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희망을 말하기 힘든 22대 국회
중앙일보
입력 2024.06.04 00:38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개원하자마자 야당은 탄핵 압박
대통령과 국정 주도권 힘겨루기
‘두 개의 태양’ 떠 있는 정치 상황
87년 체제 한계에 봉착, 개헌 필요
무릇 새로운 출발은 희망과 기대감을 주기 마련이지만, 최근 개원한 22대 국회를 바라보면 오히려 걱정과 불안감이 앞선다.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역대 최악이었던 21대 국회보다 더한 상황이 생겨날 것 같아서다.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다룰 첫 법안으로 ‘채 상병 특검법’과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위기 극복 특별조치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흥미롭게도 이 두 법안은 향후 정국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가늠하게 하는 상징성이 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이미 지난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되었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이다. 21대 국회 종료 전 민주당은 이에 대한 재의결을 시도했고 부결되었다. 이미 두 차례나 국회 표결을 거쳤던 사안을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다시 꺼내 든 건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 개인을 직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소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특검법 공세로 대통령을 압박하고 이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 일차적 목표겠지만, 문제는 그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채 상병 건이든 김건희 여사 건이든 그 사건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국민 다수의 공분을 끌어낸다면 임기 중 퇴진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가능하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은 여러 차례 탄핵을 언급했다. 지난 총선 때 이재명 대표는 ‘잘못된 머슴은 내쫓아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국회 개원 전 탄핵을 거론한 바 있다. 22대 국회가 막 개원한 상황에서 ‘채 상병 특검’에 대한 장외 집회를 열고 거기에 이 대표까지 참석한 것도 민주당이 이 사안을 원내용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야당의 공세가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넘어, 아직은 가능성을 상상하는 차원이라고 해도,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을 최종 목표로 삼게 되면 정치는 길을 잃게 되고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특검법과 함께 민주당이 내세운 건 ‘전 국민 지원금’ 관련 법이다. 어쩌면 특검법 공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이 법안이다. 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이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이 사안에 주목하게 되는 까닭은 이것이 민주당의 국정 주도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제헌헌법 이래 우리 정치에서 주요 정책 사안을 제시하면서 국정을 주도해 온 건 대통령과 행정부였다. 야당은 이러한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을 인정하면서 그 정책의 방향이나 실행을 감시하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이 법안의 추진은 국회를 장악한 야당이 이제 그 역할을 함께 맡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건은 예산편성권과 같은 국가 재정 운영에 대한 논란이 있는 사안이다.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두고 대통령과 국회라는 두 기관이 서로 힘을 겨루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길로 22대 국회가 나아가고 있다.
이렇듯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 두 법안은 이제 우리의 대통령제가 이전과는 다르게 작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임기 중 내각 불신임이 가능한 의회제와 달리, 대통령제의 제도적 특성은 임기의 안정성이다. 그런데 이제 그 안정성이 무너지고 있다. 이미 두 명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었고, 장관, 판사, 검사 등 누구에게라도 탄핵을 시도하는 것이 딱히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차기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취임 직후부터 반대자들은 탄핵의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게 될 것이다. 우리 민주주의가 건강하지 않게 되었다.
더욱이 국회를 장악한 야당이 대통령과 정국 주도권을 다투게 되는 상황은 더욱 위험하다. 과거 여러 나라의 역사에서 보듯이, ‘두 개의 태양이 떠 있게’ 되는 상황은 정치체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여소야대의 어려움 속에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대연정을 하거나 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내놓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제안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의해 거부되었지만, 오늘날 야당은 그 스스로 통치 행위에 간여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22대 국회의 여소야대는 노무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상황이 되었다.
이런 모습은 모두 ‘87년 체제’가 이제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당시 체제를 만들었던 이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정치가 나아가고 있다. 프랑스 방식의 대통령제이든,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 방식이든, 국회와 대통령 간의 대립과 갈등을 피할 수 있는 방식의 개헌이 필요해 보인다. 두 기관이 대립하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소모와 분열의 정치를 넘어설 수가 없다. 국회가 새로이 구성되었는데 이렇듯 희망을 말할 수 없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뭐랄까, 22대 국회가 여명을 앞둔 짙은 어둠의 시간이라도 되면 좋겠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limb**** 35분 전
검찰독재를 만들어 나라를 개차반 만든 사람들에게는 암흑이겠지만... 여기에 신물난 대다수 국민들은 뭔가 희망을 기대하고 있다... 너도 2찍이 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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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 46분 전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건 상식도 아닐 겁니다. 우리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떨어져야할 나락의 깊이는? 한풀이성 자학적 행동으로 우리가 우리들 자신을 파괴하고 난 후라도 다시 일어설 수는 있는 걸까? 그때가 되면 후손들은 우리가 누리는 만큼의 자유/ 인권/ 풍요속에서 살 수 있을까? 작금의 암담한 정치 현실에 드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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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 1시간 전
아주맑은물에는 고기가 살지못한다고한다 그런 청정수를 바라는것은아니지만 우리국민은 썩은물방죽을 만들어줬다 고기가살기보다는 대장균만득실거리게만든 책임은 국민에게있다 이 대장균들은 나만대장균이냐 하고 기고만장하고있다 내편이면 유익균이고 네편이면 유해균으로보게하는 하느님의 벌로알고 지켜볼수밖에 방법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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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a**** 2시간 전
강원택 교수는, 김건희 채상병 사건이 현재의 검찰이나 공수처에 맡겨서 제대로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보아서 이 따위 글을 쓰는가?—- 본잘은 “ 그 진상이 어떤가?”이지, “여야 대결”이 아니다—- 본질을 흐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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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a**** 3시간 전
강원택 교수의 이야기는 본질을 벗어나, 정치공학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채상병, 김건희 특검법 추진을 야당이 대통령과 여당을 궁지로 몰기 위한 공작으로 보고 있다.—- 과연 그런가? 강교수는 이 두가지 사안이 제대로 진상이 밝혀졌다고 보는가? —-수사에 착수도 하지 않고 있다가, 특검 이야기가 나오니까, 허겁지겁 “수사 시늉”하는 검찰이나 공수처를 믿을 수 있다고 보아서, 이 따위 궤변을 늘어놓는가?—야당이 정부 여당을 공격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 아닌가?—- 그걸 “정치적 공세”라고 하며, 비난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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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 4시간 전
겨대 야권의 탄핵공세에 윤석열도 이미 대비하는 듯 22대 개원전부터 여당의 비례대표 초선의원들을 불러놓고 일일이 네 소원이 무엇이냐 다독거리며 만찬을 배풀고 또 개원첫날 전체를 모아놓고 술잔을 돌리며 당정은 하나다 똘똘뭉쳐 국정개혁과 만약 저 사악한 무리들이 나를 탄핵하려거든 여러분들이 방패막이가 돼 달라 박근혜 탄핵을 교훈삼아 야권이 천번만번 탄핵을 발의하더라도 여권이 똘똘 뭉치면 전혀 불가능이다 야권은 헛수고만 되풀이 할 뿐 스스로 지쳐 나자빠지게 된다 쌓아도 채워도 성에 차지않는 게 돈이다 있는 사람들이 더 밝히고 인색하다 문재인 정부시절 재난지원금 자발적 수령이었는데 99.3% 국민들이 수령하였다 세상이 온통 공평할수는 없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빈부격차는 천차만별이다 나라걱정 미래걱정은 배부른 사람들의 한가한 하품소리다 복지는 어려운 이웃에 베푸는게 진정한 복지다 일가족 자살이 일상처럼 되고 언제 어디서나 약자가 있기는 마찬가지 만인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약자에게 베품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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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lu**** 7시간 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공론화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 한마디로 이렇게 몹쓸 국회를 만드는 전라인민들. 그들의 100% 공산당식 투표는 민주주의는 물론 나라에 크나큰 해악이 되는 역적 행위. 이 가장 큰 병폐에 아무도 해법제시는커녕 문제제기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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