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 사건 판결문 분석자료 토론회 개최
피해 여성의 가해 남편 살인 "한국 사법부 정당방위 인정 사례 한 건도 없어"
<한국여성의전화>는 2012년 7월 25년 동안 지속된 가정폭력으로 단 하루도 인간일 수 없었던 정숙현(여, 가명)씨가 자신과 아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속에서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아들은 상담과정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입니까? 우리 엄마가 아빠를 만나지 않을 수 있었다면 내가 태어나지 않아도 좋으니 다시 세월을 돌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고 한다.
정숙현씨는 지금 1심 5년, 2심 4년, 상고는 기각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정숙현씨를 가정폭력 피해자로 보고, 정씨가 가해자인 남편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충분한 사유가 있다 보고 예비법조인들로 구성된 <정숙현 정당방위사건지원팀>을 꾸리고 재판지원활동을 펼쳐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관련 사건과 판결문을 분석한 자료를 내고 지난 12월 3일엔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판결문 분석자료는 남성배우자에게 여성배우자가 상해당한 사건 121건과 정숙현씨와 같이 가정폭력 피해자인 여성배우자가 가해자인 남편을 사망하게 한 사건 21건을 분석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장과 허민숙 이화연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가 공동 발제한 내용에 따르면, 가정폭력 안전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피해자들은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을 뿐더라 판결문에서도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용어 없이 ‘살인, 폭행치사, 감금치사, 과실치사, 유기치사, 살인미수’의 범죄명으로 기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배우자가 여성 배우자를 살해한 동기로는 격분이 121건 중 68건으로 가장 많았고, 분노 19건, 경제적 이유, 보험금을 타기 위해, 외도녀를 신고할까봐 등의 동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가 가정폭력 피해자인 여성배우자가 가해자인 남편을 사망하게 한 사건 21건 중 정당방위를 주장한 사건은 11건이었다. 그러나 한 건도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사법부는 법이란 객관성과 중립성에 근거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가정폭력 피해라는 특수한 상황을 주관적으로 고려해 줄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정당방위 주장을 배제시켜왔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 분석팀은 “성차별적 편견, 여성에 대한 통제와 지배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가부장적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사회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가해자 살인 사건 재판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왜 문밖으로 도망가지 않았느냐”, “현관문이 바로 저기인데 왜 그리로 도망가지 않았느냐”하는 것이다면서, 재판관의 이런 질문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면서, “폭력을 피해 문을 열고 나갔을 때, 벽을 넘어 도망쳤을 때, 그 여성은 사망했었다”며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 죽일수밖에 없었던 가정폭력 피해자의 입장도 고려하여 정당방위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박강우 충북대 법학전문학원 교수는 한국 사법부가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가해 남편 살인에 대해 정당방위를 단 한 건도 인정해주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법률이 인정되는 정당방위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기 때문”이고 “상황을 초래한 일단의 책임이 있으므로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일단 피하라는 회피의 원칙이 인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 김경록 기자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06호 2013년 12월 11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06호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