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명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에 눈 떠 체조를 위해 방문을 여는 순간...흠미...
밤새 소복히 눈이 쌓였다.
어제 8시간 트래킹 강행군으로 기절한 순간...밤새 함박눈이 내렸다.
눈 보기 힘든 부산놈이 아...예쁘다...라고 감정이입 전에...허걱? 비행기 못 뜨는 것 아닌가...
걱정이 앞서...도로에 나가 보았더니 도로도 하얗게...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겨울 구채구의 도로는 제설작업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
하지만 도로에 차들은 계속 다닌다...일단 안심이다.
조금 일찍 나서야겠다.
어제 호스텔 매니저가 택시나 개인 자가용이나 공항까지 기본요금이 200원이라고.
잠들기 전에 나의 목표는 150원으로 깃대를 꽂고 잤다...요금과의 한 판 전쟁을 불사하리라...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도로로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택시 한 대 지나가다가 서며 어디가냐는 듯한 말투로 샬뢍샬뢍한다...
공항이라고 했더니 예상대로 200 준비하란다...
지금부터는 택시기사와 나와의 대화이다...
택 : 200원이야...거리가 얼만데...춥다. 빨리타라..
솔 : 돈 없거든...150원 하자...나도 춥다...합의좀 하지?
택 : 야! 장난치나...공항(정확한 명칭은 구채황룡공항)까지 거리가 90km다...웃기네...
솔 : 헉? 90km? 멀다곤 생각했는데 그 정도인줄은 몰랐다...그래도 안된다...150원하자..
택 : 여기 고도가 2500이야...임마...공항은 고도가 3500이구...열라 오르막 올라가야되...차 새빠진다...
솔 : 그건 모르겠고...차가 고생하지 네가 고생하나...150원...끝...
택 : 좋은 말 할 때 200원에 타라...다른 택시도 똑같다...빨리가자...타랑께...
솔 : 필요없다...그냥 니 가는 길 가라...난 150원 밖에 못준다...멀긴하네...너무 많이 깍았나?
택 : 아...이새끼...지랄이네...좋다...졌다...180원 해줄게...
솔 : 크크...너...나 놓칠까봐 쫄았구나...승산있네...고맙다...그래도 못한다...잘가라...
그리고 난 그 택시를 포기한 듯 혼자 아랫길로 50여 미터를 걸어간다...그리고 적당한 지점에서 담배 한 대 꼬나문다.
택시 잠시 서서 어디론가 전화하더니 잠시 후 유턴해서 다시 내곁으로 다가온다...
택 : 야! 180원에 타라..좀...그러다 니 못간다...
솔 : 미안하다...거리를 생각하면 그렇게 하고 싶은데...나도 고집이 있다...150원이다...빨리 사라지라...
택 : 아...씨...알았다...150원...타라...
솔 : I'm winner...고맙다...보자...젊은 기사양반 자네랑 길에서 50원 가지고 20분 시뤘네...ㅎㅎ
그렇게 택시는 눈길을 천천히 달린다...
택시 기사에게 솔직히 좀 미안한 감은 있다...50원이면 적은 돈은 아닌데...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사라진다.
5분쯤 달리다 공항가는 처녀 한 명 포섭되어 합승을 한다...
그 이후로 미안한 마음이 사라진다...나도 좋고 너도 좋은 상황이야...쨔샤...서로서로 윈윈이다...
눈길이라 빨리 달리지 못한다...그래도 젊은 기사 녀석...비행기 시간 물어본다...그리고 차 안의 시계를 확인한다.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비행기 시간 늦지 않으려고 확인해주는 듯 해서 그냥 고맙게 느껴졌다.
말이 90km이지...한참이다...택시로 가는데도 한참이다...
200원 받을 만 하다...한국에서 탔으면 그보다 훨씬 더 나왔을 듯...
구채황룡공항까지 가는 길에 밤새 내린 눈으로 절경이 차창밖으로 지나친다...
사진을 못찍어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는데 호도협의 감동을 반감시킬만한 예고방송 보여주는 듯...
하얀 눈을 뒤집어 쓴 멋진 산들과 삼림들이 펼쳐져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40여 분을 계속 오르막으로 구불구불 오른다...
해발 3500 ... 산꼭대기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다.
한참 후 갑자기 드넓은 고원이 펼쳐진다...여기서부터 눈도 사라진다...
눈길이 사라지는 순간...기어 2단, 3단으로 계속 오르던 택시...
50원 깍인 분풀이 하듯...^^ 시속 110-120으로 중앙선을 택시 가랭이 아래두고 사정없이 달린다.
드디어 공항에 도착...큭...택시 지나는 도로 옆에 바로 비행기가 서 있다...허허...
재미있는 공항이다.
그렇게 남방항공을 이용해 성도로 향하고, 성도에서 동방항공으로 환승해 곤명으로 날아간다.
곤명...웃긴다...시내 안에 공항이 있는 것 같다...
공항에서 150여 미터 나오니 공항 출입구 게이트가 있고, 그 앞에 바로 시내 1원짜리 시내 버스가 선다.
오늘 찾을 호스텔은 The Hump Hostel...공항에서 52번 타고 3코스...다시 107번 버스타고 5코스...진마팡이란 곳에 내린다.
호스텔 찾는데 30분을 해맸다...이 자식이 길 옆에 안 있고 골목 안에 숨어 있었다.
밤이라 더욱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게에 들어가 세 번의 질문 끝에 겨우겨우 찾았다.
마지막엔 바로 5m 앞에 두고도 못찾았다...어이 상실...
그 곳에서도 한 블럭 꺽어야 보였기 때문이다...
살짝 욕 나왔지만...일단 찾았으니...현재 시간 밤...9시 30분...
매니저가 6시에 온다고 하더니 지금 몇 시냐?
취소하고 다른 사람에게 방 줄 뻔 했다...
딱 한 개 방이 남았는데 다행이란다...웃기네...됬고...방문이나 빨리 열어주라...
배낭때문에 어깨 부러질란다...ㅋ
오늘 새벽 한국과 바레인 축구를 볼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 기대가 여지없이 깨진다.
그동안 모든 숙소에서 CCTV5 채널(스포츠채널)이 나와서 아시안컵 축구를 모두 생중계로 시청했었다.
방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켜보니...제길...채널이 10여개 밖에 나오지 않고...
그것도 스포츠 채널을 찾기 위해 다섯 번을 채널 로테이션하고,
리모컨으로 채널찾기 두 번 시켰는데도 눈을 씻고 봐도 스포츠 채널이 안나온다...
호스텔은 규모가 크고 전형적인 인터네셔널 호스텔다운 포스와 분위기...시스템들로 채워져있는데...
이 놈의 텔레비전 스포츠 채널로 인상이 찡그러지게 된다...
바에 가서 무선네트워크 패스워드를 확인하고 Daum 생중계에 접속해보지만...차단된 듯...접속이 안된다...
로딩되다가 계속 끊어진다...그냥 확...
아이폰으로 아프리카에 접속해 본다...호주와 인도의 중계 채널이 잡힌다...
그런데 화면이 끊겨 로봇 축구를 보는 듯 하여 흥미가 떨어진다.
이런 화면으로 우리나라 축구를 볼 순 없는데...쩝..
순간...반짝! 그래! 여긴 중국이지...
CCTV5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보면 어떨까 싶어 연결을 해본다...
고맙게도 영어 버전으로도 제공이되는구나...
라이브스포츠란 링크가 눈이 콱 처박힌다.
아...감사합니다...끊김없이 자연스럽게 축구 화면이 재생된다...많이 신난다...
그런데 이거 다보고 자면 잠은 언제 자냐?
내일 곤명을 아침부터 서둘러 봐야하는데...쩝...몰겠다...일단 보고 자자...
축구 시간 다 되어간다...
그런데도 바에는 나랑 달리 높은 곳의 공기를 마시는 코쟁이 녀석들이 지치지 않고 포켓볼을 치고 있다.
버드와이즈 맥주 손에 하나씩 들고...
나도 호스텔에서 제공한 무료 커피 쿠폰, 맥주 쿠폰을 사용해 축구를 봐야겠다...
만세다...
첫댓글 구채구에서 밤에 뭐하냐고 물었는데 이제서야 보네~~ ^ ^ 축구 쿠웨이트와 중국전은 어제 낮에 푸동 공항에서 재방송 보다가 비행기 탔구만~ 나도 한 2-3일 추워서 엄청 떨면서 다니다가,,, 건강 조심하시고 재미있게 잘 다니시길! 오늘도 참한 아가씨와의 좋은 인연 만나기를 빌며~~~
인물은 참해보이는데 줄도 안서고 조금만 지척거리면 밀어재치고 해서 조금씩 정저우 이후로 정이 확 떨어지는데요^^ 정을 줘도 안받겠지만...ㅎ
저는 현재 심슨형님과 같이 한국팀 경기를 보는 중입니다.^^
나두...CCTV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