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인터뷰장.
찰칵, 찰칵.
“이승호 선수, 오늘 두 골을 넣으며 MVP에 선정되었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승호 선수,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데 한 말씀 해주시죠!”
“이승호 선수...!”
“전 이번 경기의 MVP가 아니예요. 오히려 엠레 선배나 크리스가 더 자격이 있습니다.
그 둘이 아니었으면 오늘 이길 수 없었을 거예요.”
“이승호 선수, 오늘 두 골로 다시 주전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자신 있습니까?”
“예, 결장한 경기를 포함해 이 앞의 몇 경기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구이사 선배나 센투르크 선배도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데뷔전에도 한번 나왔지만 크리스 선수와의 호흡이 아주 잘 맞고 있는데요.”
“예, 크리스는 정말 나이가 믿기지 않는 선수입니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신적으로도 저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친구입니다. 오늘 경기의 골도 그녀석 덕분입니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 앞으로.....”
삑--
“야 TV 왜 꺼! 이제 멋진 멘트 할려고 하는데!”
“됐어. 더 봐서 뭐해, 벌벌 떨면서 인터뷰 하는구만, 보는 내가 쪽팔린다.”
“그래도 평생 처음 하는 인터뷰인데 끝까지 봐 주지 ㅋㅋ”
“암튼, 이제 챔스 16강도 보이기 시작하는 거네?”
“그렇지 뭐, 인테르에 베르더브레멘, 셀틱까지 쉬운 조는 아니지만 그래도 2연승이다. 올해는 느낌이 좋아”
“그래도 챔스보다 리그 우승이 먼저야. 작년엔 갈라타사라이한테 뺏겼을 때 억울해 죽는줄 알았다구..”
“이번엔 왕좌를 꼭 되찾아 올꺼야. 나랑 영준이랑... 크리스가.”
“그런데 승호야. 크리스는 왜 아스날에서 여기로 임대왔데?? 그렇게 잘하면 곧 아스날 1군으로 올라갈 수도 있을텐데....”
“몰라, 그놈이랑 터놓고 이야기 한 적은 없으니. 영준이 넌 뭐 알아?”
“나도 잘 몰라, 별로 자기 이야기 하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내가 봐도 너희 둘 보다 월등한 것 같은데..ㅋ”
“너... 정말 거침없이 말한다, 학교 축구팀 선수들이 뭐라 안해?
너 매니저 하고 있는 학교 애들 시합에서 실수 한번 하면 너 난리난다고 벌벌떨던데.”
“그럼 실수하지 말라 그래~”
“에휴.... 다음에 어떤 남자가 데려갈지....”
“뭐??”
“아니야...”
‘그나저나 정말 크리스는 왜 여기 왔지? 아스날에서 편하게 있다가 1군 올라가고 순서대로 엘리트 코스 밟을 수도 있을텐데....’
다음날,
A매치 일정 때문에 다음 경기가 18일이라 오늘은 감독이 하루 휴가를 줬다. 아라고네스 감독님의 지시로 나와 크리스는 오늘 하루 종일 함께 다녔다.
“자네 둘은 호흡은 대체로 맞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군,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를 테니 내일은 하루 종일 함께 다니며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게나.”
...... 라고 말은 들었지만.... 남자 둘이서 하루 종일 뭘 하라는 말인지....
“야.”
“엉?”
“배고프다. 군것질이나 좀 하자.”
“그래.... 너 뭐 좋아하냐?”
“아무거나, 기름기 없는걸로.”
“그럼 페스틸 먹으러 가자. 과일로 만든거라 기름기 없어.”
.
.
“이거 맛있네.”
“그래?”
“오디로 만든거냐?? 이거 진짜 맛있다.”
‘그 많은 걸 혼자 다 먹냐.........’
“난 너 정체를 모르겠다. 평소에는 과묵하고, 나한테 뭐라 할 때는 선생님 같고, 이렇게 뭐 먹을 때는 확실한 열일곱 짜리가 맞는데....”
“내가 외계인이냐. 수다를 즐기지는 않으니 조용한 거고, 니 플레이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뭐라 하는 거고, 오디는 원래 좋아하던 거고.”
“아. 예.. 그러세요...”
.
.
(한참을 먹은 후....)
“야 크리스.”
“왜.”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냐?”
“말해봐”
“넌 왜 이곳 터키로 임대온거냐? 아스날 정도의 매머드 팀에서, 너 정도 실력의 유스라면,
거기 유스팀에서 경험 좀 쌓고 1군가서 활약하는 말 그대로 엘리트코스도 가능할 것 같은데 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 온거야?”
“너.... 나 정도의 실력 이라는 게 뭘 기준으로 하는 말이냐?”
“그냥... 내가 보기에 잘 한다는 말이지.”
“넌 아직 세계의 수준을 너무 몰라.
사실대로 말하자면 난 작년에 잉글랜드 유소년리그를 완전히 평정할 정도였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나도 1군과의 연습 경기에서는 완전히 묻혀버렸어.
특히 같은 포지션의 파브레가스 같은 경우는 3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도 내가 농락당했다. 그땐 정말 굴욕이었어.”
“....”
“그래서 난 벵거 감독에게 임대를 요청했다. 유소년 리그에서 빌빌거리고 파브레가스의 부상 때만 가끔 1군 백업을 맡느니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으면서 내가 충분한 1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팀을 필사적으로 찾았고 선택한 곳이 페네르바체다.”
“....”
“야 이승호, 나도 하나 물어보자. 넌 목표가 뭐냐?”
“목표..? 글쎄.... 얼마 전까지는 1군에서 엠레 선배 옆에서 뛰는 거였는데,
1군은 올라갔고, 포지션은 바뀌었고.... 현재는 그냥 주전경쟁에서 살아남는거?”
“남자 놈이 목표가 주전경쟁이라니.... 너 그 정도의 각오로는 그저 그런 선수로 끝날꺼다.”
“그럼 넌 확고한 목표가 있냐?”
“당연하지. 난 7살 때부터 항상 비에이라의 등을 보면서 자랐다. 그는 나의 우상이자 목표다.
이번 챔스전에서도 비에이라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나는 오직 비에이라와 같은 곳에서 뛰고 그보다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 축구를 했고 그가 유벤투스로 갔을 때는 배신감도 들었지.
하지만 아스날이 챔스 우승 경험도 없는 팀인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그를 이해하기로 했다.
내 목표는 아스날을 세계최고로 만드는 것, 그리고 비에이라를 뛰어 넘고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가 되는 것이다.”
‘이 녀석, 생각하는 건 정말 어른이다...’
“지금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는 너도 축구를 시작한 계기쯤은 있겠지?”
“그건 분명히 있어. 난 2002년 월드컵을 보면서 한국을 내 손으로 월드컵에서 우승시키기 위해 축구를 시작했다.
그 목표만은 아직도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어.”
“한국의 월드컵 우승이라.... 내가 세계최고가 되는 것 이상으로 힘들구만.”
“....한국 무시하지 마라.”
“알아, 한일월드컵 전 평가전 때 우리 잉글랜드와 비길 정도였으니. 독일월드컵에서의 인상도 충분히 강렬했었다.
넌 그 목표는 선수생활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유지해라. 그것만으로도 넌 한걸음 나아가는 거야.
그리고.... 다음에 시간나면 베르캄프 비디오 줄테니 보고 움직임 같은 거 많이 배워둬.”
‘.... 베르캄프?’
“넌 내가 어린시절 본 베르캄프의 모습과 많이 닮았어. 내가 비에이라면 넌 베르캄프다.
언젠가 내가 아스날의 주전이 돼서 뛴다면 나는 어린 시절 비에이라와 베르캄프가 나에게 보여준 환상을 너와 함께 만들고 싶다.
넌 최소한 나한테는 인정 받은거야.”
“.......... 너 17살 맞냐?”
“실없는 소리 그만해라, 먼저 간다. 페스틸 잘 먹었다.”
“그래. 먼저 가.... 응?? 야! 돈 계산! 야!! 크리스!!!!!”
‘...................뛰어간다..... 돈 안내려고 도망가는거??? 저놈... 의외로 귀엽네....’
“어? 승호야?”
“승연아... 여긴 왠 일이야?”
“영준이랑 잠시 쇼핑 나왔어. 넌 뭐하고 있었냐?”
“승호 오늘 데이트했어 ㅋㅋ”
“뭐?!! 누구?!?!”
“크리스랑ㅋㅋ”
“크리스? 너네 팀 크리스? 별로 안친하다며..?”
“감독님이 오늘 같이 다니라고 명령했데.”
“그래서 크리스는??”
“갔어. 먼저..”
“그래서.. 크리스랑은 이야기 잘 했냐??”
“어.... 그놈 내 생각보다 어른이더라. 인정하긴 싫지만, 난 그 녀석한테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
“뭔 소리야??”
“그냥.... 뭔가 목표가 생길 것 같아서. 나 먼저 집에 간다. 보고 싶은 비디오가 있어서.. 둘이 잘 놀아~”
“야! 승호야!”
“쟤 오늘 이상하네. 저렇게 진지한 놈이 아닌데.. 암튼 우린 쇼핑이나 계속하자 승연아.”
..
.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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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조금 늦어졌습니다. (꾸벅.)
프롤로그 제외하고 이제 10편까지 왔군요...ㅠ
요즘 조금 바쁜 일들이 많이 생겨서... 조금 호흡을 길게 가더라도 중지는 없으니 계속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첫댓글 일빠 군요 ㅎㅎ 재밌게 보고감 이번편은 살짝? 짧은듯 ㅎ
다음 이야기를 이어 쓰자니 그럼 또 너무 길것 같아서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정말 잘봤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ㅎㅎ
감독자서전 옆에 주황색 N이 뜨길 기다린건 처음입니다.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ㅠ 감사합니다 ㅠㅠ
그런데 한일 월드컵 전 잉글랜드와 평가전에선 비기지 않았나용?!;'
아 제가 한국이 이긴걸로 적었었군요 ㅠㅠ 제가 잠시 미쳤었나 보네요 ㅋㅋ 급 수정들어갑니다 감사해요~~^^
'...어' ㅋㅋㅋㅋㅋㅋㅋ뭔가 기대감을 주는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 너무 기대는 마세요 ^^
오늘 1편부터 10편까지 다 봤는데 정말 재밌네요 앞으로도 재밌는글 부탁드려영~
예 감사합니다 ^^
불뜬거보고 누르고 몇분동안 재밌어했다가 끝나니 시험 우어어어어
^^ 셤 잘 치셨나요?? ^^
아직도 남았는데 지금까지느 극과극...
화이팅입니다~! ^^
포지션 경쟁자가 파뿌리라니 ㅠㅠ
아무래도 원소속이 아스날이니깐요 ㅋㅋ 경쟁자가 파뿌리가 되죠 ^^
결국 나중에... 아스날의 크리스와 페네르바체의 이승호... 의 대결이... 기다려진다는 ㅋㅋㅋ 크리스 복귀ㄱㄱ
글쎄요.. 그렇게 될까요? ^^
과연 이들이 닥칠 시련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번씩 같은 리플이시네요 ^^ 언젠가 시련이 오겠죠? ^^
하하하 재미 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넘넘 기다려 져요...
조만간 시련..까진 아니더라도 뭐가 하나 튀어나오겠죠??ㅎㅎ
재밌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
다시 봐도 또 봐도 잼있단 말이야......흐음...중독인가..
어머나^^ 감사해요 ^^
뭐 시련을 예상해본다면 승연이가 갈라타사라이팬에게 공격당한다-_-;; 승호가 이스탄불더비도중 홍염에 맞고 실려나간다, 더쎈선수가 와서 승호일행이 설자리가 좁아진다 이정도ㅎㅎ 이상 헛소리였습니다
제 생각엔 음....승호가 부상을 당해서....닥치는 시련들....ㅎㅎ
ㅋㅋㅋㅋ 이런 스포들 ㅋㅋㅋㅋ 비슷한 건 하나 있는데 그건 2부에 나옵니다 ㅋㅋ
글도 재밋는데 더 재밋는 댓글들 ㅋㅋㅋㅋ
^^ 감사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