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랜시스 터스틴 저, [자페아동을 위한 심리치료] 중에서(1장부분) -
자폐아동에 대한 정신분석적 진단 결과
멜라니 클라인 성인만이 정신병에 걸린다는 것이 정통 정신의학의 관점이었던 때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은 아동 정신병을 인식하고 그 치료를 시작한 개척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아동기 자폐증과 아동기 정신분열증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녀가 1930년에 쓴 논문 "자아발달에 있어서 상징형성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symbol formation in the development of the ego)에서 제시했던 딕의 사례는 현재 자폐증으로 진단되는 아동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아직은 그러한 구분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 칸너는 1943년까지 초기 유아기 자폐증에 관한 그의 논문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그 논문은 클라인의 논문이 출판된지 14년 후에야 출판되었다. 클라인은 딕이 그녀가 보아온 다른 정신병 아동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녀는 많은 고민 후에 당시에 정신분열증을 부르던 용어인 조발성치매로 이 아동을 진단했다. 그녀는 후에 칸너의 연구결과에 맞게 딕의 진단명을 바꿀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
마가렛 말러 멜라니 클라인과 동시대의 연구자였지만 미국에 살고 있었던 마가렛 말러는 칸너와 개인적으로 토론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그의 연구결과를 자신의 이론 안에 흡수할 수 있었다. 말러는 연구생애의 주요 부분을 그녀가 확장시킨 프로이트학파의 고전적 분석이론의 입장에서 아동기 정신병을 연구하는데 바쳤다. 그녀는 유아기 초기가 정상적인 자폐 시기라는 발달적 가설을 세웠다.
… 욕구의 충족은 [유아의] 자폐 궤도 안에서 일어난다(Mahler, 1968, p. 8).
그녀는 이 초기단계에서 유아가 외부세계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말러는 아동기 자폐증을 이 초기 유아기의 정상적 자폐단계에서 발생한 외상적 혼란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생후 3개월쯤에 유아는 어머니와 외부세상으로부터 희미한 신체적 분리를 인식하게 된다고 가정했다. 말러는 이 정상적인 공생단계에 어머니와 아기 사이에 생겨나는 호혜적 의존성을 설명하기 위해 공생(symbiosis)이라는 식물학적 개념을 채택했다. 그녀는 자신이 공생적 정신병이라고 부른 이것을 정상적인 공생단계에서 발생하는 혼란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다. 아동기 정신분열증은 5세 후에만 진단될 수 있다는 벤더(Bender, 1956)의 개념에 비추어 본 다면 공생적 정신병은 정신분열증의 전조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유아기 자폐증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 말러의 가설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이론적 틀이 필요했던 나는 말러의 이론을 내가 이전에 쓴 두 권의 책 「자폐증과 아동기 정신병」(Autism and Childhood Psychosis, 1972)과 「아동의 자폐단계」(Autistic Stage in Children, 1981)에서 기술했다. 그러나 멜라니 클라인과 마찬가지로 말러도 후에 후기의 연구결과들을 사용하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 후기의 연구결과들이란 브러젤튼(Brazelton, 1970), 콜린 트레바덴(Colin Travarthen, 1970), 톰 바워(Tom Bower, 1977), 대니엘 스턴(Daniel Stern, 1986)과 같은 유아 관찰자들의 연구결과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절대적인 기본적 자폐단계의 타당성을 의심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멜라니 클라인이 항상 주장한 것처럼 정상적인 발달단계에서 신생아가 어머니로부터 분리된 상태에 대한 자각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세계의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깨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떤 저자들은 초기 유아기에 외부세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결여된다거나 또는 완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절대적 견해를 수정할 것을 제안해왔다. 예를 들어, 어떤 저자들(Robson, 1979; Sander, 1983; Stern, 1983a)은 발달의 '유사 자폐단계'가 있다고 제안했다. 제임스 그로슈타인(James Grotstein, 1983b; 1983c)도 유아가 어머니와 융합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분리되어 있다고 느낀다는 점에서 그가 '이중 경로' 유형의 발달이라고 부른 것이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단계들이 함께 존재하지만 그것들의 지배적인 시기는 각각 다르다(Grostein, 1983b, p. 175).
대니엘 스턴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 유아는 자기 및 다른 사람들과 융합된, 다양한 자기도식을 동시에 형성할 수 있다(Stern, 1983a, p. 14).
토마스 옥덴(Thomas Ogden, 1989)은 이 관점을 더 발전시켜서, 그가 초기유아기의 정상적인 자폐-접촉적 자리(autistic-contiguous position)라고 부른 자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멜라니 클라인이 말한, 어느 정도 신체적 분리를 느끼는 편집-분열적 자리 및 우울적 자리와 일치한다. 이러한 자리개념과는 대조적으로 자폐-접촉적 자리라는 용어는 이 자리에서 신체표면이 융합된 것으로 경험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옥덴은 자폐- 접촉적 자리를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자폐-접촉적 자리에서 원시적 감각자료들은 감각인상들(sensory impressions) 사이에 상징적 연결들을 형성하는 것을 통해서 질서를 갖게 되며 그로 인해 융합된 표면들이 구성된다(앞의 책).
그는 이 표면들 위에서 자기에 대한 경험이 처음으로 시작된다고 했다. 이것과 연관시켜 그는 프로이트를 인용한다.
… 자아(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신체 자아이다(Freud, 1923b, p. 26).
그는 또한
… 자아('I')는 궁극적으로 신체감각에서 그리고 주로 신체표면에서 생겨난다(Freud, 1923b, p. 26 각주. 1927년에 첨가).
옥덴은 자폐 정신병리를 '폐쇄된 신체감각 체계에 갇혀버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자폐-인접 양태의 방향으로 붕괴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붕괴는 정상적인 공간인식을 가로막는다. 자폐 아동과의 작업을 통해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의 융학파 분석가인 마이클 포드햄(Michael Fordham, 1977) 박사는 아동기 자폐증의 정신병리를 그 자신의 용어를 사용하여 '원래의 일차적인 통합'으로부터 '비통합'으로 가는 자기의 실패로 보았다. 그는 이 '원래의 일차적인 통합'이 태내에서 이루어지는지 아니면 생후에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것은 초기의 정상적 분화와 통합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킨다고 보았다. 이 모든 저자들에게 있어서, 자폐증은 꿈이나 고열상태에서처럼 모든 것이 그밖에 다른 모든 것과 융합되어 있는 상태와 유사한 것이었다. 모든 것이 용해되고 희미하며 분명하고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 나는 자폐 아동과의 작업을 통해 자폐증의 보호적 측면에 집중하게 되었다. 어떤 신체적 감각은 보호적인 것으로 경험되며 자폐 아동들에게 이런 감각을 통한 보호양태는 신체나 물건 돌리기, 몸 흔들기, 손이나 엉덩이 흔들기, 상동행동과 같은 조작적 행동에 의해 생겨난다. 그들은 또한 자위도 할 수 있는데, 그들의 자위는 정상적인 자위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환상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집요한 조작적 행동은 타인과 공유할 수 없고 그것으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어 보이는, 고립되고 특이한 신체감각의 세계 안에 이들이 갇혀있음을 말해준다. 지금까지 나는 절대적이었던 일차적 자폐 상태 개념을 수정하고 개념의 수정과 관련된 다양한 견해를 살펴보았으며, 이제 내가 이전에 자폐증에 관해 썼던 책들에서 구분했던 것보다 더 분명하게 아동기 자폐증과 아동기 정신분열증을 구분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아동기 자폐증과 아동기 정신분열증에 대한 여러 가지 진단
부모들이 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사설기관에서 일했던 나는 어떤 자폐 아동이 심리치료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분류하는 일과 자폐증에 관한 어떤 이해가 환자들에게 치료적 진전을 가져오게 한 요인이었는지를 정확히 집어내는 일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내 견해로는, 산만하고 막연한 유형의 정신분열증 아동들보다 단단한 보호막을 사용하는 자폐 아동들이 좀더 치료에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정신분열증 유형의 아동 말러가 기술한 공생적 정신병에서 엄마와 아이는 마치 샴 썅둥이나 또는 반이 붙어있는 두 개의 집(Daphne Nash Briggs의 환자가 이 병리적 '공생' 상황을 그렇게 기술했듯이)과 같다. 멜쩌(Meltzer, 1975)는 이것을 점착성 동일시(adhesive identification)라고 불렀다. 이것은 이런 아동들의 신체적 분리감을 모호하게 만들고 정체감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내적 외적으로 두려운 것으로부터 피난처를 찾는 보다 발전된 정신분열증의 경우에는 어머니의 신체와 기타 다른 사람들의 신체로 침입해 들어가는 환상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비온(W. R. Bion, 1962)은 이것이 멜라니 클라인이 투사적 동일시라고 부른 정상적 과정이 과장된 것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과정들은 타고난 공감능력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이며 분리된 주체에 대한 느낌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투사적 동일시는 정신분열증 아동들에게 불확실한 정체감을 갖게 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의 투사적 동일시에 달려있다. 나는 이들을 혼동스럽게 뒤얽힌 (confusionally entangled) 아동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이들의 정체감과 그들이 갖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정체감에 대한 인식이 혼동스럽게 뒤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희미하게나마 분리에 대한 느낌이 있어서 약간의 혼동된 심리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발달은 조절되지 않고, 괴상하며, 파편화된다. 이 파편화된 것을 그들은 종종 정신의 '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폐 유형의 아동
소수의 자폐 아동들은 한 가지 사물, 예를 들어 거미나 풍뎅이 같은 사물에 대한 대단한 정보를 끌어 모으는데, 이런 아동들의 인지발달은 하나의 흥미에 강박적으로 매달림으로 해서 매우 협소하게 이루어진다. 그런가 하면 얼어붙고 닫혀진 자폐 아동의 심리적 발달은 거의 완전히 멈추어버린다. 그러나 정신분열증 유형의 아동은 이러한 자폐 아동들과는 크게 대조를 이룬다. 자폐 아동들은 집요하게 그들의 관심의 초점을 좁히게 되고 마침내 외부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마음을 닫기에 이른다. 따라서 그들의 신체적 성장은 계속되지만 심리적 발달은 완전히 멈추게 된다. 이것은 빈약하게 이루어진 심리적 발달이나마 빗나가고 꼬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 발달은 편협하고 궤도에서 벗어난 선을 따라 이루어진다. 자폐 아동의 발달은 정신분열증 아동에서처럼 혼동되고 흩어진 것이 아니다. 또한 자폐 아동이 젖을 빨지 않는 것과 달리 정신분열증 아동은 거의 항상 '탐욕스런 대식가'로 보고된다. '마치 충분히 먹지 못한 애 같았어요' '그칠 줄 모르고 먹었어요'라고 어머니들이 말한다. 이것은 보통 젖을 찾고, 끝까지 먹고, 트림하고, 잠에 빠져드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아기의 즐거운 수유와는 다르다. 총체적이고 전체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정신역동적 진단의 특징에 대해 기술하겠는데, 이러한 특징들이 대대적이고 전적으로 나타날 때 그것은 자폐 아동의 고유하고 특수한 특징에 속한다. 이러한 기본특징을 알게 되면 1부에서 기술한 혼란스런 외적특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그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단순한 가설을 세울 수 있게 한다.
아동기 자폐증 근저에 놓여있는 특징들
아동기 자폐증의 근저에 놓여있는 진단상의 특징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도 무서운 경험으로부터 피할 곳을 찾고자 하는 타고난 속성이 있다는 사실에 그 뿌리를 갖는다. 따라서 정상적인 유아들은 어머니의 품(또는 잘 아는 사람에게서)으로 피하거나 또는 어머니의 치맛자락 밑으로 숨는다. 정신분열증 유형의 아동은 기본적인 공포에 대항하여 내장된 보호장치를 사용한다. 그들은 환상 속에서 어머니의 몸에 스스로를 감싼다(투사적 동일시). 자폐 아동들은 그들 자신의 신체감각에 싸여있다. 즉 이들은 스스로 보호덮개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명백하게 자폐 아동들은 의존적인 정신분열증 아동들과는 대조적으로 타인에 대한 의존을 거부한다는 뜻이다. 자폐 아동들은 거의 자기에 대한 느낌이 없으며 따라서 '스스로 만들어낸(self-made)'라는 용어는 외부 덮개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될 수 없다. 따라서, 나는 그것을 '자체-발생적인 캡슐로 둘러싸기'(auto-generated encapsulation)로 부르겠다.
자체-발생적인 캡슐로 둘러싸기 단단한 껍질같은 캡슐로 둘러싸는 것은 자폐 아동들에게만 적용되는 독특한 진단 특징이다. 칸너가 깨달은 바와 같이, 이 아동들은 살아있는 사람과 움직이지 않는 사물을 구별하지 못하며 그들을 동일한 방식으로 다룬다. 그들은 단단한 벽을 밀거나, 움직이지 않는 사물인 것처럼 사람의 단단한 신체부분을 밀거나 만지는데서 느껴지는 단단한 감각과 융합되거나 동등시한다. 이 자체-발생적 감각은 이 아동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신체에 의해 만들어진 감각에 과도하게 집중함으로써 보다 정상적이고 객관적인 것들에 대한 감각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들 중 많은 아동들은 넘어져도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자폐 아동들은 그들 주변에 단단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들은 두 가지 차원에서 자신들이 그것과 동등시한다. 이것은 동일시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과 동등시하기 위해서 단단한 물건을 선택한다. 이러한 '물건들'은 자신의 신체와 구별되지 않으며 그 물건의 객관적 기능에 따라 사용되지 않고 그 물건이 주는 단단한 감각만이 사용될 뿐이다. 나는 자폐 대상이라는 용어를 제안한 후에야(Tustin, 1980; 1981) 위니캇(Winnicott)이 그것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역설적 용어인 주관적 대상(subjective objects)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1958). 이러한 개념화되지 않은 경험들을 '개념화' 하기 위해 정확하게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들 중 많은 아동들은 에스더 빅(Esther Bick, 1968)이 기술한 대로 단단하고 뻣뻣한 신체를 발달시킨다. 이들을 안아보면 단단하고 경직되게 느껴진다. 이들은 단단한 감각과 부드러운 감각의 두 가지 차원의 감각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긴장된 아동들이다. 단단한 감각과 부드러운 감각의 극단성은 일상생활에서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할 적절한 감각으로부터 이들의 주의를 돌려버린다. 이것은 그들 자신이 특별히 보호받는다는 감각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들만의 고유한 매너리즘을 발달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정형화된 매너리즘은 일반인들에게는 의미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폐 아동들의 주의는 이러한 자체-발생적 감각에 고정되어 있어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 눈에 마치 귀머거리이거나 장님인 것처럼 보이기 쉽다. 이처럼 단단한 대상을 보호적으로 사용하는 고유한 방식은 정상적인 방식으로 사물을 가지고 놀이하는 것을 방해한다. 놀이와 정상적인 감각생활 없이는 정신발달이 촉진되지 못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5장에서 논의하겠다. 자폐 아동이 현실세계를 공유하지 못하는 것은 또한 감각-지배적인 주관적 형태 때문에 더 심해지는데, 이것은 마비시키고 진정시키는 기능을 갖는다. 나는 그것들을 자폐 감각형태(autistic sensation shapes)라고 이름지었다(Tustin, 1984;1987). 이것들은 실제 사물의 형태과는 관계가 없고 정해진 형태가 없는 형태들이다. 따라서 이것들은 분류되지도 않고 공유되지 않는 형태들로서 자폐 아동의 신체표면이나 또는 신체표면으로 경험되는 다른 물건의 표면 위에 덧씌워져 경험된다. 이것들은 인식을 마비시키는 자체-발생적 감각의 소용돌이로서, 주관적 자폐 대상의 사용을 유지하고 강화시킴으로 인해 공유된 현실에 대한 주의력 결핍을 결과로 가져온다. 이것들은 심각하게 외상적인 유아기 경험을 차단시킨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감각을 일으키는 형태들은 정상적인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정상발달에서 적절한 대상과 형태의 연합은 지각과 개념의 형성으로 인도한다. 이러한 연합은 인지발달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주관적 감각대상과 감각형태에 과도하게 사로잡히는 것은 인지발달을 방해하기 때문에 자폐 아동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정신적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위에서 기술한 것처럼 자체-발생적, 감각-지배적 캡슐의 과도하고 배타적인 사용은 자폐증을 구별해주는 특징이다. 그것은 특정한 피난의 방법이지만, 심리발달을 거의 완전하게 정지시키는 재난이다. 그것은 생리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 사이의 경계선에 있는 기본적인 현상과 연합된다. 다시 말해, 그것은 심리-반사적(psycho-reflex), 신경-정신적(neuro-mental), 그리고 심리-화학적(psycho-chemical) 반응의 조합이다. 자폐 캡슐은 참을 수 없고, 삶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험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피난처로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따라서, 나는 사람들이 '자폐증의 제거,' '자폐증의 치유,' 또는 '자폐증의 극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을 때면 매우 걱정이 된다.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료받은 자폐 아동들이 과잉행동을 하거나 심지어 심각한 정신분열증 행동을 보이는 경우들을 나는 보아왔고 또 들어왔다. 자폐증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과잉행동은 자폐 아동의 특징이 아니다. 자폐증을 존중하지 않는 방법으로 치료받은 아동들은 다른 보다 진보된 보호양태를 발달시킬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노출됨으로 인해 극히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러한 보다 진전된 보호양태는 유아적 전이(infantile transference)를 이해해주는 치료형태가 사용될 때 그리고 과거에 자폐적 보호양태로 인도했던 유아기의 드라마를 재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만 발달할 수 있다. (유아적 전이의 의미에 대해서는 5장에 충분히 기술하였다.) 자폐 아동들이 연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지배적이고 강력하다. 이들은 외부세계를 차단시키고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통제하는데 극도로 유능하다. 불행히도, 이것이 발달을 위한 다른 적응을 방해한다. 나는 때때로 자폐 아동의 것이라는 임상적 자료를 제시받곤 했는데, 그때 나는 내게 그 자료를 제시한 사람에게 그 아동이 자폐적 보호양태의 특징인 단단한 캡슐을 생성해낼 타고난 힘이 없다는 점에서 그가 자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곤 했다. 또 어떤 때에는 구멍이나 망가진 물건에 대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자폐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하면서 임상자료가 제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몇몇 다른 유형의 환자들 예를 들어, 정신적 결함을 갖고 있거나 정신분열증인 아동이 이런 것들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자폐 아동들만이 자체-발생적 캡슐을 대대적이고 배타적으로 사용하여 그러한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한다.
다른 보호반응과 함께 사용되는 자폐 보호반응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자폐 아동 외의 다른 아동들도 자폐 캡슐을 만들어낸다. 그들에게 이것은 감당할 수 없는 경험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방법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자폐 캡슐을 만들어내는 것이 유일한 보호양태는 아니다. 예를 들어, 투사적, 침범적, 점착성 동일시를 두드러지게 사용하는 정신분열증 유형의 아동들도 자폐 껍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점은 종종 맹아들이나 농아들에게도 적용되며 7장에서 논의하게 될 특정한 신경증 환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아스버거(Asberger) 증후군 아동들도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Barrows, 1988). 이 보호된 부분 안에서는 감각 동등시(sensation equation)가 우세하다. 감각대상과 감각형태이라는 이 주관적 현상은 환자의 가장 상처받기 쉬운 부분을 보호한다. 이 부분에서, 이들은 완전하게 분리에 대한 인식을 차단하며 좌절에서 생겨나는 공황반응과 분노발작을 차단한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서는 어머니 및 외부세계에 대한 신체적 분리에 대한 희미한 인식이 유지된다. 한나 시걸(Hanna Segal, 1957)은 한 정신분열증 성인환자에 대해 기술한 적이 있는데, 그는 바이올린과 자신의 신체를 동등시했고 청중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이 자위하는 것 같아 청중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할 수 없었다. 분명히, 시걸이 지적한 것처럼 바이올린은 그의 신체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신체와 동등시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시걸(1975)은 그것을 상징적 동등시(symbolic equation)라고 불렀다. 이것은 자폐 아동들에게서 보이는 신체 중심적인 자폐 대상의 사용보다는 좀더 세련된 형태인 것 같다. 이러한 상징적 동일시를 통해서 바이올린의 객관적 사용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신체적 의미에 의해 파묻히게 된다. 어떤 사회사업가들은 총체적으로 박탈되고 방치된 아동들, 병원입원과 같은 분리경험을 가졌던 아동들과 자폐 아동들을 혼동한다. 이처럼 방치된 아동들도 이따금 자폐 징후를 보이지만 이들은 다른 보호양태들을 사용한다. 자폐 아동들은 신체적으로 잘 보호받았고 보통 중산층 이상의 안락한 가정 출신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비록 많은 자폐 아동들이 특히 어머니가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 어머니와의 정서적인 분리를 겪기는 하지만 어머니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적은 드물다.
어머니의 우울증
이제 내가 발견한 심인성 자폐증의 발달에 중요한 요인들을 설명하겠다. 내가 치료했던 모든 사례들 가운데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한 가지 요인은 어머니들이 아기를 출산하기 전 또는 후에 심각하게 우울한 상태였으며, 초기 수유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또한 이들이 아기를 임신했을 때 외로운 상황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드니 클라인(Sydney Klein)이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우리는 아직도 자궁내의 경험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 . .어머니의 정신상태가 태내의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 출생 이전에 아기를 고통스런 자극에 민감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S. Klein, 1980).
때때로 아버지도 일 때문에 오랫동안 집을 비우거나 또는 기타 다른 이유로 어머니에게 정서적으로 유용하지 못했다. 다른 어머니들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어머니들은 남편과 국적 또는 종교가 달랐다. 그러한 것을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머니들은 뱃속의 아기를 친구이자 위안자로 삼아 의지했던 것 같다. 따라서, 아기의 출산은 매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무의식적으로 그녀는 신체 내부에 있는 아기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아기가 태어나면 그녀의 내부에는 외롭고, 슬픔에 짓눌린 감정이 남는다. 이 감정은 그녀에게 마치 '블랙홀'처럼 느껴진다. 어떤 어머니들은 그것은 마치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것은 마치 그들의 신체 일부를 상실한 것과도 같은 것이었다.
자폐증의 소인을 갖고 있는 아동들에게서 나타나는 출생후 우울증
여성의 산후우울증에 관해서는 많은 것들이 쓰여졌다. 그러나 자폐 아동들과의 임상작업을 통해 볼 때, 아동들도 이러한 출생후 우울증으로 고통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아동은 출생을 마치 신체의 일부를 잃는 것으로 경험한다. 이것은 네 살 때부터 좋아지기 시작한 나의 첫 번째 자폐 아동이었던 죤(Tustin, 1966, 1987)의 경우였다. 그는 나에게 자폐 캡슐로 가리고 있던 외상적 경험이 바로 그의 신체의 중요한 부분을 잃었다는 감정과 연관된 '블랙홀'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는 나중에 그가 잃었다고 느꼈던 그 신체부분이 어머니 신체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그가 그것을 잃었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그것이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감각-지배적인 경험이 본래 어떤 것이었는지를 말해준다. 나는 또한 어머니의 산후 우울증이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아기의 출생후 우울증도 그러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오고르몬(O'Gormon, 1967)은 자폐증에 호르몬 요인이 있다고 제안했다. 이것은 연구되어야할 부분이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블랙홀' 유형의 우울증은 지지받지 못하고 불행했던 그리고 과도하게 집착하고 서로의 신체 일부가 되어서 아기가 꼭 필요한 정상적 발달의 일부인 기본적 분화를 이룰 수 없었던 데 따른 결과라는 점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자폐증에서 우리는 출생 시점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심지어 시드니 클라인이 제안하듯이 출생전 경험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망각의 여명'(Dawn of Oblivion)에서 비온(Bion)은 최초의 정신적 발달은 자궁 내에서 이루어진다고 제안했다. (이점과 관련하여, 밀라노대학의 Dr. Sandra Diontella와 Dr. Romana Negri는 출생전 경험과 출생후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같은 맥락에서 샬롯테 벌버(Charlotte Buhlber, 1962)는 신생아의 가장 첫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출생 직후 출생 이전의 내적 질서를 재확립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폴란드의 안드레이 가지엘(Andrezj Gardziel, 1986) 교수는 자폐 아동과의 작업을 통해 자폐증이란 이 위험해 처한 내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자폐란 출생 후에 정상적인 방식으로 치유될 수 없었던 상처를 의미했다―내 생각에 이 점은 어머니와 아기 사이의 감각적인 상호작용적 협력 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유사하게, 지아노티(Giannotti)와 드 아스티스(De Astis, 1978)는 자폐증의 소인이 되는 초기 유아기 상황을 출생후 어머니와 아기가 서로를 '회복'할 수 없는데서 찾고 있다. 내 용어로는, 이들의 상호적인 '블랙홀' 유형의 우울증이 그와 같은 회복을 방해한다. 그러한 경우, 유아가 본래 가지고 태어난 관계형성을 위한 소인은 얼어붙게 된다. 슬프게도 극단적인 사례에서는 이것을 전혀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아동들이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초기작업은 다른 유형의 환자들과의 작업과 다를 수밖에 없다. 관계형성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일련의 질서를 갖게 될 때에야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방식의 정신분석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관계맺는 능력의 발생은 9장에서 설명하였다.) 나의 첫 자폐 아동이었던 죤은 관계형성을 위한 이 잠재력이 풀려나 활동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생의 초기 시점으로 돌아가야 하며 가장 초기의 회복을 위한 상호작용―젖가슴이나 젖병을 빠는 활동―과 접촉해야한다는 확신을 나에게 주었다. 이러한 초기 상황에서 아기들은 외부세계와 거의 상호작용을 갖지 않으며, 따라서 아직 변형을 거치지 않은 타고난 형태(gestalts)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처음에 아기에게 중요한 것은 젖이 아니라 입안에 있는 젖꼭지에 대한 감각-형태이다. 오랫동안 신생아들에게 수유하는 어머니들을 가까운 곳에서 관찰했던 메이비스 군서(Mavis Gunther, 1959)도 이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아기가 젖가슴 앞에 있더라도 그 젖가슴이 아기의 입안에 있다는 완전한 느낌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극도로 냉담한 느낌이 발생한다. 부드러운 입천장, 혀 그리고 입안에 올바른 패턴의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기는 냉담하다고 느낄 것이다.
임상자료들을 보면, 이러한 냉담한 아기들은 무언가가 빠져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대체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들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을 잃어버렸다고 느낀다. 그들과 친밀했던 어머니로부터 떨어지는 경험은 신체의 일부를 절단 당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정신치료에서, 이들은 신경증 아동들과는 달리 치료자와의 분리를 치료자로부터의 거부로 경험하지 않는다; 이들은 그것을 상처받고 절단 당하는 외상으로 경험한다. 손상 받았다는 느낌은 이들을 결코 획득할 수 없는 완전함과 완벽함을 집요하게 갈망하게 만든다. 이들에게는 그 어떤 것도 충분할 수 없다. 부모(그리고 치료자들)는 이들의 비현실적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것은 성공하지 못한다. 이들이 지닌 완벽주의의 기원에 대한 통찰은 이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짊어진 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자체-발생적 캡슐은 이러한 절단 당하는 느낌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 캡슐은 절단 당했다는 느낌을 치유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민감성과 상처받기 쉬운 상태도 완화시키지 못한다. 그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며, 이러한 극단적인 상태들은 치유하고 강화시키는 인간관계가 지닌 효과로부터 그들을 차단시킨다. 그러나 그것은 본래 생존을 위한 조치였다. 따라서 천천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보다 효과적이고 '회복을 가능케 하는' 어떤 것을 발달시키지 아니한 채 이런 아동들에게서 이 캡슐을 빼앗아버리려는 시도는 비인간적이다.
회 복
심리치료과정에서 자폐적 보호양태가 포기되기 시작하면, 아동은 좌절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하고 과민하며 극히 상처받기 쉬운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아동에게서는 모든 것이 과장된다. 다른 심미적 활동들과 함께 놀이능력이 발달함에 따라, 아동들은 그러한 수단을 통해 과장된 상태를 표현하고 완화하며, 한편으로 공유된 일상생활에서의 평범한 사건들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자폐 캡슐은 이들의 민감성뿐만 아니라 취약성도 사용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민감성과 취약성은 그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과도하게 취약한 면을 지켜주는 동시에 그 캡슐을 완화시키는 것을 통해서 그들을 현실로 데려와야 한다. 전이의 작업을 통해서 스스로 만들어낸 캡슐이 수정되면서 그들은 아기 때 경험했던 것보다 더 만족스런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합시킴에 따라 이들은 자신들이 보호해주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것은 그들의 내면에 통합과 희망의 원천―클라인이 사용한 용어인 '좋은 젖가슴'―으로 자리잡게 된다. (유아적 전이를 예시한 임상자료들은 놀이할 줄 모르는 아동들과의 심리치료에 관한 내용을 다룬 5장에서 기술하였다.) 자폐 형태의 작용과 같은 왜곡 활동이 포기되면, 아동들은 자폐증에 의해 가려져 있던 유아기 외상, 즉 자신들이 절단되었다는 환상을 재경험하게 된다. 그들은 견딜 수 없었던 최초의 경험들을 절망, 분노, 공포로 다시 경험한다. 우리는 그들이 그러한 경험들을 견디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그 경험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이러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이들은 덜 과장되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놀이하기 시작하고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그들은 덜 극단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더 즐거워하는 아동이 된다. '나'와 '나 아닌 것'을 인식하게 됨에 따라 위니캇(1951)이 기술한 중간대상(transitional objects)이 놀이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자폐 대상은 '나 아닌' 상황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차단해 버린다. 전형적인 자폐 아동들은 손가락을 빨지 않는데, 그 이유는 손가락이 입에 들어가려면 공간을 거쳐야 하는데 그때 손가락은 '나 아닌 것'으로 경험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공간을 수용하는 능력이 더 발달된 정신분열형의 아동들은 그들이 원시적인 중간대상으로 사용하는 대상인 손가락 빨기에 중독된다. 어린 자폐 아동이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그가 좋아지고 있다는 징표이다. 그러나 우울증 엄마를 두었고 수유에 어려움이 있었던 모든 아동들이 자폐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자폐 보호장치를 과도하게 사용하게 만드는 유전적 기질이나 자폐 소인을 갖게 하는 자궁내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유아기 자폐증과 같은 드문 증후군들은 여러 요인들의 조합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이 아동들은 여전히 수수께끼이다. 그러나 무엇이 자폐증이고 무엇이 아닌지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분명히 알게 된다면, 우리는 자폐증의 발현에 연루된 요인들에 관해서도 좀더 분명히 알게될 것이다. 분명히, 자폐증 발현에 어머니와 아동 사이의 상호작용이 관련되어 있지만, 자폐 아동들의 유전적 소인뿐만 아니라 자궁내 경험, 그리고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야 한다. 때때로 언급되는 또 다른 요인은 자폐 아동의 어머니들이 변덕스럽고 상식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살로 티슐러(Salo Tischler, 1979)가 현명하게 말한 것처럼, 우리가 상담실에서 만나는 부모들은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들이 행동했던 것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 자폐 아동의 부모들은 아기가 태어난 후에 이상하고, 기이하고, 드물고, 괴상하고, 자체-발생적이며, 과도하게 감각-지배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 매우 강력한 아동에게 정서적으로 영향받아왔다. 비슷한 방식으로, 이 아동들은 이들을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아동의 상태에 대해 어머니가 비난받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평가자가 어머니에 대한 아동의 분노만을 보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자신의 상태가 치료 불가능한 것이라고 믿는 아동에게서 그의 절망을 보는 평가자는 모든 자폐 아동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독단적인 언급을 하게된다. 집중적인 심리치료 작업은 부모와 아동 그 누구도 자폐증의 발병에 대해 비난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들은 피할 수 없는 반응의 그물 망에 걸려 있으며 그들에게는 우리의 비난이 아니라 이해가 필요하다. 이 그물 망의 실타래를 추적하는 심리치료적 평가는 특정한 아동에 관한 단순한 표면적 기술보다는 자폐 아동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우리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이 걸리며 항상 한 번의 면담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록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이해를 얻긴 하지만. 우리가 그런 예비연구로부터 수집한 이해는 부모들이 그들의 이상한 아동과 보다 잘 접촉할 수 있도록 돕는데 크게 유익할 것이다. 즉, 그와 같은 이해는 존재상실에 의해 위협받는 과도하게 민감하고, 극도로 취약한 자폐 아동을 돕는 방법에 관한 단서를 줄 것이다. 존재상실의 공포는 정신분열증 유형의 아동의 특징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살아있음의 느낌과 관련된 것이다. 자폐 아동에게는 그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느낌이 없다. 회복기에 있는 자폐 아동들이 내게 한 말이 있다. 그들이 처음 내게 왔을 때 자신들은 마치 '물건'처럼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고 말했다; 어떤 어머니들은 그들이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내게 말했다.
예 후 유아기에 심하게 우울한 어머니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던 자폐 아동들과 일했던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유아적 전이를 사용한 심리치료 유형의 치료결과는 고무적인 것이었다. 치료를 종결했던(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을 기억하라) 전형적인 4명의 자폐 아동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아동들이 아동기 정신병 진단의 국제적 권위자인 밀드렛(Mildred Creak, 1967)에 의해 초기 유아 자폐증으로 진단 받았다. 그녀에게 진단 받지 않은 한 아동은 그가 3세 때 말러의 선임 치료사인 애니 버그만(Anni Bergman)에 의해 칸너 증후군으로 진단 받았다. 따라서 내가 성공적으로 치료한 4명의 아동들이 엄격한 의미에서 자폐 아동들이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는 현저한 자폐적 보호양태를 사용했으나 공생적 양태도 함께 사용했던 다른 6명을 치료했다. ) 이들은 모두 사설기관에서 치료받았던 전형적 자폐 아동들로서 이들이 처음 치료받기 시작한 것은 6살 전이었다. 처음 두 명의 자폐 환자들은 일주일에 4회 또는 5회씩 만났지만, 내가 더욱 경험이 많아지면서 나머지 두 명의 아동들은 일주일에 2회씩 만났다. 그들은 모두 지적이고 예술적 재능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치료 말기에 그들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보였고 그 나이의 다른 아동들이 하는 정상적인 것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회성이 발달했으나 조금은 수줍어하고 과민하였다. 그들 중 어떤 아동들은 약간 강박적이었다. 나는 그들 중 두 명에 관한 소식을 들었는데 그들은 모두 대학에 들어갔고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나머지 두 명의 아동들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만약 그들이 다시 나빠졌다면 그들의 부모들은 내게 그 사실을 통보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로마대학의 특수병동에서 5세 미만의 정신병 아동들의 심리치료에 헌신한 지아노티 교수와 드 아스티스 박사는 그 병동에서 치료받았던 30명의 정신병 아동들에게 그들이 사용했던 심리치료 방법이 미친 효과를 평가할 목적으로 1985년에 대략적인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초기에 이들의 심리치료 기술은 내 접근 방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몇 년이 지나면서 그 병동에 경험있는 인력이 풍부해지면서 심리치료 방법은 더 풍부해졌다. (이 병원과의 만남은 내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확장시켰다.) 이 예비연구에서, 아동들은 정신병리의 감소라는 측면에서 5점 만점의 척도에 의해 평가를 받았다. 치료 시작 당시, 아동들은 거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양적 평가만이 가능했다. 이것은 심리치료 작업에서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분명히, 모든 아동들이 동시에 치료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어떤 아동들은 다른 아동들보다 더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으며 가장 오래된 아동은 5년 동안 치료를 받았다. 다음의 네 영역에서 병리의 감소가 있었는지 측정하였다. 1) 사회적 관계 2) 상동행동 3) 연령에 적합한 학업 수행능력 4) 놀이능력. 어떤 아동들은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한 상태였고 어떤 아동들은 치료의 중간단계에 있었지만 이 조사의 결과는 이 병동에서 일하던 치료자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것이었다. 조사 당시까지 병리의 감소는 자폐 아동 51.6%, 정신분열증 유형 아동 54.0%로 나타났다. 모든 아동들이 진전을 보였지만, 치료를 맨 처음 시작했던 한 아동만이 치료를 마쳤고 따라서 100% 병리의 감소를 보였다. 치료가 계속될수록 평균적으로 병리의 감소비율은 증가하였다. 나는 그후 그 병동에 있는 치료자들에게서 이러한 진전은 만족스럽게도 계속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그들은 그들이 사용한 치료방법이 적절했다는 확신을 갖게 해준 1985년의 조사 이후로 아무런 통계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온타리오 교육연구소(Ontario Institute for Studies in Education)의 교수이자 멜라니 클라인과 대상관계(Melanie Klein and Object Relations)라는 학술지의 편집장인 오토 와이닝거(Otto Weininger) 교수는 자폐 아동에 대한 그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나는 1960년부터 자폐 아동을 위해 일하기 시작했는데 자폐 아동이 나, 장난감, 방, 그에게 제시된 그 어떤 것에도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 받았던 일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는 닫혀있는 것 같았고, 혼자였으며 접근할 수 없는 아이 같았다. 나는 그가 가끔 나를 몰래 쳐다보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것에 반응했으나 나와 함께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그에게 알리려고 하면 그는 곧 철수하곤 했다. 그에게 그리고 그와 비슷한 다른 환자들에게 나는 평범한 기술을 사용하려 했다: 나는 그들의 행동을 해석해 주었다; 그 해석을 항상 동일한 시간에; 같은 요일에; 같은 장소에서 했다. 심지어 나는 같은 옷을 입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효과가 없었다. 이 아동들은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을 뿐만 아니라 치료실에 들어설 때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내가 그들의 손을 잡으면 그들은 아무 것도 내게 '주지' 않았다. 그들은 항상 방안의 같은 곳으로 가서 같은 장난감 자동차, 또는 같은 블록을 가지고 반복적이고 의식(儀式)을 행하듯이 그리고 분명한 목적이 없는 놀이를 했다. 그들은 한 시간동안 나와 함께 있었으며, 거리를 유지했고, 접촉할 수 없었다. 그들은 어떤 때는 일주일에 5회나 나를 만났다. 처음에 그들은 내게 말하지 않았으며 때때로 투덜거리는 소리를 내었지만 보통은 말이 없었다. 때로는 내게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향해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때로는 자신을 격렬하게 때리기도 했다. 나는 이들 중 몇몇 아동들과는 몇 년 동안 일했으며, 다함께 자폐로 진단 받은 쌍둥이 형제들과 일한 적도 있었다. 진단은 여러 명의 교수, 심리학자, 정신과의사, 정신분석가들로 이루어진 집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아동들은 내게 의뢰되었는데, 그것은 내가 그런 아동을 놀이치료 했던 몇 명 안 되는 사람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의뢰된 이 아동들 대부분은 다양한 약물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들의 기록에는 '뇌손상', '정신지체' 또는 '자폐'의 주요증상을 지닌 것으로 기술되어 있었다. 나는 이 아동들과 놀이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은 30년 전에는 바보스런 것이었음이 분명했다. 많은 노력과 많은 시간 그리고 많은 고통 후에 아동들은 상태는 실제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그들이 자폐가 아니라 아마도 정신분열증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곤 했다. 나는 그들이 나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 번에 걸쳐 유아기 자폐증으로 진단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나는 심리치료로는 이런 아동들을 치료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과는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단지 나의 일을 계속했고 대부분의 아동들이 개선되었다. 실제로 한 번은 5년 전쯤에 한 부모가 나를 찾아와 내가 와이닝거 박사인지 물었고 내가 그렇다고 하자 그는 그의 아들이 지금 대학에 다니며 이제 막 결혼하려고 한다는 말을 했다. 이 젊은이는 내 첫 번째 환자 중의 한 명이었으며 '유아기 자폐증'으로 진단을 받았었다. 나는 그를 만나서 매우 기뻤다. 이 젊은이의 본래 진단에는 '약물 치료를 완전히 중단해서는 안 되는', '지금 상태보다 더 좋아질 수 없는' 등과 같은 끔찍한 모든 경고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성공을 알게 된 사실에 감사했다. 그 경고는 얼마나 진실하지 못한 경고인가! 그리고 그가 놀이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었을까? 자폐 아동의 치료에 대한 나의 입장은 워커-케네디(S. Walker-Kenedy, 1988)가 쓴 글(Melanie Klein and Object Relations, 7;12-13)에 나와 있다.
와이닝거 교수의 경험은 내 경험과 매우 일치하며, 그는 그것을 매우 생생하고 분명하게 기술했다.
결 론
나는 이 장에서 자폐증과 자폐증이 아닌 것을 분명히 구분코자 하였다. 나는 자폐증이 일종의 자동 반사작용인 자체 감각적 보호작용이며 이 보호작용은 우리 모두에게 본래적으로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대대적이고 과도하게 사용될 때에는 병리가 되는 것이라는 견해를 전개했다. 자폐 아동들에게서 발견한 고유한 특성은 그들이 견딜 수 없는 유아기 경험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자체-발생적 캡슐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발견이 의미하는 것은 아동기 자폐증이 전보다 더 확실하고 정확하게 진단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진단평가는 핀으로 날개를 꽂아놓은 나비표본에 이름을 붙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본 장의 시작부분에 인용한 제임스 앤쏘니(James Anthony)의 말처럼, 우리로 하여금 자폐 아동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폐 아동이 다른 모든 것들을 배제시키면서까지 그들의 신체감각의 어떤 특정부분에 집중함으로써 그들의 '피난처'를 만들고 그들 자신의 감각이 지배하는 '외투' 안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린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이들이 그런 감옥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모로부터 분리되었다는 인식에 의해 마비된 채 결코 자신의 토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들의 감각의 발달과정이 심하게 빗나갔고 그들의 정서 및 인지발달이 매우 제한되었음을 의미한다(소위 '발달지체'가 발생했다). '담겨지지 않는'(uncontained) 분노와 공황반응으로부터 생겨나는 자살충동과 살인충동은 이들의 제한된 심리적 삶을 지배하지만, 이것들에 대한 인식은 자폐 아동들 고유의 방어작용에 의해 '차단'된다. 이 방어작용들은 그 밖의 모든 것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만든다. 이 자폐 아동들과의 효과적인 임상작업은 치료자가 이들이 '살아가고 활동하며' 존재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괴상한 세상을 어렴풋이 나마 이해하고 그들을 심리적으로 안아주는 것에 달려있다. 이 '존재'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서는 2장에서 논의될 것이다. |