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
오은
5월이 아니니까
5월의 시를 쓴다
아직껏 오지 않았으니까
진작에 가버렸으니까
애착의 한복판에 서 있는 연인은
사랑의 밀도를 헤아리지 못한다
5월이 아니어서
5월의 시를 쓴다
멀리서 볼 수 있으니까
한발 앞서거나
서너 걸음 뒤처져서
현장을 상상할 수 있으니까
아직 사랑인지 몰랐을 때
5월은 우거지고
오직 사랑임을 깨달았을 때
5월은 지기 시작한다
꿈에 지고
아집에 지고
심리 싸움에 지고
어김없이 해가 진다
기약 없이 꽃이 진다
때는 지지 않는다
5월의 기념일들에
구멍이 숭숭 난다
5월이 아니므로
철봉에 매달리듯
5월을 붙잡고 늘어진다
철봉은 그대로 있는데
손아귀에 자꾸 힘이 들어간다
내려다보니
5월의 바닥이 아득하다
5월은 ‘꽃 중의 꽃’인 장미와 아카시아가 만발하는 꽃의 계절이자 여름으로 성큼 다가가는 신록의 계절이라고 할 수가 있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고,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고, 5월 18일은 광주민주화운동의 날이다. 5월은 마치 하늘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유난히 기념일이 많은 달이며, 우리 한국인들은 이처럼 뜻깊은 날들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정신과 문화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나 5월은 “애착의 한복판에 서 있는 연인”처럼 비몽사몽간에 “사랑의 밀도를 헤아리지 못한다.” “꿈에 지고/ 아집에 지고/ 심리 싸움에 지고/ 어김없이 해가 진다.” 또한, “기약 없이 꽃이” 지고, “때는 지지 않”으며, “5월의 기념일들에/ 구멍이 숭숭 난다.” 그렇다. 과연 우리의 어린이들은 학원지옥이 아닌 자연의 학교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미래의 꿈과 희망을 가꾸어 나가고 있는 것이고, 우리의 어버이들은 모범시민으로서 가장 고귀하고 훌륭한 풍습의 미덕과 문화유산을 물려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일까? 우리의 학자들은 오직, 자나깨나 학문연구를 통하여 사상과 이론을 정립하고 전인류의 스승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고, 과연 광주민주화운동은 세계적인 사건이며, 전인류의 존경과 찬양을 받고 있는 기념일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일까? 참으로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매우 어리석은 민족이며, 전통과 역사와 교육과 문화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천생생산의 교수법도 모르고, 모범시민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최고급의 학문의 성과인 사상과 이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문화선진국의 원동력인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우리 한국인들의 5월의 기념일은 백치들의 집단체조의 날들에 불과하고, 전인류의 자랑이 아닌 전인류의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오은 시인의 [5월의 시]는 5월의 기념일들을 야유하고 조롱하고 있는 시이며, 이 5월의 기념일들 속에서 살아가는 시인의 절망을 노래하고 있는 시라고 할 수가 있다. “5월이 아니니까/ 5월의 시를 쓴다.” 최고급의 인식의 제전으로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과 광주민주화운동의 날이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5월의 시]를 쓰고, 진정한 의미의 5월의 기념일들은 이미 다 지나가버렸으니까 [5월의 시]를 쓴다. “아직 사랑인지 몰랐을 때/ 5월은 우거지고” “오직 사랑임을 깨달았을 때/ 5월은 지기 시작한다.” 아무튼, 어쨌든, “5월의 기념일들에/ 구멍이 숭숭”나고, “5월이 아니므로/ 철봉에 매달리듯/ 5월을 붙잡고 늘어진다.”
우리 한국인들의 축제이자 전인류의 축제로서의 5월, 영원한 꿈과 희망이 자라나고 사상가와 예술가의 민족으로서의 5월, 철봉에 매달리듯 오직 매달리고, 또 매달리고 싶은 5월----. 하지만, 그러나 오월의 바닥이 아득하고, 세계적인 강도집단인 미군이 무서워 자나깨나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교육제도는 천재를 생산해내고, 전인류의 스승들은 최고급의 인식의 제전을 창출해낸다. 고귀하고 위대한 것은 전인류의 스승들이 창출해내고, 더럽고 추한 것은 이민족의 노예들인 백치들이 생산해낸다.
국가란 그 구성원들의 최선의 단체이며, 그 구성원들의 애국심이 없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 ‘나라사랑’은 자기 자신이 그 모든 것을 솔선수범하고 자기 자신을 희생시켜야 된다는 것을 뜻한다. 개인의 이익을 버리고 공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면 그 구성원들의 상호간의 사랑과 신뢰는 생겨나지 않는다. 요컨대 국가의 근본 토대인 영원한 목표를 정하고, 그 건국이념을 실천하기 위하여 날이면 날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린아이는 미래의 주인공답게 가르쳐야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든 어린아이들의 부모답게 성부와 성모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학자들은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새로운 진리, 즉, 사상과 이론을 통하여 전인류의 스승으로서 우뚝서지 않으면 안 되고, 우리 시민단체의 구성원들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도덕적 실천을 통하여 국가와 정부를 감시하고 영원한 일등국가의 길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다는 것은 일등국가의 근본 조건이며, 부정부패를 뿌리 뽑지 않으면 영원한 이민족의 노예국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우리 한국인들의 5월의 기념일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에 기초해 있고, 끊임없는 나라사랑, 즉, 애국심에 기초해 있단 말인가? 과연 우리 한국인들은 도덕과 법률의 모범시민이며, 우리 한국인들의 정신과 문화는 전인류의 자랑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