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봄꽃처럼
잠15:1-2
'봄'은 '보다'의 명사형이라고 합니다.
뭔가 볼 것이 많은 계절이니 '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입니다. 깊은 대지에서부터 푸른빛들이 올라오고, 그 푸른빛보다도 먼저 더 깊은 곳으로부터 가녀린 뿌리들이 퍼 올린 물방울이 형형색색의 빛깔로 피어나, 다채로운 수채화 같은 계절이 되니 볼거리가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그 볼거리는 모두가 겨울을 이겨낸 아름다운 것들입니다. 대지에서 피어나는 들꽃도 그렇고, 겨우내 꽃눈을 품고 있다가 연한 새싹을 내는 나무도 그렇고, 이파리보다 꽃을 먼저 내는 매화나 진달래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봄꽃들은 겨울을 지내고 피는 꽃이라서 인지 대부분이 연한 빛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잎새마다 걸쳐있는 이슬방울은 어느 물방울 보석보다도 아름답습니다.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말없는 미소로 꽃과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모든 이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주는 봄 햇살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한 이해인 시인처럼 저도 만나는 모두에게 웃음과 행복을 안겨주는 봄꽃으로 부드럽게 다가서고 싶습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꽃이 세상을 환하게 물들이듯 우리들도 선조들의 유연함을 본받아 부드러운 언어사용으로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잠25:11)같은 열매가 많이 맺혔으면 좋겠습니다. 지도자의 최대의 기쁨은 이끄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 스스로 재능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선생님들의 가장 큰 사명 역시 우리에게 맡겨진 귀한 생명들을 소중하게 여겨 물주고 거름주고 김매는 작은 섬김을 통해 그들을 꽃피우게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따스한 눈길과 손길이 필요합니다. "나는 네가 00가 되리라고 믿는다"라고 말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꿈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또는 가만히 살짝 다가가 부드럽게 손을 잡아주거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친근감을 표현하든지, 환한 미소와 사랑이 가득한 시선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사람을 꽃피울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입술로 맺어지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말은 화사한 봄빛되어 그들의 영혼을 화사하게 꽃피우고 형형색색 아름다운 삶의 열매를 맺게 할 것이 분명합니다.
살가운 봄바람이 지나가는 곳마다 꽃망울이 맺히듯 우리들의 작은 관심과 따뜻한 격려의 말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의 심장에 포근한 봄빛 되어 그들의 싹을 키우고, 눈을 띄우고, 마침내 꽃피게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들의 말은 그냥 지식이나 정보로 끝나거나 흘러가는 소리가 아니라, 꽃을 피우는 봄바람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잘 전하겠다는 열정과 의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여름 천둥처럼 소리를 높이고 괴성을 지르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더욱 소란스럽고 피폐해져 가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봄꽃들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큰소리에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소곤대듯 부드럽고 잔잔하게 말해도 살랑대는 봄바람에 라일락 향기 피어나듯 신뢰와 희망의 파아란 싹이 돋고 꽃향기로 그윽할 수 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