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속에 있는 것은 사건만이 아니다. 역사가 자신도 그 속에 있다. 어떤 역사책을 집어들 때,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이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간 일자나 집필 일자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것이 때로 훨씬 많은 것을 누설한다.
역사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니, 그것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지도 않으며 전투를 벌이지
도 않는다.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은, 소유하고 싸우는 것은 오히려 인간, 즉 현실의 살아 있는
인간이다.
――― 에드워드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사고하는 역사가는 엄밀하게 말하면 과거의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를 짓누
르고 있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긴급하게 해결을 요하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우리의 역사성에 관한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기 위해
서 우리의 역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야만 하는 긴장관계
를 견뎌 내야만 한다.
――― 한스 위르겐 괴르츠, 『역사학이란 무엇인가』
여가가 없는 시민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 90퍼센트 사람들은 항상 일만
하고 여가가 없는 반면 10퍼센트 사람들은 늘 놀면서 전혀 또는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면 자
유란 허깨비에 지나지 않는다. 마그나카르타, 권리장전, 미국 헌법, 자유와 평등이라는 프랑스
의 모토는 한갓 종잇조각에 불과한 것이다.
――― 버나드 쇼, 『쇼에게 세상을 묻다』
현대 국가는 부르주아지의 일상사를 처리하는 위원회에 지나지 않는다.
――― 맑스, 『공산당선언』
대형 재벌그룹이 망하면 수많은 협력업체와 자금을 대출한 금융기관이 망하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실업자가 된다. 재벌 총수들이 회사를 잘못 운영해 위기에 빠져도 국민경제를 살리
기 위해서는 정부가 회사를 살려주어야 한다. 재벌 입장에서는 위험한 투자를 해서 돈을 벌면
자기 것이 되고 방만한 경영을 해서 문제가 생기면 국가와 국민에게 짐을 떠넘길 수 있다. 이
런 식으로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행동을 경제학 전문용어로 ‘도덕적 해이’
라고 한다.
―――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는 개혁이 불가능한 전제정치에서 폭력 행사는 정당하다. 그런데 그 목
적은 오로지 폭력을 쓰지 않고도 개혁할 수 있는 민주정치를 세우는 것이어야 한다. 민주 헌법
과 민주주의적 방법을 파괴하려는 안팎의 공격에 대항하는 폭력 행사 역시 도덕적으로 정당하
다. 시민의 저항권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칼 포퍼, 『열린사회와 그 적들 Ⅰ』
역사에 대한 지식은 어떤 유형의 정부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으며 또한 어떤 유형의 정부가 실
패할 가능성이 높은가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실 성공적인 정부의 세 가지 주요한
적은 이데올로기, 도덕성, 공포이다. 이데올로기에 의존하는 정부는 실패하기 쉬운데 이데올
로기는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는 경험을 받아들이는
데 필수적인 개방성을 낳지 않고 오히려 폐쇄적인 사고체계를 낳는다.
――― 버넌 보그다너, 『역사, 시민이 묻고 역사가가 답하고 저널리스트가 논하다』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돌베개, 2014)에서 재인용.
사진은 지난 11월 7일(금) 여의도, 여의도공원에서 찍었습니다.
첫댓글 똑똑이 유시민이는 또 정치일선에 나올까요?
모난돌이 정맞는다더니.
유시민에 의해 인용된 버넌 보그다너의 글중 성공한 정부의 적으로 이데올로기, 도덕성, 공포 등 3가지가 들어졌는데,
그중 도덕성은 누구의 도덕성을 말하는 것인지 살짝 궁금해집니다. 정부인가 혹은 국민인가 또는 둘 다인가.
또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성공한 정부의 적이라는 것인지도... 도덕의 지나친 강조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건가.
유시민의 이익은 사유화 하고, 손실은 사회화 한다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네요.
사진 잘 찍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