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치자꽃 설화 박규리 (1960~)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 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는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시집 환장할 봄날에> (창비, 초판 1쇄 2004. 2. 15, 초판 13쇄 2022. 12. 1)
*박규리 시인 ( 1960년 서울 출생)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수료. - 동국대학교 대학원(불교선학) 박사. - 1995년 《민족예술》로 작품활동 시작. - 시집으로 『이 환장할 봄날에』(2004)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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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새로운 한주일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날 오후시간에 컴앞에 앉자서
좋은글을 읽으면서 머물다 가네요 장마비가 오락가락 하면서 내리다가 끝쳐다가 합니다.
몸은 후덮지근 하고요 곳에 따라서 극지성 폭우가 내린다고 하네요 몸 관리를 잘 하시고 즐거운 오후시간을 보내세요.
오늘도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