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한창 일을 많이 하던 40 대 초반의 어느날 회식이 끝나고 2차에 가기 전에 문득
한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회식을 하면 당연히 2차 3차를 가던 문화였는데, 주로 젊은
직원들이 가는 2차에 따라가다가 갑자기 ‘내가 끼어도 되는 자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날 2차로 간 생맥주집에서 서둘러 술값만 계산하고 눈치껏 슬쩍 빠져나왔는데 참으로
기분이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그걸 스스로 느낀 건 참 다행이었다.
그 후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이 모이는 자리에도 슬쩍 빠지는 눈치를 갖게 되었고
어느 자리에든 그 흐름을 따라가는 데 마음을 쓰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 고유의 색깔을
잃는 것은 아니었으니 세상 어느 자리에서든 내 한 몸 처신하는 것에 대해 나름 기준을 갖게
된 계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 후로도 눈치없이 행동한 적도 많고 실수도 많아 아직
자주 자책하면서 살지만 말이다.
지난 주말 아버지를 뵈러 고향에 갔다가 고향에서 개인택시를 하는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요즘 도로에서 택시들이 왜 그리 운전이 서투르고 헤매는지 묻자 친구가 대답했다.
“운전자가 대개 고령자라서 그래. 그들은 흐름을 탈 줄을 몰라. 교통 전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야. 끼어들 데 끼어들어야 하고 빠질 데 빠져야 하는데 그것도 잘 못 한다니까”
요즘 젊은이들은 그걸 ‘낄끼빠빠’ 라고 한다.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진다는 걸 함축해서 말하는 것이다.
내가 좌장이며 가장 아끼는 5 명의 모임에서 후배들에게 자주 강조해서 말한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눈치없이 행동하거나 꼰대 같은 짓을 하면 바로 직설적으로 말해줘.
나를 존중한다면 말이야”
언젠가 나 스스로 자신을 진단하지 못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나에게 말을 해줘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그 말을 담을 그릇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2024. 07. 04
앵커리지
첫댓글 참 공감가는 내용을 훌륭하게 표현 해주셨네요
잘 봤읍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올해 초부터 글을 올릴 때 뵙지 못한 닉네임이라 클릭해 보았습니다 ^^
자주 뵙기 바랍니다.
앵커리지님이 안 보이셔서
행여 허리병이 도진건 아닌지
걱정을 했드랬습니다.
어쨌든 별일 없으셨던거 맞지요?
교통 흐름에 따라 운전해야
서로에게 좋은데
저도 그 흐름을 방해하는 운전자는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슬쩍 빠져주는 센스와
후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겸손
절대 꼰대는 아니십니다.
허리는 멀쩡한데 마음의 병이 깊어져서
좀 쉬었습니다. 스스로 까칠해서 생기는
불치의 병입니다 ^^;;;
수필방의 글들이 참 좋았는데 요즘 괜히
심술이 나서 수양을 좀 했지요 ㅋ
@앵커리지
마음 고생하셨네요.
그럴때는 쉼표가 필요하지요.
잘 하셨어요.^^
한동안 안보이시길래 궁금했습니다
저는 대표회의 끝나고 회식자리에 참석하게 되는데
1차만 계산해주고 나와야 하는데 2차도 가자고 하면
따라갔다가 중간에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비슷한 또래이거나 적은 인원일 경우에는
먼저 빠지기 어렵지요.
그래도 돌아볼 마음의 품을 갖자는 뜻에서
한 번 적어 보았습니다.
그냥 잠시 쉬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하안거? 묵언수행?
아마도 몸살 앓다가 조만간 훌훌 털고 나타나실 거라 생각하고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덕분에 저도 흉내 내듯 스스로를 나무라는 시간을 가졌더랬습니다.
별반 나아질 기미는 없지만요~ㅎ
아내와 중산리행 버스예매가 내일 밤인데 비예보로
취소했습니다 ㅎㅎ
전에 있던 카페에서도 가끔 한 달씩 쉬곤
했었지요. 늘 접하던 것도 멀리 두고 얼마간
지내다 보면 익숙해지더라구요.
중산리는 9월에 저와 함께 가시지요 ^^
여름과 겨울은 무리입니다.
제목을 보고 의아 했는데 그런 의미로군요.
아주 적합하고 우리 일상에 필요한 덕목인 것 같은
신조어 공감하는 바입니다.
자기 나이에 맞게 혹은 자기 위치에 맞게
행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한스님 고맙습니다.
언제든 오프라인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멋지십니다.
낄데 끼고 빠질 데 빠질 줄 아는
지혜.
나이 먹을수록 더 필요하겠지요.
오랜만이라 반갑습니다.
앗 이베리아님 여전하시군요 ^^
경상도 말로 "눈치 읎는 기 사람이가?" 라는 게
있지요? 눈치껏 살고자 써 본 글입니다.
자주 뵈어요.
낄끼빠빠~ㅎ
요즘 아이들이 쓰는 신조어 중
몇 개는 아는데 요 말도 알아요~
맞아요
눈치껏 해야지요
나이가 들어서 눈치없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반가워요, 앵커리지님~~^
젊은이들이 쓰는 말을 무작정 따라하고 싶진
않지만 흐름은 알아야겠지요.
참으로 잘 함축된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매우 반가워요 루루님.^^
오십 이후로 한국 사회생활에
직접 섞인 적이 없이
사이버로만 한국분들과
인연을 맺다보니 저야말로
낄끼빠빠를 가장 잘 못하는
눈치없는 사람일 겁니다. ㅎ
귀를 열어두고 살긴 하는데
앵커리지님 글 읽으며
뜨끔했습니다. ㅎ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저도 잠시 쉬는 동안에 그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몇 분이 궁금했는데 마음자리님도 포함해서
입니다^^
마음자리님 정도면 낄끼빠빠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는 걸 잘 아니 걱정 마소서.
게시판에서 자주 뵙겠습니다.
낄끼빠빠..
어떤 상황에서든 눈치껏~
ㅎ
가족모임. 아들.딸네 술자리에서도
짧게 빠집니다.
피차 배려죠..
좋은 저녁되세요~
맞아요.
눈치껏 낄끼빠빠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요 ^^
우리 나라 문화에 꼭 필요 하죠
적당히 빠져주는것도 예의 인듯 싶어요
제 자신도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
맞아요.
우리나라 문화에 똑 필요한 것이라 생각해요.
특히 빠질 데 빠져주는 것 말입니다 ^^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나도 낄끼빠빠를 상당히 염두에 두고 행동거지를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리고 젊은 며느리 아들 조카들 모임에 절대 의식적으로 안갑니다. 어느 모임이든 초대안받으면 가지 않습니다. 자존감은 스스로 지켜야합니다.
고향에 계신 94세인 아버지께 앞으로는 절대로
종사 모임에 가지 말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처음엔 화를 내시더니 이해를 하시더라구요.
눈치껏 행동하지 못하면 누군가 말을 해주어야
하고, 또 그걸 수긍할 알아야겠지요.
낄끼빠빠
요즈음 꼴불견이라 생각해서 저도 좀 쉬고 싶습니다만
적적하고 오갈 데 없어서인지 이방 저방 또 둘러봅니다
훈계식의 글을 날마다 올리시고 본인은 ㅎㅎ
낄끼빠빠도 눈치가 있어야 해요 ㅎ
엥커리지님만 보면 "난로가 디진 X 콧짐만도 못허네 잉~가 생각나서 또 웃습니다
명작입니다
동감입니다.
예의를 지키려 참고 있지만, 눈치없이 분위기
맞지 않는 글을 끊임없이 올리는 이들을 보면
콱 정면으로 들이받고 싶습니다.
그들을 겨냥해 쓴 글임을 숨기지 않겠습니다.
세상 살기 쉽지 않지요.
'뒤진 ㄴ 콧짐..' 은 수필방에 올릴 걸 그랬어요.
지금 말고 이전 수필방 말입니다 ㅎㅎ
댓글 고맙습니다.
@앵커리지 10년 전만해도 정의에 불이나서
지적하고 이게 뭐냐고 따지고 했는데
이제 속을 끓으면서 그냥 지켜 봅니다
허구헌날 같은 맥락의 글과 사진을 제가 가는 두 곳에다 올리는데
정말 환장하겠습니다 ㅎㅎ
제가 좀 예민한가요?
나만 그런가요?
@가리나무 저는 폭발하기 직전에 쉬었습니다.
정면으로 면박을 주고 탈퇴할까 깊이 고민
했습니다.
동지(?)를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ㅠㅠ
낄데 끼고 빠질데 빠지며
처신을 분명 확실하게 하고 산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나름 철저히 한다고 하는데도
돌아서 후회하게 돌때가 많은게
처신술 아닌가 싶습니다.
처신에 관해 다시한번
돌아보게 하는 좋은 잘 읽고 가면서
낄끼빠빠~한가지 또 배우고 가게 해주신
앵커리리지님 감사합니다. ^^
그게 어렵지요.
실은 저도 아직 실수투성이고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좌충우돌입니다만, 그래도 좌우 눈치보며
민폐는 되지 않으려 애쓰며 삽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분위기를 살피는게 참 중요하지요.
나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니까요.
맞습니다.
저도 돌아보겠습니다.
우선 눈이 훤해졌습니다
자가 진단이 어려울 때
그 걸 말해주는
전문의가 필요하다면
앵커리지님 글이
바로
낄끼빠빠의 명의십니다ㆍ
말발이 센 달변가들이
조심할 점도
바로 낄끼빠빠인 것같아요
제가
그 게 취약점이거든요
조여사가 혹시 눈치가 없어지면 내가 바로
직설적으로 말 하리다. 그럴 리 없겠지만...
요즘 김훈의 신간 '허송세월' 을 아껴가며
읽고 있습니다. 그의 간결함이 너무 좋습니다.
@앵커리지
아ㅡ 김 훈
아껴가며 읽으신다는 말 한마디가
바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데
엇그제
안과 다녀와서
눈을 쉬어 주는 중입니다
낄끼빠빠~~~~
발음도 재밌고
의미도 단축되어 좋습니다.
낄끼빠빠를
제대로 잘하는 사람이면
멋진 사람입니다.
절제된 美,
아름다움의 조건입니다.
하지만,
앵커리지님 넘 오래 쉬지는 마셔요.
좋은 분위기는 흐름이 순조로워야 합니다.^^
콩꽃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탁이 있습니다.
수필방에 지나간 글을 의미없이 올리거나 똑같은 맥락의 글을 줄기차게 올리는 분들께 날짜 간격을 두고 올리도록 조용히 권고하심이 어떨까요.
제 글 위의 댓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리고 말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눈치없는 분들의 지나친 열정(?)으로 인해 수필방의 생명인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게 저의 느낌입니다. 잘 쓴 글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게시판이 좀 한가해 지더라도 전체 흐름을 조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실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쓰려다가 그렇게 되면 공개 저격이 되고 서로 상처를 입게 되므로 에둘러 쓴 글입니다. 제발 콩꽃님께서 정중하고 은밀하게 조율을 좀 해 주십시오.
계산 먼저하고 슬그머니 빠져주는 상사. 참 멋지군요,
멋지지는 못하고 그렇게 자각을 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하며 삽니다.
푸른비님
꺼내기 참 어려운 말씀인데, 님의 여행기를
올리는 간격을 좀 넓게 하면 어떨까요.
날짜를 좀 띄어서 올리면 더 대접을 받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참견해서 죄송합니다만.
나이 들수록 기능은 떨어지는데
필요 요구 양이 느는 것이 눈치인 것 같습니다.
자주 스스로 돌아보는 자체검진이
아니 한 것보다는 낫겠지요.
낄끼빠빠
시니어 행동강령 중에 핵심이라 여겨집니다.
용어는 재미있는데 수용하는 마음은 울적합니다.
정확한 말씀입니다.
'낄끼빠빠' 는 시니어 행동강령 1호입니다 ^^
그걸 못하면 눈치없는 노인네로 치부되는 거지요.
우~와 2차에서 술 값만 계산하고 쓸쩍 빠져나오는 쎈스 넘나 멋있어요.
그런 행동을 하면 왠지 내 자신이 대견해보이죠.^^
그러게요 낄끼빠빠가 메너의 기본인데요.
살아오면서 경험이 쌓이다보니 낄끼빠빠 작동이 잘 안되는 것같아요.
최소한 꼰대 소리는 듣지 말아야하는데요ㅠㅠ
아,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그냥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게
참 다행일 뿐입니다.
어느분이 댓글을 멋지게 주셨어요.
낄끼빠빠는 시니어 행동강령 1호라구요 ㅋ
그저 조심하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겁니다.
대강 눈치로 낄끼빠빠는 알아 맞추었습니다 .
저는 특히 딸이 자기네 식구들과 함께 뭐 하자고 하면
이게 끼어야 하는건지 빠져 줘야 하는지에
갈팡질팡 합니다 .
엄마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한다고 말을 듣는데
나이 들으니 힘들어요 ~~
앵커리지님께 자문을 구해야 되겠습니다 ㅎㅎ
낄끼빠빠 정도는 능히(?) 아실 분이라는 걸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
우리집도 똑같아요.
딸들이 어디 가자고 하면 울집 할매는 꿈쩍도
안 하는데 정도가 좀 심해요.
그저 가끔 자신을 둘러보는 생각 정도만 있다면
꼰대는 충분히 면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