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가를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건가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주관으로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린 ‘2016 출가콘서트’에 출연해 ‘청춘, 자유를 향한 날개짓’이란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평화재단에서 쉴틈 없이 회의와 미팅 일정을 소화한 스님은 다소 피곤한 기색으로 출가콘서트가 열리는 동국대학교로 향했습니다.
동국대학교는 한창 축제 기간이여서 학교 곳곳에서 먹거리, 장터, 주점 등이 왁자지껄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스님이 중강당 앞에 도착하자 동국대와 조계종 교육원에서는 주요한 직책의 스님들이 나와 스님을 마중해 주었습니다.
사회자로 나온 BBS불교방송 ‘좋은아침 원영입니다’의 진행자 원영 스님은 “출가가 인생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지 대화를 나눠보고자 한다” 라고 하면서 콘서트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오프닝 공연부터 청중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젊은 스님들이 나와 강렬한 비트박스에 맞춰 랩을 선보인 것입니다. 알고보니 동국대학교 학인스님팀이라고 합니다. 시작부터 깜짝 놀란 대중들은 그동안 출가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었던 환상들을 깨어나갈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국민 멘토라는 소개를 받고 스님이 무대로 걸어나오자 청중들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올해 구족계를 받고 정식 승려가 된 고우 스님, 랩 공연을 주도한 법상 스님, 단기 출가를 경험한 김민지 마인드디자인 대표가 함께 패널로 나왔습니다.
사전에 ‘스님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중에 가장 많이 나온 6가지 질문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콘서트의 1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들은 화가 날 때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데 원래 이 나이에는 그런 것인지, 나의 꿈과 부모님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어떻게 가라앉힐 수 있는지, 삼포, 오포, 칠포 세대라 불리우는 청년들에게 연애란 사치에 불과한 것인지, 등 다양한 질문이 주어졌습니다.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 스님에게 주로 답변의 기회가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간단하게 답변을 해주면서도 “오늘은 여러분들 또래의 젊은 스님들이 들려주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며 다른 패널 분들도 자주 배려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인생 고민에 대한 이야기로 1부를 마무리한 후 이어진 2부에서 본격적으로 ‘출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역시 많은 청년들이 출가에 대해 궁금해했던 내용들을 사전에 신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원영 스님은 먼저 법륜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출가하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고, 부처님 제자로 살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꼭 출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게 뭘까요?”라며 스님의 출가 이야기와 함께 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요청했습니다. 스님은 누구나 출가수행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출가 안 하고도 얼마든지 재가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길을 부처님께서 진작에 열어주셨어요. 부처님 당시에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깨달음을 얻고, 해탈의 길을 가는 사람은 두 종류가 있었는데, 하나는 출가해서 수행하는 출가수행자였고, 나머지 하나는 재가에 있으면서 수행하는 재가수행자였어요. 출가수행자의 첫 번째가 교진녀 등 5비구와 야사 비구이고, 재가수행자로서의 첫 번째는 야사 비구의 아버지, 어머니, 부인이었어요. 이렇게 출가수행과 재가수행의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 손을 만지니까 그게 내 것 같아서 집착이 생기고, 돈을 만지니까 자꾸 내 돈 같아서 집착이 생긴다면, 여러분은 재가수행자가 될 자격이 없어요. 그런 사람은 돈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여자로부터 격리를 시켜야 돼요. 그런 사람이 바로 출가수행자예요.(모두 웃음)
그게 안 되면 출가수행을 해야 되고, 그게 되거든 그냥 세속에서 재가수행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러니까 재가수행자는 출가수행자보다 원래 한 등급 높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급이 높지도 않으면서 급을 높여서 살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그래서 집착을 해서 부부 간에 싸우고, 집착을 해서 자식과 싸우고, 집착을 해서 돈 때문에 괴롭고,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은 출가를 하는 게 좋습니다.(모두 웃음)
저는 세속에 살아보니까 집착을 잘 합디다. 그래서 일찍 출가수행자가 된 거예요. 그래서 저는 재가수행자의 길을 가려고 하는 여러분들이 항상 존경스러운 거예요.” (모두 박수)
스님의 위트 있는 답변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또 이런 질문도 있었습니다. “출가하면 가족, 친구의 인연을 끊어야 하나요? 그것이 정당한가요?” 라고 묻자 스님이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청년들이 많이 자리해서 그런지 부모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얘기되자 더욱 집중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예, 끊어야 합니다, 당분간은 딱 끊어야 돼요. 엄마이기 때문에 끊어야 되는 게 아니라 어린애를 탈피해야 된다는 겁니다. ‘엄마가 그립다’는 말은 어린애 수준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제비 새끼가 둥지에서 날아간 후에는 어미 뒤를 안 따라다니고, 어미도 제비 새끼 뒤를 안 따라다니듯이, 성년이 됐으면 독립된 삶을 살아야 됩니다. 그렇게 끊는 과정이 수행이에요.
그러니 집에 가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수행을 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찾아와서 울고불고 하면 그런 경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수행이예요. 그럴 때는 ‘오지 마라’고 욕을 해도 안 되고, 온다고 멱살 잡혀서 끌려가도 안 돼요. 안 끌려가겠다고 악을 써도 안 되고요. 멱살을 잡혀 끌려가는 과정에서 내 마음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걸 지켜보면서, 그냥 몇 발 가다가 어머니 팔에 힘이 좀 빠지면 그냥 돌아오면 되지, 방문 잡고 안 가겠다고 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저 대문까지만 끌려갔다가 오면 돼요. 또는 일주문까지 끌려갔다고 하더라도 노인한테 계속 힘이 있겠어요? 힘이 좀 풀리면 그냥 놓고 돌아서 들어오면 돼요.(모두 웃음)
저항할 것도 없고, 끌려갈 것도 없는 그런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게 잘 안돼요. 여러분들은 저항을 하거나 끌려가거나 늘 둘 중에 하나이거든요. 끌려가는 게 쾌락이고, 저항하는 게 고행인데, 이 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중도를 이런 과정 속에서 계속 연습해 나가는 거예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집에 가고 싶다고 집에 가고 그러면 안돼요.(모두 웃음) 그러나 부모가 나를 찾아왔을 때 안 만날 건 없어요. 안 만난다는 건 뭐예요? 끌려갈까 봐 겁이 나서 안 만나는 것 아니에요? 오시면 친절하게 인사하고, 울면 등 좀 두드려 드리고, 가시면 가시라고 인사하고, 너무 자주 오시면 이곳은 자주 오는 데가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면 집에 가도 되고, 부모님이 절에 오셔도 되고,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자기 속에 집착이 있으면 수행과제로 삼고, 그게 스스로 ‘자유로워졌다’라고 생각하면, 오고 가는 건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부모님도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이 세상의 보살들이잖아요. 또 어쩌면 앞으로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러니 그걸 배척해도 안 되고, 끌려가도 안 된다는 자세로 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답변을 듣고 원영 스님은 출가한 스님들이 들어도 정말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해주신 것 같다고 하면서 흡족한 표졍을 지었습니다.
청중석에는 출가를 했거나 스님의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 승려들도 많이 자리했는데, 스님의 이야기에 모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이였습니다.
패널로 나온 분들도 출가는 특별한 누군가의 길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백일출가 프로그램을 체험한 김민지 마인드디자인 대표는 참석자들에게 자신처럼 잠시라도 출가를 체험해보라고 권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혼 가정에서 크고 아버지 사업까지 어려워지면서 자살을 생각하던 시절 단기 출가를 했다"며 "이 경험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 이후로는 마치 인생의 답안지를 살짝 본 기분으로 살고 있다. 삶은 여전히 어렵지만 진짜 내 삶을 사는 느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라고 경험담을 나눠주었습니다.
법상 스님은 "출가할 무렵 여자친구도 있었다"면서 "출가했다고 말하니 여자친구가 '네가 출가를 했다고?'라고 반문하며 믿지 않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다음 생에도 이 길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법상 스님은 "이번 생에는 아버지의 권유로 출가했지만 다음 생은 스스로 선택해 출가하고 싶다"고 말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고우 스님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고우 스님은 "미련은 아니지만 가보지 않은 길이 궁금하기는 하다"면서 "하지만 불교에선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 같다. 인생의 숙제를 풀어나가면서 업을 뛰어넘고 싶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한참 이야기가 깊어갈 무렵 스님이 출연하기로 약속한 2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지만 스님은 저녁에 평화재단에서 다른 강의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스님이 청중들에게 양해를 구하자 원영 스님이 마지막 질문을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질문한 내용이라고 소개하면서, 무엇을 위해 출가해야 하는지 한말씀을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출가를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합니까? 무엇을 위해서 출가해야 되는 거죠?”
“무엇을 얻고자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캐나다에서 대학원 다니는 한 학생이 한국에서 백일출가를 한 후 인도에 가서 봉사까지 하고 돌아와서 저한테 물었어요. ‘제가 박사과정에 들어갈까요? 아니면 여기서 출가를 할까요? 제가 박사과정을 들어가는 것보다 더 좋은 인생의 길이 출가라면 저는 출가를 하겠습니다. 스님, 뭐가 더 좋겠습니까?’ 라고요. 그래서 제가 ‘너는 그냥 캐나다로 가라’ 라고 대답했어요.(모두 웃음)
그래서 출가한 많은 스님들이나 절에 오래 다닌 사람들도 행복해지지가 않는 거예요. 절에 오기 전에는, 불교를 알기 전에는, 늘 괴로워하며 애하고도 싸우고, 남편하고도 싸웠는데, 이 법을 알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좋아지는 겁니다. 아직도 싸우긴 싸우지만 전보다 좋아지고, 전에는 돈 없으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돈 없어도 조금 자유롭고, 전에는 애가 시험 떨어지면 난리 나는 줄 알았는데, 애가 시험에 떨어지면 ‘그래, 좀 섭섭하지만 다음에 한 번 더 하면 되지’ 라거나, 전에는 누가 죽으면 며칠 잠을 못 잤는데 ‘그래, 어떻게 인생을 영원히 살 수 있겠냐? 돌아가신 분은 잘 보내드리자’ 라고 하면서 점점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한번 해 보시면 좋겠어요. 계속 듣기만 하지 말고 직접 해 보세요.”
“예, 고맙습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답변에 다시 한 번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출가를 해야 한다, 말아야 된다는 식의 정해진 답변이 아니라 조금 더 행복하고 자유로워지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출가라는 말씀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스님을 보고 청중들이 모두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자 원영 스님이 마지막한말씀을 부탁했습니다. 스님은 한 마디만 ?게 남기고 무대를 내려왔습니다.
“스님이 나간다고 해서 여러분들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도록! 젊은 스님들이 생활 속에서 수행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늙은 스님의 이야기는 들을 게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늙으면 저절로 알아지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필요가 있어요. 먼저 가서 죄송합니다.”
아쉽지만 청중들은 박수로 스님을 떠나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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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비의 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자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