 한적하게 ‘정원의 도시’ 멜버른을 느껴보고 싶다면 피츠로이 가든(Fitzroy Garden), 트레저리 가든(Treasury Garden)을, 로맨틱한 야경 아래서 멜버른의 밤문화를 즐겨보고 싶다면 야라강 주변이 좋다. 특히 야라 강 남쪽 사우스게이트(South Gate) 주변엔 명품숍을 비롯해 유럽식 카페, 레스토랑, 바, 펍(Pub)들이 즐비하다. 남반구 최대 규모의 크라운카지노(Crown Casino) 앞에선 매일 6시부터 정각에 100만 달러짜리 ‘불쇼’가 펼쳐진다. 쇼핑을 하려면 대형 백화점과 아케이드가 있는 버크 스트리트(Bourke Street)나 명품숍이 모여 있는 콜린스 스트리트(Collins Street), 채플 스트리트(Chapel Street) 등을 둘러보자.
● 여행수첩
항공편 대한항공이 12월 18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 한 달 간 인천-멜버른 간 전세기 노선을 주 2회(월, 금 총 10회)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약 11시간. 현재 멜버른까지 직항편은 없다. 때문에 전세기를 운항하지 않는 기간에는 홍콩, 일본, 시드니 등을 경유해야 한다.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는 약 1시간 20분 소요. 전세기가 운항되는 동안 하나투어(1577-1233), 모두투어(1544-5252), 롯데관광(1577-3000)에서는 멜버른 패키지를 판매한다. 시드니와 멜버른, 골드코스트 9일 상품은 229만원선, 시드니와 멜버른 6일 상품은 199만원선, 멜버른 5일은 189만원선.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