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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1조3800억 분할, 노태우 비자금은 국고 반납돼야
SK그룹 최태원·노소영의 이혼 재산 분할이 세간의 화제다. 법원 2심 판결은 ‘재산 분할 1조 3808억 원, 위자료 20억 원’을 판결했다. 노소영이 SK그룹의 자산 형성에 기여한 몫을 1조 3808억 원으로 인정한 것이다. 위자료 20억 원은 아닌 말로 껌값이다.
문제는 노소영이 SK그룹 자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1조 3808억이 ‘개인 노소영’이 기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냐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노소영 몫이 되어 SK그룹 자산 형성에 기여한 것이고, 그렇다면 그에 상당한 재산은 국고 반납이 맞다는 논리다.
노 전 대통령이 1990년대 초 SK텔레콤(구 011)이 통신사 1위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배후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논란이 되는 것은 SK 측에 유입된 노태우의 비자금 300억 원이다. 이 정치자금은 대기업들로부터 받은 불법자금이다. 불법자금은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 법대로 한다면 이 자금은 노태우의 직권남용·정치자금법 위반·횡령 등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노소영 몫의 분할 재산 중 최소한 300억은 현재 기준 가치로 환산해 국고로 귀속돼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법조계는 최태원·노소영 재산 분할 판결을 둘러싸고 술렁인다. 2심 재판부는 "1991년 당시 노태우의 비자금 300억이 최종현 SK회장에게 간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김석원 쌍용 회장과 정부 간 비자금 반환 소송을 예시했다. 노 전 대통령이 비슷한 시기에 김 회장에게 비자금 200억을 맡겨놓은 사실이 수사에서 드러나 정부가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는데, 당시에 대법원이 "비자금 은닉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2심 판결이 가사 사건(이혼소송 위자료·재산분할)이기 때문에, 비자금의 형사적 불법 여부보다 재산 형성 기여 부분만 판단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회장에게 준 300억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판단하지 않고, 다만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이 작용한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후광’을 재산 분할 기여도에 반영한 경우도 판례가 없다. 향후 대법원에서 다툼의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아무튼 불법자금이 국고로 환수되지 않고 개인 재산으로 귀속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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