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옥몽(속 금병매) <102>
*이수비는 왕회자를 만나 꺼져가는 젊음을 찾을 수 있다는 비방을 듣고 미소 짖는다.
넘실대는 풍류의 파도,
겁도 없이 배를 띄운
주책맞은 영감탱이.
이빨빠진 할망구 갈비 뜯는소리,
손녀딸은 옆방에서 훔쳐본다.
청춘을 돌려다오 회춘약을 먹어보나,
진시황 권세로도 별 방법이 없다네.
칠십 노인 이수비가 물오른 사십고개 여씨댁을 재취로 들인 것 부터가 애시당초 장수로서는 패착의 전술이었다.
그런데 뚜렸한 승리의 전술도 없이 공씨댁 성문 안 까지 들어간 것은 남녀간의 운우의 전술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전장의 장수였다. 그러하니 이미 전쟁의 승패는 가려 졌으나 그것도 모르고 작전계획을 짜는 이수비 할배는 어쩌면 불쌍할 따름이다.
삼사일 묵는동안 공씨댁은 영감탱이에게 네가지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구부정한 허리와 시큰 거리는 다리. 그리고 침이 바싹 마른 입술과 해삼처럼 흐물대는 양물이었다.
이수비는 혼자 좋아 묘수를 낸다며 공씨댁과 즐길 장소로 생각했던 법화암을 날이 밝자마자 찾아가 깨끗한 방 세 칸을 다섯 냥에 얻어서 두 모녀를 이사 시켰다.
법화암의 비구니 주지는 법호가 복청(福清)이라고 불렀다.
복청은 원래 유대윤(刘大尹)이라는 관리의 첩이었으나 오랑캐가 쳐 들어와 미쳐 피난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오랑캐에 공출되어 생할하다가 반년만에 돌아와 보니 살던 집은 폐허가 되었고, 아는 이웃도 모두 죽거나 소식이 없어 갈곳이 없던 터라, 이 암자에 의탁하여 잡일을 거들면서 비구니 생활을 시작했다.
두해가 지나서 사부가 죽고나자 자연스럽게 암자를 인수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담능(谈能) 담부(谈富)라는 법명을 지어준 제자 둘과 암자를 꾸려가고 있었다.
암자에는 빈방이 여러게 있어 나이많고 오갈데 없는 사람들이 가끔 묵어 가곤 했다.
이수비가 빌린 곳도 그곳이었다.
공씨 모녀는 법화암에서 손재주가 좋은 매옥이 미투리를 만들어 팔면서 겨우 새 생활을 꾸려 나갔다.
여씨댁과는 지척이라 금계도 자주 놀러왔다. 여씨댁 보다 세살 어린 공씨댁은 얼굴이 백옥같이 하얀데다가 새까만 버들 눈썹에 눈꼬리가 밑으로 쳐저 있어, 얼굴을 보기만 하여도 보통 끼많은 여인은 아닐것이라 모두 생각했다.
그런데 이년씩이나 생과부로 지냈으니 아쉬운데로 당장 늙은 남정내지만 이수비에게라도 회포를 풀수 있으니 솟구치는 음심을 억누르고 지낼 수 있었다. 숙소는 법화암에 있다고 하지만 허구헌 날 여씨댁 집에서 얼굴을 맏대고 살며 식사도 같이 먹으니 남여가 친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형부 형부 부르면서 여씨댁의 묵인하에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늙은 호구를 주무르고 있었다.
햇까닥 돌아버린 이수비는 마누라 한테는 구박만 받으나 공씨댁은 자신을 좋아 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틈만 나면 과일이나 선물을 챙겨주고는, 둘만이 있기만 하면 서슴없이 공씨댁 치마를 벗기고는 음욕을 채우기에 바빴다.
여씨댁은 아무리 자신의 계락으로 묵인을 한다고는 하지만, 명색이 남편이라는게 밤낮 다른 계집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여자로써 질투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하니 한참 남여의 운우의 정을 알 나이인 무르익은 사십초반의 여씨댁은 밤이되어 옆에 누워 코를 골고 있는 영감탱이의 고이춤을 억지로 끌어 내리고 양물을 만져 보지만, 그렇잖아도 평소에도 가뜩이나 별 볼일 없던 양물이 딴 년에게 힘을 쏟은 탓인지 서리맞은 가지모양 쭈그렁 밤탱이가 되어 번데기 만도 못하니 여씨댁의 입에서는 한숨만 푹푹 세어 나왔다.
가늘기는 개미허리 가냘프게 가련하다,
전쟁하면 백전백패 싸움터만 더럽힌다.
애시당초 글렀구나 이생에선 가망없네,
내세에선 떼버리고 계집으로 환생하렴.
누에고치 작다해도 네놈보단 대물이네,
동면하는 지렁이냐 떨군고개 왜 못드니?
꼬라지를 알았으면 헛고생만 하지말고,
봄물넘친 무릉도원 근처에도 가지마라!
여자가 중년이 넘어서 개가(改家)를 하는 이유중에서 가장 큰 것은 돈도 돈이고 먹고 사는 것도 문제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욕구중에서도 남녀 운우의 사랑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첫번째일 것이다.
열녀로 칭송되는 과부들도 밤마다 치밀어 오르는 욕정의 불길을 참을 수 없어 바늘로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며 억지로 자신을 자해 하거나, 남의 눈을 피해 밤마다 남정네를 사냥하는 일도 비일비재 하였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여인들도 개가의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잡을려고 안달인데, 현실적인 보통의 젊은 과부들이라 하여도 얼굴이 못났건, 찢어지게 가난하건, 개가의 기회가 왔다하면 놓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옛날은 잊어버리고 떠나버렸다.
그런데 생각과는 딴판으로 선택된 남정내가 비실비실하여 밤만되면 뒤로 돌아 누워 버린다면 야속한 것이 아니라 괘씸하기까지 생각 될것이다. 겉으로는 차마 말을 못하지만 외로운 밤을 피해 오직 남여의 그 짖을 바라보고 개가하였으나 빗나가 버렸다면 억장만 분통이 터질것이다.
그렇다고 무를 수도 없는 일이니,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고 악다구니를 쓰며 욕을 하고, 전처의 자식이 있다면 그에게 한 풀이를 하고 구박을 하는 일도 꼭 나무랄 일 만은 아니다. 심지어는 밥도 해주지 않는 그런 여인들도 있었다.
여씨댁도 다른 보통 여인네와 별반 다른 것이 없는 여자다.
그러하니 육체의 욕구불만을 영감탱이에게 욕을 퍼부어 불만을 해소 하곤했다.
"이제는 뼈다기만 앙상하게 붙어있네, 아무리 늙었다지만 이지경은 아니었는데 어디서 나 모르게 딴년하고 붙어서 몸까지 망측 해져서 왜 내한테 와 빌붙어 먹어, 분해 죽겠네 그렇다고 먹고사는것이라도 걱정 안해야 되는데 그것도 아니고, 남자 구실도 못하면서 왜 나를 데려왔니? 차라리 일찍 뒈져버리라구?
나도 그러면 아직도 젊은 육체 재미라도 좀 보고 살아가게..."
베게를 내 던지며 욕지거리를 퍼 붓지만, 이수비는 그져 꿀먹은 벙어리인양 묵묵부답이었다.
옛말에 '미인은 멋진 남자에게 마음을 주고, 기생은 정에 억메이지 않고 돈만 밝힌다고 하였듯이 미남도 아니고 돈도 없으며 더군더나 남자 구실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남편이란게 딴 여자에게 헬렐레 하며 열정을 쏟고 있으니, 이수비 입장에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이수비도 아무리 나이가 든 사람이라도 사내인지라 숨이 붙어 있는 한, 여자를 돌같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군더나 아직도 사십 초반에 한참 남자의 육맛을 알만한 물오른 계집을 둘이나 데리고 있으면서, 겨우 혼자 불이나 끄고 여자들에게는 악다구니 욕을 들어야 하니 어떻게 하면 저 두년을 육봉으로 두둘겨 패서는 다시는 꼼짝하지 못하게 할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옛날에 개봉 근무시 안면이 있는 약장수 왕회자(王回子)를 만났다.
"왕장수 오랫만이우 그려, 요사이도 약은 잘 팔리는가?
"반갑습니다 영감님, 장사는 난리 통이라 돈이 잘돌지 않으니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삽니다. 하마트면 굶어 죽을 뿐 했답니다. 요사이 조금 회복의 기미는 보입니다."
이수비의 물음에 왕회자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전란통에 전쟁터에 나간 젊은 사내들이 많이 죽고 나니 어디가나 과부들의 천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사인 영감님 같은 분들이 드시면 딱 좋은 그런 약이 인기 입니다.
그약 아니면 일반 약만 팔아서는 먹고 살기도 힘듭니다."
"야, 이사람아 나 같은 영감탱이가 많이 먹는다는 그 약이 무었이란 말인가? 무척 궁금하네 그려?"
"헤헤, 그러니까 늙은이를 회춘 시켜주는 그런 약을 말 하죠?"
"그래, 어떤게 있는데?"
귀가 솔깃해진 이수비가 왕회자 앞으로 바짝 다가 앉으며 다음 말을 기다린다.
~계속해서 103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